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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4/05 13:18:33
Name sungsik
Subject [역사] 조선시대에는 어떻게 여름에 얼음을 쓸 수 있었을까.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서빙고(西氷庫)라고.

얼마 전엔'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라는 서빙고를 터는 내용의 영화도 개봉했으니
역사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이름입니다.


하지만 사실 조선시대엔 서빙고 뿐 아니라 많은 빙고(氷庫)가 존재했습니다.

한양에는 대표적으로 3개의 빙고가 존재했는데,

서빙고 - 한양의 각 부서, 관원, 혹은 귀빈을 위해 사용하던 얼음을 보관하는 곳.
동빙고 - 국가의 제사용 얼음을 보관하는 곳.
내빙고 - 왕실에서 사용하기 위해 궁궐에 만든 빙고.

가 있었고 그 이외에 지방에도 관아를 위한 빙고가,
그리고 조선 중후기부터는 개인을 위한 사빙고 역시 보편적으로 보급됩니다.


이렇게 말을 해도 조선시대에 얼음을 보관해봐야 얼마나 보관할 수 있었겠어? 하시겠지만
만기요람의 기록에 따르면,

내빙고 22,623정, 동빙고에 10,244정을, 서빙고에 134,974정을 저장했다고 합니다.
얼음 1정(丁)의 크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녹는 걸 방지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두께가 12cm 이상이 되야했다하고
둘레가 180cm 이상 되야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얼음이 저장되었을지 상상이 되시나요?

현대식 단위로 계산하면 서빙고에 들어간 얼음의 부피만 약 3000m^3인데..
(혹시 틀렸다면...개망신인데-_-;;)





서빙고에만 이런 게 약 3천개가 넘게 저장된 것입니다.
한양에 그정도 크기의 빙고를 지을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빙고를 고치는 데 동원된 인력만 800명이었다가
너무 많은 거 같아 성종 때 300명으로 줄이라 한 기록을 봐도 확실히 그 규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얼음량이 저장되야한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그 얼음을 채취하고 보관하기 위해 엄청난 노역이 부과되었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얼음이란 특성상 한 해 가장 추운 시기가 얼음을 채취하기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당연히 노역 중에서도 가장 고된 노역이라 할 수 있지요.

그 때문에 왕은 노역에 동원된 사람들에게 술과 생선, 약을 나누어주며
그들의 노역을 최대한 위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얼음 채취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로써
비를 내리는 기우제와 같이 날이 너무 따뜻해 얼음이 얼지 않는 경우
날을 춥고 눈을 내리게 해달라고 사한제(司寒祭)를 지내달라 하기까지 했지요.


이렇게 보관된 얼음을 나뉘어주는 걸 반빙이라하여,

조선 조정의 각 기관과 종친, 문무관, 내관
그리고 70세 이상의 퇴직한 벼슬아치, 활인서(한양에서 백성을 무료로 치료해주던 기구)의 환자들
의금부, 적옹서 등에 갇힌 죄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경국대전에는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럼 반빙을 하는 기준은 무엇이냐.
기본적으로 궁궐의 전과 궁, 시녀, 내관, 각 부서의 벼슬아치 등에게 일정량이 지급됐고

또 패빙(牌氷)이라하여 얼음을 가져갈 수 있는 권한을 알려주는 호패가 있었는데
일종의 얼음 교환권이랄까요.
이 패빙 하나에 얼음 10정을 가져갈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습니다.

보관만큼이나 힘든 게 얼음 운송 방법인데, (여름엔 얼음을 들고가다가 다 녹아버릴 수 있으니)
그 정확한 방법은 현재 알 수 없으나 알려지고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이끼를 이용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끼를 얼음 주변에 대고 운반하면 녹지 않게 얼음을 가지고 이동할 수 있었다 하네요.


이렇게 여름에도 얼음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 빙고는
세종 전까지는 목조로 만들어졌다가 너무 자주 수리를 해야하고 나무 값도 비싸 백성들의 고생이 심하다하여
석재로 짓게 하였는데 그 모양이 대충...







이랬습니다.


그럼 얼음을 한 여름에도 보관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출처 : http://blog.ohmynews.com/cornerstone/162868

위의 출처를 가면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데 요약하자면,


석빙고의 문을 열 때마다 더운 공기가 내부로 유입되는데
더운 공기는 위로 뜨는 성질이 있고 석빙고 안의 천장 사이의 빈 공간이 열을 끌어 당깁니다.
이렇게 천장으로 빨려진 공기는 위의 환풍구를 통해 빠져 나감으로써 내부 온도를 낮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죠.

