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2/02/24 21:52:13
Name VKRKO
Subject [청구야담]원한을 달래준 김상공(檢巖屍匹婦解寃) - VKRKO의 오늘의 괴담
상공 김아무개가 젊었을 때, 친한 친구 서너명과 함께 백연봉 아래에 있는 영월암에서 공부를 했다.

하루는 친구들이 다 집에 돌아가서 깊은 밤에 혼자 불을 켜고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인이 곡하는 소리가 원망하는 듯 하소연하는 듯 영월암 뒤쪽 멀리서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곡소리는 점점 가까이 다가와 창 밖에 와서 멈췄다.

공은 괴이하게 여겼지만 똑바로 앉아 흔들리지 않고 물었다.

[밖에 있는 것은 귀신이오, 사람이오?]



그러자 밖에서 여인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귀신입니다.]

공이 말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귀신 주제에 감히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느냐?]

그러자 여인이 말했다.

[제가 살아 있을 때 해결하지 못해 한이 된 것이 있는데, 어르신이 아니면 그 한을 풀어주실 분이 없을 것 같아 하소연하려고 왔습니다.]



공이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여인은 보이지 않고 공중에서 휘파람 소리만 나면서 말소리가 들렸다.

[제 모습을 드러내면 공께서 놀라실까 두렵습니다.]

공이 말했다.



[일단 네 모습을 드러내 보거라.]

공이 말을 마치자 눈 앞에 한 젊은 여인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피를 흘리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공이 말했다.



[그대는 무슨 원통한 일을 겪어서 내게 하소연하려는 것인가?]

[저는 조정 관리의 딸로 아무개의 집으로 시집을 갔습니다. 그런데 결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요망한 계집에게 홀려서 저를 꾸짖고 때리더니 결국 그 여자의 꾀임에 넘어가 한밤 중에 저를 칼로 찔러 죽였습니다. 그리고 시체를 영월암 절벽 사이에 버린 것입니다.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남편은 우리 부모님에게마저 제가 바람이 나서 도망갔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제가 갑작스럽게 죽은 것도 슬픈데, 죽어서 오명까지 뒤집어 쓰니 이 원한은 저승에서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공이 말했다.



[네 사정이 비록 딱하기는 하지만 나는 그냥 선비일 뿐이다. 무슨 방법으로 원한을 풀어줄 수 있겠느냐?]

여인이 말했다.

[공께서는 어느 해에 과거에 급제하실 것이고, 어느 해에는 이러한 관직에 올랐다 어느 해에 형조참의가 되실 것입니다. 형조는 형벌을 다루는 곳이니 그 관직에 오르시면 제 원통함을 풀어주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말을 마치고 여인은 하직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다음날 아침 공이 몰래 절벽 사이를 살펴 보았더니, 과연 한 여인의 시체가 있었는데 바로 어제 봤던 그 여인이었다.

여인의 시체는 피에 흠뻑 젖어 있어 마치 금방 전에 죽은 것 같이 보일 정도였다.







공은 돌아와 책을 읽으며 그 사실을 비밀로 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 후 공은 귀신의 말대로 과거에 합격하였고, 여러 관직을 거쳐 형조참의에 이르게 되었다.

공은 귀신의 하소연을 기억하고 곧장 관아에 달려가 그 여자의 남편을 잡아들여 신문했다.



[너는 영월암에서 억울하게 죽은 네 아내를 기억하겠지?]

하지만 그는 변명을 하며 범행을 부인하였다.

그리하여 공은 그를 영월암으로 끌고 가서 시체를 보여주었다.



그는 말문이 막혀 한참을 멍하니 있다 곧 모든 사실을 시인하였다.

공은 여자의 부모를 불러서 장례를 치루게 하고, 그녀의 남편은 사형에 처했다.

밤에 공이 다시 영월암에 들어가 불을 밝히고 혼자 앉아 있으니, 그 여인이 다시 나타나 창 밖에서 울면서 감사 인사를 했다.



