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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2/08/13 14:41:53
Name
Subject 오락실의 그녀 上
안녕하세요 팬입니다.

유게에 Neo 님이 올리신 530번 '의지' 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보고 떠오르는 추억이 있어

점심시간 남은 동안 후다닥 써봤습니다. 긴 글도 아닌데 눈치보며 짬짬히 정리하는것도  은근히 시간이 좀 걸리네요.

하편은 이따 집에서 마저 쓰고 올릴게요~

편의상 경어는 생략하오니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00% 실화의 감동 이야기!!

오락실의 그녀 上  by PGR ID 팬



온라인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게임 상에서 남녀가 눈이 맞아 실제 연애나 결혼까지 골인한 꿈과 같은

혹은 전설같은 이야기를 종종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여 온라인 게임 상엔 이성에게 잘보이기위한 수많은

시도들, 이를테면 기름칠한듯 과장된 매너를 선보이거나 골드와 아이템을 퍼주거나 버스를 태워주거나 하는 등의

눈물어린 노력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행해지고 있다. 우스개 소리로, 와우하는 남자의 이상형은 와우하는 여자라고 하지 않는가.

나는, 저런 전설같은 이야기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온라인 게임이 아닌 오락실에서 있었지만.


2002년, 월드컵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열기가 아직 남아있는 늦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과 공부에 전혀 흥미가 없는 대학생이던 당시의 나는 소위 말하는 '오락실 죽돌이' 였다.

2002 월드컵 당시, 한국의 시합때 전 국민이 TV앞이나 거리에 모여있을때에도 난 오락실에 있었다.

한국vs이탈리아 전때도 마찬가지였다. 평소보다 한산했던 오락실의 사람들이 죄다 실내 TV앞에

모여앉아 응원하고 있을때도 난 오락기 버튼을 두들기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이야아아아!!! 하는 굉음이

오락실을 덮쳤고 순간 놀란 나는 잘 넣던 콤보를 삑사리내고 말았다. 엄청 짜증나서 일어나보니 설기현이 종료직전에

동점골을 넣었더라. 오락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더이상 게임이 힘들거라 생각하여 자리에서 나와 TV를 보는

무리에 합류하였다. 게임을 하다가 나와 그냥 땅에 내다버린 100원이 몹시 아쉬웠지만, 그 100원은 얼마 안있어

엄청난 보상으로 돌아왔다. 그 날 밤 집에 가다 지나친 신촌 거리는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였고 그 와중에

쓰레기통을 가게 앞으로 걷어차 가게 주인과 리얼철권을 할뻔한 철없던 어떤 젊은이가 생각난다.

여튼, 나는 그정도로 오락실을 좋아했다.


내가 하던 게임은 '건버드'와 '킹오파', '길티기어'였다.  내가 주력으로 밀던 게임은 '길티기어'라는 2D 격투게임이고,

킹오파는 길티기어하다가 지루하거나 사람이 너무 많으면 하는 정도였고 건버드는 슈팅게임으로 동체시력과 순발력 훈련을 위해 하는

게임이었다..

길티기어는 당시에 매니아 게임이었으나 나중에 킹오파 2003이 대차게 망하고 2D 격투게임 열기가 거의 죽다시피했을때

길티기어의 후속작들은 크게 히트하여 한때는 철권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유저가 오락실에서 하던 격투게임이었다.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캐릭터가 예쁘고 그래픽이 미려하여 여성 유저가 꽤 있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소위 말하는 '동인녀'들이었는데 동인활동만 하는게 아니라 직접 오락실에 나와 게임을 하는 비중이 당시

어떤 게임보다 많았다. 그리고 그 중엔, 그녀도 있었다...



나의 활동 구역은 홍대, 동교동, 신촌의 오락실 3군데였다(현재 그 오락실들은 다 망하고 동교동만 남아

축소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홍대의 오락실에서 만났다. 만났다.. 라기 보다는 나는 컴퓨터를 상대로 콤보연습으르 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무심코 와서 코인을 넣고 이었다. 여기까지는 뭐 늘 있는 일이고 눈을 마주친것도 아니니 굳이 '만났다'라고 하긴 좀 모자란 듯하다.

