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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0/09/19 23:38:40
Name Kivol
Subject (10)스타2의 롱런 가능성 - 밸런싱을 중심으로
안녕하세요, 조승연입니다. 이 아이디로는 PGR에 첫 글이네요.
항상 다들 아는 얘기 해왔던 저입니다만... 스타2 정식출시에 부쳐.
사실 스1팬을 위한 글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타1의 롱런

13년이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이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곰씹어보는 나이가 되었고, 당시 태어난 이는 이제 중학교의 문을 두드릴 때가 되었고, 당시 대학생이던 이는 이제 일, 사랑에 있어서 자리를 잡는 나이가 되었다. 그 시간이 되도록 한국인들은 스타크래프트를 해 왔다. 무한맵에서, 헌터에서, 로템에서, 루나에서, 파이썬에서 사람들은 어느 신god의 과장된 레토릭이 아닌, 문자 그대로의 수천 수만 수억 게임을 만들어 낸(그러면서 스타의 모든 것을 이해한) 것이다.

그와 함께 게임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러커조이기가, 더블넥서스와 더블커맨드가, FD가, 뮤탈뭉치기가, 3해처리 플레이가, 2해처리 플레이가, 커세어리버 플레이가, 한방러시가, 저그의 심시티가, 그리고 또 다른 여러가지 것들이 발명되었다. 잠깐, '발명되었다'라는 표현이 과연 맞다고 할 수 있을까? 원래부터 게임 안에 주어져 있던 것들을 '발견'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없던 것을 무無로부터 창조해냈다는 의미로 발명이라 부르는 것은 일견 오만해 보인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겠다.

스타1의 긴 역사가 내려오는 동안 프로게이머들은, 수많은 이전에 보지 못하던 플레이들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 것을 발명이라고 볼 것인지 발견이라고 볼 것인지는 단순한 말장난만의 문제는 아니다. 게임의 디자인, 더 구체적으로는 밸런싱에 있어서 블리자드의 (그리고 스타1의 경우는 맵제작자의) 방향성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로 두어야 하는지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나는 "스타1이 꽤 괜찮은 밸런스를 가지고 있던 게임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저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이영호가 사기꾼이라서일 수도 있겠고, 점심식사 후 회사 동료와 한 만원빵 스타에서 상대방의 다크에 썰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차이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밸런싱 - 공시적, 통시적 관점

밸런스라는 것이 어떠한 숫자로 거대한 석판에 써 있고,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변하지 않는 수치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패치들이 그 석판에 써 있는 숫자를 다른 숫자로 고쳐 나가는 작업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불행히도 게임이라는 것은 너무 복잡해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밸런스는 0차원의 상수가 아닌 좀 더 고차원적인 객체였기 때문이다.

회사 동료와의 만원빵 스타를 생각해 보자. 올해로 서른 다섯이신 과장님께서는 4드론을 막지 못하신다. 아무리 8배럭을 해도, 정상적인 심시티를 해도 먼저 저글링이 뛰어나와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과장님의 머리속에는 '테란은 저그를 이길 수가 없다'는 생각이 인셉션 되고, 부하직원을 회의에서 갈구는 방식으로 복수를 시행한다. 즉 공시적으로 보는 밸런스에도 계층적 차이가 존재한다. '테란대 저그의 밸런스는 55:45이다'가 아닌, '중수 사이에서의 테란대 저그의 밸런스는 55:45이다'라는 사실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게임 내의 수치상으로 전혀 바뀐 것이 없는 코카콜라배 스타리그와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2를 생각해 보자. 말할 필요도 없이, 당시에 테란이 저그상대로 어느 정도로 유리했는지의 정도는 지금의 그것과 크게 다르다. 즉 밸런스는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 그렇다면 왜 이런 통시적인 차이가 생긴 것일까?

사실 이렇게 질문을 하면 많은 사람들은 비슷한 대답을 한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새로운 전략과 기술이 발견(발명)되었기 때문에 밸런스가 변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 시간의 폭이 좁아지는 순간, 사람들은 다른 대답을 하기 시작한다. '저번 시즌에는 저그가 괜찮았는데 왜 요즘은 죽을 쑬까요?'라는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을 하는 것이다 '테란맵이라서'.

