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여름.
「… 어둡고 어두운 태풍 속에서 한 척의 작은 배와 만났습니다. 그 배는 내 등을 밀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겐 저 빛이 보이지 않니?'
어둠 속에서도 결코 진로를 잃지 않는 그 신비한 배는 춤을 추듯이 커다란 파도를 넘어갔습니다. 바다에 거스르지 않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앞머리는 똑바로 앞을 향한 채……역풍이 불어도….」
- 오다 에이이치로,『One Piece』中
2004년 7월 18일.
SK Telecom T1이 창단 이후 잡은 첫 번째 기회는 이듬해 2004년의 여름, 광안리에서 벌어진 최초의 프로리그 결승이기도 한 2004 SKY 프로리그 1R 결승이었다.
그 무렵 제국은 한껏 그들의 악명을 드날리고 있었다. 1년 전의 신인왕 최연성은 MSL의 3연속 패자요, 소위 '관광' 플레이의 대가로 자타가 공인하는 최종 보스였다. 악랄한 견제 플레이에 능한 두 프로토스, 박용욱과 김성제 중 특히 박용욱은 이름난 프로브 견제와 집요하리만치 치밀한 운영 능력 덕에 '악마'라는 서브 네임으로 불렸다. 이창훈 또한 팀플 커맨더로 명성을 가졌고, 임요환은 이후 십년 가까이 회자될 그 삼연살을 얼마 남기지 않은 때였다. 더하여 임요환, 이윤열과 한데 논해졌던 - 그러나 항상 뭔가 모자르다 여겨지기는 했다 - 김현진도 이 군세에 이름을 올리는 중이었다.
이미 프로리그와 팀리그를 한 번씩 정복했으며 전체 팀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가 된 제국이지만, SKT란 스폰서를 얻은 이후로는 딱히 성과가 없었다. 그 때문에 이들은 조금씩 초조해지던 참이었고 마침내 찾아온 호기를 놓치지 않겠노라 별렸다.
헌데 공교롭게도 - 이번에 그들이 겨룰 상대는 다시 한빛 스타즈였다.
우연이라고 한다면 기묘했고, 운명이라고 한다면 가혹했다.
겨우 1년. 1년이었을 뿐인데 두 팀의 위치는 정 반대가 되어 있었다.
SKT란 스폰서를 등에 업고 당대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T1.
박정석과 변길섭이 이탈하고 박경락에 기량 저하에 시달리던 가운데 스폰서마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 한 빛.
조규남 감독 단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T1의 우세를 예측했다. 한빛 출신인 김동수 해설조차도 '단 한 가지 엔트리'가 성사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한빛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노라 공언했다.
결과가 뻔한 싸움이었다.
- 작년과 마찬가지로.
그럼에도, 무슨 이유에선가 사람들은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 작년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마침내 공개된 엔트리에서 - 이재균 감독은 김동수 해설이 말한 '단 하나, 한빛에 승산이 있는 엔트리'를 적중시켰다.
심상찮은 시작이었다.
박경락 : 박용욱 in 노스탤지어.
박경락/나도현 : 임요환/이창훈 in 버티고 플러스.
박영민 : 최연성 in 레퀴엠.
강도경/박영민 : 김성제/이창훈 in 헌트리스.
김선기 : 임요환 in 네오 기요틴.
강도경/조형근 : 김성제/이창훈 in 버티고 플러스.
나도현 : 김현진 in 제노스카이.
4경기가 끝난 시점에서 한빛은 다만 박경락만이 승리했을 뿐 나머지 세트를 모두 빼앗겨 3:1로 뒤지고 있었다. 그에 더하여 5경기 김선기 : 임요환은 어떻게 봐도 미스매치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따. 사실 이 시점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제국의 압승을 예측했다.
그러나 5경기는 예측이 뒤집혔다.
6경기에서는, 저그 - 저그 셀렉을 금지하는 팀플 규정 탓에 랜덤을 택하고 출전한 조형근에게 주종족 저그가 걸렸다. 이 날 2패만을 기록하고 있던 강도경은 마지막 순간 2저그를 이끌고 승부를 뒤집었다.
그 뒤 마지막 7경기. 저 명장 주훈 감독이 저지른 단 한 번, 최대의 실책인, '제노스카이 실언'-.
이 날 한빛 스타즈는 자정을 넘기는 혈투 끝에 4:3으로 SKT T1을 제압해냈다. 만인의 예측을 뒤엎은 쾌거였다.
- 작년과 마찬가지로.
