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3/02/12 19:41:59
Name Love.of.Tears.
Subject [기타] 박서의 주먹은 아직 날카로울까?
12라운드, 풀 라운드를 뛰며 체력이 빠질 때로 빠져버린 박서는, 그 박서의 주먹은 아직도 날카로울까?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양쪽 눈은 시퍼렇게 멍들어 시야는 뿌옇고 현실인지 꿈인지 짐작하지 못할 정도로 반 쯤 정신이 나가 있을 것이다. 난 누구이며, 또 여긴 어딘가?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해결할 수 없는 의문 때문에 미친놈처럼 자문한다. 솔직히 그래도 풀리지 않는다. 다만 현재 내게 걸쳐진 글러브와 팬츠 때문에 내가 권투선수임을 그제야 자각하게 될 것이다. 공이 울리고 시합은 재개됐지만 1초가 천년 같이 느껴진다. 그 때 남은 건 정신력뿐이다.





ⓒ데일리 e스포츠


내가 미치도록 응원한 박서 한 명이 있었다. 실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이 맞다. 그 박서의 닉네임은 ‘Slayer’(무법자)다. 그는 ‘풀라운드’를 링에서 뛰고도 지칠 줄 모른다. 그 근성 덕에 챔피언의 자리에도 많이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욕심이 가득했던 ‘배고픈’ 박서다.        


사람들은 ‘무법자 박서’에게 기대와 큰 함성을 많이 보내주었다. 때로는 슬럼프도 있었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에게는 나와 같은 팬들의 힘이 컸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지금 그는 링을 잠시 떠나 수습코치의 길을 걷고 있다. 어떠한 은퇴식도, 선수로서 이별의 말도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가 링에 당장 오르지 않는다면서 이제 그의 복귀전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제 그에 대한 향수는 버려야 한다고 한다. 한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내게 물었다.


후배 : 형님 아직도 무법자 박서 응원하세요?
나 : 응. 그럼! 나야! 늘 영원히 응원해야지~  
후배 : 역시 형님!
나 : 헤헤……



조금 더 시간이 흐르고 이내 내가 입을 다시 열었다.


나 : ‘무법자 형’이 공식 은퇴언급이 있기 전까진 믿어줘야지… 그게 팬의 모습이야. 설령 돌아오지 않더라도 그건 그 때 가서 수고했다고 어깨 두드려 주면 되고, 돌아오면 또 좋은 거고… 그런 거지 뭐
후배 : 저도 동감해요 형님



내 마음은 이렇다. 형의 행보가 이러면 좋고, 저러면 싫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좋고, 존경한다.


이제 내 이야기를 할까한다. 나도 형을 따라 권투가 좋고, 링이 좋아 이 길을 택했다. 그러나 난 형과는 달리 풋내기 박서다. 수상 경험도 전무하고 몇 년째 체육관에서 스파링만 뛰고 있다. 해서 사람들은 이제 그만 꿈을 접으라 한다. 그럴 때마다 난 생각한다. 어차피 복싱이란 정신력 싸움이다. 장기전을 가면 몽롱해지는 건 늙으나 젊으나 똑같다. 물론 나이에 따라서 회복력은 다르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2차적 문제다. 영화 속 록키가 인정받고, 또 타이슨이 인정받는 것은 한 시대를 풍미해서가 아닌 근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법자 형이 다시 시작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시작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의 주먹이 날카로울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날카롭고 아니하고를 떠나 도전은 소중하며, 무엇보다 난 그를 믿는다는 게 중요하다. 나 또한 늦게 시작하는 리스크는 얼마나 클지 알고 있다. 그러니 제발 빨리 쇼부 보고 다른 일 찾으란 말은 하지마라. 내 링네임 ‘티어스’ 그리고 그의 링네임 ‘슬레이어’ 이 둘의 인생 앞에 또 다른 박서 군단이 몰려오고 있다.    


Written by Love.of.Tears.  