여기서 앞에서 말한 발견과 발명의 관점 차이가 드러나게 된다. 테란맵이 애초에 테란맵이 된 원인은 무엇인가? 테란맵을 테란맵으로 만든 전략은 발견의 관점에서는 이미 맵에 내재된 것이다.하지만 발명의 관점에서 보자면 게이머들이 밸런스를 바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둘은 어떻게 구분될 수 있는가?

명확한 구분은 힘들지만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는 있을 것이다. 오컴의 면도날. 동시대의 전체적인 특정 종족의 승률보다 특정 맵에서의 그 종족의 승률이 유의미하게 낮았다면 그것은 맵에 내재되어 있던 어떠한 유리함이 발견된다고 보고, 그렇지 않고 모든 맵에서 전체적으로 승률이 낮아져버렸다면 전체적인 패러다임이 발명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특정 종족이 모든 맵에서 승률이 낮은 것을 '협회와 방송사와 맵제작자가 의기투합하여 특정 종족을 죽이려는 음모를 가지고 있다'라고 해석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해석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므로(게다가 여러 차례 논파된 바도 있으므로) 그렇게 해석하는 것보다는 위와 같은 가이드라인을 적용해서 논의를 전개해 나가자는 것이다.

비슷한 원리로 한 게임 내에서의 발견과 발명의 차이도 구분해낼 수가 있을 것이다. 어떠한 유닛, 혹은 플레이가 나왔을 때 그 것이 게임 내에서 애초에 의도되어 있었다는 느낌이 강하면 발견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발명에 가까운 것이다. 스타1의 관점에서 보면, 드랍쉽이나 디파일러의 재발견같은 경우에는 발견의 속성이 강하고 뮤짤이나 메카닉은 발명의 속성이 강한 것이다.

결국 그러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스타1의 긴 역사를 바라보게 되면, 밸런스 쉬프트의 원인이 발견인지 발명인지는 꽤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스타2의 롱런가능성, 밸런스가 맞아질 가능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점쳐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힐러의 테란, 탱커의 토스, 딜러의 저그

사실 밸런스를 100% 보장하는 방법은 있다. 모든 종족의 모든 유닛과 건물을 그래픽만 다른 채, 모든 스펙이 똑같이 만들어 놓는 것이다. 수많은 초창기의 RTS가 밸런싱을 위해 쓰던 방법이 그랬다. 워크래프트1의 오크와 휴먼은 거의 비슷한 유닛구성과 정확히 똑같은 테크트리를 가진다. 그리고 스타1, 스타2, 워3중 어느 것과 비교해도 밸런스가 더 잘 맞는다.

가끔 게시판을 보면 밸런스 지상주의자를 만나곤 한다. 상금이 걸린 대회라면 무조건 공정성만이 절대적인 가치여야 하고, 실력 외의 어느 요소(약간의 확률조차도)도 끼어들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에게 워크래프트1을 갖다 주면 만족할까? 아니면 모든 게임을 동족전으로 만들면 만족할까? 그렇게 하면 과연 재미가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평균적인 이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결국 밸런싱에 앞서서 가질 수밖에 없는 전제는 '종족간의 특성이 전제되어야 한다'인 것이다.

그렇다면 스타크래프트의 세 종족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 이를 보는 관점에는 크게 두 가지의 관점이 존재한다. 자원의 관점에서 종족을 바라보는 것이 첫 번째, 전투의 관점에서 종족을 바라보는 것이 두 번째이다.