2004 프로리그. 한빛 스타즈는 그랜드 파이널에서도 객관적 전력에서 한참 높은 평가를 받던 팬택 앤 큐리텔 큐리어스마저 꺾어내며 기적을 이룩한다. 반면 SKT T1은 투싼배 팀리그를 제패하는 것으로 이 해의 위업을 만족해야만 했다.
물론 이듬해, 제국은 그 본격적인 패도를 시작한다. 주훈 감독은 이때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SKT T1을 황금기에 올려놓게 된다. 한빛 스타즈가 이뤄낸 쾌거는 제국의 시대가 찾아오는 것을 결국 막지 못했다.
그렇게, 모든 걸 제국의 시대에 있었던 작은 해프닝으로 묻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고 말 것이다.
부진에 빠져 있던 박경락이 그 날만은 그렇게나 필사적으로 싸워 이겼던 이유도.
한빛 스타즈 모두가 이 날의 승리를 뇌종양으로 투병 중이던 박경락의 어머니께 바쳤다는 미담도.
이재균 감독이 끝끝내 눈물을 보이지 않아, 눈물을 흘리리란 쪽에 내기를 건 사람들을 꽤나 실망시켰다는 뒷이야기와, 그러나, 실은 단상 위에 오른 그의 눈가가 분명 젖어 있었다는 사실도 말이다.
뿐인가.
만일 제국이 시대의 승자가 아니었다면, 2003년 여름의 기억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이미 제국의 영광을 묘사하는데 필요치 않은 이야기들은 모두 잃어버렸다. 스타크래프트 13년사 최강의 팀을 이룩했던 제국의 기사들이 한 때는 막 서울에 상경해서는 피자를 보고 신기해하던 촌구석 풋내기였다는 사실이나, 오리온에 합류하려다 감독에 의해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까지 갔었다는 사실이나, 한 때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고 뒤늦게 돌아와 설 자리를 잃었었다는 사실 따위는, 그리고 그들이 하루하루 반찬거리를 걱정하고 모자란 유니폼을 돌려 입으며 고장난 차를 밀면서 낑낑대다가 일정에 늦곤 했다는 사실 따위는 전혀 중요치 않았다. 그들이 거두었던 첫 번째 우승 또한 2004년 한빛 스타리그의 우승이 그러했듯 그들 동료의 편찮은 어머니의 쾌유에 바쳐졌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패자(敗者)는 잊혀지고, 패자(覇者)는 윤색된다. 반딧불이들의 이야기는 햇빛에 가려져야 하는 운명이다.
- 그렇다면.
- 그래야만 하는 거라면.
나는 아직 빛나고 있는 무대를 바라보았다.
- 대관절 이 게임에는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본좌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 결승에는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나타나지 않을 5대 본좌와 끝나지 않을 4대 본좌의 사이, 어느 중견 저그와 중견 테란의 대결이 무엇을 남기겠는가. 무엇이 거인들의 이야기에 목마른 사가들의 구미를 당기게 만들 것이며, 그리하여 그들 게으른 우필이 무거운 몸뚱이를 일으키게 만들 것인가.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준영이 3경기에서 휘두른 칼은 멋지게 변형태와 맞섰다. 두 자루 칼끝이 흉흉한 기세를 더했고,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숨 막히는 긴장감도 관중들의 열기도 이 밤이 끝나는 순간 잊혀지고 말리라. 아니, 비단 이 대결만이 아니다. 이십년만 지나도, 프로게이머란 이름과 스타리그란 무대조차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 누가 장담하겠는가. 그리 생각하면 그토록 견고하고 웅대해 보이는 본좌론조차 좀 더 높은 하늘에서 본다면 볼품없는 흙장난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 아등바등한 기억의 전쟁도 그 때가 되면 가소로운 개미놀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마재윤이 웃는다.
이제야 알았냐는 듯, 한 것 비웃어온다. 메시아로 떠받들어진단 한 명의 본좌, 영원불멸한 신화의 주인이 웃는다. 가장 높은 곳에 일찌감치 받들어진 그였기에 그 하늘 위에서 아래를 굽어 살피는 동안 이미 오래전부터 이 모든 것들이 한없이 가소로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지금 여기, 이 시간들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마재윤이 다시 웃었다. 기억은 다시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어느샌가 나는 다시 그의 사막 위에 서 있다. 나는 자조했다. 20년 뒤를 거정하는 데에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지금 이 세계에서 본좌론조차 넘어서지 못할 것을. 마재윤의 사막조차 빠져나가지 못할 것을.
