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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05 17:25:33
Name Naomi
Subject 노출 이야기: 당신은 모르는 다양한 노출

더 이상 묵혀 놨다가는, 글도 발효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올려 봅니다.


많은 동영상 파일을 포함하고 있어 모바일로 보시기에는 불편할 수 있습니다. 이점 양해 부탁드려요.


 


노출 이야기: 당신은 모르는 다양한 노출

   몇 달 전 PGR에서 걸그룹의 노출과 그것을 다루는 게시글, 그에 대한 논쟁을 지켜봤었다. 당시에는 바빠서 거의 관조하는 입장이었지만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었다. 한국 걸그룹 가지고 난리를 치면 외국 여자 가수들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지 않겠냐는 댓글이었다. 이 글의 내용이 성립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노출은 노출일 뿐이어야 한다. 그러나 미디어 속에서, 특히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한 분야에서 몸은 하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 글은 여가수들의 노출과 그것이 상징하는 바에 대한 짧은 분석 글이다.

마돈나 논쟁: 해외의 노출 논란

   해외에는 마치 여성의 노출이 너무 자연스럽고, 문제 삼는 사람도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서양 문화권이 동양보다야 성과 젠더에 대해 개방적이고 열려 있어서 노출이 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바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노출 문제, 특히 여가수들에 노출 문제에 대해서 당연하고 소위 “쿨하게” 받아들이고 있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출 문제를 두고 가장 논란의 정점에 있던 여가수라고 한다면 마돈나를 언급할 수밖에 없다. 그녀의 수많은 히트곡 리스들 중에서 가장 이 논란이 불타올랐던 곡이라고 하면 단연코 를 꼽을 수 있다.



[Vogue – Maddonna (1990)]

   지금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게 문제될게 있어?”란 수준일 수 있지만, 당시에 Vogue와 마돈나를 둘러싸고 수많은 문화연구가, 여성주의자들은 논쟁을 불태웠다. 특히 Vogue에서 가장 큰 논쟁이 벌어졌던 부분은 그녀의 의상이었는데, 4분 25초 부근에서 슬쩍 보이는 “콘브라”라는 의상이 바로 그것이다.



   속옷을 그대로 드러낸 듯한 의상, 그것도 여성의 가슴을 극단적으로 강조한 “콘브라”는 급진적 페미니스트(radical feminist) 진영의 뭇매를 맞는다. 급진적 페미니스트(radical feminist) 진영은 자본주의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인 시각을 공유하고 있었고, 여성과 남성이 어떠한 차이도 없이 같은 인간으로서 존중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진영이었다. 그러한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에게 마돈나라는 가수는 “자본주의의 아이콘”이자, “자발적으로 자신의 성을 남성들에게 종속시키는” 존재였다. 급진적 페미니스트 진영에서 바라보기에는 “콘브라”라는 의상은 이러한 마돈나의 이미지가 극단적으로 표현된 형태였고, 이 의상에 대해 날선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에 그다지 비판적이지 않은 자유주의 페미니스트(liberal feminist)집단과 여성의 성과 상징체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하는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 문화주의 페미니스트(cultural feminist)진영에서는 마돈나를 옹호하고 나섰다. 특히 문화주의 페미니스트 진영에서 나온 “콘브라”에 관한 논문은 마돈나의 이미지를 180도 전환해버리는 파급력이 있었는데, 대강의 내용은 “콘브라”는 남성의 시선에 종속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논문에 의하면 “콘브라”에서 그려내는 여성의 가슴은 지금까지 남성들이 환상 속에서 그려낸 부드럽고 아름다운 이미지가 아니라, 원뿔형의 딱딱하고 강력한 모습으로 변환시키면서 도리어 남성 관찰자들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하자면, “이게 니들이 보고 싶었던 거냐? 어때?”라는 식으로 기대와는 다른 여성의 몸을 드러냄으로서, 성적 대상화에 저항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치열한 마돈나 논쟁이 안겨준 성과라고 한다면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양하고 하나로 정의하기 힘든가를 깨닫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여성의 노출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양하게 이해될 수 있는가를 알게 해주었다.
   70년대 로라 멀비는 영화를 분석하면서 미디어 안의 여성이 얼마나 남성의 관음적 시선 속에서 그려지게 되는지 분석했다. 미디어 안에서 언제나 여성의 몸은 관찰당하는 입장이고 그 안에서 여성은 자신을 남성적 시선에 동화시키지 않는 이상 쾌락을 느낄 수 없다. 이러한 멀비의 미디어 분석은 현재까지도 상당히 유효하다. 그러나 마돈나 논쟁에서 발견하게 된 것은 대상화된 여성의 몸이 무한정으로 종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고 여성 가수들의 노출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부분이 충분히 있다.