편의상 그녀를 '솔녀'라고 부르겠다. 솔녀의 '솔'은 길티기어의 주인공 캐릭터로, 그녀의 플레이 캐릭터였고

직접 만든듯한 솔의 팬시도 가방에 늘 달고 다녔다. 보통 대전게임은 기계가 서로 등을 마주대고 서있어 플레이어가

서로의 얼굴을 보는 일은 드물지만, 홍대 오락실의 길티기어는 옆으로 나란히 붙어있어 상대방이 뻔히 보였다.

솔녀가 처음 게임을 잇고 슬쩍 봤을땐 야구모자를 쓴 채 무표정하게 게임 화면을 보고 있었다. 옆모습만 볼 수 있었지만 첫 인상은

그냥 무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몹시 오글거리지만 당시의 나는 스스로도 길티기어를 꽤 잘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니는 3군에 오락실 모두 내가

지는 일이 거의 없었으니까.(나중에 이러한 자만은 몇 달 후 길티기어 카페 정모에 처음 나갔을때 무참히 박살난다) 그런데다 상대가 여자라니.


오락실이든 온라인 게임이든 대전게임에서 실력이 떨어지는 상대에 대처하는 플레이어 유형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평소대로 플레이하며 무참하게 깔아 뭉개는 유형과, 적당히 합을 맞춰주는 유형. 나는 남성 플레이어에 대해선 전자고,

여성 플레이어에 대해선 후자였다. 남성 플레이어와 할땐 그저 지고 싶지 않은 마음 밖에 없었고 여성 플레이어와 할땐 내가 너무 무참히

박살내면 게임을 접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지금 생각하면 진짜 허세다 허세 아이고 오글오글).

솔녀와 붙게 되었을때 역시 적당히 합을 맞춰주며 할 생각이었다. 물론 마지막에 이기는 건 내가 될테지만, 한 4-5판 계속 하게 되면

한판 정도는 져줄 생각도 있었다. 난 매너남이니까.


여튼 솔녀와 대전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솔, 나는 잼(맨손으로 싸우는 중국 무술 여캐) 이었다. 캐릭터 상성 상 솔이 크게 우세하지만

그것도 실력 차이가 어느 정도 이하였을때 얘기지, 나는 내 의도대로 게임을 리드할 자신이 있었다.

캐릭터 셀렉트 후 대전이 시작하기 전까지 머리 속으로...

'개전하자마자 백스텝으로 거리를 벌린 후 눈치 보다가 장풍 쓰는 타이밍 보고 달려가서 일부러

  맞아주고 낙법 안쳐서 다운되고 일어날때 공격 깔아두는 거 가드나 리버설하지 않고 적당히 맞아주고 피 3분의 1까이면

  국콤 한번 넣어줘서 얼추 피 맞춘 다음 접근전에서 한박자 늦게 큰 공격 써서 카운터로 두어대 맞아주고..'

..따위의 대전 시뮬레이션을 나름 세운 뒤 대전에 들어갔다.  


그 후, 대전을 끝마친 나는

" ..............?!?!?!?!?!?!?!?!?!?! "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8-2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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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성
12/08/13 14:46
수정 아이콘
저도 국딩때 이런 후기가 있었는데 용호의권2...9판째이기고 10판째 딱이기니 중딩형이와서 때리고 가더군요

그뒤론 겜하면 적당히 한다는...그때 옆으로가 아닌 반대쪽에 있었음...
바늴라마카롱
12/08/13 14:47
수정 아이콘
빨리 다음편 써주세요 현기증 날려 한단말이에요...크크
12/08/13 14:51
수정 아이콘
현기증 나요... 빨리 올려주세요
12/08/13 14:54
수정 아이콘
다음편 빨리 써주세요!
XellOsisM
12/08/13 14:54
수정 아이콘
브리짓에 속아서 시작하고... 바이켄을 거쳐 에디를 파다가 요즘으로 치면 손이 잭스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그만둔 길티기어군요.
카페에서 고수들 동영상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말이죠.
정줄 놓은 캐릭터들이 많아서 정말 좋아했는데 ㅠㅠ

