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1/29 00:41:01
Name 에일리
Subject [일반] [단편] Diary
JZcpiqO.jpg



1953년 XX월 XX일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작지만 전도유망한 과학 연구 기업과 성장해 나갈 인재를 채용한다는 공고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어 열정을 쏟아부은 세월 말이다. 단순한 샤워커튼 개발 및 세일즈를 하는 회사는 과학 연구 및 응용 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소금광산을 사들였다.그리고 다시 그곳을 이노베이터 시설로 다시 재개발하여 이곳에서 근무할 연구원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나도 운 좋게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 기업을 단순한 아이템 하나로 이 정도의 위치까지 오르게 한 '케이브'의 역량 또한 대단하지만, 그 이면엔 끊임없는 발전을 도모하는 나 같은 훌륭한 연구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케이브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케이브는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다. 그가 회사를 차린지 얼마안돼 여러 파라미터에서의 높은 평가와 수상으로 인해 업계에서 주목을 받은 이후 국방부와 수주계약을 따내기도 하고, 라이벌 기업과의 정부지원금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등 응용 과학계에서 최고의 성장을 거두어 냈다. 또한 전미 과학 사업기관에서 '최고 신생 과학 회사' 상을 받았을 때 파티 연설자리에서 했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진정한 과학의 시작은 "왜? 가 아닌 왜 안 되나?"를 적용하여 과학 발전에 도모하자, '우리는 할 수 있기에 해야 할 일을 하자'.

연설 내용만 보면 정말 진정 '참 과학자'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연설내내 눈물을 참지 못하던 것으로 보아 옆자리에 앉아있던 사무직 직원이었던 캐롤린 또한 그러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생각은 물음표로 바뀌어 돌아왔다. 그의 개인 연구실에서 발견했던 미공개 프로젝트의 목록을 보고 나서 말이다.

1. 형광성 칼슘과 마이크로칩 이식을 통한 뇌의 활동 추적 및 뇌온도의 변화 관찰
2. 발암물질이 적용된 의자를 통한 피실험자의 악성 종양 실험
3. 혈액을 가솔린, 땅콩즙으로 재구성(땅콩 알레르기 검사 필)
4. 신체 탄소 유리화가 체내에 미치는 영향
5. 제트 엔진을 이용한 체내 불필요 수분 기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임상적 효과
6. 수은을 적용한 샤워커튼이 체내에 미치는 영향
7. 샤워커튼에 적용 가능한 양자 터널 : 휴대용 양자 터널 링 장치(매우 중요 : 동그라미가 종이를 뚫을 정도로 그어져 있었다.)

목록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응용과학에서 과연 어떤 형태로 사용될 것인가 생각하게 하는 것들뿐이었다. 그의 R&D프로그램 자체가 외부인이 보았을 땐 우스꽝스러운 생각이긴 하지만, 알다가도 모를 그의 의중과 지독히도 현실적이고 또한 과학에 기여하는 그의 태도를 보았을 때 의미 없는 일은 아니겠지…

그나저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올림픽 메달리스트나 군인 같은 사람들이 케이브를 자주 방문하는 것 같았는데, 최근엔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부쩍 많이 방문하고 있다. 케이브가 자선사업이라도 준비하려고 하는 것인가?



1968년 XX월 XX일

부수석 연구원이 되었다.
10여 년 전 그의 연구실에서 보았던 케이브의 개인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수면위로 올라왔고, 이것이 모두 과학과 회사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며 연구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점점 도가 지나쳐가는 케이브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신입 연구원들은 회사의 재정상태를 핑계로 대부분 떠나가버린 지 오래고, 이제 나와 같은 연배 있고 배 만나온 연구원들만이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간 엄청난 비용을 테스트 챔버와 설비, 시설에 모조리 투자해버린 이유는 경쟁 기업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하나, 과학발전에 어떤 방법으로 기여하는지는 나조차도 의문이 많다. 그런데도 오로지 회사에서 제작하는 것은 샤워커튼뿐이다. 전미에 사용되는 모든 샤워커튼의 제작을 맡고 있어 금방 파산되진 않겠다만 연구시설에 드는 비용이 그를 뛰어넘기에 이대로 가다가는 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최근 케이브는 나사(NASA)에 관련된 사건에 연루되어 상원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주가 또한 폭락하기 시작하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20여 년 넘게 찬란한 빛을 내고 있던 회사가 한순간에 몰락하는 느낌이다.
이제 파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1973년 XX월 XX일

