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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1/02 11:42:44
Name 치키타
Subject [일반] [영화후기] 1987 (스포 유)

때는 바햐흐로 2017년 12월 31일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벌써 1년도 지난 일이네요.

31일의 이틀전에 저희 모친께서 전화가 오더니 31일에 큰 이모가 환갑이시니 점심약속이 있다고 하시는 오더를 내리셨습니다.

31일에 환갑이라니..12월 31일에 환갑이라니..닌텐도 스위치를 해야하는데...마리오 오딧세이와 카트 플레이 시간이 총합 3시간이 넘지

않았는데..아니면 블리자드 모바일 게임 하스스톤이라도 해야하는데..라고 맘속으로 외쳤지만..

저는 부랴부랴 꽃바구니를 하나 준비해서 와이파이와 16개월짜리 딸을 데리고 이모님 댁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다들 해돋이를 보러 갔는지 인천-평촌은 20분에 주파하였고 그렇게 저희 2017년도는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친척들이 모이니..여러 키즈들이 총출동하여 여기가 키즈까페인지 환갑잔치인지 구분이 안가는 인생의 아이러니였으나

가장 독보적이였던건 저희 16개월 딸내미...12시에 밥한공기(어른 밥공기;;)를 국말아 잡수고 3시간 뒤에 또 한공기 말아잡수고..

집에서도 안보이던 왕성한 식욕을 보였음에도 그녀의 박지성 급 활동량을 이모님들이 보시고는 살이 안 찔만 하다라는 평을 하셧습니다.

그렇게 2017년도의 저녁,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님과 잡담 중 강철비 이야기를 하다가 어머님이 강철비를 보셨는데

재밌네 어쩌네 하시다가 제가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자 그럼 애기를 맡기고 너네는 영화를 보고 오라고 말씀을 하셔서

저는 그 미끼를 덮석 물었습니다. 와이파이가 임신했을 때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곡성이라서 그랬는지 미끼를 물고 싶더라구요.

와이파이도 31일인데 어디 못가네..누구는 정동진에 갔네...우리집은 뭐하는거냐 라고 했던처라. 이 딜을 엄청 좋아하더라구요.

저는 블리자드 모바일 게임 하스스톤을 해야하는데...닌텐도 스위치 마리오 오딧세이를 해야하는데..라고 맘속으로 외쳤지만

2017년 마지막 밤은 영화와 함께 하기로 합니다.

마침 이모님댁으로 외출 준비를 하느랴 딸내미를 위한 108가지 준비물은 이미 구비가 되어 있었고 딸내미를 맡기고 어머님 집을

성공적으로 탈출하면 되는 것이였습니다. 제 딸내미는 어디한번 할머니네를 탐색해볼까라는 눈빛을 한다음 할아버지를 밀쳐낸뒤

컴퓨터 책상에 앉았습니다. 제 모친께서는 회전 의자나 돌려주면 놀아줄까 하셨는데..

제 딸내미는 키보드를 꺼내 뚜드리는시 신공을 보여주셨고..키보드를 뚜들기는 순간에 저와 와이파이를 코만도스 급 은폐엄폐를 하며

본 그 영화, 2017년 마지막 날 본 영화, 바로 마리오 오딧세이..아니 [1987]입니다.



  제가 마리오 오딧세이를 1시간 좀 넘게 해봤는데 이건 정말로 GOTY급 게임이더라구요. 그런데..젤다가 있자나..

  제가 1987를 30분 좀 넘게 봤는데 이건 정말로 인생영화 급 영화이더라구요. 그런데 남은 100분이 있자나..




초반부는 정말로 소재고 연출이고 연기고 뭐고 개박살 냅니다..정말 쩔더라구요. 제가 김장김치가 된 줄 알았을 정도니까요.

문성근, 김윤석, 하정우 기타 등등 여러 배우들이 각자 튀지 않고 쩔어주는 연기와 긴장감으로 초반부를 이끌었으나..하정우는 살짝 튐긴함..

중후반 부에는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이건 마치..30장째 라자 나오는 하이렌더 사제 같았으나

그래도 30장째 라자 나왔다고 사제가 지는건 아니잖아요? 이길 수도 있지 하면서 이긴 영화..1987

영화적 완성도나 현실 고증을 했다고 하지만 현실이 더 영화같아서 느껴지는 개연성의 괴리;;

강동원의 얼굴과 내 얼굴의 괴리...강동원이 나오고 어머라는 탄성을 지른 후 고개 돌려 내 얼굴을 보고 어휴라고 한숨을 쉰

와이파이이 괴리등 영화가 완벽한 건 아니지만, 심장을 뛰게 하는 그런 무언가를 영화는 지니고 있습니다.

무언가라고 하는 것은 장점을 자세히 묘사하기 어렵다는 것이고...남의 험담을 하듯이 단점은 구체적으로 뽑아 볼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단점을 그렇게 뽑아 보고 싶진 않은 영화입니다. 제가 1985년 생이라 1987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없지만

그 때를 기억해야할 당위를 주는 영화였습니다. 몇 년 후에 2017이라는 영화가 나올까요? 영화가 안나오더라도 2017를 기억해야겠죠.

올해 영화를 딱 두 편 봤는데 1987이라 다행이군요.(다른 한편의 감상후기도 피지알에 썻습니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 와서 어머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기분은 마치 디아블로1의 부쳐의 방문을 여는 느낌이였습니다.

사실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긴장감은 전 디아1의 부쳐방이 최고였다고 봅니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 어머님 집에 간 시간이 11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엄마아빠가 왔으니 다시 한번 놀아볼까라는 눈빛을 감지한

저는 제 딸이 라스트 제다이가 아닌가 생각을 하면서 애를 재우고 2017년도 마지막 밤이니 와인 한 병을 까자는 와이파이의

얼굴이 시스로드로 보인 건 제 착각이였을까요?

