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의 8개의 행성들 가운데 수성만큼 우리들의 관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도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들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행성은 지구의 바로 바깥 궤도를 돌고 있는 화성이겠지요. 예로부터 사람들은 화성에는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고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한다는 류의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들도 많이 만들어져 왔습니다. 오죽하면 한 케이블 TV 채널의 프로그램 명이 ‘화성인 바이러스’이겠습니까? 또 남성과 여성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다루어서 큰 히트를 쳤던 존 그레이의 저서 이름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이지요. 이와는 다르게 그 어디에서도 수성의 존재감은 좀처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피지알 회원님들한테도 ‘화성인’이라는 단어는 별 다른 이질감 없이 다가오지만 ‘수성인’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낯설게 느껴지실 겁니다.
이렇듯 수성이 우리에게 별 다른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명이 가능할 수도 있는데요 우선 이 행성은 지구에서는 관측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밤 하늘에서는 아주 이른 새벽이나 저녁 때에만 잠깐 나타나고 그나마도 태양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관측이 쉽지 않지요. 그리고 1970년대에 매리너 10호가 최초로 수성 주위를 돌면서 찍어 보낸 사진들은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만한 요소가 별로 없었습니다. 우선은 무채색의 단조로운 수성의 색깔과 이미 달 탐사에서 충분히 보았던 크레이터들은 별 달리 새로울 것이 없었지요.
매리너 10호가 촬영한 수성의 모습...
반면 1970년대 말과 80년대 초에 보이저 1, 2호가 지구로 전송한 사진들 속의 목성이나 토성의 화려한 모습은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목성의 거대한 대적점이나 토성의 화려한 고리에 비해서 별다른 특징을 찾아볼 수 없는 수성의 거무티티한 모습은 왜 수성이 사람들에게 별 다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 못 했는지 부분적인 설명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이저호가 찍은 목성의 대적반
보이저 1호가 촬영한 토성
그래도 여기저기 잘 알아보면 수성도 나름 재미있는 구석들이 있습니다. 그럼 오늘은 한 번 수성을 살펴볼까요?
일단 이름부터 알아보죠. 수성의 영어 이름은 머큐리(Mercury)입니다. 머큐리는 로마 신화에서는 제우스의 전령이자 죽은 자를 지하 세계의 왕인 하데스에게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이지요. 수성이 이러한 이름을 얻게 된 데에는 날개가 달린 모자와 신을 신고 날아다니는 신들의 사자 머큐리처럼 움직임이 빠르고 관측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로마 신화속의 머큐리
수성이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이라는 것은 다들 아실 텐데요 수성은 태양에서 약 4천3백만 마일(약 7천만 km) 떨어져 있습니다. 태양에 가깝게 있기 때문에 낮에는 태양열에 의해서 행성이 이글이글 탈 정도가 되는데 가장 뜨거울 때는 온도가 화씨 800도, 섭씨로는 430도까지 치솟지만 밤이 되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서 회씨 -280도, 섭씨로는 -170도까지 기온이 내려가니까 말 그대로 열탕과 냉탕을 오가는 셈이지요.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행성,,,밤이 오면 얼음처럼 차가워지는 행성...그런 반전있는 행성...
수성의 반경은 약 2,439.7km로 지구의 위성인 달보다 약간 큰 정도이고 전체 8개의 행성들 가운데서도 가장 작습니다. 수성의 공전 속도는 형제들 가운데 가장 빨라서 초속 50km 정도인데 88일이면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돌지요. 재미있게도 자전 속도는 아주 느려서 지구의 시간을 적용하면 175.97일에 한 번 자전을 하게 됩니다. 즉, 수성에서의 하루는 지구에서의 175.97일에 해당하지요. 이런 불균형적인 공전과 자선 속도로 인해서 수성은 두 번 공전하는 동안 세 번 자전하게 됩니다. 지구는 한 번 공전하는 동안 365번 자전하는 셈이니 수성에 비하면 완전 팽이나 마찬가지지요. 만약 우리가 수성에서 살고 있는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xx야, 반갑다야. 우리 일주일 있다가 볼까?”그러면 1231.79일 있다가 보겠다는 얘깁니다. 니 놈 꼴 보기 싫다는 거지요.
다양한 크기의 수성의 크레이터들...
수성의 밀도는 약 5.427g/cm3으로서 태양계 내에서 두 번째로 밀도가 높은 행성입니다 (첫 번째는 누구일까요? ^^). 중심에는 철로 이루어진 핵이 존재하는데 수성 반경의 약 75%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성에도 약한 자기장이 있지만 지구 자기장 세기의 약 1% 정도로 미약한 편이고 중력 역시 약해서 만약 지구에서 75kg인 사람이 수성에 가게 되면 몸무게가 약 28kg가 될 것입니다. 다이어트 하기 싫으신 분은 수성으로 가세요…^^
수성 초승달...
수성의 대기는 주로 나트륨, 헬륨, 수소, 네온의 엷은 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아주 희박합니다. 수성의 중력은 약하기 때문에 수성에 충분한 대기를 붙잡아 둘 수가 없습니다. 또한 수성의 지표는 수 많은 크레이터들로 덮여 있습니다. 대기가 아주 희박해서 지구의 대기처럼 보호막 기능을 전혀 해주지 못하기에 유성이나 혜성들이 그대로 와서 부딪히게 되면서 수많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마치 지구의 위성인 달의 지형과 아주 흡사하지요. 비교적 평평한 분지 형태의 지형도 있지만 수성 생성 초기에 뜨거웠던 행성이 식으면서 지각이 수축하면서 생긴 높이 솟아오른 지형도 있어서 생각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지형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는 수성의 크레이터들...
수성은 금성과 함께 알려진 위성이 없는 행성이기도 합니다. 안 그래도 알아주는 이 적어서 슬픈 행성인데 함께 고독을 나눌 친구조차도 없는 철저한 외톨이가 바로 수성입니다.
이렇게 대충 수성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화성이나 금성, 목성, 토성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행성들 가운데 태양의 가장 앞쪽에서 온갖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성에 대해서도 조금의 관심을 나누어 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수성의 지평선...
꾸미면 나름 괜찮은 수성...
외로운 그대의 이름은......수성 이여라...
수성, 너 임마…힘내!!!
PS. 뽀나스 사진 하나...
위의 수성 사진들은 맨 위의 매리너 10호가 찍은 사진 말고는 모두 메신저호가 찍은 사진들입니다. 메신저호는 수성 탐사를 위해 NASA에서 2004년 8월에 발사한 탐사선입니다. 지금 수성 궤도를 돌면서 열심히 수성에 대한 관찰과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데요 그 메신저호가 수성에서 카메라 각도를 돌려서 지구와 달을 촬영한 사진이 있습니다...둘이 참 다정하지요?...우주에서 바라보면 지구 역시 하나의 점일 뿐입니다...종교 갈등이니 전쟁이니 분쟁이니 주체사상이니 하는 것들...참 덧 없지 않습니까?...^^
뽀나스 사진 둘...
지구에서 바라 본 수성과 금성...사진 오른 쪽 아래 나무 바로 위쪽에 보이는 것이 수성...왼쪽 위로 더 크고 밝게 보이는 것이 금성입니다...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11-27 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