노출의 다채로운 층위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여자 가수가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몸을 가지고 그것을 드러내는 행위, 즉 노출이 필수 불가결처럼 여겨지는 듯하다. 그러나 앞서서 이야기했듯이 그것을 어떻게 드러내고 어떻게 읽어내는가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이다. 특히 그녀들이 성적 대상화에 기꺼이 종속해주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볼 지점들이 상당히 많다. 여기에서는 노출과 그에 수반되는 성적 대상화에 그녀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몇 가지 유형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여신/여왕 이미지



[Kylie Minogue – Get Outta My Way (2010)]




[Beyonce – Run the World (2011)]

   아마도 가장 많은 여성 가수들이 차용하고 있는 이미지는 여신/여왕의 이미지이리라 생각한다. 이 이미지는 남성과 여성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여신과 여왕의 이미지는 조금은 다르긴 하지만, 숭배 받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 단순한 욕망의 대상에서 숭배의 대상으로 치환하면서 여성의 가치를 드높이고 있는 것이다. 여성 관찰자는 숭배 받는 여성으로서의 여신/여왕 이미지를 바라보며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는 또한 남성 관찰자에게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은데, 그 이유는 오랫동안 여신이라는 것은 남성에게 숭고할 정도로 아름다운 욕망의 대상을 그려내는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신/여왕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대상이 남성들이 바라보기에 그 정도로 합당한 아름다움을 갖추었다면 그다지 불편할 것 없는 이미지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여신/여왕의 이미지는 불편하지 않지만, 그만큼 쉽게 성적 대상화의 영역으로 종속되는 이미지라 할 수 있다.

2. 팜므파탈 이미지



[Nicki Minaj – Super Bass (2011)]



[Nicki Minaj – The Boys (2012)]

   팜므파탈이라 하면 어쩐지 ‘신비로운 매력의 위험한 여자’를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팜므파탈이란 여성에게 쏟아질 수 있는 모든 욕설의 집합체 정도를 생각하는 쪽이 더 맞다. 대중음악계에서는 이를 ‘bitch’라 부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지만, 학술 분과에서는 이를 팜므파탈로 분류한다. 일전에 팜므파탈에 대한 논문에서 팜므파탈을 이렇게 설명했다. “가부장제에서 남성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여성주의자가가 아니다. 여성주의자들은 그들에게 ‘열등하고 못생긴 여자들’로 소외시키면 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팜므파탈이다. 그녀들은 가부장제를 파괴시키지 않으면서 그들에게 철저하게 매력적인 존재이지만, 동시에 그들을 파멸로 이끌기 때문이다.”
   요즘 이 분야의 원톱(?)을 달리는 것은 니키 미나즈다. 이런 ‘Bitch’들은 유독 힙합을 하는 여성들에게서 많이 나왔었는데, 그 원인에 대해서 몇몇의 평론가들은 힙합이라는 장르가 워낙 마초적인 언어로 이루어져 있는지라 이 안에서 여성이 그러한 마초적 언어로 구현할 수 있는 여성성은 ‘Bitch’이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니키 미나즈는 이러한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정말 잘 구현해 내고 있다. 볼륨감 넘치는 몸매,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그녀의 음악은 귀엽고 상큼하게 돈 많고 잘생긴 남자가 좋다고 스스럼없이 드러내놓거나, 돈으로 여자를 후리는 남자들을 바라보며 나보다도 돈이 없는 주제에 하면서 비웃는다. 그녀의 이러한 모습은 욕망의 대상으로 두기에는 상당히 불편한 감정을 유발한다. 이러한 불편함을 무기로 니키 미나즈는 욕망의 영역을 슬쩍 벗어난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한 이미지를 조성했다 하더라도, 문제는 그저 불편만 할 뿐이라는 것이다. 니키 미나즈를 편하게 욕망하는 방법은 그저 그녀의 노래를 꺼버리면 그만이다. 시각적 이미지 자체에는 걸릴 것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형식의 노출과 팜므파탈 전략 역시 한계를 드러내 보인다.