먼저 자원의 관점에서 종족을 바라보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저그는 드론을 생산하면 알정 부분의 병력생산을 포기해야 하며, 또 건물을 짓는 순간 드론을 잃게 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싸고 빠르게 지어지는 해처리로 저그는 그러한 자원적인 약점을 타개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상대의 자원을 얼마나 먹기 힘들게 하느냐 역시 자원의 관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의 확장을, 혹은 본진을 얼마나 잘 견제하느냐 여부 역시 자원의 관점에서 보는 종족의 특성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스타2에서는 이러한 자원적인 특성이 아주 잘 드러나고 있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테란과 프로토스, 저그 세 종족 모두 지게로봇, 시간증폭, 애벌레 생성의 수단으로 일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그의 일꾼수가 타종족보다 적긴 하지만 스타1의 차이에 비할 바는 아니다. 즉 자원이라는 면에서 스타2는 각 종족의 특색이 많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스타1의 테란과 프로토스보다 스타2의 테란과 프로토스가 확장을 가져가기 더 편해졌고 행성요새의 등장과 캐논의 강화로 더 지키기 쉬워졌다. 즉 전작에서의 저그의 이점이던 확장력 역시 타종족이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원의 또 다른 측면인 견제 면에서도 그러한 평준화는 두드러진다. 기동성을 활용할만한 수단을 모든 종족에게 주고, 세 종족의 수송선에게 또 다른 스킬들을 달아 주었다. 테란은 전작에서의 드랍쉽에 치료 기능이 달렸을 뿐만 아니라 사신을 얻었고, 프로토스는 수송기에 파일런 역할이 추가되면서 추적자의 점멸을 얻었다. 저그도 감시군주가 강화되며 땅굴망이라는 새로운 수단을 얻게 되었다. 즉 종족의 역할이 어느 한쪽은 주로 견제를 하고 나머지 한 쪽은 막는 공수의 역할이 아닌, 어느 종족이든 견제를 할 수 있는 게임이 된 것이다.

이러한 자원적인 특성을 평준화한 것은 아마도 더 쉬운 밸런싱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자원적인 특성이 고정된 상태에서 세 종족에게 전투상의 특성을 조정하면 더욱 쉽게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는 블리자드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노림수는 어느 정도로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전투상의 특성을 분석함에 있어서, '같은 광물의 해병 n기와 광전사 m기가 싸우면 누가 이기느냐'를 분석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의미가 있는 것은 '해병 몇기와 불곰 몇기와 의료선 몇기와 탱크 몇기와 밤까마귀 몇기와 유령 몇기가 광전사 몇기와 추적자 몇기와 거신 몇기와 불멸자 몇기와 파수기 몇기와 고위기사 몇기가 싸우면 누가 이기느냐'의 조합의 싸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조합에 있어서 어떤 게임을 막론하고 존재하는 역할들인 힐러, 탱커, 데미지 딜러의 역할들로 세 종족을 구분해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아직은 좀 더 우리가 익숙한 스타1으로 먼저 생각을 해 보자. 스타1은 전투에 있어서 굉장히 특이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그 것은 '힐러가 변변찮다'는 것이다. 물론 MMORPG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겠으나, 스타1에서는 메딕 이외의 어떠한 힐러도 제값을 하지 못했다.

이 점이 테란에게 전투상에서 중요한 특성을 안겨줬는데, 그 것은 '힐러가 강하다'는 특성이었다. 힐러가 강하다는 것은 유닛을 살리기만 하면 전투가 끝난 후에는 막대한 이득을 적어도 하나는 본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특성은 스타2에서는 더욱 강화되어 SCV의 자동수리 옵션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프로토스는 어땠을까? 두말할 것도 없이 프로토스는 탱커의 종족이다. 초반에 어마어마한 체력을 갖는 질럿을 가지고 있으면서 또 소형판정을 받아 전천후로 많은 전투에서 몸빵 역할을 하는 종족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은 스타2에 추가된 불멸자로 완성이 된다. 더 이상 궁극일 수 없는 강화쉴드로,  프로토스는 '탱커가 강하다'라는 특성을 더 강하게 얻을 수 있었다.

저그는 당연히 남은 하나인 데미지 딜러의 자리를 가져간다. 전 유닛을 통틀어 가장 DPS가 높은 아드레날린 저글링이 있으며, 전작에는 스킬도 아닌 주제에 엄청난 범위지로 큰 데미지를 주는 러커가 있었다. 스타2에 와서도 맹독충과 히드라의 공격력을 생각해 보면 저그의 주력은 딜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종족의 특성들이 앞으로의 몇년동안 스타2를 발전시키는 데에 있어서, 앞서 서술한 공시적인 밸런스와 통시적인 밸런스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게 될까?



스타2는 궁극적으로 롱런할 것인가

먼저 공시적인 관점을 생각해 보자. 초보, 중수, 고수, 더 나아가 프로 레벨에서의 밸런스를 모두 다 완벽하게 똑같이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블리자드가 원했던 방향은, 초보와 고수의 차이를 가르는 기준을 '그 종족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보다는 '얼마나 피지컬과 로지컬이 괜찮은가'의 일반론으로 놓는 것이었다.

