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11/08 14:06:35
Name 터치터치
Subject 혹시나 추게물 뜯어먹기
아래는 추천게시판에서 사정없이 긁어온 것이다...

루나님에게 아래와 같이 쪽지를 보내고 허락을 득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나

"귀하의 글을 자게에 옮겨다 두고 우려먹겠습니다."

답글이 올지 안올지 모를뿐더러 기다리는 시간동안 글쓰기로 맘먹은 이 들끓는 젊은 청춘의 피를 감출수 없어 사후 허락이라는 나름의 합리화를 통하여 무책임하게 글을 쓴다....




그렇다면 루나님의 글을 보자.


"명일동 명일여고에서 명일역 사이에는

통닭집이 2개, 분식집이 4개, 교회가 2개, 미용실이 4개...


명일동 명일여고에서 명일역 사이에는

포장마차가 2개, 치과가 1개, 한약방이 1개, 헬스클럽이 3개...

  
명일동 명일여고에서 명일역 사이에는

제과점이 1개, 문구점이 2개, 옷가게가 5개, 사진관이 2개...


명일동 명일여고에서 명일역 사이에는

서점이 2개, 책대여점이 3개, 비디오가게가 4개, 화장품가게가 2개...


명일동 명일여고에서 명일역 사이에는

중국집이 2개, PC방이 3개, 경찰서가 1개, 과일가게가 4개...


명일동 명일여고에서 명일역 사이에는

너를 데리러, 데려다 주러 오던 그녀와의 추억이 수십개...

그때문에 흘린 눈물방울이 수백개...


  
명일동 명일여고에서 명일역 사이에는

뒤돌아 서던 네 뒷모습에 아쉬워하던 바보같은 내가,
  
예기치 못하게 날 감동시키던 네가...


명일동 명일여고에서 명일역 사이에는

날 사랑하던 네가, 널 사랑하던 내가...  

수많은 모습들을 한...   네가... 그리고 내가..."







거의 3년이나 지났음에도 생각나면 한번씩 찾게 되는 나만의 성지인 루나님의 글의 시작과 끝을 알려주기 위해 큰 따옴표로 묶는데만 해도 후달거리며, 몇분이 걸렸다...

큰 따옴표로 양쪽을 묶는건 이 글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이건 모나리자 그림에 '' 요런 수염을 붙이는 꼴이 아닐까......

쓸데없는 말은 때려치고 저 글은 같은 흰 바탕화면에 검은 글자인 국회의원 후보 전단지 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왜 사람들의 가슴을 호비(후벼의 날카로운 표현-_-) 파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1. 독특한 리듬의 듣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

  1) '명일동 명일여고에서 명일역 사이에는'

보라 저 동음의 반복들을....

흑석동 중앙대학교부속여고에서 노량진역 사이에는(읽기도 힘들구나)
방배동 상명고등학교에서 사당역 사이에는

위 두 예로 썼다면 저런 감동의 시가 탄생되기 힘들었다고 본다
(각 동과 각 학교에 비하의 의도는 없음)

시집을 보면 시 외에도 삽화가 들어가기도 한다. 그런데 이 반복 문구들은 그 글자 자체가 삽화역할까지 하고 있다. "ㅇ","ㅁ"등 공간미를 갖는 단어의 잦은 사용이 그러하다.

즉 적절한 배경에 적절한 배경음악이 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2) 개

또한 반복되는 2행째부터 시작되는 각 가게 이름 나열에서 이 가게들을 세는 단위를 선택하여 또다른 음악적 부분을 추가한다.

바로 "개"의 반복적 사용이다.

통닭집 2개 분식집 4개 교회 2개 미용실 4개

통닭집 2곳 분식집 4곳 교회 2곳 미용실 4곳

왜 곳이 아닌 개를 사용하였을까 이 의문은 가슴에 꼭 품고 더 아래에서 다루도록 하자.



2. 절묘한 선택 - 명일여고와 명일역

이 시의 음악성과도 연관이 있지만 명일동에 허고 많은 지명중에 여고와 역을 도입한 것 역시 대박이다

우선 음악성을 보자

여기에 사용된 지명은 "명일여고와 명일역이다".  이것을 큰따옴표로 묶은 부분만 소리나는 대로 써보자

명일여고와
명일여기다

보았는가? 거의 초성이 일치한다.


그리고 '그리움과 추억'을 주제로 한 이 시에서 이 시를 더더욱 풋풋하게 해주는 것은 여고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여고라는 말이 사용됨에 따라 고등학교 시절 혹은 교복을 입은 여학생을 떠올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서 끝났으면 어쩌면 평범했을지도 모른다.

