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OECD 국가중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사실은 유명합니다.
심지어 OECD뿐 아니라 전세계 1위라는 WHO의 데이터도 있습니다. (통계가 없는 국가도 제법 있어 보입니다만)
http://ko.wikipedia.org/wiki/%EA%B5%AD%EA%B0%80%EB%B3%84_%EC%9E%90%EC%82%B4%EB%A5%A0_%EB%AA%A9%EB%A1%9D

그리고 흔히 이것을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는 것의 치열함"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통계로써 거론합니다.
초중고 기간동안 이루어지는 학벌 쟁취 경쟁, 그 이상이라는 취업 경쟁, ASKY들의 치열한 분투, 그걸 넘어도 결혼과 육아, 높은 집값과 물가 등등..
눈 감고도 줄줄이 논할 수 있을 것 같은 이러한 한국 사회의 각박한 경쟁이야 말로 자살의 이유가 아닐까요?



네, 아닙니다.

너무 단언했나요? 하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여기서 떠올릴 수 있는 짤은 아마도

이거겠죠.
필란드의 청소년 자살률은 한국보다 높습니다.

물론 저 데이터는 2007년이며, 추세상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은 성장세에 있는 반면 OECD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하락세에 있으므로, 단순비교는 금물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청소년은 OECD 국가의 청소년보다 훨씬 더 빈번히 자살한다"는 명백한 오류라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한국의 자살률이 생각보다 타국보다 높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알려진 4~50대 조차 OECD 평균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 도대체 2001년 14.1%에서 2010년 31.2%로 2배이상 자살률이 증가한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정답은 노년 자살입니다.
인구 10만명당 74세 이하 노인 자살률은 81.8명인데, 일본 17.9명, 미국 14.5명에 비해 5~6배 이상 많습니다.
75세 이상 자살률은 10만명당 16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대부분 남성입니다.
이는 10년 사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결과이며, 사실상 한국의 자살률 증가를 견인한 요소입니다.

자살률이 삶의 퀄리티 전부를 대변하지는 않습니다만, 생각보다 한국은 (노인이 아닌)젊은이가 살기에 그리 끔직한 국가가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을 만큼 고통 받는 계층이 한국에는 있습니다.
베이비 붐 세대가 노년으로 진입하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진정한 헬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국가는 물론 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