3. 젠더 역전



[Madonna – Music (2000)]



[Jennifer Lopez - I Luh Ya Papi (2014)]

   어떻게 하더라도 여가수의 노출은 성적대상화와 연결되는 상황들의 반복 속에서 어떠한 여가수들은 젠더의 위치를 바꿈으로서 저항하기도 한다. 여가수가 남성성을 모방하는 것은 그 자신이 성적 욕망의 대상을 벗어나게 하는 효과와 동시에, 마초적 남성이라는 게 어떤 모습인지 풍자하고 패러디하는 효과도 겸하고 있다. 마돈나가 2000년에 내놓은 Music에서 그녀는 남성성의 상징인 고급차를 타고,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등장한다. 마돈나는 그러한 모습으로 등장해서 클럽과 스트립 바에 들러서 여자들과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은 헐리우드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남성들을 마돈나가 흉내 내면서, 상황에 대해 관찰할 거리를 만들고 오묘한 감상을 안겨준다. 이러한 Music의 시점이 2014년으로 옮겨지면 제니퍼 로페즈의 I Luh Ya Papi가 된다. I Luh Ya Papi는 애초에 이러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왜 모든 뮤직비디오는 여자들을 대상화하는데? 우리가 한번쯤 남자들을 대상화 하면 안 되나?” 그리하여 이 뮤직비디오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완벽하게 젠더 역전이 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재미있는 점은 이 뮤직비디오의 화법이 수많은 남성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 속에서 답습하는 노출의 클리쉐들을 젠더만 바꾼 채로 노골적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침실에 쓰러져 있는 반라의 남성들이라던가, 갑자기 세차를 하다가 차 닦는 거품을 자기 몸에 뿌린다던지 하는 등의 장면들로 성을 대상화라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를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젠더 역전도 완벽한 대안이라 이야기하기 힘든 것이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인 가수만이 성적 대상화를 회피했을 뿐, 누군가는 또 성 대상화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러한 젠더 역전의 이미지 역시 풍자와 패러디, 그 이상은 될 수가 없다.

4. 신체의 재현 바꾸기



[Lady Gaga – Born This Way (2011)]



[Lady Gaga – Applause (2013)]

   “레이디 가가가 왜 이렇게 화제인가?”에 대해 묻는다면 여러 가지 대답이 있겠지만, 문화연구 쪽에서 그녀가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가수에게 존재했던 많은 터부들을 이렇게 한 번에 파격적으로 깨버린 가수는 없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터부에 부분에서 그녀의 노출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여러 여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소개했으나, 한 가지 터부에 대해서는 그들은 선을 넘지 않았다. 어찌됐든 그들의 모습이 멋지거나 예쁘게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레이디 가가는 여성의 신체를 굳이 멋있거나 아름답게 그리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확하게는 그녀 스스로를 “어머니 괴물”이라 지칭하듯 여성의 몸을 파격적이고 기괴한 모습으로 재현하고 있다.
   Born This Way에서 레이디 가가는 그동안 어떠한 여가수들도 시도하지 않은 여성 재현 방식을 선택하는데, 바로 출산하는 여성이다. 출산하는 여성이라는 것은 여성의 정말 고유한 영역이라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여성은 어머니로서 인식이 되면서 욕망의 대상이 되기 극심히 어렵다. 그렇기에 아름다움을 무기로 하는 여가수들은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어머니의 이미지와는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레이디 가가는 스스로 출산의 장면을 그녀의 MV 전반에 걸쳐 재현한다. 그렇기에 노출면에 있어서는 여타 다른 여가수들에 비할 바 안 되는 과격한 노출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성 대상화와 거리를 두고 있다. 어떻게 보면 욕망의 대상으로서 대면하고 싶지 않은 여성의 성을 그녀는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사실 여성 재현 문제에 있어서 더욱 노골적으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것은 그녀의 가장 최근 앨범 ARTPOP의 Applause에서로 보인다. Applause에서 레이디 가가는 예술 안에서 끊임없이 재현되는 신화 속에 유명한 여성 이미지들을 자신에 몸에 덧씌운다. 가장 확연히 들어오는 이미지라면 1분 24초부터 등장하는 아프로디테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서의 아프로디테를 실제 여성의 몸에 덧씌워 본 것인데, 이를 통해 마치 레이디 가가는 “어때? 환상속의 여신이 정말 아름다운가?”하고 질문을 던지는 듯 보인다.
   이러한 재현의 문제에 있어서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이 레이디 가가가 처음은 아니다. 레이디 가가가 보여주는 수많은 몸의 이미지들은 이미 20세기 수많은 여성주의 작가들이 겪어낸 것들이다. 다만 레이디 가가가 의미 있는 것은 그녀는 이러한 이미지들로 대중들을 상대로 엄청난 성공을 이루어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성공만큼이나 신체의 재현 변형시키기가 성공적 이였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왜냐하면 대중들에게 그녀의 이러한 모습은 독특한 이질성(이상한, 기괴한, 정상이 아닌)으로 받아들여졌고, 계속해서 이질성으로 소모되고 있기 때문이다.

