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 고민하고 있는 30대 중반 아이 둘 아빠입니다.  

어떻게 보면 행복한 고민이기 때문에 주변에 물어보면 욕을 먹을 수 있어서 피지알에 도움을 요청해 봅니다.  

저는 현재 세전 2.5억 정도 받고 있습니다.  자영업은 아니고 직장인입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밤 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5 - 6시간 정도가 전부에요.  

다만 저는 일에 욕심이 많고 자부심도 가지고 있습니다.  약간 만화 같은 이야기지만 저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마음도 있고 일이 잘되면 성취감을 크게 느낍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가는 과정은 정말 스트레스 받고 힘들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그만큼 짜릿한 게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마약 같아요.  일이 힘들고 가족들도 저와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 하는 것을 아는데 일을 멈출 수가 없어서 취직하고 나서는 열심히 일했습니다.  

또한 80년 대생은 다 비슷하겠지만 어렸을 때 부유하지 못했고 부모님 및 다른 어른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고 자랐습니다.  저렇게 열심히 위 세대가 살았는데 제가 열심히 일을 안 하면 죄송스러운 생각도 들고 저보다 더 열심히 사시지만 못 버는 분들도 많은데 제가 열심히 안 살면 염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또한 현재 직장이 업계에서 알아주는 곳이기 때문에 더 안 좋은 곳으로 간다면 실패하는 것 같고 자존심도 많이 상할 것 같습니다.  계속 이렇게 일한다면 연봉 10억도 충분히 넘길 수 있고 업계에서 제 이름을 알릴 수도 있을 것이라서 일 욕심이 많은 저로서는 포기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하지만 몇 년을 이렇게 살다 보니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는 워커홀릭처럼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집에 중요한 일이 생긴게 아니면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살았고 계속 일을 해서 돈도 많이 벌고 인정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가족도 가족이지만 제 삶도 없습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부터 피지알 회원인데 일 시작하고 나서는 게임을 할 시간이 없었네요.  주말에 와이프가 컴퓨터를 새로 사서 오랜만에 스타 한 판 했는데 진짜 너무 재미있어서 20분 내내 미소를 지으면서 했습니다.  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일 외에 제가 좋아하는 게 많은데 일에 모든 시간을 쏟다보니까 다른 즐거운 일들을 못하고 사는 것이죠.  

제가 열심히 한다고 아인슈타인처럼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도 없는데 돈 더 벌고 짧은 인생 남들보다 조금 더 잘나보겠다고 일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30년은 더 일할 탠데 제가 경력이 더 쌓인다고 여유가 생기는 직장은 아닙니다.  더 책임질 일도 많아지고 더 바빠질 거에요.  

운이 좋게도 그동안 계속 경력을 쌓아둔 게 있어서 연봉 3억 정도에 칼퇴를 할 수 있는 직장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저의 욕심을 포기하면 가족들도 저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어서 즐겁고 먹고사는 데에도 전혀 지장이 없겠죠.  다만 이곳이 저의 커리어의 종점이 될 거에요.  더 이상 크게 올라갈 곳도 더 연봉을 높일 기회도 없습니다.  자존심과 욕심이 문제에요.  하루하루를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겠지만 나이가 들어서 저보다 돈 많고 업계에서 더 인정받는 동료들을 보면 질투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가요?  워라벨을 중시하고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거라면 저는 어떻게 해야지 이 욕심을 포기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