* 信主님에 의해서 게임게시판으로 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3-02-23 05:21)
* 관리사유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FreeSpirit
13/02/12 19:53
수정 아이콘
군심에서 박서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박서라는 아이디가 boxer가 복싱을 하는 선수의 의미도 있지만,
말 장난을 조금 해서 고려시대에 수많은 몽고군을 물리치던 무신 박서장군의 모습처럼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 아직 죽지않은 박서의 칼날을 보고 싶네요!
마스터충달
13/02/12 20:32
수정 아이콘
감독 임요환도 저는 좋던데... 확실히 두뇌싸움은 잘할것 같...
군심이... 마이크로 컨트롤이 좀더 강화된 느낌이라 박서에게 유리할 듯 싶은데
멀티태스킹이랑 기본 손빠르기가 강화된 마이크로 컨트롤을 요구한다는게 ㅠ.ㅠ
Love.of.Tears.
13/02/12 20:49
수정 아이콘
감독 임요환... 저도 좋아요...
장어의심장
13/02/12 22:34
수정 아이콘
그냥 그저 묵묵히 응원하려합니다.

어딜가든 어떤걸 하든 응원하려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13/02/13 20:38
수정 아이콘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항상 응원합니다.
파이팅!!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140 [기타] 박서의 주먹은 아직 날카로울까? [5] Love.of.Tears.8927 13/02/12 8927
2139 [야구] 최초의 재일교포 타격왕 고원부 [16] 민머리요정8420 13/02/10 8420
2138 이제는 사랑이 장기이고 싶다 [40] 삭제됨15510 13/02/06 15510
2137 그 말만큼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63] runtofly10857 13/02/06 10857
2136 바른 생활 [30] 헥스밤9409 13/02/03 9409
2135 지고나서야 비로소 꽃인 줄을 알았다.-Fin [45] 영혼6907 13/02/08 6907
2134 지고나서야 비로소 꽃인 줄을 알았다.-7 [26] 영혼4883 13/02/07 4883
2133 지고나서야 비로소 꽃인 줄을 알았다.-6 [9] 영혼4437 13/02/07 4437
2132 지고나서야 비로소 꽃인 줄을 알았다.-5 [14] 영혼4646 13/02/03 4646
2131 지고나서야 비로소 꽃인 줄을 알았다.-4 [5] 영혼4669 13/02/01 4669
2130 지고나서야 비로소 꽃인 줄을 알았다.-3 [4] 영혼4645 13/01/25 4645
2129 지고나서야 비로소 꽃인 줄을 알았다.-2 [10] 영혼5211 13/01/24 5211
2128 지고나서야 비로소 꽃인 줄을 알았다.-1 [8] 영혼6759 13/01/23 6759
2127 여자친구에게 미안해를 남발하는 남자. [44] Love&Hate15858 13/02/01 15858
2126 [LOL] [BGM] Winter Season 12-13 통계 [10] 류시프4194 13/02/08 4194
2125 [요리잡담] 집에서 즐기는 술안주, 이건 어떠세요? [44] 다시한번말해봐7492 13/01/31 7492
2124 [스타2] [HIGHLIGHT] 2013 GSL S1 Ro.32 Group F Critcal Strike [4] 워크초짜3967 13/01/31 3967
2123 [스타2] [HIGHLIGHT] 2013 GSL S1 Ro.32 Group E Critcal Strike [4] 워크초짜3956 13/01/31 3956
2122 [스타2] [HIGHLIGHT] 2013 GSL S1 Ro.32 Group D Critcal Strike [6] 워크초짜4046 13/01/28 4046
2121 [스타2] [HIGHLIGHT] 2013 GSL S1 Ro.32 Group C Critcal Strike (수정추가) [8] 워크초짜4021 13/01/25 4021
2120 [스타2] [HIGHLIGHT영상] 2013 GSL S1 Ro.32 GroupB Critcal Strike [10] 워크초짜4264 13/01/24 4264
2119 [스타2] [HIGHLIGHT영상] 2013 GSL S1 Ro.32 GroupA Critcal Strike [16] 워크초짜4038 13/01/23 4038
2115 어떤 남자에게나 한 번의 기회는 온다. [56] Realise10921 13/01/30 1092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