또 뒤엔 배수시설도 있어 녹은 얼음물이 다른 얼음을 더 녹게 하지 않기 위한 것이고,
석빙고는 약간 경사지게 지어져 녹은 물은 바로바로 배수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얼음 사이사이에 서로 붙지 않게 하기 위해 쌀이나 겨를 놓고
벽과 천장 등에도 볏짚을 채워 넣어 열의 차단을 최종적으로 마무리 짓지요.
(볏짚은 사이사이에 공기를 촘촘히 함유하고 있어 현대의 스티로폴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열보존율에서 스티로폴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하네요.)


그럼 이 단열효과가 어느정도였느냐 하면,

'남대학교 장동순 교수팀의 실험에 의하면 빙고에 얼음을 약 50% 넣은 다음 짚을 채워 넣었을 경우
3개월 후 약 0.04%, 6개월 후 약 0.4%의 얼음 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18%정도까지는 녹는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라고 할만큼 얼음 보존정도가 엄청났습니다.


이렇듯 놀라운 성능을 보였던 조선시대 빙고는,
안타깝게도 한양내에 있었던 동서빙고와 내빙고는 남아있지 않고
각 지방 관에서 사용하던 석빙고만 7개가 남아 있습니다.

1)청도 석빙고(보물제323호),
2)경주 석빙고(보물 제66호),
3)안동 석빙고(보물 305호),
4)현풍 석빙고(보물 제673호),
5)창녕 석빙고(보물 제310호),
6)영산 석빙고(사적 제169호),
7)해주 석빙고(북한 국보 제69호)

이렇게 총 7개가 남아있으며,
모두 숙종과 영조시대에 지어진 것들입니다.
크기는 각기 다양한데 가장 작은 건 10평 남짓이고 대부분이 30평이 넘는다고 하네요.


그럼 왜 이보다도 규모가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되는 서빙고는 남아있지 않았을까..
한다면 그 힌트를 인조실록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인조 2년 한강 가의 주민들이 서빙고를 불태우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어라? 돌로 지어진 얼음 보관소가 어떻게 불이 났을까... 하니 이해가 안 되시죠?

사실 세종 시절 빙고를 석재로 지으라 명했지만,
이미 지어 놓은 빙고 대부분은 목재로 지어졌었으며 효율성 면에서 석재와 목재의 차이가 크지 않았기에
빙고는 목재로 이용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영조 때도 홍봉한이 목빙고를 석빙고로 고쳐 만들자 요청하고 내빙고부터 석빙고로 만들자하니
그때까지도 도성의 빙고는 목빙고였던 것이지요.


현재 남아있는 지방 관아의 빙고는 목빙고에서 석빙고로 고쳐 지어져 현재까지 남아있을 수 있었지만
그 크기 때문인지 도성의 빙고는 목빙고가 유지되어 현재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혹은 임진왜란 등으로 소실되었고 새로지은 것이 목빙고였다고 추측하기도 합니다.)

사실 동빙고의 크기가 현존하는 석빙고의 크기만했다 하더라도 30평이고
서빙고의 크기는 동빙고의 13배 쯤이니 약 400평 정도의 크기인데
그걸 석재로 짓는 노역을 백성들에게 한 번에 부과하는 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겠지요.


여하튼 빙고의 보급은 한양 뿐 아니라 각 지방에서도 일반적이었으며,
의외로 우리 선조들이 한 여름엔 얼음을 구경도 못해보고 헥헥대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냉장고 발명 이전 얼음 사용은 조선 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분명 이루어졌지만
여름철 보편적 얼음 사용은 조선이 거의 유일했다. 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닐 정도로
그를 확인시켜줄 기록과 유물이 많이 남아있음은 현대의 우리 후손들의 축복이 아닐까 합니다.


참고 : 오마이뉴스 초석님 블로그, 카이스트 연구자료.