연이은 히드라 드랍(여고의 혹은 여고에 대한 기억들)으로 정신없는데 루나님은 가디언을 띄운다..

바로 그 가디언은 "역"의 개념이다

역은 마중과 배웅이 일어나는 곳이다.
마중은 혼자 있는 것이고 배웅은 함께 길을 가는 것이지만
마중은 혼자임에도 희망차고 배웅은 함께임에도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이 희망과 안타까움이 하나의 공간에서 창출될 수 있는 곳은 바로 역이다.


여고에서 역까지의 의미는 풋풋한 기억에서 안타깝고 즐거웠던 기억까지로 해석될 것이며, 한의 정서인 우리 일반을 본다면 역은 안타까움에 가까울 것이다.



3. 소결

결국

명일동 명일여고에서 명일역까지  

이 한줄에 이 시의 음악과 그림 그리고 주제까지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4. 잔혹한 루나씨

1) 추억을 짙게 바르고

우리는 단 한줄로 이 시의 전부를 보았다. 그러나 이렇게 반박할 여지가 있다

'그래도 여고나 역에서 안타까운 추억이나 그리움이 없는 사람도 있을껄요 제주위에도 있거든요.'
'개인적인 판단이 더 중요하죠. 앞에 주관적인 이라고 써두었으면 ^^'


물론 이런 반박을 예상했다고 보지는 않지만-_- 루나님은 추억이 될 만한 것들은 모두 시속에 집어 넣었다. 통닭집, 분식집, 교회, 미용실, 포장마차, 치과, 한약방, 헬스클럽, 제과점, 문구점, 옷가게, 사진관, 서점, 책대여점, 비디오가게, 화장품가게, 중국집, PC방, 경찰서, 과일가게...

음... 나이트에서 한번 만난 여자는요? 이렇게 묻는다면 경찰서를 확대해석하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명일여고에서 명일역까지의 추억에 헤어나지 못하던 사람들은 위와 같은 가게에서 유사한 추억에 그리고 또다른 슬픈 그리움에 한발 재겨디뎌 설 곳도 없게 만드는 잔인한 루나씨이다.


2) 대반전

위에 나온 "곳"이 아닌 "개"로 사용한 의문을 풀어보자.

루나님의 시를 오연 십행까지 읽었다면 사람들은 반응할 것이다.

우와 명일동 많이 변했군 단순 설명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6연에 들어와서

"명일동 명일여고에서 명일역 사이에는

너를 데리러, 데려다 주러 오던 그녀와의 추억이 수십개...

그때문에 흘린 눈물방울이 수백개..."


바로 이것이다..

설명문처럼 생각되던 모든 지명들이,언급한 모든 가게 들이 추억으로 승화되고 있다..
아마 먼가에 맞은 것처럼 벙찌게 되지 않은가?

그리고 추억 수십개 눈물방울 수백개란 이 표현을 위해 위의 가게를 모두 "곳"이 아닌 "개"로 표현을 한 것이다.




나머지 7연과 8연은 쓰여진 그대로 루나님의 감성을 읽으면 될 것이다....^^;;;;;;



분명히 더 안쓰는 건 지쳤기 때문일거라 추측하는 당신




완전 정확하다--;;;


지금까지 혹시나 추게물 뜯어먹기였다...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딱 한번만 다시 더 보자



"명일동 명일여고에서 명일역 사이에는

통닭집이 2개, 분식집이 4개, 교회가 2개, 미용실이 4개...


명일동 명일여고에서 명일역 사이에는

포장마차가 2개, 치과가 1개, 한약방이 1개, 헬스클럽이 3개...

  
명일동 명일여고에서 명일역 사이에는

제과점이 1개, 문구점이 2개, 옷가게가 5개, 사진관이 2개...


명일동 명일여고에서 명일역 사이에는

서점이 2개, 책대여점이 3개, 비디오가게가 4개, 화장품가게가 2개...


명일동 명일여고에서 명일역 사이에는

중국집이 2개, PC방이 3개, 경찰서가 1개, 과일가게가 4개...


명일동 명일여고에서 명일역 사이에는

너를 데리러, 데려다 주러 오던 그녀와의 추억이 수십개...

그때문에 흘린 눈물방울이 수백개...


  
명일동 명일여고에서 명일역 사이에는

뒤돌아 서던 네 뒷모습에 아쉬워하던 바보같은 내가,
  
예기치 못하게 날 감동시키던 네가...


명일동 명일여고에서 명일역 사이에는

날 사랑하던 네가, 널 사랑하던 내가...  

수많은 모습들을 한...   네가... 그리고 내가..."



