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12/10/22 23:25:41 |
Name |
이명박 |
Subject |
똥을 싸며 |
지금은 10월 22일 오전 10시 45분
글을 다 쓰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해서 시간을 기록해놓았다.
살짝만 긴 글을 쓰기에도 천지인은 너무 벅차다. 그래서 쿼티로바꿨다. 조금 불퍈해 형이가르쳐준 반추키보드란걸 깔았다.
처음에 이건 개이름인가 이름이 병맛이네 라고 생각했지만
나름 괜찮은 어플이다. 자판의 크기를 조절할수있다는게 아주 만족스럽다
오늘도 똥을 싸고있다. 어묵에 김치찜에 멸치 콩나물국, 야채샐러드가 나왔는데 확실히 애 입맛인 내입맛엔 별로다
돈까스가 먹고싶다.
신교대에서 콩나물이 너무많이 나와서 쌀때마다 줄기가 발견돼서 짱난다는 친구의 얘기가 떠오른다.
말은 안했지만 나도 그랬다.
강원도에서 콩나물농사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나 보다했는데 아직 그건 모르겠다.
똥싸면서 무언가를 한다는건 매우 좋은 습관인 듯하다. 하지만 너무 오래 집중하면 말라붙는듯한 느낌이 들어 별로다. 이제 비데자리에 앉아야겠다.
애니팡의 등장이후로 화장실대기 시간이 길어졌다. 여기서 팡 저기서 팡. 진짜 급한 사람들을 위해 판 수를 정해서 화장실 벽에 써붙였으면 좋겠지만 이제 드래곤 플라이트때문에 그것도 무의미해질것같다. 모두 알고있을테지만 그 겜은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실력에 의해 변기퇴장시간이 정해진다. 큰일이다.
그렇다고 변기에서 글쓰는 나도 모범적인 대변인이라고 보기는 힘들겠다. 난 줄 수를 정해놓든가 시간을 정해놓는가 해야지.
저번 글을 쓰면서 가족이 글을 읽자마자 나라는 것을 눈치챌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마미는 내아들같은 놈이 또있었구나...아들도 진상손님때문에 고생이 많겠네 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셨고 형은 제목만보고 왠 똥같은 글이다있어 하고 내용대충 보고 넘어갔다. 정치에 전혀 관심도없고 지식도없는 나라는 놈의 닉네임도 한 몫 한듯 싶다.
그 똥같은 글을 싸지른게 사실 나란 사실을 밝히자 마미가 칭찬을 했고 브라덜은 웃으며 똥같은 글을싸지른게 너였냐며 다시한번 글을 읽었다.
똥같은글에 추천이 열개에 육박했고
댓글이 달렸고 개 중에 매화란 댓글이있었다. 그게 임금님 응가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됐고 국어와 교육이 전공인 나를 매우 부끄럽게 만들었지만 또 하나의 배움을 해서 감사했다. 아 고마웠다. 처음 백화점에서 교육받을때 감사보다 고맙이 더 높은 표현이라고 가르쳐 처음 알았고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큰 곳에서 가르쳐주니까 설마 구라겠어 생각하며 받아들였다.
그나저나 앞으로 매화꽃을 볼 때마다 똥이 먼저 생각 날 것 같다.
저번에 와 정말 이까짓 폰따위로 길게도 썼다. 라고 생각했는데 집가서 17인치 모니터로 접속 후 한 페이지에 글 전문이 뜨는 것을 확인했다
정말 개처럼 써서 정승처럼 읽었다.
아침부터 비가왔다. 비가오면 만진머리가 빨리 풀리기때문에 그냥 안만졌다. 근데 생각보다 비가안왔고 커튼같은 앞머리로 손님들을 맞이하고있다.
지금까지 쓰면서 네번 정도는 화장실에 온 것 같다. 몇 번 안 남았다.