더 쉽게 이야기 하자면 '마인을 얼마나 잘 박느냐'나 '뮤짤을 얼마나 잘 하느냐'와 같은 종족특성에 따른 기술은 이제 실력의 기준에 있어서 작은 비중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대신 '시간증폭을 얼마나 잘 써주느냐'와 '알까기를 얼마나 잘하느냐'와 같은, 상대적으로 기본기에 해당하는 것들이 초보와 고수를 가르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되면 '초보사이에서는 어느 종족이 사기, 그런데 고수가 되면 어느 종족이 사기'와 같은 괴리가 적어지게 된다. 블리자드가 스킬의 사용을 쉽게 한 데에는 이런 노림수가 있었다.

물론 스타2에도 (지금은 좀 다를지 모르지만) '최고수준으로 가면 저그가 할만하다'는 말이 있었고, '초보사이에서는 무조건 테란이 좋다'는 식의 공시적 관점에서의 밸런스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 밸런스 차이는 스타1이 어느정도(4년정도) 무르익었을 때의 차이보다 결코 크지 않다. 공시적인 밸런스 차이는 고수들의 기술이 아래쪽으로 전달되면서 점점 안정화가 되기 마련인데, 스타1에 비해 훨씬 빠르게 안정화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성이 스타2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소한 어떠한 밸런스패치를 했을 때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의, 고수와 하수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유저들이 떠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추어 입장에서 프로의 경기를 보면서 명확하게 '저건 정말 엄청난 컨트롤이다'라고 감탄하는 일 역시 많지 않을 것이다. 왜냐 하면 아마추어와 프로를 가르는 기준 중 시간증폭, 게임 내에서의 판단력 등과 같이 옵저버화면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 요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공시적인 관점에서 하수와 고수가 느끼는 차이가 스타2의 롱런을 가져올 확률은 높지 않다.

그렇다면 통시적인 관점은 어떨까? 스타2는 스타1보다 유닛이 좀 늘어났다.(그리고 앞으로 두 번의 확팩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스킬은 훨씬 많이 늘어났다. 이 것은 통시적으로 봤을 때 연구하고 재발견될 요소가 점점 많아질 것이라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한계점도 있을 것이다. 어떤 유닛과 그 스킬이 본질적으로 어떤 것을 의도하고 넣어진 것인지를 분석하는 능력은 지난 13년간 너무나도 많이 발전해왔다. 스타1이 출시된 후 두달간 고수들은 한 가지 유닛만 열심히 양산하느라 바빴지만, 지금의 스타2는 이미 스타1의 출시 5~6년후 정도를 보는 느낌으로 조합과 빌드들이 정교해졌다.

이는 곧 스타2에서 '발견'될 수 있는 컨텐츠가 금방 소비될 것이라는 것을 뜻한다. 스타1이 나왔을 때 잘 쓰이지 않던 유닛들부터 하나하나 쓰이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벌처가 재발견되고, 드랍쉽이 재발견되고, 디파일러가 재발견되고, 아비터가 재발견되었다. 그런데 스타2의 게이머들은 이러한 발견의 시간이 너무나 짧아졌다. 정말 스카웃이나 스타2의 우주모함과 같이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도 훨씬 나은 대체재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스타2는 곧 왕따유닛이 거의 없는, 대부분 유닛들의 복잡한 조합을 보여주는 게임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할까? 스타2가 롱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 답 자체는 명확하다. 스타2의 '발명'의 요소를 늘리는 것이다. 이미 스타2에서도 많은 부분들이 '발명'되고 있다. 뮤탈의 매직박스 컨트롤과 일꾼부스터는 발명의 좋은 예이다. 그렇다면 이 발명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스타2의 세계에 계속해서 혁신을 줄 수 있을까?

앞서 스타1의 메카닉은 '발명'에 가깝다고 이야기한 바가 있다. 왜냐하면 블리자드가 의도한 플레이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의 블리자드의 의도는 벌처는 견제용으로 쓰면서 치고빠지기의 데미지 딜링을 하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벌처의 속도를 빠르게 하면서 속업까지 따로 준 것이 바로 그러한 의도를 반영한다.