나는 잊혀질 무대를 향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준영도 변형태도, 이재균 감독도 조규남 감독도, 한빛도 GO도,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들의 전장에 아직 머무르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몇 년 전의 아련한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4년 전, 여름의 폭우 속에서 황제와 그의 기사들의 눈이 저랬었고, 3년 전, 자정을 향해 달려가는 여름 밤 한빛 스타즈의 눈들이 저랬다. 잊혀지고 왜곡될 무대에서 약속된 패배자로서 싸웠던 그들의 눈은 언제나 그와 같았다.
그리고 그 때마다 그들은 넘어섰다.
혹시, 이번에도 그럴까?
4경기, 몬티홀 (김준영 1 : 2 변형태)
「당신 눈앞에는 3개의 문이 있다. 이 문 중 하나는 최고급 세단이 있지만 나머지 2개의 문 뒤에는 말똥 무더기만 있다. 당신이 문 하나를 고르자, 사회자가 나머지 두 문 중 하나를 열어 그 안에 말똥이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자가 당신에게 선택을 바꿀 기회를 준다면, 당신은 선택을 바꿔야 하는가 바꾸지 말아야 하는가?」
- 미국의 오락 프로그램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지는, 몬티홀 퀴즈
- DAUM 스타리그 2007 S1 결승 변형태 VS 김준영 in 몬티홀.
김준영 11시, 변형태 5시.
두 개의 본진을 잇는 세 갈래의 길이 있고 세 길은 모두 미네랄 장벽으로 막혀 있다. 어떤 길을 선택하여 먼저 뚫을 것인가는 플레이어의 몫이다.
변형태는 고민하지 않고 위쪽의 길을 택했다. 그의 선택은 빠른 더블 커맨드였다. 어느 쪽 길을 선택하더라도 김준영의 본진에만 이를 수 있다면 상관이 없으리란 생각이었다.
변형태의 답은 세 가지 부분에서 낙제점이었다.
첫째. 테란이 유리한 전장이라 하여 공격의 고삐를 늦춘 것.
둘째,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것.
셋째, 가운뎃길이 아닌 위쪽 길을 택한 것.
김준영은 변형태가 그 세 가지 질문에서 모두 오답을 고르리란 쪽에 승부를 걸었다. 마이 웨이를 지켜온 광전사의 자존심이 그렇게 만들 것이란 쪽에 승부를 걸었다.
지금 김준영은 탄탄대로를 걷는 대인배가 아니라, 백척간두의 줄타기를 하는 도박사였다.
김준영은 전략은 노스포닝 3 해처리. 그것도 해처리 두 개를 모두 가스멀티에 가져가며, 심지어 마지막 해처리는 변형태의 가운뎃길 앞마당에 전진 건설하는 승부수. 일찍이「타짜」심소명이 고안해낸 전진 해처리.
변형태가 가운데 미네랄 장벽 저편, 스멀스멀 밀려오는 크립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늦은 뒤였다.
도박사 심소명이나 생각할법한 수.
몬티홀의 전진 해처리 전략은 그리 말할 밖에는 없다. 테란은 건물 띄우기가 가능한 종족이며, 그렇기에 미네랄 장벽을 돌파할 '꼼수'를 가장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종족이다. 몬티홀에서 테란이 보여 온 우세는 그 위협적인 꼼수와 묵직한 멀티 위주 플레이, 두 객의 극단으로 상대에게 이지선다를 강요하며 얻어낸 성과다.
한편 심소명의 전진 해처리는 2/3 확률로 더블을 택한 테란을 물먹일 수 있지만, 그 외의 경우라면 되려 자신이 당하고 만다. 그야말로 도박인 것이다.
하지만 승산 없는 도박판에 뛰어드는 타짜가 있던가? 심소명이 이런 카드를 빼든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테란들의 나태를 주시하고 있었다. 테란들은 변수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양산형식 셈법에 다시 기울어지는 중이었고 위험부담을 지는 건물 날리기 / 비비기 / 넘기기류 전략에서 조금씩 손을 떼고 있었다. 심소명은 그런 테란들의 속내를 읽고 이 도박에 임한 것이다.
김준영 역시 심소명과 같은 것을 보았기에 같은 선택을 했을 터다.
같은 것을 보았으니까. 나태와 타성에 젖은 테란들을, 그들과 같은 변형태를.
적어도 지금, 변형태는 양산형 테란들과 동일선에 놓여지고 파악 당했다. 그것은 변형태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변형태는 노호했다. 김준영을 향해, 자기 스스로를 향해.
김준영은 두려운 속도로 테크트리를 밟아나갔다. 다시 한 번 뮤탈들을 통해 변형태의 본진을 교란하면서, 자신의 본진에서는 그레이터 스파이어를 올렸다.
