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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3/20 13:53:31
Name 눈시BBbr
Subject [기타] 독재자가 돼 봅시다. 트로피코 4


심시티와 비스무리한 게임이 있습니다. 카리브해의 섬 하나가 배경인 게임이죠. 그 섬은 작고 낙후됐으며 세상의 관심이 닿지 않은 섬입니다. 대신 아름다운 자연과 무궁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죠. 거기다 이 섬을 초강대국으로 이끌 대통령 각하께서 이 땅에 강림하셨습니다.

여기는 트로피코자유민주주의인민공화국 (Fre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Tropico)입니다. - 제작사 칼립소 인터뷰에서 (...)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정치적인 요소를 집어넣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비틀어서 말이죠. 플레이어는 트로피코의 대통령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각 정당과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줘야 합니다. 그리고 선거에서 승리해야죠. 이게 중요합니다. 그 무엇보다 중요하죠. 선거에서 지면 대통령은 보트를 타고 한밤중에 다른 곳으로 도망칩니다. 아 뭐 어떤 비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여행가는 걸 겁니다. 각하께서 나라를 위해 그렇게 일하셨으니 휴식도 필요한 법이니까요.

시작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출신과 집권, 장단점을 정합니다. 다양하게 있죠. 왕족 출신부터 전쟁 영웅 등의 출신이 있고 CIA에 세뇌돼서 온다든가 권력을 물려받았든가 해서 집권한 방법을 정할 수 있습니다. 장단점은 세 개를 선택하는데 플러스가 되는 것도 있고 마이너스가 되는 것도 있습니다. 저는 좋은 쪽으로만 선택하지만 고수분들은 마구잡이로 선택해서 막장플레이를 하실지도요 (...)


트로피코 4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건 바로 페눌티모입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죠. 다른 거 없습니다. 그저 대통령의 충실한 딸랑이죠. 머리도 영 안 좋습니다. 오죽하면 미션에서 얘가 클론(!)으로 바꿔치기 되는데 이 클론이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

그에 대응하는 인물이 서니 플라워, 그냥 깝니다. -_-; 또 깝니다. 계속 깝니다. 트로피코의 국영방송 TNT를 이 둘이 하는데 그거 보는 맛이 또 최고죠 _-)b 페눌티모는 무조건 대통령 찬양! 플라워는 무조건 그걸 비꼬거나 대통령 까기! 이런 식입니다.

그 외에 여러 정당들이 있고 그들의 요구 역시 많습니다. 그리고 이들 역시 꽤나 비틀어져 있구요. 가장 기본이라 할 자본주의자와 공산주의자가 그나마 개념입니다. 자본주의자들은 돈 되는 거나 치안을 잡을 것을 요구하고 공산주의자들은 주거, 의료 등 복지 문제를 요구하죠. 가끔 개드립이 보이긴 하지만 다른 이들에 비하면 정말 자기들 일 제대로 하고 있는 겁니다.

이들의 지지를 얻으려면 각 정당 지지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트로피코를 이끌어야 합니다. 제법 차이가 있죠. 가령 자본주의자들은 학력에 따라 임금이 차이가 크길 원합니다. 능력에 따라 달라야 된다는 거죠. 반면 공산주의자들은 그 반대를 원하죠. (무학력과 대졸이 임금이 비슷하면 대졸이 떠납니다) 뭐 그래봐야 나라 잘 이끌면 둘 다 지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대표적인 두 정당이자 이들의 지지가 곧 미소 강대국과의 친밀과 연관되니 잘 들어줘야죠.

그 외에 종교인, 지식층, 군국주의자, 환경주의자, 국가주의자, 수령주의자 등이 있습니다. 이들의 요구 하나하나를 들어주기가 참 짜증나죠. 국가주의자와 수령주의자가 좀 다른데 국가주의자는 트로피코라는 나라(라기보단 섬?)을 중시하고 수령주의자는 대통령 각하를 중시합니다. 전자는 외국인이 오는 것만으로 욕합니다. -_-; 후자는 대통령 각하께서 선거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지지율이 떨어지죠. 어찌 각하를 범인과 비교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다른 이들도 좀 비틀어져 있습니다. 종교인들은 금주령 내리자면서 자기들은 술 좋아하고 (...); 환경주의자들은 싫긴 해도 말은 맞는 거 같은데 쓰나미 같은 재해가 오면 좋아합니다. 사람이 죽어도 최고의 파도타기였다느니 대자연이 오고 있다느니 =_=;;; 위의 서니 플라워가 이 환경주의자들의 리더죠.