* 信主님에 의해서 자유게시판으로 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3-05-1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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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droid
13/04/05 13:21
수정 아이콘
말 그대로 Bingo! 네요.
Paranoid Android
13/04/05 13:23
수정 아이콘
사실 제가 조선시대이전으로간다해도 저거만들생각은 못할거같아요
happyend
13/04/05 13:28
수정 아이콘
음....신라시대에 이미 만들었습니다. 신라는 삼국중에서,아니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남쪽에 그 수도가 위치해서, 여름 피서에 대한 기록도 남아있고 얼음도 만들어먹었죠.
13/04/05 14:30
수정 아이콘
어 진짜 오랜만이시네요. 잘 지내시고 계시죠?
오늘 자게에 익숙한 분들이 여러분 출현하시는군요.
OnlyJustForYou
13/04/05 13:28
수정 아이콘
이야.. 역시 선조들의 지혜는 대단하네요. 지금이야 과학의 발달이다 뭐다하지만 저 당시 한여름에 얼음을 보관하는 냉장고라니..
13/04/05 13:31
수정 아이콘
임금님은 팥빙수를 드셨을지 궁금하네요...
13/04/05 13:34
수정 아이콘
상위층 전유물이었겠죠. 양민들은 여름에 그냥 헥헥헥..
13/04/05 13:38
수정 아이콘
얼음양이 한정되어있으니 당연히 상위층이 가장 많이 이용하긴 했겠지만 양민들이라고 아주 쓰지 못한 것도 아닙니다.

패빙은 사고 팔 수 있었기에 돈이 좀 많은 양민이라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고,
병자 치료로 사용되거나 죄인들을 위해 사용했다는 기록 역시 있습니다.
애패는 엄마
13/04/05 14:13
수정 아이콘
조선시대는 물론 현대만큼은 아니지만 동시기 타국에 비해 놀랄정도로 양민 서민 노비 등의 대우가 비교적 좋죠
아케르나르
13/04/05 14:00
수정 아이콘
얼음 만드는 일 자체는 전에 읽었던 정약용 위인전에서 잠깐 본 거 같네요. 정약용이 지방 현감? 시절이었는데, 따로 구덩이?를 파고 얼음을 얼려 보존해 뒀다가 여름에 썼다고 나오더군요. 빙고가 없는 동네에서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쓰기도 했었나봐요.
13/04/05 14:08
수정 아이콘
지방 빙고는 사실 진상을 위한 목적이 가장 컸고 개인적인 사용은 그런식으로 이용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3/04/05 15:47
수정 아이콘
근데 조선시대 여름은 현재보단 덜 더웠으려나요? 요즘 여름은 진짜 미칠듯이 더운 거 같아요...
DogSound-_-*
13/04/05 15:59
수정 아이콘
뭐. 샤베트가 처음 만들어진곳이 중동이였으니 인간의 으지력은 정말 최고네요
13/04/05 16:00
수정 아이콘
드라마 추노에서 나오는 노비들이 자신의 부모들이 채빙중 얼어죽었다고 눈물흘리는 장면이 생각나네요.
임금이나 양반을 위해 얼음을 채취, 운반하다가 아마도 많은 노비들이 목숨을 잃었을것 같네요...지금처럼 의복이 갖추어진 상황도 아닐텐데...
13/04/05 16:24
수정 아이콘
그런데 그게 좀 잘못된 게 장빙은 기본적으로 군역이었습니다.
장빙군이라 하여 군역을 담당하는 군인들에게 부과되었던 업무였지요.

노비는 군역이 없어 의외로 장빙을 하는 노비는 거의 없었을 겁니다.
13/04/05 16:08
수정 아이콘
얼음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아니고, 겨울철 캔 얼음을 보관만 했던 거죠?
13/04/05 16:24
수정 아이콘
예 맞습니다.
그래서 겨울이 춥지 않으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엄청난 골머리였죠.
Je ne sais quoi
13/04/05 16:44
수정 아이콘
재밋게 잘 읽었습니다~
SuiteMan
13/04/05 16:54
수정 아이콘
읽어 내려가면서도...에이 그래도 그 당시에 얼음을 어떻게 장기간 보관해?? 생각했는데..대단하네요. 저 정도인가요?
13/04/05 17:09
수정 아이콘
진실은 알 수가 없지만... 보관 정도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습니다.

일단1%도 안 되는 손실율, 혹은 18%정도는 손실이 된다는 연구가 있고요.
어떤 쪽에선 그건 현대에 재연하여 만든 과장된 결과이고,
실제 100을 저장하면 여름까지 남는 얼음양은 2~30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녹아버려 하나의 큰 덩어리식으로 보관되었을 거라는 주장을 하는 분도 있습니다.

다만 그 정도는 알 수 없지만, 관리 실수로 여름철 빙고에 얼음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벌을 받았던 것을 봤을 때
여름까지 길면 가을까지도 얼음이 보관되어 사용되어졌던 건 거의 확실합니다.
13/04/05 17:23
수정 아이콘
또 재연 보관율을 봤을 땐, 실질적인 환경에 따라 정도가 달라질 순 있어도,
이론에 따른 얼음 보관은 상당히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유추할 수 있겟지요.
13/04/06 07:18
수정 아이콘
정말 신기한 조상님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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