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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2/28 11:45:58
Name aura
Subject [일반] <단편> 디링디링-7(여러분 럭키세븐입니다!)
안녕하세요. aura입니다. 벌써 7부군요.
이번 회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번 편을 통해 눈치 빠르신 분들은 내용을 다 알아채 버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편을 안보신 분들은 전편을 꼭 봐주세요. 이어지는 시리즈입니다.

디링디링 1부: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page=1&sn1=on&divpage=8&sn=on&ss=off&sc=off&keyword=aura&no=42422
디링디링 2부: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page=1&divpage=8&no=42432
디링디링 3부: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page=1&divpage=8&no=42436
디링디링 4부: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page=1&divpage=8&no=42450
디링디링 5부: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page=1&divpage=8&no=42453
디링디링 6부: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page=1&divpage=8&no=42465

<단편> 진눈깨비 :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page=1&sn1=on&divpage=8&sn=on&ss=off&sc=off&keyword=aura&no=4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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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연습에 시간은 어느새 새벽 두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승제 녀석은 졸린 지 꾸벅꾸벅 졸아대고 있었다. 하진이는 아예 담요를 덮고, 쿨쿨 자고 있었다.


“후후, 아무래도 오늘 연습은 여기까진 것 같군.”


영욱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확실히 오늘만 여섯 시간 이상 연습한샘이니, 내일 컨디션을 위해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다.


“지인아. 괜찮지?”


무려 여섯 시간이나 목을 혹사시킨 지인이를 위해서라도 그냥 오늘은 자는 게 좋겠지.


“응. 콜록. 근데 나 조금 연습을 과도하게 했나봐. 목이 좀 잠기는 것 같아. 너희 먼저 잘래? 나 뭐라도 사다 마셔야겠다.”


지인이의 말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악기를 몇 시간이고 연주하는 것과 노래를 그렇게 부르는 것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악기는 많이 친다고 당장 문제될 것이 없지만, 노래는 목이 쉬어버릴 수 있으니까.


“아, 그럼 같이 가자. 밤도 늦었는데.”


나는 자진해서 지인이와 함께 나가길 자청했다. 아무래도 교회에서 새벽까지 문을 여는 편의점까지 가려면 어두운 밤길을 꽤 걸어야했다.


“후, 나는 졸리다. 그럼 니들 잘 갖다 와라.”


영욱이는 그 말을 끝으로 그대로 자리에 뻗어버린다. 영욱이 녀석, 역시 눈치가 좋단말이야. 고맙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지인이와 함께 교회를 나섰다. 새벽이 깊어서인지 날씨가 봄 날씨 답지 않게 제법 쌀쌀했다. 입김도 나온다.


나는 겨울이 지난 이후로 보기 힘들었던 입김을 구경하는 척 하며 옆으로, 나란히 걷고 있는 지인이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른 바 눈치 보기랄까. 이건 기회다. 꼭 묻고 싶었던 것들을 말하는 거야.


“저기 지인아.”
“응.”


막상 말하려고 하니까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지인이는 역시 남자친구가 있겠지. 그래도 직접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을 간신히 꺼낸다.


“저기 그러니까, 지인이는 당연히 남자친구 같은 거 있지?”


휴, 간신히 물어봤다.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지인이의 대답을 기다린다. 제발 하느님, 부처님! 없다고 해주세요. 제발.


“음. 없어.”


할렐루야! 맙소사. 지인이가 남자친구가 없다니. 이건 모세가 홍해를 가르던 것과 맞먹는 기적이다.


“그, 그래? 지인이 정도라면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하하.”


쿵쾅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대꾸했다. 그럼에도 심장소리가 너무 커서, 또는 설레는 표정이 너무 드러나서 지인이가 나의 작은 연심을 눈치 챘을지도 모른다. 나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


“지인아, 저기 나 항상 궁금하던 거였는데. 도대체 우리랑 밴드는 어떻게 하게 된 거야? 그리고 영욱이랑은 어떻게 알게 됐고?”


생각해보면, 정말 의문이다. 그런데 의심하지 않았었다. 나에게 ‘영욱’이라는 사람이 주는 거대한 신뢰감 때문에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나 있지. 그건 조금 더 나중에, 나중에 말해주면 안될까?”


뜻밖에도 지인이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내 질문을 피해간다. 나는 문득 민한광이 찾아온 날 밖에서 그들 셋이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분명 나만 모르는 뭔가가 있다. 영욱이도, 지인이도 도대체 왜 그걸 숨기려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럼, 다른 질문! 지인이는 언제부터 노래를 이렇게 잘했어? 타고 난건가?”


나는 어색해지려하는 분위기를 막기 위해 황급히 질문을 바꾼다. 이정도 질문이라면 문제없겠지?


“음. 아니야. 나 예전에는 전혀 노래 못했었는걸.”


지인이는 자신의 노래 못하던 과거가 떠올랐는지 살짝 얼굴을 붉힌다. 도대체 어땠기에 생각하는 것만으로 저렇게 부끄러워하는 거지? 지인이의 옛날 모습, 궁금하다.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지인이의 말을 나는 경청한다.


“초등학교 음악 시간에는 노래를 너무 못해서 망신도 당했었어. 각 반마다 동요대회에 나갈 대표를 뽑는다고, 반 아이들 전부 한 번씩 노래를 시켰는데... 음정도 안 맞고 박자는 더 엉망이었거든.”


이럴수가. 완벽할 것만 같았던 지인이에게도 저런 부실한 과거가 있었나? 그런 지인이의 과거를 알았다는 사실에 왠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에이 그럴 리가. 지금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데?”
“정말이야! 그리고 지금도 노래 전혀 잘하지 않는걸.”


