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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2/05 13:36:15
Name 정테란
Subject [유머] 유머는 전혀 아닙니다만 뒷북일지라도 못보신 분들을 위해...
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허위적허위적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왜 뛰어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진 않다.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 <민들레의 노래>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먹기 위해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수천 수만이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제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 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

[출처 : 레이소다]



퍼온 글은 문제가 된다고 해서 올리기가 겁났는데 볼수록 좋은 글이라

뒤늦게라도 올려 봅니다만 또 딴지거실 분이 계실려나...

피지알 분들 삶에 이런 친구 하나쯤은 동반자로 남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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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타군
13/03/02 10:30
수정 아이콘
몇년을 지나고 다시 봐도 눈물이 납니다.
부럽습니다.
05/12/05 13:39
수정 아이콘
아침(??)부터 울리시나요...ㅠ-ㅠ...
youreinme
05/12/05 13:48
수정 아이콘
후.. 좋은글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05/12/05 13:48
수정 아이콘
감동입니다. 우정이란 무엇인지... 또 돈보다 중요한것이 무엇인지...
05/12/05 15:12
수정 아이콘
;ㅁ;.. 감동입니다
05/12/05 16:19
수정 아이콘
훈훈하네요
자루스
05/12/05 17:26
수정 아이콘
저도 위와 같은 친구가 있습니다.
저분이 부럽지 않습니다. ㅜㅜ
EpikHigh
05/12/05 17:42
수정 아이콘
눈물나네요
춤추는오뎅탕
05/12/05 19:10
수정 아이콘
형주를 찾는다고 해서 삼국지 이야긴줄 알았...ㅡ.ㅜ
Buddy Holly
05/12/05 19:37
수정 아이콘
눈물나는 좋은 글입니다...
05/12/05 23:04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스테이시옷입
05/12/06 09:54
수정 아이콘
춤추는오뎅탕 //
글썽이던 상황에서 웃게만드시는 센스가..풉..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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