이십이일 오전에 혼자 있는데 외국인 손님한분이 오셨다. 체구는 짱큰데 머리는 작은, 전형적인 핸드섬가이였다.알던 영어도 다 떠오르지 않고. 비가와 선선한 날이었는데도 식은땀으로 내 유니폼은 서서히 젖어들어갔고. 우여곡절 끝에 기억속 변방에있는 영단어들까지 다 끄집어 내서 의사소통을 했다.
그런데 그 핸드섬가이는 시간이없다며 한치수 큰 신발을 구매했고 서둘러 떠나는 그 핸드섬가이의 등에대고 나는 연신 유 아소핸섬 핸섬을 부르짖으며 흐르는 땀을 닦았다. 동대문에서 일 할때 서툴지만 기본이탄탄한 일본어로 왜 손님들을 상대해 매니저님의 이쁨을 많이 받았었는데
왜 손님들이 많이 안와 서운하다.
가끔 친구랑 음식점이나 카페같은 곳 가면 일본인인척하고 시덥잖은 일본어를 구사할때가 있다. 내가 제대로안보면 일본인삘도 좀 나서 가끔 통하는데, 그럴때마다 당황한 기색의 알바들을 보면 미안한데 재밌다. 간간히 이랏샤이마세라며 우물쭈물 받아주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메리카노 두잔 아이스로 주세요 샷 추가해서요. 라고 말하면 처음내가 들어왔을때보다 더 놀란다.
핸섬가이를 쩌는 땀으로 환송하고
앞으로 그런 장난은 치지말아야 겠다고 다짐은 했는데 얼마나 갈지는 잘 모르겠다.
옆에있는 휴지를 보니 생각난게있다.
저번주인가 생일이었는데 고등학교를 수원에서 졸업해 친구들이 수원에있어 일끝나고 바로 수원을 내려가 소소한 생일파티를 했다. 파티를 하는 곳 바로옆에 편의점이 있었고 번인텐스를 천원에 두개나주었다.
빨간 번인텐스를 이슬에 타서 칵테일처럼 마시다보니 번인텐스가 16캔을 넘었다.
다음날 올라오는데 배가너무아팠다.
번인텐스때문인지 매운닭때문인지
결국 수원역에서 거사를 치르기로 다짐했고 부리나케 변기로 뛰어들어갔다.
일단싸고 나서야 정신이들었는데 수원역화장실은 세면대옆에 휴지가 비치돼있어서 미리 끊고 들어와야한다는 사실도 자연스레 깨달았다.
순간 노바디 뮤비의 박진영처럼 당황했고 명석한 두뇌로 여라가지 수를 짜냈다. 옆칸 바닥에 그림자가 비쳐 두두리고 휴지보유여부를 물었지만 차가운 아저씨가 없어요 라고했다.
그럼 아저씨는 뭘로닦는데요 라고 물어보고싶었지만 참았다.
그리고 가방속 기름종이를 떠올렸지만 너무 얇고 작아 위험부담이 컸다.
전 날 신고 가방에 넣어둔 양말도 있었지만 두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하나는 위생이고 하나는 내가 이깟 똥을 위해 양말을 희생할만큼 대인배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대안하나하나가 사라져갈수록 똥줄이 탔고 뇌가 이상행동을했다. 형에게 카톡으로 휴지없이 똥싸다가 갇혔다고 보냈지만 형은 뭔개소리냐며 무시했다.
십분 앉아있었나 무심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변기에 착석한지 십오분만에 처음으로 휴지통을 발견했다. 차있는..
유레카
언제어디서나 당황하지않고 정신만 똑바로차리면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인다는 것과 휴지없는 가방은 무용지물이란걸 깨달았다.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수 있다.
똥을 싸며..
습작도 퇴고도 없이 생각나는대로 똥싸듯 글을 갈기면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일찍 글을 끝낼 수 있는 것같다.
대신 창작의 고통이 좀 크다. 정신적 말고 물리적으로....
이번엔 17인치 모니터를 스크롤해야 전문을 다 읽을 수 있겠지
오늘도 시간이 빨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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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11-0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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