“Your Body Is a Battleground”



[Barbara Kruger – Your Body Is a Battleground (1989)]

   지금까지 해외 여가수를 중심으로 노출과 여성 신체가 어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그 안에 어떠한 긴장이 있는지,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이 과정을 통해 단 한가지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면, 그것은 여성, 몸, 그리고 노출이 단순히 관음적 욕망을 채워주기 위한 기호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성의 몸은 너무나도 오랜 시간동안 인간의 몸이기 보다 아름다움의 기호로서 사용되어 왔다. 그렇기에 시선을 통해 여성의 몸을 평가하는 것이 마치 본능처럼 여겨지고 있다. 아름다운 이미지에 대한 담론이 현대 사회를 장악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 아래 남성들 역시 고통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는 이미지 담론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이 일련의 여가수들의 노출 방식은 각자의 방식도 다르고 한계도 있지만 그러한 담론에 순응하지 않는 몸부림이다. 자신의 몸을 전쟁터 삼은 그녀들의 몸부림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4-06-21 20:56)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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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깨달음
14/05/05 17:52
수정 아이콘
전혀 몰랐던 다양한 노출에 대해 조금 알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14/05/05 23:30
수정 아이콘
저야말로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닉부이치치
14/05/05 17:59
수정 아이콘
걸그룹 노출논란에 대해서는 걸그룹들이 tv에.나와서 "우리가 벗고싶어서 벗는거니까 상관마세요" 라는 식으로 이야기한것 본 이후에는 그냥 신경끄려구요 벗든 비비든 문지르든 자기네들이 원한다는데 뭐...
14/05/05 23:46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저는 복잡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가요 시장의 지형상 그녀들의 그러한 발언이 이해가 가는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 제가 열거한 많은 해외의 여성 가수들은 엄청난 경력과 팬덤을 가지고 있는 가수들입니다.
어떻게 보면, 저 가수들이 노출이나 성대상화에 대해 뭔가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걸 해도 되는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소개한 많은 여가수들이 대부분 20대가 지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 정리를 해보고 나니 재미있게 느껴졌는데, 여성에게 20대가 지나갔다는 것은 성적 매력의 절정기를 지나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히 예쁘고 섹시한 이미지로는 효용이 다했다고 볼 수 있죠. 노래와 춤을 잘하는 20대 여성 대체 가수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니까요.
아마도 저러한 노출 방식과 문제 의식의 표출은 그러한 가운데서 등장한 건지도 모릅니다. (물론 전부 다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만) 그리고 그것을 지지할 굳건한 팬덤이 존재하는 것이겠죠.

한국의 여성 가수들 중 30대 여성 댄스팝가수가 음악과 퍼포먼스만을 통해 성공한 케이스가 있었던가요?
굳이 꼽아보자면 엄정화, 백지영 정도가 떠오릅니다만, 그 사례를 꼽아보기가 아주 어려운 정도죠.
아마 걸그룹에 속한 여가수들이 20대에 노출이든 뭐든 어떻게든 화제를 만들어서라도 성공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30대 이후, 즉 성적 매력의 전성기가 지난 이후를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벗고싶어서 벗는거니까 상관마세요" 라는 그녀들의 말은 아주 슬프게 들리기도 하네요.
14/05/05 18:13
수정 아이콘
카메라 노출에 데한 글일줄 알고 클릭했네요 헤헷..
14/05/0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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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아니게 슈터님을 낚게 되어 죄송합니다.
쓸데 없는 이야기지만, 카메라 노출은 개인적으로 저도 배우고 싶네요.
我無嶋
14/05/05 19:18
수정 아이콘
가가나 마돈나가 벗는건 그래서 재밌어요. 우리나라 걸그룹도 단순히 청순했다가 섹시했다가, 컨셉이 요정이었다 치어리더였다가 팜므파탈이고 그런거 말고 뭔가 얘깃거리를 더 들려줬으면 좋겠어요. 잘읽었습니다
14/05/05 23:52
수정 아이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도님.
저도 한국의 여가수들이 다채로운 모습과 이야기들을 전달해주었으면 합니다.