남자라면 브리짓!
12/08/13 15:40
수정 아이콘
그렇지않습니다. 동인녀라면 브리짓이죠!
들唎냐?
12/08/13 14:55
수정 아이콘
저도 중딩때 kof98을 고딩 형들 상태로 8판 이기고 나니까 형들이 슬그머니 저한테 다가오는게 무서워 오락실 주인 아주머니가 계시는 쪽방으로 도망친 기억이 있네요..
내 옆에 있던 친구는 철권3를 19연승하고 있었는데...나만 가지고 그래ㅠ
외쳐 하!흥!허!
12/08/13 15:00
수정 아이콘
좁은 격게 바닥인데 피지알에 이런 글이.. 기대됩니다.

아마도 그 여자분이 볼카닉 로망 캔슬 이후 D 루프로 테야테야 놀이 하셨늘 듯?
자유수호애국연대
12/08/13 17:43
수정 아이콘
세상에 7년만에 들어보는 단어네요 D루프 테야테야
ミルク
12/08/13 15:21
수정 아이콘
아,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동네 오락실에서 가장 큰 모니터를 달고 센터를 차지하고 있던 철권 TT에서 중-고등학교 형들 상대로 24연승을 한 적이 있습니다. 10연승 넘어가니까 슬슬 형들 입에서 욕이 나오기 시작하고, 무서워져서 결국 져줬어요. ㅠㅠ
그리고 저 멀리 있는 메탈슬러그 깔짝하다가, 나중에 형들이 게임이 다 끝나고 나가길래 다시 게임기 앞으로 가서 제 24연승 기록에 대한 이니셜을 남기고 나왔습니다. 크크크
웃긴 건 중간에 그 형들 중 한명의 여자친구도 코인 넣고 이어서 되는대로 스틱과 버튼을 난사했는데 제가 첫세트 패배했었네요.
Darwin4078
12/08/13 15:21
수정 아이콘
10여년전 철권태그 할때 오락실에서 진,헤이아치 하던 여자중수 만난적 있었어요.
웬만한 국민콤보 다 넣고 이지선다심리전에 대시초풍까지 할줄 알던 중수. 덜덜덜..

이풍제풍이라고 초풍류는 초풍류로 상대하려다 그래도 여자인데..라고 생각해서
오우거형제로 졸라 치사하게 이기고, (여러분께서 생각하시는 그 더러운 플레이 맞습니다. -_-)
미셸, 줄리아 짠물플레이로 역시 치사하게 이겼습니다.

그러자, 그 여자중수분이 화난 목소리로 '이상한거 골라서 그러지 말고 진 골라요.' 하시네요.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똑같이 진, 헤이아치 골라서 했습니다.
평정심을 잃어서인지 이지선다에 너무 잘 걸리시더군요. ;;

평범한 국민이지선다로 이기고 겜 정리하고 나오니까 정수기 앞에서 물마시면서 화를 삭이고 계시더군요.
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자판기에서 사이다 하나 뽑아서 드렸습니다.
한번 확 째려보더니 낚아채듯 캔을 들고 가버리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째려보는 눈빛이 분위기가 크리스탈과 좀 비슷했던것도 같습니다.
12/08/13 15:22
수정 아이콘
지금의 남편하고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녹두 오락실에서 철권TT로 남편 바른 기억이 솔솔 나네요.
하편 써주세요 크크
박진호
12/08/13 15:36
수정 아이콘
해피엔딩이면 굳이 하편 안쓰셔도 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결말을 내주세요.
12/08/13 15:43
수정 아이콘
박진호님 화이팅!
제가 달려던 댓글을.. 크크크
12/08/13 17:36
수정 아이콘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크크크크크
12/08/13 15:54
수정 아이콘
벌써부터 현기증 날 것 같아요...
켈로그김
12/08/13 15:57
수정 아이콘
저도 한창 KOF할때(99,00 시리즈 한창때), 울산 바닥에서 유명했던 나름 미인이었던 누님을 초 얍삽이로 발라주던 적이 있습니다.
거기가 울대 정문 횡단보도 바로 앞에 있던 오락실이었던걸로..
그러자 그 오락실에 있던 남정네들이 모두 덤벼드는데... 14연승인가 하고 유유히 빠져나갔지요.

