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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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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21 01:38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통계자료의 인용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질문이 생깁니다. 기업들의 자산대비 부채비율이 높았다는 점. 즉 "투자만능주의"에 대한 광신적 맹신이 가장 큰 이유였다라는 분석이 꽤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군요. 만약 그 점이 문제였다면, 현재 금융상황에 대입해 가정해 보았을 때 또 다른 외환위기가 찾아올 가능성도 있지 않나요?
13/11/21 01:52
표와 그래프를 좀 줄여보려고 뺐지만 당시 우리나라가 과잉 설비투자 상태였던건 틀림없습니다.
한편으론 거시지표상 설비투자 비중이 유례없이 높았던 점, 그리고 지적하신 대로 레버리지 비율이 괴악했던 점(우리 기업들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 기업들에 비해서도 도가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외채의 증가 자체도 해외저축 유입에 기반한 투자자금 조달노력이었던 점 등이 근거가 되겠군요. 위에 재벌부실화라고 쓴 장의 서술은, 이러한 지표상 문제들의 다른 모습이랄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기업경영 부실화는 과잉투자의 결과물은 아니어도 유사한 리스크를 야기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아마 다른 충격요인이 등장했을때 그 부정적 효과를 증폭시키는 이차 요인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더 클것 같습니다. 최근 자주 회자되는 가계부채 문제도 아마 유사할 것이고요.
13/11/21 06:09
말씀하신대로 1996년 1997년은 YS 막바지 시기인데 YS 시기 자체가 경제 성장률이 그렇게 높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임기말에 좀 과하게 기업들에게 설비투자를 많이 주문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야 GDP 성장률이 많이 올라가니까요. 그래서 아마 1996년 GDP 성장률은 7% 가 넘었을겁니다. 그게 실제로 성장한게 아니라 쥐어 짠거죠. 97년이 제가 20살때라서 기억이 틀릴 수도 있긴 한데 여튼 그렇게 기억합니다.
13/11/21 02:27
좋은 글 감사합니다. 크루그만의 책을 읽다보면 한국의 IMF 에 대해서 한국의 잘못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일단 IMF 가 온 시점에서 그 피해가 더 커진 것은 확실히 기업 부실이 작용하긴 했겠습니다만....
13/11/21 03:05
결국에는 내인과 외인이 같이 작용을 했다고 보는게 맞을거 같습니다. 다만 방아쇠를 당긴 것은 외인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3/11/21 06:10
좋은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작성하는데 오래 걸리셨을 것 같은데 정성스럽게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에도 경제 관련해서 이런글 또 올려주시면 더욱 감사드리구요^^
13/11/21 06:26
결정적인 요인은 경제주체들의 기대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펀드의 펀 자도 모르는 사람들의 돈까지, 영혼까지 끌어모은 2008년의 코스피2000과 펀드 순유출이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지금 상황에서의 코스피2000은 같은 숫자이지만 전혀 다른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3/11/21 10:15
신입사원 때를 벗을무렵에 IMF가 터져서 몇가지 기억나는게 있는데
IMF 터지기전에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으로 알력싸움도 있어 금융권에 대한 통제가 엇갈린 부분도 있고, 종금사들이 해외단기부채로 조달하여 국내재벌기업에 투자하다가 부실화되기도 하고 다른 활로로 당시 잘나가던 동남아시아쪽으로 장기시설투자했다가 아시아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곧바로 국내금융위기를 촉발하는 촉매제역할도 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종금사 수도를 다녀었는데...매일 매일이 지뢰밭이었던 기억이 새록 새록 나네요..
13/11/21 11:27
a 앞에 OECD 가입 하기 위한 인위적인 원고현상을 넣고 싶네요. 원고가 아니었으면 많은 회사들이 버텼을 겁니다. 경상수지도 그렇게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고요.
