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1/12/09 04:22:06
Name Love&Hate
Subject 이해.
여기 한 커플이 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으며 남자는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가득 담은 고백을 했다. 많은 커플들이 그렇듯 여자 역시 그 남자와 사랑에 빠졌지만 그 남자의 마음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그 증표를 원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남자에게 이렇게 요구했다.
"날 진정 사랑한다면 날 이해해줘요."
그는 그녀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당신을 누구보다 이해하도록 노력하지."




그때부터 얼마간의 달콤한 로맨스를 지나 기나긴 이해의 레이스는 시작되었다. 그녀는 조금씩 그에게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는 놀랄만큼 그녀의 그런 부분을 쉽게 이해하고 감싸주었다. 처음 몇번은 그녀도 고마움을 느꼈지만, 뻔히 예상가능하듯 그녀의 행동은 점점 이기적이게 되어갔다. 상대에게 이해를 요구했을 뿐이었다. 상대가 뭘해도 이해를 해주니 사실은 점점 노력할 필요가 없게되었다. 비슷한 일이 몇번의 반복된 후에 꽤나 많은것을 이해해줬던 그는 그녀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소리쳤다.
"날 이해해주지 않다니, 당신은 진정 날 사랑하지 않는것이었어요."
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그런 그녀에게 나직히 이야기했다.
"아니 난 지금도 당신을 이해해. 다만 내가 이해한 당신은 도저히 내가 사랑할수 없는 존재였을 뿐이야."






내 막역한 친구는 약속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친구였다. 하다못해 오랜 친구인 나를 만날때도 시간약속을 철저히 지켰다. 십년간 알아왔음에도 늦은 일은 다섯번이 채 되지 않는다. 예전에 한번 그가 늦던 날 나는 그가 늦길래 이 친구가 늦었으니 당연히 그에게 굉장히 큰일이 생겼으리라 생각하고 걱정했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길래 전화를 받지 못할 정도로 사고가 났나 라고 생각했고 시간이 지나서 연락이 닿았을때.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 나가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했을때 약속을 중요시하는 그가 약속을 바람맞출만큼 얼마나 큰 일이 있었길래 심리적으로 문제가 생겼을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나의 답변은 괜찮아 였다. 여담이지만 아직도 정확하게 그에게 무슨 일이 있어서 기분이 다운되었는지 이유는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그를 이해하는데 그 이유는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람은 이해받길 원한다. 연애도 어떻게 보면 서로를 이해해줄 동반자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위의 이야기에서는 이해가 나오지만 둘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처음 이야기의 여자는 이해를 받기를 원했고 뒷 이야기의 친구는 날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당연히 노력없이 비용없이 이해를 받는것만큼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느낌을 주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전자가 수고로움도 적고 이해받을때의 기쁨조차 크기에 전자를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공짜가 그렇듯  비용의 면제는 높은 확률로 부작용을 수반한다. 일방적인 이해는 희생을 강요하고 그것은 필히 관계에 문제를 만든다.






"페이를 하지 않았다면 언젠가 당신이 원치않는 방법으로 페이를 하게된다."
보통의 연인들이 뜻하지 않는 이별로 페이하듯이. 이해는 받는게 아니다. 이해하도록 만드는거지.








* Noam Chomsky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2-13 09:21)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사티레브
11/12/09 04:27
수정 아이콘
나 사랑해? 그럼 희생해
나 아직도 사랑해? 그럼 더 희생해
.
.
.
.
이 ""다만 내가 이해한 당신은 도저히 내가 사랑할수 없는 존재였을 뿐이야"" 구절에 많은 생각하고 갑니다
글 감사합니다
11/12/09 04:28
수정 아이콘
선 리플 후 정독~ 잘 읽겠습니다~~ [m]
11/12/09 04:33
수정 아이콘
와 잘 읽었습니다.
11/12/09 04:45
수정 아이콘
정말 잘 읽었습니다.

"다만 내가 이해한 당신은 도저히 내가 사랑할수 없는 존재였을 뿐이야." 생각이 많아지네요.
병아리
11/12/09 05:05
수정 아이콘
당연히 노력없이 비용없이 이해를 받는것만큼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느낌을 주는 일은 드물다. 이것은 어쩌면 부모님이 자식에게 주는 내리 사랑의 형태같아요. 무조건적 사랑. 피가 섞이지 않고서 이게 가능하려면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들이 있어저야 한답니까?
11/12/09 08:5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R U Happy ?
11/12/09 09:45
수정 아이콘
진작에 알았으면 좋았으련만...
저글링아빠
11/12/10 03:54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m]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662 인종의 지능 차이 [91] TimeLord8751 11/12/11 8751
1661 마초가 사는 하루 [19] 삭제됨8238 11/12/11 8238
1660 남극점 경주 - 아문센, 스콧과 섀클턴(1) [18] epic6470 11/12/11 6470
1659 신라 vs 백제 - (1) 혼란스러운 아침 [12] 눈시BBver.24800 11/12/10 4800
1658 이해. [9] Love&Hate6543 11/12/09 6543
1657 차별은 어디에서 유래할까. [24] 구밀복검5562 11/12/09 5562
1656 키보드 배틀 필승 전략 [57] snoopy7613 11/12/08 7613
1655 퇴근 시간에 전화 한 통이 뭐 그리 어렵다고. [52] 삭제됨10153 11/12/08 10153
1654 두 개의 장례식 없는 죽음을 맞이하며. [5] 헥스밤6572 11/12/08 6572
1653 커피믹스를 원두커피로 바꿔보자. [15] epic6763 11/12/08 6763
1652 뿌리깊은나무와 정치외교학 [33] 사티레브5463 11/12/08 5463
1651 중복과 피드백 그리고 봇 [63] 김치찌개5102 11/12/08 5102
1650 커피메뉴 가이드라인 [87] nickyo9660 11/12/07 9660
1649 Scars into Stars [15] 삭제됨5234 11/12/06 5234
1648 [해외축구] 첼시에게 불어닥친 대격변의 돌풍…과연 그 결과는? [38] 클로로 루실루플6682 11/12/06 6682
1647 오늘 프로리그를 보면서 드는 여러 생각들 [36] noknow9276 11/11/26 9276
1646 이공계의 길을 가려는 후배님들에게..11 미국 대학원 지원시 팁. [25] OrBef8037 11/12/05 8037
1645 윤관의 여진 정벌, 그리고 척준경 - (3) 9성 완성, 그리고 반환 [10] 눈시BBver.26228 11/12/04 6228
1644 교차로 '불'완전 정복 - 2 : 회전교차로 [10] Lilliput4604 11/12/03 4604
1643 나는 차였다. [24] 리신OP7189 11/12/02 7189
1642 올해 레지던트 지원율 - 우리나라 의료계의 문제 - [98] Timeless7481 11/12/02 7481
1641 개인 미디어의 시대 [15] 몽키.D.루피5253 11/12/01 5253
1640 근대사를 다루지 못 하는 이유 (추가 끝) [100] 눈시BBver.26656 11/11/30 665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