그 여자는 전과는 다르게 머리를 쪽지어 단정히 하였고, 옷도 깨끗하게 입고 있었다.

공은 그녀를 가까이 불러 자신의 운세를 물었더니 여인이 대답했다.

[공께서는 어느 해에 어느 직급에 올라가시고, 결국에는 대관의 지위에 이르실 것입니다. 어느 해에 나라를 위해 일하시다 돌아가실텐데, 죽은 후에도 그 명성이 전국에 자자할 것입니다. 자손도 크게 번창할 것입니다.]



그녀는 말을 마친 뒤 하직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공은 여자가 읊어 준 운세를 평생 기억했는데, 역시 모든 것이 그녀의 말처럼 이루어졌다.

공은 말년에 나라를 위해 일하다 순국하였으며, 그 명성이 후대에까지 아름답게 기억되었다고 한다.



Illust by 엥비(http://blog.naver.com/junknb)


원문 및 번역본 :  http://koreandb.nate.com/life/yadam/detail?sn=64








영어/일본어 및 기타 언어 구사자 중 괴담 번역 도와주실 분, 괴담에 일러스트 그려주실 삽화가분 모십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http://vkepitaph.tistory.com)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에는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안왔으면 좋겠습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 안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679 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4) [7] 글곰5199 13/08/10 5199
678 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3) [11] 글곰5059 13/08/09 5059
677 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2) [4] 글곰4979 13/08/08 4979
676 奇談 - 두번째 기이한 이야기 (1) [6] 글곰5613 13/08/07 5613
131 '불멸의 게이머' 휴재 안내 [12] 박진호6020 09/07/17 6020
486 [청구야담]피재길의 웅담 고약(進神方皮醫擅名) - VKRKO의 오늘의 괴담 [10] VKRKO 5421 12/07/02 5421
430 [청구야담]중을 벤 이비장(鬪劍術李裨將斬僧)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 4363 12/05/07 4363
423 [청구야담]인술을 베푼 조광일(活人病趙醫行針)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040 12/04/20 5040
335 [청구야담]이유가 귀신을 쫓아내다(逐邪鬼婦人獲生)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3825 12/01/24 3825
298 [청구야담]이여송을 훈계한 노인(老翁騎牛犯提督) - VKRKO의 오늘의 괴담 [7] VKRKO 5088 11/12/14 5088
356 [청구야담]이경류의 혼령이 나타나다(投三橘空中現靈)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4192 12/02/19 4192
305 [청구야담]원한을 풀어준 사또(雪幽寃夫人識朱旂)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3887 11/12/29 3887
367 [청구야담]원한을 달래준 김상공(檢巖屍匹婦解寃)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 4130 12/02/24 4130
312 [청구야담]우 임금을 만난 포수(問異形洛江逢圃隱)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3535 12/01/05 3535
342 [청구야담]왜란을 예견한 류거사(劫倭僧柳居士明識)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3815 12/02/01 3815
484 [청구야담]오래 된 무덤을 지켜준 최규서(憑崔夢古塚得全)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167 12/06/29 5167
289 [청구야담]여자의 한(洪川邑繡衣露踪) [5] VKRKO 4773 11/11/26 4773
282 [청구야담]수령의 아이를 가르친 중(敎衙童海印僧爲師) - VKRKO의 오늘의 괴담 [11] VKRKO 4555 11/11/12 4555
405 [청구야담]산신이 지키려고 한 길지(假封塋山神護吉地)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4769 12/03/23 4769
491 [청구야담]사람을 환생시킨 애가(起死人臨江哀輓)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4875 12/07/12 4875
308 [청구야담]병자호란을 예언한 이인(覘天星深峽逢異人)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4234 12/01/01 4234
327 [청구야담]별에 기도하던 세 노인(坐草堂三老禳星)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4093 12/01/14 4093
347 [청구야담]베옷 입은 노인의 영험한 예언(料倭寇麻衣明見)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 4069 12/02/08 406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