외국과의 관계도 중요합니다. 특히 미소와의 균형을 잘 맞춰야죠. 초반에는 이들이 보낸 지원금이 유일한 돈벌이고, 잘 맞추면 양쪽 합쳐 1만 정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 쪽과의 관계가 어그러져도 다른 쪽에서 더 못 받죠. 관계가 아예 헝클어지면 쳐들어옵니다. 그럼 그냥 게임 오버. 둘 중 하나와 동맹을 맺을 순 있는데 그럼 1년에 2천밖에 못 받죠. 그 외에 유럽연합, 중국, 중동이 있는데 이들은 미소보다는 덜 신경써도 됩니다. 그래도 중국은 수출입에 중요해서 좀 신경써야 되는 편이죠.

하다보면 이들 중 하나와는 무조건 친밀도가 떨어지는 퀘스트가 있습니다. 그 때 그 때 잘 선택해야죠. 퀘스트로는 해당 나라에 수출을 더 많이 하는 것 (나라마다 품목이 정해져 있죠) 삥 뜯기는 것 -_-; 등이 있습니다.


시작해보면 나라가 참 한산합니다. 설정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인구수 50, 돈은 1~2만 정도. 농장 두 개에 아파트 한 채 정도가 있죠. 집이 없는 사람들은 판잣집에 삽니다. 이런 상황에서 돈을 벌고 주민들의 행복도를 올려야 되죠. 돈이 나갈 데는 많은 반면 초반에 들어오는 건 미소의 지원금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선택을 해야죠. 1차 산업으로 농장이나 목장, 어장만 잔뜩 만들 수도 있고 돈이 좀 모이면 공장을 만들어 2차 산업으로 나갈 수 있으며, 아예 관광업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돈 잘 버는 테크는 이제 많이 알려져 있죠.

돈을 벌면서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참 머리 아픕니다. 특히 교회, 진료소는 초반에 세워줘야 되는데 이게 다 돈이죠 ㅠ 건물도 건물이지만 각기 고졸과 대졸을 원하는데 초반에는 이들이 거의 없습니다. 외국에서 불러와야 되는데 그게 또 돈이죠. 짜증나는 게 신부(아무리 봐도 카톨릭인데 결혼을 합니다)들이 왔다가도 임금 적으면 그냥 가 버린다는 겁니다. -_-; 의사도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성직자가 이런다니... 종교인의 리더가 허구헌날 종교만족도를 올려라 성당 더 지어라 하는데 아니 지들이 안 오는데 어쩌란 겁니까.

공장을 짓다보면 최소 고졸이 필요해지고, 자급자족을 위해선 학교를 세워야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이 가면 무학력자가 또 부족해지죠. =_=; 어느 쪽이든 부족하면 나라가 망합니다. 밸런스를 잘 맞춰야 됩니다. 대졸은 그냥 외국에서 돈 주고 불러오는 게 낫죠. 이민관리국으로 이걸 조절할 수 있는데 꽤 머리 아픕니다. 있으면 있는대로 집 병원 교회 다 지어줘야 되고 없으면 없는대로 나라가 안 돌아가니...

길도 잘 내줘야죠. 트로피코는 음식, 교회, 의료(영리병원은 있지만)이 무료고 집값도 아주 쌉니다. 거기다 차고만 지어주면 주민들이 알아서 다 차 타고 다니죠. 이런 지상낙원이 어디!... 아니 이게 아니라 이것들이 다 잘 되려면 길을 잘 지어야 됩니다. 길이 계속 막히면 식량은 많은데도 사람들이 죽어가죠. 유통이 중요한데... 여기 익숙해지기가 좀 어렵습니다.

뭐 결국 돈입니다. 돈만 잘 벌면 주민들이 원하는 걸 다 지어줄 수 있고 다 만족시켜줄 수 있죠. 그러다 삐끗해서 끝 없는 적자에 나라가 망하기도 하지만요. -_-;

이렇게 나라를 이끌다 10년에 한 번씩 선거를 합니다. 여기서 무조건 이겨야 되죠. 자기에게 가장 적대적인 정당의 리더와 붙게 되고 일단 연설로 온갖 선전선동...이 아니라 다음 임기 때의 공약을 합니다. 하필 돈 좀 벌려고 할 때쯤, 주민들의 만족도가 낮을 때쯤 선거하게 되면 피눈물 나죠. 조국과 민족을 위해 그런 불만은 좀 뒤로 미루고 혼란 없는 안정 속에 중단 없는 전진을 해야 되는데 주민들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그저 나라를 위해서 피땀흘려 일하는 대통령을 쫓아보내려고 하죠 ㅠㅠ

안 된다 싶으면 계엄령을 내려 선거를 뒤로 미룰수도 있습니다. 혹은 상대 후보를 암살할 수도 있죠.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겁니다. 트로피코를 강대국으로 만드는 게 중요한데 한낱 선거 따위를 할 땝니까 지금이.