13/11/21 13:01
그와 관련해서 흥미롭게 생각되는 부분은 90년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추이, 그리고 상대적인 경상수지 적자폭 변동입니다. ( 밑의 얘기는 한국 금융연구원의 통계를 참고했습니다. http://www.kif.re.kr/kif2/stat/stat_page2.aspx )
결론적으로 90년대 내내 한국은 원고 상태였는데, 그 정도는 90년대 초반이 훨씬 심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경상수지 적자 추이만을 놓고 보면 90년대 초반보다는 96년이 훨씬 더 심각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발견됩니다. 그렇다면 '원고->경상수지 적자'라는 인과관계가 존재하기는 하더라도, 그 결정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물며 원화가치 변동이 시장요인에 의한 것인지, 정부의 인위적 개입에 의한것인지를 나눠 후자의 비중만을 추린다면, 비중이 좀 더 줄어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환율과 경상수지는 인과관계가 일방적이지 않기도 하고, 때로는 인과관계 자체가 희박해져버리기도 하기 때문에, 실제 현실에서 둘 사이 관계를 추적하는 건 꽤 복잡한 작업이 됩니다.(대부분의 경제변수들 간 관계가 그렇긴 하지만.)
13/11/21 14:08
흥미로운 내용 잘 봤습니다.
한가지 설명이 안된게 국제자본은 왜 동아시아에서 막대한 자본유출이 일어났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네요. 왜 돈을 뺐을까? 외화유동성에 기인해 위기가 일어났다는 근거로 글이 쓰셨다면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빠진 돈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였을까요. 동아시아에서 돈이 빠져나간건 과정일뿐이고 그 일이 일어나게 된 계기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또 하나 재밌는건 한국이 비교적 짧은 시간내에 IMF 시기를 벗어났다는건 단기유동성만 확보했다면 처음부터 구제금융 받을 일도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애초에 기업의 펀더멘털이 그리 약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반증이기도 할겁니다.
13/11/21 15:24
찰스 킨들버거는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에서, 90년대 각국의 금융위기를 간단히 고찰하면서
일본&북유럽의 버블 붕괴 -> 이 지역에서 탈출한 자금의 동아시아 유입 -> 동아시아 금융위기 -> 동아시아에서 탈출한 자금의 미국 유입 -> 미국 IT 버블 이런 식으로 사태가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방향이 미국이었는지까지 확실하진 않아도, 당시 동아시아를 탈출한 자금은 미국이나 서유럽 자본시장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98년, 99년 사이에 일본,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 달리 흘러갈 만한 지역에선 다 위기가 번진데 비해, 제 1세계는 안정을 유지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13/11/21 15:28
그리고 미국과 유럽 경제가 안정을 유지한 것이 고환율 상황에서 수출 수요가 유지되는데 유리하게 작용했고, 한편으론 98년 시점에 국제 유가가 안정을 찾는 등 원자재 가격 면에서 부정적인 충격요인이 없었던 점이, 당시 한국이 IMF 위기를 조기 극복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는 유지되었기 때문에 이런 유리한 거시경제적 상황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이 글은 IMF가 들어와서 시행한 긴축조치의 타당성 문제, 그리고 실제 IMF 위기로부터 탈출되는 과정에 관해서는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사실 그러한 요인들까지 고려하면 '처음부터 구제금융 받을 일도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애초에 기업의 펀더멘털이 그리 약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반증' 이 되는게 맞죠. 사실 이건, 금융위기는 실물 부문의 움직임과 무관한 독자적인 메커니즘에 따라 발생한다는 함의를 내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13/11/21 15:32
그러나 애초에 금융 시장이 그런 독자성을 갖는 이유는?
탑픽 님이 '왜 동아시아에서 막대한 자본유출이 일어났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게 되었는지'라고 표현한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금융시장의 균형과 관련된 이론적인 문제와 연관됩니다.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선 본문보다도 더 긴 글이 필요할 것 같으니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이 문제와 매우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는 잡설로 댓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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