전 과연 언제 닌텐도를 할 수 있을까요? 전 젤다를 살 수 있을까요? 전 왜 용천정내열 사제 덱밖에 없는걸까요?

왜 주문냥꾼 덱을 만들었던 걸까요?

그래도 간지는 임페리우스가 쩔지만 천사는 정의의 대천사 티리엘이 최고다. 정의는 이긴다를 보여준 영화 1987의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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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2 11:4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니 글이 의식의 흐름대로 써져있는것 같은데 왜이리 술술 읽힙니까...?
뭔가 부xx화의 느낌이 나는 글인데..

1987을 보면서 참 잘만든 영화다 라는건 다시한번 느끼지만...
그 직선제 개헌 이후.. 눈물나는 삽파기와 KAL기 폭파가 가져온 영향을 생각하니 괜히 씁쓸해지더군요..
치키타
18/01/02 11:56
수정 아이콘
한국 근현대사가 잼병이라...오늘부터 꺼라위키로 공부 좀 해야겠습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아픔이 많은 현대사를 지녔는지 크게 인지를 못한 것에 반성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李昇玗
18/01/02 11:52
수정 아이콘
전 7개월 된 딸내미 하나 있는데 게임은 커녕 집에서 아무것도 하는게 없는거 같네요 ㅜㅜ
취미생활 하고 싶다....
아! 저도 30일 심야영화로 1987은 혼자 봤습니다 크크
치키타
18/01/02 11:54
수정 아이콘
이제 취미는 리얼 프린세스 메이커죠..
7개월이면 한창 팔이나 어깨가 아플땐가요? 벌써 기억이 안나네요..좀 더 지나면 좀 더 힘듭니다;;
동굴곰
18/01/02 11:56
수정 아이콘
1987 잘 보고와서 저도 왜 주문냥꾼을 만들었나 후회하면서 상자흑마덱을 만들었습니다.
움브라 만들때 얼마나 속이 쓰리던지. 근데 왜 22급에서 연패중이지...??
그리고 1987은 2017년에 본 영화중에 최고의 영화였네요.
치키타
18/01/02 13:08
수정 아이콘
어느 순간부터 결제 안하고 카드 녹여서 덱 만들고 있는데 새로운 전설이나 영웅이 필요하면 피 토합니다..
자주 하지 못하는 겜을 결제할 수도 없구요.. 움브라는 언제 미국가나요..
마스터충달
18/01/02 12:03
수정 아이콘
한줄요약 : 쉬는 날엔 겜 좀 하자!
18/01/02 12:08
수정 아이콘
S급 리뷰네요 크크크
순규성소민아쑥
18/01/02 12:25
수정 아이콘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최고로 긴장되는 순간이 부처 방이라는데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최고로 긴장되는 순간은...디아 2 하드코어 헬에서 듀리엘(액트2 보스) 방 들어갈때 랙이 걸리는 순간이죠.
치키타
18/01/02 13:05
수정 아이콘
디아 1은 첫키스의 날카로움이랄까요. 듀리엘은 입구에서 서로 늦게 들어가려고 눈치봤던 기억이 나네요.
18/01/02 19:44
수정 아이콘
하코 카오스 생츄어리에서 휠윈드 도는 바바리안을 보앗습니다. 같이 겜하다가 아찔하더라구요. 안 죽게 하려고 화살을 퍼붓엇습니다.
순규성소민아쑥
18/01/02 19:51
수정 아이콘
덜덜덜...아이언 메이든 걸리면 훅 아닌가요 ;;
임나영
18/01/02 12:28
수정 아이콘
아내가 86학번, 저는 82학번이니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격동의 세월을 몸소 겪은 세대입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 아내와 함께 커피 한잔하면서 내린 결론은 간단했습니다.
시대가 우리를 불렀지만 불과 4~5년만에 1990년대를 맞이했고 사회로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시대의 주역은 1990년대 초반의 자유분방한 개성세대가 자리잡았고 이내 IMF세대가 찾아오면서 언제나 그랬듯이 구시대는 잊혀져 갔습니다.

정치사회적으로 불운했던 우리 세대와 사회경제적으로 불행한 자식 세대를 보면서 과연 누가 더 불행하다고 말할수 있을까요?
치키타
18/01/02 13:07
수정 아이콘
모든 인생이 상대적일텐데 불행을 절대적인 수치로 함부로 재단 할 수는 없겠지만
속된 말로, 자기 군생활이 제일 힘들다는 말로 대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서로 힘들다고 힘들었다고 하는 불행한 세상인게 안타깝습니다.
서로 행복하다고 행복했다는 세상은 없을까요?
염력 천만
18/01/02 12:33
수정 아이콘
요즘 애들은 확실히 컴퓨터 쪽으로 빠른것 같아요
저희집 아들도 이제 만 3살을 한달앞둔 35개월인데 컴퓨터 키보드로 자기이름 석자를 쓰더라고요
치키타
18/01/02 13:04
수정 아이콘
그러니깐요, 뉴 제너레이션이겠죠. 어른들은 미디어 등 첨단 기기를 빨리 주지 말라고 하는데 시대가 다르니까 새로운 세대는 완전 다를 것 같습니다.
18/01/02 13:09
수정 아이콘
스위치-하스스톤-스타워즈를 모두 즐기는 팬 입장에서 절절히 공감가튼 글이였습니다 엉엉
RedDragon
18/01/02 13:46
수정 아이콘
의식의 흐름글인데 다 이해가 되네요.... 크크
아린미나다현
18/01/02 18:56
수정 아이콘
그래도 어머님 집이었으니 와인 드셔도 옥체는 상하지아니하셨을듯 하옵니다만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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