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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18/01/24 08:34
(수정됨) 앞서 말했듯, 한 음운은 여러 음성을 지닐수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성을 띄는 것을 대표음, 나머지를 변이음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 음운 /그/는 위치에 따라 [k],[g],[k›] 등의 음성으로 발현됩니다. 이 중 변이 과정을 설명하기 쉬운 [k]이 대표음으로 설정됩니다. /크/음운은 역시 그 위치나 방법에 따라 [kh], [k›]으로 나타나고 [kh]가 대표음이 됩니다. 즉 [k›]음성(어말에 나타남)처럼 부분적으로 같은 음으로 나타날 수는 있습니다만, /크/는 무성음 [k]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역시 무성음 [k]라기 보다는 그 음성을 대표음으로 지닌 음운이라고 말하는 편이 타당합니다. 또한 /그/와 /크/가 의미를 구분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음운론적으로는 이미 구분이 되어 있는 것이죠.
18/01/24 10:18
이건 제가 설명 드릴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a를 보면 'ㅏ' 소리가 날 거라 생각을 하게 돼요. banana - '바나나' 라 생각하듯이요. 이건 일본의 영향을 받은게 커요. 일단 넘어 갈게요. 하지만 a 의 [기본소리]는 'ㅐ' 에요. bad - '배드' 하듯이요. 그래서 pak라 적는다면, '패크' 이렇게 발음 돼요. (실제로 제가 옆에서 제대로 발음 해드려서 소리를 실제로 들으면서 설명 들으면 더 좋을텐데 조금 아쉽네요.) a는 뒤에 r 이 올 때만 'ㅏ' 소리가 나요. car - '카r' 하듯이요. 그래서 우리나라 성 씨 '박'을 그나마 영어로 근접하게 적고 발음할 수 있는 것이 'park' 이 되는 거에요. 그럼 왜 banana는 '배내내'가 아닐까요? 위에 말씀 드린 [기본소리]는 강세를 가지고 있을 때 나는 소리를 뜻 해요. 강세는 모음에만 들어가요. bad, sad 같은 경우는 당연히 a에만 강세가 들어가겠죠. 하지만 모음이 여러개 일 때는 그 많은 모음 중 하나에만 (혹은 둘) 강세를 주게 돼요. banana는 가운데 a에 강세가 있고 거기만 'ㅐ'라 발음이 되고 그 외의 a는 '슈와' 소리가 나는데요. 이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해하기 가장 어려운 소리인데, '어' or '으' 정도의 소리입니다. 그래서 미국인이 banana를 말하면 우리한테는 '버내너' 정도로 들립니다. 그럼 단어를 딱 봤을 때 어디에 강세가 있는지는 어떻게 알죠? 모릅니다. 그래서 들어 봐야 됩니다. 원어민도 듣고 아는 거예요. 이건 우리도 마찬가지에요. '김밥'이란 글자만 보고 [김빱]이라 못 읽습니다. 누군가가 말한 걸듣고 알게된 거지요.
18/01/24 11:35
'김밥'의 표준 발음은 2016년 10월에 [김ː밥/김ː빱] 복수로 인정되었습니다.
http://stdweb1.korean.go.kr:8080/AttachFiles/notice/2016_3_4.pdf
18/01/24 12:48
(수정됨) 사실 진짜 음성학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좀 더 복잡합니다. 오히려 더 간결할 수도 있겠네요. 한국어의 어두의 /그/ 발음은 음성학에서 이야기하는 [k] 발음이 아닙니다. IPA 상의 무성 무기 연구개 파열음 [k]는 한국어로 /끄/에 더 가깝습니다. 반면 한국어 어두의 /그/는 음성학적으로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무성 약기 연구개 파열음, 즉 약한 유기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 발음이 음성적으로 봤을 때, [kh], 즉 영어의 어두 /k/ 소리와 유사합니다. 다만 한국어 화자는 유기성을 약하게 발음하고 영어 화자는 강하게 발음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요약하면 이런 정도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어 음소: /k/ - [kh] [kh(약)] [k], /g/ - [g] 한국어 음소: /크/ - [kh], /그/ - [kh(약)], [g] /끄/ - [k], [g] (첨에는 화살표 이용해서 그렸었는데, 뭔가 스페이스가 제대로 반영이 안되는군요...? 그래서 좀 뭐가 복잡해 보이네요.. 아무튼 요는 한국어의 /그/ 음은 영어 음소 /k/와 꽤나 유사하다는 겁니다.) 사실 음성적으로 보면 그냥 적당히 잘 한 겁니다. 한국어의 /그/ 음과 같이 애매한(?) 소리를 표기할 만한 문자가 알파벳에 없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해되는 거기도 합니다. 비슷한 예로 한국어(포함 동아시아 언어)의 /ㅓ/ 발음도 알파벳으로 표현하기 힘들다 보니 그냥 /e/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거 보면 외국인들 대부분은 /ㅔ/라고 읽습니다.
18/07/07 04:09
[자다/짜다/차다]는 우리에게는 각기 다른뜻으로 받아들여지지요. 우리에게 즈,쯔,츠는 각기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 각기 다른 형태소입니다만, 외국어에서는 이렇게 발음하나 저렇게 발음하나 어차피 뜻은 하나인 하나의 형태소인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말에서는 경음(된소리/끄뜨쁘쓰쯔), 유기음(거센소리/크트프츠흐)이 다른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형태소로서 각각 역할을 하기에 구분되어 인식되지만, 그렇지 않은 언어가 모음인 분들에게는 다 같은소리로 들리기 쉽지요. 반대로, 우리말에는 유성음 무성음으로 뜻을 구분하지 않기에 두 소리 모두 하나의 형태소이기에 비빔밥에서 첫번째 비와 두번째 비를 같은 브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지요. 단어의 첫글자로 나오는 た를 타(혹은 따), だ를 다 라고로 나름 구분지어서 말한다고 해도 둘 다 た로 들리기 쉽다고 하더군요. L로 발음하나 R로 발음하나 어차피 한국어에서는 르인겁니다. 학생때 음운론 수업에서 교수님에게 들은 얘기로는 경음과 유기음으로 다른 형태소로가 되는 언어가 얼마 없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아프리카 부족 토착어까지 다 포함시켜도 5개가 안된다고 들었던거 같은데 15년전에 들었던거라 이건 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18/07/09 10:33
저도 같은 의문점 때문에 언어학이나 음성학 서적을 뒤져보면서 탐구했던 적이 있어 무척 반가운 글입니다. 전공자이신지 모르겠지만 정말 잘 정리하셨네요. 참고로 음성과 음운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는 모국어 화자들은 잘 알아채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터키어 화자의 경우 같은 모음도 열리고 닫히면서 음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정작 본인들은 전혀 알아채지 못하더군요. 아주 예민한 소수만 제 말을 이해합니다. 애당초 음성을 머리에서 음운으로 번역(?)하는 과정도 뇌의 개입이 상당한 정도로 이루어지는 것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사람마다 내는 음성도 아마 조금씩은 다를텐데 우리가 문제없이 알아듣는 것도 그러한 뇌의 개입 때문 아닐까 싶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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