일전에 해외 잡지를 보다가 이러한 점에서 가인을 상당히 고평가했던 것이 떠오르네요.
내용이 대충 "한국은 여성의 성을 숨기고자 하는데, 가인은 싱글에서 자신의 성을 아름답고 주도적으로 표현했다"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뭔가 '와 한국도 냉장고 있는 집이 있네'이런 뉘앙스가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재미있더군요.
我無嶋
14/05/06 02:48
수정 아이콘
피어나가 굉장히 괜찮은 시도였죠. 가사적인 면에서. 저도 가인이 뭔가 좀 더 꾸준히 해줄거 같았는데...
세크리
14/05/05 20:44
수정 아이콘
여성의 노출을 성 상품화라고 노출자를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죠. 자본주의를 비판하면 몰라도... 상품화 자체는 어쩔수 없는 흐름이라고 하면, 남성의 노출도 여성들이 똑같이 누리고 그것도 당연하게 여기는 흐름이 받아들어졌으면 합니다.
14/05/06 00:04
수정 아이콘
댓글 감사합니다 세크리님. 다만 저는 성상품화가 어쩔수 없는 흐름이 되고, 남성의 성상품화도 이제 여성들이 똑같이 누리라는 주장에 좀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현재 미디어가 주도하고 있는 성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상품화보다도 저는 상품화 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의 표준화가 더욱 문제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체적 특질들은 스스로가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상당수 유전적 특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각 개인에 따라 정말 다채롭게 발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떠한 정형화된 미의 기준을 고가치로 평가하고 그에 맞지 않는 것은 저가치로 평가하는 상품화 과정은 이러한 다채로운 인간의 특질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준은 결국 신체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집니다.
어디 기사를 보니 국내 여성의 97%가 자신의 몸을 비정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러한 현상에 미디어의 성상품화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보는 입장이라, 그것을 남성에게로 확장되고 있는 현황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14/05/05 21:59
수정 아이콘
본문과는 다른얘기지만 걸그룹 노출로 한동안 시끄러울때 들었던 생각은 '대체 저정도 의상과 노래도 못 받아들일정도의 사람은 평소에 어떤 생활을 하길래 그럴까'였습니다. 걸그룹의 미래를 걱정하고 사회풍속이 문란해짐을 두려워해서 그러는건지 아니면 그저 그때그때 머리속 찰나의 생각으로 정한 기준에 맞춰 마음에 들면 옹호하고 마음에 안들면 비판하는건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요. 또 비판이라는 명목하에 가해진 수많은 댓글들이 오히려 그 연예인과 주변사람을 더 힘들게 했으면 했지 좋게 작용하진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애시당초 제대로된 노출을 한적도 없는데 걸그룹 노출이라는 주제하에 불타올랐던거 자체가 그때의 논의들의 허망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방송국의 심의기준이 있고 심의기관의 심의기준이 있는데 그걸 넘어서는 상황이 있을때 노출을 붙이고 논의가 진행돼야지, 다리노출, 등노출같은 단어만 자극적일뿐 일상생활에서 용인되는 수준의 것들을 가지고 호들갑을 떨며 불타올랐던건 결국 미디어의 자극에 자신이 쉽게 반응하고 있다는걸 깨달아야할 사건이 아니었나합니다.
14/05/06 00:34
수정 아이콘
안녕하세요 유온님. 유온님의 의견을 제가 잘 이해 했고, 그에 적합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됩니다.
유온님의 댓글을 읽으면서 제가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제대로 된 노출"이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노출/제대로 되지 않은 노출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일까 글을 읽으면서 추론해 본바에 의하면 아마도 심의의 통과 여부를 두시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이것에 대해 두 가지 질문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심의란 것이 그렇게 적절한 기준인가 하는 것과, 둘째는 심의를 통과했으면 받아들여질만한 성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 두 질문에 대한 제 개인적 의견을 물으신다면 둘다 아니라고 대답하고자 합니다.

미디어 심의 기구는 참 묘합니다. 어떤 점에서는 왜 이걸 통과시켰지 하는게 있는가하면, 이건 왜 통과가 안되지 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는 아마도 심의 기구에서 사용하는 기준이라는 것이 아주 양식화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몸의 어디 어디 부위가 보이면 탈락! 성행위가 나오면 탈락!" 이런 식으로 말이죠.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이 기관의 숙명이라고도 생각하지만, 그러다보니 우스운 촌극들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심의라는 것이 이렇다 보니, 저는 당연히 통과하지 못한 것이나 통과한 것들 모두 여러가지로 평가할 측면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걸그룹 노출 논란도 있을 법한 일로 받아들였고 말이죠.