그런데 메카닉 테란이 발명되면서, 프로토스를 상대로 마인의 데미지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자리잡았을 때의 탱커 역할로, 그러면서 탱크를 데미지 딜러로 쓰는 방법이 정석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블리자드가 의도했던 '힐러의 테란'은 완전히 무색해질 정도이다. 즉 새로운 패러다임이 발명된 것이다.

자, 이제 이 길었던 글의 결론을 지어 보자. 스타2는 롱런할 수 있을까? 롱런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할까? 그 답은 플레이의 발견보다는 발명을 지향하는 방향에 있다. 블리자드의 의도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창의적인 플레이를 만들어내는 것. 블리자드가 게임을 디자인하면서 만들었던 유닛의 롤들. 어떤 유닛은 힐러고 어떤 유닛은 탱커고 어떤 유닛은 딜러라는 그 구분들을 깨나가는 것이 바로 '플레이의 발명'이다. 딜러로 쓰라고 준 벌처를 탱커로 쓰는 것처럼, 스타2의 유닛들 역시 원래의 블리자드의 명시적인 의도와는 다른 활용을 할수록, 그리고 그러한 발명이 하나하나 일어날 때마다 스타2의 수명은 조금씩 늘어날 것이다. 스타1이 롱런을 했듯이.
*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1-2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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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Vgoodtogosir
10/09/20 00:0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첫 리플을 달게 되다니 영광이네요.
이런 글을 읽고서도 추천을 누르지 않으면 제 손이 부끄러울 것 같습니다.
10/09/20 00:24
수정 아이콘
본문의 논조에는 깊이 동감합니다. 다만... 스2는 꾸준한 밸런스 패치라는 변수가 있죠. 스1은 7년 이상 밸런스 패치가 되지 않았기에(제작사가 밸런스 패치에 손을 놓고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제작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돌아가는 게임이 될 수 있었지요. 스1도 계속해서 밸런스 패치를 해왔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게임이 흘러갔을 겁니다(블리자드 패치 스타일상 적어도 뮤짤이 막히고 벌쳐가 너프 됐을 거 같네요 스카웃이나 고스트같은 유닛은 상향됐겠죠.) 블리자드가 구상한 유닛의 롤들을 깨기엔 스2는 앞으로 남은 패치가 너무 많지 않나싶네요. 자신들의 설정을 벗어나면 패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제어할 겁니다. 이런 정책으로 인해 스2라는 게임이 롱런할지 어떨는지는.. 두고봐야 알겠지요..
10/09/20 00:35
수정 아이콘
일단 추천 눌렀습니다.

저는 스타2의 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보고 있습니다. 이제 발매된지 두달 좀 넘었는데 벌써부터 리그 개최에 팀결성에 컨트롤의 발견..

그리고 10년 전에 비해 지금은 인터넷 환경과 서로의 정보를 공유할수 있는 수단이 너무나도 다양하기 때문에...