문제는.. 그 누님이 사귀던 남자친구가 제 고등학교 2년 선배이자, 같은 과 복학생 선배라.. 알듯 모를듯한 갈굼이..;;
12/08/13 16:05
수정 아이콘
저의 오락실 최고의 경험은

대학1학년 때 오락실에서 Kof을 연승올리던 도중
유도복 입은 중학생에게 의자로 헤드샷 맞을뻔했습니다.(치사하다나...?)
순간 엄청 쫄아서 어버버 상태였다가....


그놈 나갈때까지 기다렸다가 친구들과 3:1로 때려주고 왔던 기억이.
어린 친구 그때는 미안했네 ...
12/08/13 16:21
수정 아이콘
kof2001이 동네오락실에 막 생겼을때...
마침 TV에서 kof2001한일 대항전을 하던 때라 그걸 보고,
김갑환 초필살기 콤보, 이진주 기본국콤으로 참 재미나게 했었지요.

물론 일주일 후에 린과 폭시를 쓰는 사람들이 나타나는데...
hm5117340
12/08/13 17:19
수정 아이콘
악플달 준비도 추천줄 준비도 되어있습니다.
제가 제발 악플달지 않게 해주세요.
왼손잡이
12/08/13 17:20
수정 아이콘
흐흐흐 안양 스타트랙오락실에서 길티기어 젝스로 30연승 해봤습니다.
저는 치프 유저였네요. 안양일번가엔 고수들이 없어서 양학하고 놀았는데
평촌 학원가에서 왠 치프유저에게 한방콤보 맞고 어안이 벙벙했던 일이 떠오르네요.

누가 길티기어를 한다. 그런데 커플이다. 그런데 남자가 솔을한다! 이러면 그대로 포테킨으로 이어서
총 대전시간 5초만에 두판 다 이겨서 게임 오버 시켜주는 재미가 있었죠.
12/08/13 17:36
수정 아이콘
이렇게 된이상 배드엔딩으로간다!
자유수호애국연대
12/08/13 17:44
수정 아이콘
....
아 왠지 보람찬 하루다ㅠㅠ
12/08/13 17:55
수정 아이콘
해피엔딩으로 저희를 배반하지 않을꺼라 믿습니다.....
12/08/13 18:10
수정 아이콘
해피엔딩이라면 이쯤에서 그만하시죠!
아 근데 현기증 나도록 궁금한데 해피엔딩이라면 그만두세요가 아니라 계속하세요가 아니라
아 이거참 그냥 계속 달콤하게 진행됐다가 반전이 있는 이야기였으면 참 좋겠다
12/08/13 18:44
수정 아이콘
모든 피지알러의 뜻을 모아 원하는 엔딩이 나오길 바랍니다.
블루팅
12/08/13 20:10
수정 아이콘
하편 언제 나오나요..?
오락실 대전겜에 잘하는 여자분(치마입고 긴 생머리에 얼굴도 이쁘장한)이 하고 있었는데 반대편에 남자들이 엄청 몰려있던게 기억나서..
더 재밌게 읽었습니다..크크...
Vantastic
12/08/13 20:57
수정 아이콘
오락실 세군데 다 어딘지 알겠네요. 저도 열심히 다녔던 곳이고, 다 나름대로 추억이 있던곳이라..

신촌의 오락실에선 드럼매니아와 파라파라댄스를 하다가 제 첫사랑..은 아니지만 하여튼, 그런 인연을 만났던 곳이고,
동교동의 오락실은 예전 여자친구 집 바로 앞에 있는곳이라 오다가다 자주 들렀던 곳이고,
홍대의 오락실은.. 버파4에 한참 빠져있을때 고수들 구경하며 감탄하러 자주 갔던 곳이고...

신촌/홍대는 이제 없어졌고 동교동은.. 사실 그 앞을 지날 일이 더 없어서 어떻게 된지도 모르겠네요.
간만에 추억돋는 글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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