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은 지구를 제외한 태양계 내의 일곱 행성들 가운데 우리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아온 행성입니다. 화성이 이처럼 우리의 주목을 받게 된 데에는 몇몇 천문학자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붉은 수수밭...아니, 붉은 행성...
그 가운데 한 명은 조반니 스키아파렐리(1835 – 1910)라고 하는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였습니다. 그는 천체 망원경으로 화성을 관찰하면서 자신의 눈에 보이는 지형들을 “바다”나 “대륙”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묘사했습니다. 그는 특히 화성에 연필로 그린 것 같은 선형의 구조들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하였고 이것을 “canali”라고 불렀는데 이탈리아어로는 “수로”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영어의 “canals(운하)”로 잘못 번역이 되면서 마치 화성에 인공적인 운하가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었습니다. 화성에 인공적인 운하가 있다면 당연히 그것을 건설한 생명체도 있다는 식의 논리가 성립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반니 스키아파렐리
이렇게 화성에 운하가 건설되어 있다는 믿음을 전파하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 다른 한 사람은 바로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발 로웰이었습니다. 그는 미국의 애리조나에 로웰 천문대를 건립했는데 바로 이 로웰 천문대에서 나중에 클라이드 톰보우가 명왕성이 발견되게 되지요.
사진 포즈 좀 잡을 줄 아는 퍼시발 형님...
이 사람은 우리나라하고도 인연이 좀 있습니다. 그는 젊었을 때 극동 지방을 유람하였는데요 그가 일본에 머무르고 있었던 1883년 5월에 그는 조선에서 파견된 미국 수호통상사절단을 만나게 됩니다. 주일미국공사의 요청으로 그는 조선 사절단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미국에서 그는 아홉 명의 조미통상사절단들을 보좌하여 국서 번역, 보좌 업무, 통역 업무 등을 맡아 하게 됩니다. 조미통상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했다가 조선으로 돌아온 홍영식이 고종에게 로웰의 노고를 보고하였고 고종은 그를 조선으로 초청하게 되지요.
고종의 초청으로 조선을 방문하게 된 로웰은 약 3개월 간 조선에 머무르면서 조선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전반에 관한 내용들을 백과사전 식으로 정리하여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이라는 책을 출판하게 됩니다. 한국의 별명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바로 이렇게 로웰로 인해서 생겨나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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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조선과 관련해서는 좋은 기억은 안겨준 그였지만 천문학에 있어서는 상황이 좀 달랐습니다. 1894년에 미국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테프(Flagstaff)에 천문 관측소를 설치한 후 그는 화성을 집중적으로 연구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이미 이탈리아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의 화성 운하 이론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15년간 화성을 관찰하면서 그는 화성에 대한 상세한 스케치들을 만들었으며 본인이 관찰한 내용들을 세 권의 책(Mars (1895), Mars and Its Canals(1906), Mars As the Abode of Life(1908))으로 묶어서 출판하게 됩니다. 로웰의 이 세 저서는 화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하는 믿음을 대중적으로 전파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로웰의 화성 스케치 가운데 하나...
화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혹은 있을 지도 모른다)라는 대중의 믿음은 소설이나 영화로도 많이 표출이 되곤 했는데요 가장 유명한 소설이라면 역시 H. G. Wells의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 (1898))일 것입니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해서 1953년에 동명의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2005년에는 스필버그 감독이 톰 크루즈와 다코타 페닝을 데리고 같은 소재의 영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구인 이 시벌넘들아...너네 자꾸 우리 별로 뭐 보낼래?...
이제 화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믿음은 과학적인 관점에서는 완전히 배척이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중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영향력을 잃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진짜 화성은 어떠한 모습일까요?
화성, 너의 속살을 보여줘...
우선 화성의 이름부터 시작해보죠. 화성의 영어 이름 Mars는 로마 신화에서는 전쟁의 신을 가리킵니다. 아무래도 망원경으로 관찰했을 때 왠지 모르게 음울한 분위기의 붉은 색 행성은 우리 인간들에게는 뭔가 불길한 징조를 느끼게 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화성을 촬영한 사진들을 보면 화성이 붉그스레 한 색을 띠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는데요 화성이 이러한 색깔을 가지게 된 것은 화성 표면에 산화 철(iron oxide) 성분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좀 거칠게 말하자면 화성 표면이 녹이 많이 슬어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철이 산소를 만나면 붉게 변하게 되는데 화성의 암석이나 토양에 있는 철 성분이 산화되면서 붉게 변하게 되었고 이것이 전체적으로 화성을 붉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지요.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화성은 태양으로부터 네 번째 궤도를 돌고 있는 행성입니다. 태양으로부터는 약 229,940,000km 떨어져 있지요. 화성의 지름은 6,794km입니다. 태양계에서는 수성 다음으로 작은 행성이지요. 화성에서의 하루는 24시간 37분 22초이니까 자전 주기는 지구보다 약간 느린 정도이고요 공전 주기는 687일입니다. 지구 시간으로 보자면 거의 2년에 한 번 태양 주위를 도는 셈이지요. 화성의 평균 온도는 섭씨 -55도, 최저 온도는 겨울철 극지방에서 약 섭씨 -133도, 최고 온도는 여름철 대낮에 약 27도(!)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여름철 대낮의 화성의 온도는 약간 더울 정도로군요. 왠지 화성에서 살 수 있을 것도 같지 않습니까?
지구와 화성의 크기 비교...