아마 저그 확장팩나오는 그순간.... 대한민국은 다시한번 폭발할거 같습니다... 아직은 안터졌죠 조만간 터질거라 봅니다 ^^
담배상품권
10/09/20 01:07
수정 아이콘
앞으로의 밸런스 패치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모르겠습니다만,블리자드가 당초 생각했던 용도에서 벗어난다고 그걸 너프하거나 버프하는 우행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블리자드가 해야할 일은 유저가 짜 맞추게 기본 틀을 제시하고,그게 너무 엇나갈경우 바로잡는 정도라고 생각해요.
밸런스는 블리자드 혼자 맞추는게 아니라 맵퍼,유저도 같이 맞추는거니까요.
함정카드
10/09/20 02:10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저는 '스2도 스1과 마찬가지로 롱런할 것이다. 하지만 롱런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은 다를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스1을 롱런하게 만든 요인은 본문에서 나온것처럼 발명과 발견이죠. 새로운 컨트롤을 발명해내고, 유닛의 새로운 역할을 발견해내고. 이런 발명 발견들로 계속해서 게임을 발전시켜나갔다면 스2에서는 3D로 만들어지면서 그런점이 다소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스2에서는 '패치'를 통해 게임의 수명을 늘려줄 수 있죠. 앞으로 남은 2번의 확장팩과 그로 인해 추가될 유닛들. 그리고 계속해서 이루어질 패치와 배틀넷 개편. 특히 워3에서 이루어졌었던 아머타입 변경과 같은 대규모 패치로 게임의 수명을 생각보다 길게 유지시킬 것 같습니다.
루미큐브
10/09/20 03:10
수정 아이콘
맵사이즈와 순살치킨 쌈박질만 좀 어떻게 해줬으면
개미먹이
10/09/20 03:16
수정 아이콘
스타2와 같은 이스포츠도 스포츠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테니스나 축구, 야구 같은 종목들이 룰을 크게 바꾸는 경우가 있었나요?
동일한 룰이 수십년간 적용됨에도 이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결국은 '선수'라고 봅니다.
스타1도 '스타 플레이어'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왜자꾸시비네
10/09/20 07:50
수정 아이콘
스타1보다는 스타2의 컨텐츠 소모가 훨씬 빠를겁니다. 발명이나 발견에 의한 밸런스 요동도 스타1보다는 덜할것이라 생각이 되네요. 어느정도 롱런하느냐 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스타1보다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게임은 늘 질리게 되있습니다. 질린다라는 표현이 대작이 아니다 라는 표현과 같지않음은 다른 분들도 다 이해하실 듯합니다.
김연우
10/09/20 08:40
수정 아이콘
게임은 게이머에게 던져주는 문제이며, 재미는 그 문제의 해답을 찾으면서 나오지요. 그리고 그 문제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던져주느냐가 핵심인데, 확실히 스타2는 스타1보다 그 소모가 빠를거 같습니다. 이미 스타2는 스타1으로 치면 1.08패치 정도 수준은 된거 같아요
눈물의 싸이오
10/09/20 14:36
수정 아이콘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스타1만큼의 성공은 못할거같습니다. 어제 기사에도 나왔지만 생각만큼 일반대중에게 스타1초창기때만큼의 어떤 폭발력이 없다는점이고~~ 온게임넷이나 엠비씨게임등의 이미 인프라가 구축되어있는 마당에 그레텍이란 회사에 온라인방송수준으로 시작하는 것이 그 단점이겠죠..당장 내일부터 게임방송사에서 스타리그 2 를 하면 모를까~~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고~~ 올드게이머의 스타2 유입은 솔직히 예상한 일 아니겠습니까?? 스타만 5년이상 하신분들인데..스타1 추세를 못따라가 거의 실업자 아닌 실업상태에서 스타2가 나오면 당연히 새로운 곳에서 가능성을 타진해보겠죠~~ 스타2가 성공하려면 스타1이 일정부분 파이를 내주어야합니다..스타2에 관심과 인프라, 지원이 몰려야 하거든요...스타1은 놔둬도 없어지지않아요~~ 이미 생명력을 가진 아이입니다~~ 프로게이머가 다 떠나가는거같아도 지금 이시간에도 스타1을 연습하는 준프로나 게이머는 엄~~~청 많습니다~~
603DragoN2
10/09/21 07:56
수정 아이콘
게임 내적으로 롱런 가능성을 분석해 주셨는데요
저는 게임 외적으로 세계 대회와 유즈맵을 꼽고 싶습니다. 제가 글재주가 없어서 외적인 요소를 주제로도 분석 해주실분이 꼭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덧붙이자면 wcg의 온게임넷 중계를 볼 때 느낀건데 게임으로도 애국심을 건드릴만한 요소는 충분히 있는거 같습니다.
스타1은 대한민국이 프로화 되어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수준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워3는 세계 평준화(스타1대비)는 되어 있었지만 e스포츠의 중심국이라고 볼 수 있는 대한민국에는 스타1에 밀려 있었습니다.
블리자드도 스타2를 기획하면서 이부분은 분명히 생각하고 있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북미섭, 한국섭, 그 외서버의 교류를 차단한 예)
"스포츠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가장 상업적이고 정치적인 e스포츠 대회"
너무 이상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꼭 불가능 한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 요소인 유즈맵은 워3 유즈맵게임보다 월등히 뛰어난 게임이 나올거라고 막연하지만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유즈맵게임은 pc방과 마찰에도 불구 하고 과금제 강행하려는 블리자드에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도가 제가 생각하는 롱런의 긍정적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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