저그가 가진 몇 가지의 피니싱 무브 중에서도 그 빈도가 가장 드물다는 '꿈의 조합', 가디언-히드라임에 틀림없었다. 가스가 풍족하다 못해 넘쳐흐르지 않는 이상에야 불가능한 조합이지만, 지금 김준영에게는 그 정도의 여력이 있다.
중반이 되자, 김준영의 전진 해처리를 보호하는 장벽이었다가 어느샌가 변형태의 본진을 보호하는 성벽이 된, 가운뎃길의 미네랄 장벽이 무너져 내렸다.
땅으로 히드라가, 하늘로 가디언이 덮쳐들어왔다. 십 년 가까운 스타리그 역사 동안, 이와 같은 적을 마주한 테란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 어떤 테란이라도 전의를 잃어버릴법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변형태는 반격을 시작했다.
마치 시가전을 벌이듯, 배럭 사이 사이에 터렛과 벙커를 건설하고 바이오닉 병력들이 숨죽인 채 도사렸다. 급히 추가된 수 기의 레이쓰는 아슬아슬한 곡예 비행을 반복했다. 테란 기지 전부가 요새화되어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설령 그 어떤 테란이라도 전의를 잃을 상황이라도 해도, 변형태Iris는 '어떤 테란'이어서는 안 된다.
가디언이 산 덩어리를 토해내기 시작하자 변형태의 바이오닉은 스팀팩 특유의 사운드와 함께 그 산의 비 아래로 달려나갔다. 레이쓰는 당에서 빗발치는 튀어 올라오는 히드라들의 공격을 피해내면서 꾸준히 가디언들의 몸뚱이에 미사일을 때려 넣었다. 그 분전은, 탱크 한 기 베슬 한 기 없는 테란 병력이 가디언-히드라를 회군시키는 믿지 못할 결과를 낳았다. 변형태의 집념이었다.
그럼에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전장임에는 명백했다. 변형태의 거센 반격은 더욱 폭압적인 김준영의 진압으로 이어졌다. 김준영은 저그 전 기지를 나이더스 커널로 변형태의 앞마당에 연결시킨 뒤 그를 통해 디파일러를 추가시켰고, 부대 단위의 러커를 동시에 변태시키며 관객들의 함성을 유도했다. 다크 스웜이 테란 기지에 퍼지며 바이오닉을 질식시켰다. 하늘에는 다시 가디언들이 공세를 시작했다. 그렇게 본진의 건물들이 반 이상 터져나간 뒤에야 - 변형태는 비로소 GG를 선언했다.
김준영은 차갑게 식은 눈으로 화면 속을 쏘아보았다.
변형태는 치밀어오르는 화를 가까스로 억누른 듯 보였다.
변형태 VS 김준영, 2:2.
2007년, 여름.
「… 그리고 손을 들어 가리켰습니다.
'봐라, 빛이 있었다.'
… 역사는 결국 이것을 '환상'이었다 말하겠지만, 제겐 그것만이 진실.
그리고-.」
- 오다 에이이치로,『One Piece』中
1:0
2:0
2:1
2:2
또다시 왔다.
그들이, 다시 왔다.
스타리그 결승.
리버스 스윕의 직전.
이 앞으로는 아무도 발 디딘 바 없다. 2005년, 마법의 가을, 제국의 주인만이 한 번 이 앞으로 나아갔으나 그 역시 결국 견뎌내지 못하고 돌아왔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 앞으로 갈 건가?
한빛의 숙적인 황제와 그의 기사들이 그랬듯이? 한빛 스타즈, 마지막까지 몰락한 명가를 지켜냈던 선배들이 그랬듯이?
그래, 그들은 넘어섰었다. 관객들의 호언은 헛바람이 되었고 전문가들의 예측들은 휴지조각이 되었다.
그러나 결국,「제국의 시대」라는 이름 아래 그들 기억은 풍화되지 않았던가. 폭우와 밤의 어둠 속으로 두려움 없이 뛰어들던 그들의 영맹한 뒷모습을 기억하는 이가 몇이나 되던가.
이 앞으로 나아간다 해도, 그리하여 그 미답의 땅에 당신들의 작은 발자국을 남긴다 해도, 본좌론의 삭풍이 불어 닥쳐 마모시키고 말 것이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열사가 모든 걸 덮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그 모든 것들이 그래왔지 않은가. 그렇게 마재윤의 신화와 사막의 거상들만이 지금껏 남아왔지 않은가.
그런데도,
그런데도 이 앞으로 갈 건가?
* 信主님에 의해서 게임게시판으로 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3-01-1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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