... 그리고 선거를 이기면, 특히 압도적으로 이기면 페눌티모가 "민주주의 의식이 높아져도 괜찮겠습니다."라고 합니다 ( - -)

특이하면서도 이 게임의 철학을 관통하는 게 비자금이죠. 스위스 은행에 돈을 빼돌릴 수 있습니다. 참 다양한 방법이 있죠.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일 했으면 노후를 위해 조금의 돈은 있어야 될 거 아닙니까. 지금이 저 먼 동아시아 어떤 나라 선비도 아니고 풀만 먹고 살겠습니까?

아마추어 한글 패치가 있는데 이게 또 물건입니다. 정말 웃기게 잘 만들었고 패러디가 넘치죠. 가령 대통령 관저를 업그레이드 한 게 주석궁이라든가요. 로딩할 때마다 정치인들의 말들이 있는데 박정희부터 노무현, 이명박의 말도 끼어 있습니다. 원판에 있을 것 같진 않고 끼워넣은 게 아닐까 싶네요.

이상 _-)/ 트로피코 4 소개였습니다. 심시티류 게임은 거의 안 하는데 이 게임은 정말 다르네요. 신나는 배경음도 그렇고 참 블랙 유머를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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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yer Aspirin
13/03/20 14:10
수정 아이콘
이거 재밌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심시티보다 재밌더군요.
심시티4처럼 하나하나 도시를 만들어가는 재미는 없지만,
매 싱글게임이 심시티5보다 큰 도시를 만드는 거라고 볼 수도 있고 재밌습니다.
지금 잘 기억이 안나는데 음식 > 종교 > 의료 > 경찰 > 소방 > 교육 > 오락 순으로 했던거 같네요.
다반사
13/03/20 14:12
수정 아이콘
아 이거 세일할때 사려하다가 깜빡하고 놓쳤었는데
저도 개인적으로 심시티보다 이걸 더 침니다 크크크
젊은아빠
13/03/20 14:33
수정 아이콘
트로피코 재밌죠. 특히 음악이 아주....쌈바!!!
노틸러스
13/03/20 14:36
수정 아이콘
세일할때 사서 스토리 다깨고 허전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스토리 다깨고 뭘 해야 재밌을까요 흑흑
수부왘
13/03/20 14:59
수정 아이콘
여담으로 여행객 휴양시설로 원주민 부락을 지은 뒤 원주민의 생각을 보면... 크크크 저분들을 절대 놀라게 해선 안돼
13/03/20 15:25
수정 아이콘
와 이거 재밌겠네요... 스팀인가요? 가격은 얼마나 하나요?
13/03/20 16:04
수정 아이콘
스팀 기준으로 30달러 정도네요. 다른 곳을 찾아보면 좀 더 저렴할 수도 있을겁니다.
데프톤스
13/03/20 16:15
수정 아이콘
그냥 재미삼아하는데 쿠데타 진압못하고 끝나서... 접었는데 이 글 보니까 다시 진지하게 해보고 싶어지네요
불쌍한오빠
13/03/20 17:33
수정 아이콘
섬이 너무 쫍아서 재미가 떨어지더라구요
공항짓기가 힘들다는ㅠㅠ
나루호도 류이
13/03/20 20:53
수정 아이콘
이거 다른것보다 교통문제를 해결하기가 너무 빡세더군요. 아무리 인구가 1000명이 안되는 도시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공장을 세워놓으면 1시간 일하고 23시간동안 쉬고 병원가고 시장가고 차타고 이동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속이 터지죠.
인간실격
13/03/20 20:55
수정 아이콘
이 게임 해본적은 없지만 명성이 자자한 게임이죠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게임입니다
스타빠킬러
13/03/21 01:38
수정 아이콘
스타빠돌이들 주제에 왠 트로피코?.
sisipipi
13/03/21 02:17
수정 아이콘
여기도 진출!!
홍승식
13/03/21 13:12
수정 아이콘
아~ 너무 재밌겠는데요.
역시나 게임을 하다보면 지도자의 마음을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문명을 하면서 민중들이 얼마나 귀찮은 존재인지 알게 되듯이 말입니다.
민주주의라게 다 몹니까.
잘먹고 잘살게 해준다는데 어리석은 존재일 뿐이죠.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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