오랫동안 같이 연구해왔던 수석 연구원이 건강상의 이유로 퇴사함으로써, 내가 수석연구원이 되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연구원인 나보단 그의 비서 캐롤린에게 더욱 의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회사는 나락의 무저갱에서 한번 건져 올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케이브는 테스트 체임버 건설과 설비 및 시설에 대해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비록 샤워커튼만으로 자금조달을 했던 기존의 방법에서 벗어나(물론 표면상으로..) 이곳저곳 돈이 될만한 아이템에 손을 벌리고 있는 것 같다. 본인도 샤워커튼만으로는 도저히 연구 자금 조달이 힘듦을 늦게나마 깨달은 것 같다.
그간 우리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을 때 반대로 경쟁기업은 엄청난 방산업체로 거듭나게 되었다. 물론 우리 회사 또한 테스트, 연구시설이나 설비에 대부분을 투자할 정도로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그쪽 회사는 기업을 경영하는 방법론 자체가 다른 것이다. 거액의 정치자금 로비와 국가를 상대로 한 리베이트등, 우리 기업은 과학 발전만을 위한 경영을 한다면 경쟁회사는 전방위로 그 기세를 뻗쳐나가고 있어서 범국가적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물론 나날이 성장해가는 경쟁기업의 기세를 본 케이브는 이를 갈며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빌어먹을 기회주의자 놈들, 저 근본없는 놈들은 우리 회사 가장 깊숙한 곳에 스파이를 심어놔 우리 핵심 연구를 훔쳐가서 국방부에 수주계약을 따냈어. 언젠가 저놈들도 자신들이 뿌린 씨앗의 손에 파멸하는 날이 오겠지. 누가 알아? 어떤 공돌이 녀석이 빠루라도 들고 분탕질을 해낼지?"

점점 케이브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음을 느낀 순간이었다. 이 말을 들은 누구도 동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케이브의 고약해진 성질머리를 알기에 가볍게 고개를 끄떡이고 이내 자기 할 일에 집중했다.
그 할 일이라는 것은 어느 선박의 건조계획으로 회사 대부분 인력이 할애되는 프로젝트였다. 이 선박건조에 우리 회사의 오버 테크놀로지의 집약을 모조리 쏟아부어 경쟁기업과의 격차 틈을 좁혀 현재 빠져있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게 케이브의 계획이다.
이것 또한 의아한 게 지하 3천 미터에 드라이독(Drydock)이라니, 게다가 보리알리스(Borealis)라는 네이밍 센스는 어떻고, 아인슈타인 또한 그러했지만 난 학창시절 라틴어 시간이 제일 싫었다.

수석연구원이 되어 이노베이터 시설 및 테스트 샤프트 운영 전반에 엄청난 권한이 생기고 나서부터 알게 된 내용이었는데, 그때 가볍게 콧방귀 뀌며 넘겼던 케이브의 연구내용은 대부분이 테스트가 완료된 상태 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몇몇 개는 이미 그때 적혀져 있기 전 완성되어있다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었다. 최근 몇 주간은 그것에 관한 놀라움을 감출 수 없는 동시에 테스트는 어떻게 누가 실행하였고, 그로 인한 윤리적인 책임은 없는가에 대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최근 케이브는 60년대 초반 봉쇄하였던 'Zulu Bunsen'을 재가동 시켜, 추진 젤 실험을 가동하였다. 이러한 실험은 도대체 왜하는것인지, 우리는 애초 자율 주도 연구원인지 아니면 그냥 케이브의 프로젝트에 고용된 연구원인지. 의미가 퇴색된 지 너무도 오래되었다. 입사 30여 년 만에서야 이런 생각에 빠진 나도 그저 웃길뿐이다.



1986년 XX월 XX일

애당초 경쟁기업과의 틈을 좁힐 수 있을 거라던 오버 테크놀로지 선박은 건조 중 안전수칙 미준수, 관리부실로 인해 알 수 없는 곳으로 텔레포트 되어버렸다. 이는 상상할 수 없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날리게되는 비극적인 결과만 낳게 되었다. 차라리 그 목록에 있었던 '휴대용 양자 터널링 장치'를 상품화하자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이러진 않았을 텐데. 그간 괄목할 만한 성과가 없어 업계에선 우리 회사를 2인자로 낙인찍었고, 테스트에 미친 케이브는 펌프 스테이션과 각종 젤의 실험에 필요한 강화 센터 건설에 거의 모든 예산을 쏟아부었다. 설상가상으로 수은중독에 이어 월석중독까지 더해 몸과 마음이 같이 미쳐가는 케이브는 본인의 테스트 지원자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게 되자 연구원들을 강제로 투입 시켰다. 테스트에 참여한 연구원들의 상태가 점점 기이해지기 시작해졌다. 물론 이전에 보았던 괴문서 내용을 비추어보아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였으나 점점 상황이 더욱더 악화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나의 경우 고령과 연구 인력 관리 및 연구 전반에 대한 지휘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테스트에 참여 하지 않을 줄 알았으나 예외는 없었다. 변환 젤 연구를 위해 월석을 7000만 달러어치나 사들였으나 그 월석이 나와 케이브, 그리고 연구원들의 생명을 좀먹어가고 있었다.