겸손이 지나치군. 지인아, 네가 노래 잘하지 않는 거면 노래방 기계에 무시당했던 우리 셋은? 응??


“그럼 그렇게 망신당한 이후로 노래연습해서 잘하게 된 거야?”


나의 물음에 지인이는 예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아니 그 때는 그냥 나는 원래 못하는구나. 노래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어. 그러니까 내가 노래 연습 시작하게 된 건 정확히 우리 언니덕분이야.”


“언니?”


지인이에게 언니가 있었구나. 처음 알았다. 지인이를 보고 있으면 이거 완전 느낌이 온다. 지인이의 언니는 100% 예쁠 것이다.


“응. 나랑 세 살 차이 나는 언니야, 내가 고등학교 들어갈 무렵에 우리 언니가 이리저리 밴드 공연을 찾아다니며, 내게 보여줬었거든.”


아. 그렇구나.


“그러다가 나랑 비슷한 또래의 고등학생 밴드들도 많이 보게 됐는데, 정말 나랑은 달라보였어. 나도 저렇게 무대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봤으면 좋겠다하는 마음에 노래 연습 시작하게 된 거야.”


지인이의 말에 나도 옛날 생각이 떠오른다. 어쩌다가 누나 따라 가게 된 락 페스티벌을 계기로 무작정 기타 연습을 시작했었다. 그때는 정말 뭣도 모르고 기타에 달려들었지.


“나도 그래. 나도 어떤 락 밴드의 공연을 보고, 그때부터 기타에 매달리게 된 거야.”


지인이와 뭔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벅차서 잠시도 참지 못하고 말해버렸다. 지인이는 씩 웃어준다. 그런데 지인이와 얘기하다보니 꽤 먼 거리에 있던 편의점도 어느새 도착해버렸다. 이 길이 이렇게 짧았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서오세요.”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졸고 있던 알바가 비몽사몽 손님을 환영한다. 단잠을 깨워서 미안한 기분까지 들 정도로 알바는 헤롱헤롱거리고 있었다. 빨리 사고 나가줘야겠다.


“음, 목 아플 때 뭘 먹는 게 좋을까.”


지인이가 고민하고 있을 때, 나는 온열기에 있던 모과차를 꺼내들었다.


“목 아픈데 따뜻한 모과차가 좋데.”


유리병으로 되어 있어 기분 좋은 온기가 지속되는 모과차를 지인이에게 건넨다. 어디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모과차가 목에 좋다고 했는데, 맞겠지?


“고마워 현아.”


우리는 모과차 몇 개와 내일 애들이 마실 음료를 페트로 몇 개 산 뒤, 편의점을 나왔다. 후, 쌀쌀하다. 그래도 빨리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 지인이와 좀 더 밤거리를 걷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내 바람에도 지인이와 돌아가는 길은 순식간이었다.


벌써 교회 앞이다. 혼자 갔을 때랑 너무 다른 시간감에 섭섭하고,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그럼 빨리 들어가서 우리도 쉬자.”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교회로 들어서려던 찰나.


“저기, 현아.”


응? 지인이는 발걸음을 멈춘 채 날 불렀다. 지인이가 먼저 말을 걸어주는 건가? 으아.


“왜?”


속은 벌써 난리가 났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한다.


“으응, 아니야.”


뭔가 싱겁게 지인이의 말이 끝난다. 뭔가 분명 할 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걸 추궁하거나 캐내서 듣고 싶진 않다. 지인이가 말할 준비가 되면, 뭐든지 다시 말하겠지. 나는 지인이를 위해 말을 돌려주었다.


“그나저나 목소리가 잠겨서 어쩌지? 내일은 무리하기보다 보컬은 푹 쉬는 게 좋겠다. 예쁜 목소리로 공연하려면 그게 좋겠어.”


“내 목소리……. 예뻐?”


나의 가벼운 말 돌리기에 지인이가 사뭇 진지한 반응을 보인다. 뭐지, 어째서 이렇게 대화가 진행 되는 거야.


“응. 당연하지!”
“현아, 혹시 내 목소리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아?”


뭐랄까. 엄청 진지하게 물어오는 지인이의 분위기에 나는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아니. 나는 내 목소리가 개성 없다고 생각해서 물어봤어. 보컬은 개성이 중요하잖아.”
순간 진지했던 분위기가 깨진다. 나는 뭔가 중요한 것을 놓쳤다는 생각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아쉬움을 느낀다. 뭘까 이 기분은, 느낌은.
“들어가자.”
“아…….”


지인이가 들어가 버린다.
시야에서 지인이가 사라지자 더욱 진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여전히, 이유는 알 수 없었다.


- 8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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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28 12:11
수정 아이콘
아, 한가지 말씀 못드렸는데, 3/3까지 오티를 가서 아마 연재가 당분간 없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DavidVilla
13/02/28 14:13
수정 아이콘
“내 목소리……. 예뻐?”
여기서 움찔했네요. 포인트 정말 잘 잡으시는 듯해요.

오티 잘 다녀오시길!
13/02/28 14:20
수정 아이콘
비야님 감사합니다. 나이먹고가는 마지막오티네요ㅠㅠ 좋은추억만들어서 더 좋은 글쓸게요.
응원 너무감사합니다.
민최강
13/02/28 17:21
수정 아이콘
헉.. 밀당하시는거인가요?? 아 난 왜 감이 전혀 없지.. 모르겠네요..
천진희
13/03/03 15:28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이제야 본 게 조금 이득이려나요!
저도 볼 일이 있어서 어제까지 확인 못 하다가 이제야 확인했는데요 마침 3월 3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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