제가 느끼기에는 이러한 노출에 대하여 비판적인 사람에도 여러 층위가 있습니다. 정말로 엄격한 성보수주의자가 있기도 하고, 때로는 그 안에서 신체에 대한 폭력적인 이미지를 읽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의견들을 다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르노그라피에 대해 비판했던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자신의 책의 서문에서 썼던 내용이 문득 생각나 같이 첨부해 볼까 합니다.
"나를 비롯한 여성운동가들이 '청교도적'인 '빅토리아 시대 사람'이고 '섹스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황당하기 그지 없다. 몇 년 전까지는 지금과 똑같은 주장을 한다는 이유로 '성해방주의자,' '타락한 여자들'이라는 비난을 들었기 때문이다. ... 굴욕적이거나 위험하지 않는 성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은 섹스를 싫어하고 쾌락을 모른다고 비난한다. 지배보다 협력을 선호하는 남성은 성적 능력이 모자란 겁장이로 만든다. 이것이 바로 남성 지배의 핵심에 도전하는 자들을 고립시키기 위한 전술이다. 폭력과 지배를 섹스와 구분하려 하는 사람들을 이런 식으로 고립시키는 것이다."
14/05/06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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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일단 노출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에도 여러가지 방향이 있다는점에 동의합니다. 보수적인 사람도 있겠고 페미니즘적인 사람도 있겠고 그저 마음에 안들어서 비판하는 사람도 있겠죠. 제가 걸그룹 노출 논란때마다 불편함을 느끼는건 인터넷에서 접할수있는 대다수 글들은 여러 방향중에도 그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비판하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라는걸 먼저 밝히고요.

앞서 노출에 대해 언급하면서 걸그룹 노출논란이 제대로 된 논란이 아니라는 의견을 보충설명하자면 어떤 사안에 대해 논란이 생기려면 그전에는 볼수 없었던 새로운 무언가가 있을때 논란이 생겨납니다. 단순히 이전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있을걸 가지고 논란이 생겨나진 않죠. 즉 어떤 선이 있으면 그 선을 넘거나 넘으려는 시도는 해야 이야기꺼리가 생겨나고 또 거기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변화의 방향이 생겨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걸그룹 노출을 가지고 살펴보면 최근에 스텔라, ns윤지가 노출논란을 일으켰는데 실제 뮤비나 무대영상을 보면 그 전에는 볼수없던 과도한 신체노출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저 노리고 만든 몇장면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실제 심의도 잘 통과했고 활동도 잘 하고 있죠. 여자 연예인들이 공식석상에서 시스루룩을 입는것이 유행처럼 된지가 몇년이 지난게 우리 사회인데 스타킹신은 걸그룹의 다리를 소화못할 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걸그룹이라는 이름에서 '걸'을 주목해서 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논란이 있었던 가수들은 다 성인이었죠. 따라서 이전에 비해 선을 넘은 노출이 없었음에도 가끔씩 일어나는 걸그룹 노출논란은 어차피 선을 넘지 않았으니 선이 바뀌든지 제재를 당하든지 하는 변화가 일어날수도 없죠. 그저 화제를 만들고 싶어하는 미디어와 거기에 편승해서 글을 쓰는 네티즌만 존재할뿐입니다. 여기에 어떤 긍정적인 발전을 기대할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 선=심의라는건 적절한 기준인가, 또 통과하면 받아들여질수 있는가란 물음은 참 어려운 물음입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건 없고 따라서 심의기준도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당장 10여년전만 해도 염색하고 방송에 나오면 안됐죠. 심의는 곧 법이나 마찮가지인데 법은 끊임없이 보완되면서 세상을 따라잡고 있고 또 어떤면에선 선도하고 있지만 세상과 차이가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심의 역시 사회를 반영하고 있지만 사회의 속도보단 느릴수밖에 없죠. 하지만 변화하고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심의기준을 넘나드는 논란이 생길때 발생합니다. 전 심의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또 심의만 통과하면 무조건 옳다고는 생각하진 않습니다. 개별 사안에 따라 심의가 옳을수도 있고 틀릴수도 있겠죠. 하지만 느리게 변화하는 선도 넘지 못하는 노출을 가지고 '걸그룹 노출'이라는 명목하에 논란이 일어나는건 시간이 지난뒤에 '도대체 그 논란을 통해 변화된게 무얼까'란 물음에 누구도 명퀘한 무언가를 제시하지 못할겁니다.