최근 들어온 신입 연구원 똘똘이 '더그'나 '헨리'는 이런 절차를 겪지 말아야 할 텐데..

케이브의 총애를 받던 캐롤린은 악화한 그의 건강상태 덕에 일찌감치 후계자로 점지 되어 있었으나 최근 몇 년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인격을 인공지능으로 치환하여 케이브 사후에도 영원 불멸하게 그의 테스트를 진행 할 것이다는 엔지니어의 말이 오고 갔었는데...
아니 내가 아는 케이브라면 이미 그 계획을 진행했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그 계획의 이름이 무엇이었더라?? 'Genetic Lifeform and Disk Operating System' 였던것 같은데?



1988년 XX월 XX일 ,미시간주 어느 응용 과학 회사 연구소 앞 공터

검은 옷을 입은 몇 명이 묘비 앞에 서서 흐느끼고 있다.



R.I.P
故 애디 알렌(Eddie Allen)
평생을 애퍼처 사이언스에 헌신하다 잠들다.

Aperture Science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참조 : 나무위키 '포탈 시리즈' 항목 "https://namu.wiki/w/%ED%8F%AC%ED%83%88%20%EC%8B%9C%EB%A6%AC%EC%A6%88")

공식 설정이 아닌 일종의 팬픽임으로 설정오류가 있을수 있으니 참고하여주시기 바랍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아점화한틱
17/01/29 08:14
수정 아이콘
빠루가 힌트였던건가요..
에일리
17/01/29 11:24
수정 아이콘
네 그렇죠 빠루가 힌트인거죠 흐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706 [일반] (수정)백종원표 더본코리아의 오늘까지의 주가추이 및 개인적인 의견 [45] 독서상품권5074 24/11/21 5074 1
102705 [일반] 피지알 회원들의 AI 포럼 참가 후기 [19] 최애의AI5855 24/11/20 5855 37
102704 [일반] AI 시대, 사교육 방향이 근본적으로 수정되어야 할 이유 [31] 스폰지뚱5707 24/11/20 5707 8
102703 [일반] 영화 청설 추천합니다 [17] 퀵소희4685 24/11/20 4685 1
102702 [정치] 감리교회의 반동성애 기류는 더욱 심해지고 강해지고 있습니다. [33] 라이언 덕후5788 24/11/20 5788 0
102701 [일반]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지는 요즘 드는 생각들 [79] 수지짜응8878 24/11/20 8878 2
102700 [일반] 한나라가 멸망한 이유: 내우(內憂) [10] 식별2786 24/11/20 2786 27
102699 [일반] 우크라이나 내 전쟁여론 근황 종전 찬성 52% 반대 38% [124] 뭉땡쓰7943 24/11/20 7943 1
102698 [정치] 트럼프의 집권은 오바마에 대한 실망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생각되네요. [95] 홍철9456 24/11/20 9456 0
102697 [일반] [스포주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인상적이었던 연출 몇개... [18] Anti-MAGE3926 24/11/20 3926 4
102696 [일반] 현대차 울산공장 연구원 3명 사망… [37] 뜨거운눈물9844 24/11/19 9844 1
102695 [일반] 개인적으로 한국어에는 없어서 아쉬운 표현 [78] 럭키비키잖앙8371 24/11/19 8371 8
102694 [일반] 회삿돈으로 현 경영권을 지켜도 배임이 아닌가? [81] 깃털달린뱀12524 24/11/19 12524 12
102693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51. 급할 극(茍)에서 파생된 한자들 [6] 계층방정2650 24/11/19 2650 1
102692 [일반] MZ세대의 정의를 뒤늦게 알게 되었네요. [16] dhkzkfkskdl8924 24/11/18 8924 2
102691 [일반] 니체의 초인사상과 정신건강 번개맞은씨앗4072 24/11/18 4072 2
102690 [일반] 입이 방정 [1] 김삼관4123 24/11/18 4123 1
102689 [일반] 심상치않게 흘러가는 동덕여대 사태 [312] 아서스19805 24/11/18 19805 44
102687 [일반] 작년에 놓쳤던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했습니다. [12] 가마성5971 24/11/18 5971 0
102686 [일반] 출간 이벤트: 꽃 좋아하시나요? 어머니, 아내, 여친? 전 제가 좋아해요! [112] 망각4860 24/11/17 4860 17
102685 [일반] 스포)저도 써보는 글래디에이터2 - 개연성은 개나 주자 [12] DENALI5361 24/11/17 5361 1
102684 [일반] 실제로 있었던 돈키호테 [3] 식별6117 24/11/17 6117 17
102683 [일반] [팝송] 콜드플레이 새 앨범 "Moon Music" [12] 김치찌개4627 24/11/17 4627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