그리고...


뜯어먹기는 내가--;;; 죄송....ㅜㅜ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WizardMo진종
05/11/08 14:1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좋은글 보게됐네요. 음악맞춰서 흥얼거리며 후렴구나 랩으로 사용해도 될만큼 운율감있네요...
IntiFadA
05/11/08 14:15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추게글에....

정말 좋은 뜯어먹기(오마쥬?)입니다..
이런이런
05/11/08 14:23
수정 아이콘
글 읽다가 중간에 홍정석님이 정신차시렸나 하고 스크롤을 올려봤습니다.
Juliett November
05/11/08 15:11
수정 아이콘
흠.. 흥미로운 분석이네요..

아.. 그리고 중대부고는 남고 여고 통합해서 도곡동으로 옮겼어요.
(제가 바로 그 도곡동 2기에요.. 후후...)
세이시로
05/11/08 15:59
수정 아이콘
아...좋네요.
이 글 덕분에 다시 한번 보니 더더욱 감동이군요.
감사합니다.
레지엔
05/11/08 16:33
수정 아이콘
좋은 해몽입니다. 학교를 그쪽 근처에서 다녀서 그런지 눈에 선하군요.
오야붕
05/11/08 17:13
수정 아이콘
저도 그곳에 추억이 있는지라 옛기억이 새록새록... 롯데리아와 분식집을 잊지 못합니다.
참고로 명일여고에서 명일역까지는 아침시간 빠른 걸음으로 7분만에 주파가 가능하죠.
마술사얀
05/11/08 17:46
수정 아이콘
쓰신분도 해석하신분도 대단하시네요. 아이디 눈여겨 보고 갑니다.
lightkwang
05/11/08 18:01
수정 아이콘
추억... 좋네요..
05/11/08 18:42
수정 아이콘
아주 감동이었죠 저 루나님의 시
터치터치님도 상당하신 수준인데요. ^^
다음글이 기대 됩니다.
05/11/08 19:12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
뱃살토스
05/11/08 19:20
수정 아이콘
예전 고등학교 국어 참고서를 보는 듯하면서
간단하지만 깊이 있는 해석이 참 좋군요^^
원문을 쓰신 루나 님도 대단하심~
PsychoBox
05/11/08 21:49
수정 아이콘
본문 글을 찾아보다가 창선님의 과거를 본의아니게 알게되었다는.. (퍼버벅)
My name is J
05/11/08 22:26
수정 아이콘
음...시리즈로 이어진다해도 좋을듯합니다.
과거 추게일주-할때 읽기는 했지만..이렇게 다시보니 좋은데요. 즐거운 분석도 좋았구요. 으하하하-
온누리
05/11/08 23:34
수정 아이콘
글 멋지네요.
시리즈물 기대하겠습니다.

명문에 명해석. 이래서 pgr 을 매일 찾게 되는가 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4463 혹시나 미스테리.. [13] 터치터치4849 06/07/18 4849 0
21891 혹시나 일상의 즐거움(2) [3] 터치터치3882 06/03/20 3882 0
20696 혹시나 결정적 장면 다시보기 [14] 터치터치3955 06/02/04 3955 0
19941 혹시나 일상의 즐거움 [6] 터치터치3589 06/01/10 3589 0
19598 혹시나 잇힝!(서지수선수 응원글) [14] 터치터치3984 05/12/28 3984 0
18344 주간 PGR 리뷰 - 2005/11/05 ~ 2005/11/11 [19] 아케미5051 05/11/12 5051 0
18202 혹시나 추게물 뜯어먹기 [15] 터치터치4997 05/11/08 4997 0
16597 주간 PGR 리뷰 - 2005/09/10 ~ 2005/09/16 [10] 아케미5166 05/09/17 5166 0
16536 각 선수들 특징별 혹시나 대응방안 [54] 터치터치5003 05/09/15 5003 0
12595 혹시나 헌팅 2 [11] 터치터치4841 05/04/27 4841 0
12492 혹시나 헌팅1 [13] 터치터치4806 05/04/22 4806 0
12336 혹시나 박찬호선수 [5] 터치터치4166 05/04/14 4166 0
12286 혹시나 군대 [8] 터치터치3942 05/04/11 3942 0
12125 혹시나 따뜻한 날 [6] 터치터치3730 05/04/04 3730 0
12074 주간 PGR 리뷰 - 2005/03/26 ~ 2005/04/01 [18] 아케미4756 05/04/02 4756 0
12061 혹시나 만우절 [6] 터치터치4060 05/04/01 4060 0
12030 혹시나 조지명식 [37] 터치터치7617 05/03/31 761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