머리속에서 정리가 안되서 약간 중언부언 한거 같은데 요약하자면 '걸그룹 노출을 보는 시각은 다양할수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때때로 벌어지는 걸그룹 노출 논란은 허망하기만 하다. 왜냐하면 벗지 않은 그룹에게 벗었다는 주제로 논란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논란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글들은 걸그룹을 걱정해서나 그 논란을 통해 어떤 변화를 바라고 논란에 참여하는것이 아닌 그저 그 시각에 무슨일이든 참여하고 싶은데 마침 그 주제가 활활 타오르고 있으니 참여했을 뿐이기 때문에 더 허망하다' 입니다.
14/05/1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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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시 달아주신 댓글을 보니 유온님의 입장히 확실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
확실히 최근에 벌어지고 온라인의 노출 논란은 의미없는 소모성 논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생산적인 논쟁 방향으로 흘러가면 좋겠습니다만, 그런 모습이 찾기 힘들고 확실히 그에 대해서 염증을 느낄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모여재
14/05/05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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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배움이 부족해서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힘드네요. 고래로부터 '여성의 몸' 이 가지는 이미지는 끊임없이 변화해왔습니다만, 어떤 방식으로건 '여성의 몸'이 대상화되어 노출되어왔던 건 사실입니다. 적어도 서양에서 중세이후에는 말씀하신것처럼 '여성의 몸'이 아름다움의 기호로 사용되어왔습니다만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절에는 오하려 '남성의 몸'이 아름다움의 기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던걸까요? 이는 결국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른 대상에 대한 미학적 관점의 변화에 의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중세 이후 '남성' 은 몸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그림 뿐 아니라 다양한 그림에서 나타나는데 비해 '여성'은 대부분 누드화의 모델로만 나타나는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고대에는 '몸의 아름다움' 이나 '신체의 강건함' 이 더 우월함을 나타내는 지표였기에 여성에 비해 남성의 몸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품이 많았던 반면, 시대가 흐르면서 중세 이후에 '남성'은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사회의 주체임에 비해 '여성' 은 '몸의 아름다움'외에는 별 쓸모가 없는 존재라는 의식이 자리잡았던 거겠죠. 결국에는 어느 경우건 '남성' 이 우월한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었고 모습만 다른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결국에는 '여성의 몸'이 상품화, 대상화 되는 것은 '남성 위주의 권력'과 '뭐든지 상품화 할 수 있는 자본주의' 라는 두 가지 틀에 의해 조직되어있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위 부분들을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느냐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네요.
(통화하며 댓글을 쓰느라 댓글이 난잡하네요. 조만간 수정하겠습니다. naomi님의 글 늘 기대하고 있습니다.
14/05/06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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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로부터"(^^) 몸과 아름다움의 이야기를 하자면 댓글이 참 길어질 것 같습니다만, 최대한 간략하게 적어보고자 합니다.
제 입장부터 이야기하고 시작하자면, 몸과 아름다움이 결부된 역사가 참으로 복잡 미묘하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여러 젠더적 특성들을 보면서 살펴보면 그러합니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언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언어들이 상당히 미분화된 상태였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고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떠한 개념들은 상당히 혼란스럽게 사용되는데, 그 중에 하나가 아름다움(aesthetic)입니다. 이 개념은 다분히 복합적인데가 있습니다만, 감모여재님이 말씀하시는 미로 찬양받는 남성이라고 하시면 아마 이 아름다움(aesthetic)을 이야기함이 맞을겁니다. 이 미는 외형적으로 아름다운 것보다 가치적인 아름다움으로 제게는 느껴집니다. 아까도 이야기했다시피 미분화 된 개념이기 때문에 외형적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면서도 언급되기도 합니다만, 소크라테스의 향연과 같은 문헌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외형을 넘어선 정신적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이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동성애적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그들에게서 정신적 아름다움을 교류할 대상은 또 다른 인간인 남성들밖에 없었고, 궁극적으로 남성들 간에 성애적 관계도 이 아름다움(aesthetic)을 추구하기 위함이라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시대에 여성의 외형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는 다른 용어가 있었습니다. 이 것이 바로 미(beauty)라는 용어인데, 흥미롭게도 이 단어는 여성과 어린아이에게 사용할 때는 칭찬이지만, 성인 남성에게 사용될 경우 욕설로 받아들여졌다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젠더의 차이가 가치와 의미의 차이를 빚어내고 있다는 점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를 넘어 미의 기준과 형태는 변화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만, 이러한 젠더적 불균형 상태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지만 몇몇 역사가들은 고대, 중세, 그리고 르네상스가 그렇게까지 여성의 신체와 미가 엄격하게 결부되었으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부의 상류층 여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살기위해서 남성과 함께 노동해야했고, 그러한 여성들에게 미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으리라 보는거죠. 이러한 관점에서 흥미로운 점은 여성 인권의 최하점을 찍는 시기를 18세기 모더니티의 등장과 함께 본다는 점입니다. 감모여재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산업화라는 것을 통해 자본주의가 태동하게 되었고 이러한 가운데서 여성은 노동에서 소외되기 시작하고 미의 담지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하면서 그 어떤 시기보다도 많은 감시와 억압을 받았다고 보는 관점이 있습니다. 그 이전까지 극히 일부분의 상류층 여성을 제외하고는 중요하지 않았던 미의 담론이 18세기에 이르러 꽃피우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죠.
제가 보기에는 현재의 젠더 권력이 서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그 원형을 살펴보고 싶으면 18세기 서양의 담론을 살펴보는 것이 상당히 주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대의 담론은 여전히 상식이란 이름으로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고, 역사의 흐름에 의해 전 세계 대부분이 그 담론의 영향력 하에 놓여있지 않나 해서 말입니다. 감모여재님이 지적하신 "남성 위주의 권력"과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함께 융합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말이죠. 저도 쓰다보니 이야기가 다소 삼천포로 빠진 기분이 드는데, 모쪼록 아주 쓸모없지는 않기를 바라봅니다.
감모여재
14/05/06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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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잘 읽었습니다. 결국 글에서 언급된 방식의 노출을 통해 '여성의 대상화된 몸이 종속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하나의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그녀들이 단순히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남성들이 욕망하지 않는 노출을 한 여성'이 되거나 혹은 '이질적인 독특한 매력이 있는 여성' 이 되는 것에 그치게 될 것인지 상당히 흥미진진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14/05/1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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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논란이 여전히 반복되지만, 아직 이렇다 할 뾰족한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보시면 될듯합니다.
감모여재님이 기대하신다고 하면 정말 나름의 압박감이 생깁니다(;;;)
언제 또 글을 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것들 또 가져올 수 있게끔 노력해 보겠습니다.
달콤한삼류인생
14/05/05 23:01
수정 아이콘
가가 본인이나 아니면 뮤직비디오는 사람의 원초적 본능을 건드리는 뭔가가 있다고 느낍니다.
아프리카의 토속신앙의 춤이라던지 샤머니즘이나 한국으로 치면 무당이 삘 받았을 때의 느낌같은 인간의 무의식을 터치한다고나 할까?