화성은 포보스와 데이모스라고 하는 두 개의 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위성은 모두 원형이 아니라 소행성과 비슷한 불규칙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데 그래서 소행성이 화성 근처를 지나다가 화성의 중력에 붙들린 것이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데이모스(왼쪽)와 포보스
"아 놔 진짜...내가 이쪽으로 오지 말자고 했지...느낌이 안좋다고..."
비록 화성이 작은 행성입니다만 지구의 그랜드 캐니언이나 에베레스트산이 초라하게 여겨질 만한 장관을 뽐내고 있기도 합니다. 우선 적도를 따라서 동쪽에서부터 뻗어있는 Valles Marineris라는 지각이 갈라져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화성 사진에서 바로 눈에 띄는 부분이지요. 길이는 약 4,000km정도이고 폭은 약 600km, 깊이는 7km 정도 입니다. 그랜드 캐니언의 평균 길이는 450km, 폭은 약 29km, 평균 깊이는 약 1.6km라고 하니까 한 번 머릿속으로 두 지형을 비교해 보십시오.
Valles Marineris (상상도)
화성의 남반구 Hellas Basin에는 지름이 2,300km나 되는 크레이터도 있습니다. 이 크레이터의 깊이는 9km가 넘습니다.
Hellas Basin에 있는 크레이터...
화성의 지형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북반구와 남반구의 차이가 아주 크다는 건데요 북반구는 비교적 평평한 지역이고 남반구보다 평균적으로 약 6km정도 낮은 반면 남반구는 울퉁불퉁한 고원지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화성 관광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장관은 바로 올림푸스 산(Olympus Mons)입니다. 높이가 무려 26km로서 에베레스트산을 옆에다 갖다 놓으면 에베레스트산 정상이 올림푸스 산의 3분의 1정도 되는 지점에 도달할 것입니다. 올림푸스산은 태양계의 행성들에 있는 산 중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합니다. 전체 넓이는 한반도 정도라고 하니 평지에서는 그 규모를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하네요.
애리조나주와 올림푸스산의 넓이 비교...
지표면에서 바라본 올림푸스 산 (상상도)
올림푸스 산을 보셨다면 올림푸스 산 옆의 Tharsis Dome도 보셔야겠지요. 이 것 역시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지형인데 높이는 약 10km 폭은 약 4000km나 되는 거대한 돌출된 지형입니다. 이렇듯 화성에는 행성 규모와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규모의 지형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과거에는 분명히 화성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알려주는 지형이 바로 화성의 북반구에 주로 나타나는 거대한 수로들이지요. 이러한 화성의 수로 형 지형들로 보았을 때 과학자들은 적어도 과거에 화성의 북반구에는 바다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남쪽의 서로 교차하는 네트워크 형태의 고지대 지형 역시 물로 인해서 형성된 것이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분명히 화성에는 과거에 물이 흘렀을 것으로 짐작되는 지형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물이 화성에서 사라진 지도 꽤나 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지형들은 적어도 38억년 전에 형성된 것들이거든요. 화성 생성의 아주 초기에(화성과 지구는 같은 시기에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화성의 대기와 물은 화성에서 자취를 감춘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재 화성의 대기는 아주 희박해서 화성 지표면의 대기압은 지구 표면 대기압의 약 100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화성의 물과 대기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요? 지금 과학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화성을 관찰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화성 탐사선 오펴튜니티의 그림자...
우리가 이렇게 화성의 물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물이 있다면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도 다 풍부한 물이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에 떨어진 화성에서 온 운석들을 연구해 봤을 때 화성에 생명체가 있었을 가능성은 매우 높으며 그것도 아주 최근까지도 생명체가 존재했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합니다.
화성에서 날아온 운석들...
물론 모든 과학자들이 이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릇 과학자들이란 인간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만장일치’라는 단어는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지요). 한 때 지구에 떨어진 화성의 운석에서 유기체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적도 있었지만 과학자들은 그것이 진짜 화성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지구에서 오염된 것인지 정확히 알 지 못하고 있습니다.
화성은 비교적 많은 관심과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행성입니다. 그 동안 많은 탐사선들이 화성을 방문했고 지금도 화성 표면에서 열심히 샘플을 채취하고 분석하고 있지요. 분명한 것은 화성에는 우리들처럼 진화된 고등 생물(?)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화성에 생물이 있었다고 (혹은 지금 있다고)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원시적인 형태의 생명체일 것입니다.
적어도 이런 모습은 아닐 거라는...
이제 결론을 내릴 시간이로군요. 결국 우리는 항상 같은 결론으로 되돌아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행성은 바로 지금 우리가 발을 디디고 살고 있는 지구이고 태양계 내의 어떤 행성이나 위성도 지구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하는 점이지요. 화성이 비교적 가능성 있는 후보 군처럼 보였지만 실상 화성도 생명체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은 환경이고 한때 원시적인 생명체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은 이미 죽어버린 붉은 행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말입니다.
등가 교환은 불가하다는...
여러분, 지구가 바로 현아고 박보영입니다. 괜히 금성이나 화성으로 눈을 돌려봐야 그곳에 있는 것은 아오이 소라나 하타노 유이일 뿐입니다. 뭐 그쪽이 더 좋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입니다…
멀리서 찾지 마세요...가까이에 있어요...
P.S. 이것으로 태양계 얘기는 그만 마칠까 합니다. 원래 그냥 글만 퍼오던 것이 일이 커져버려서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 대해서 이렇게 잡글을 막 쓰게 되었네요...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점점 더 정줄을 놓는 것 같습니다...
이쯤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시기언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별 영양가 없는 글 좋게 봐주시고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11-27 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