뮤비 텔레폰에서 비욘세와 같이 나오는데 육덕미의 비욘세는 눈에도 안 들어 오더군요.
가가 본인의 몸짓이나 눈빛이 워낙 강력해서 빨려들 것 같은 착각이...
뭔가 가가교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 일종의 사이비 종교같은... 원시종교에서나 볼 법한 광기와 복종...

가가뮤비의 이질성은 이런 것을 감추기 위한 아니면 강조하기 위한 장치 같더군요.
개인적 견해지만 저와 같은 느낌을 받으신 분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
14/05/06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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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대한 문제는 레이디 가가 음악의 지속적인 모티프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저런 제의적인 안무도 어느 정도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바와 맞추어 준비하는 것이겠죠.
그에 대해 주저함이 없기 때문에 더욱 인기를 누리는게 아닌가 싶더군요 :)
동네형
14/05/06 15:09
수정 아이콘
음.. 정말 잘 봤습니다 덜덜덜
14/05/1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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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어주시는 덕택입니다. 감사합니다.
GreatEntrepreneur
14/05/07 00:24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봤습니다. 사진을 찍는 입장인데요, 모델촬영에서의 정체성이라던지, 노출의 목적이라던지, 컨셉의 방향을 잡고자 할때 상당히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이런쪽 인문학 배경지식은 미천한 상태라서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14/05/1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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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는 분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사진에 관련해서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작가들과 해석을 몇번 소개할 계획은 있습니다.
언제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모쪼록 도움이 되신다면 기쁘네요.
14/05/0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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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과 그렇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글에서 얻어갈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할게요.
14/05/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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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마님 감사합니다 :) 좋은 댓글을 받아 저도 모쪼록 다음번 글을 기회가 나면 빠르게 기획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14/06/22 06:05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혹시 마일리 사이러스도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안나오네요 흐흐
14/06/2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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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 사이러스도 재미있는 가수긴 하지만, 니키 미나즈나 레이디 가가 쪽이 저에게는 인상깊게 다가오다 보니 열외되었습니다. 하하
모쪼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라 안티포바
14/06/25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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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피지알에서 장문의 글을 읽었네요. 재밌습니다.
14/06/29 12:33
수정 아이콘
늦게 봤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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