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5/08/27 18:32:42
Name FreeComet
Subject [경기분석]이윤열vs강민.. 심리전의 진수
[경기분석]이윤열vs강민.. 심리전의 진수

#1 INTRO.. 방금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듀얼토너먼트1라운드 F조 마지막 경기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4경기가 최고급 토스와 저그의 화려하고 멋진 승부였다면. 이 5경기는 최고급 테란과 토스의 살떨리는 심리전이었습니다.

#2 전반적 상황
게임의 가장 큰 틀로, 이윤열선수는 최근 테란의 트렌드 그대로, 6-7마린,탱크,벌쳐로 찌르며, 더블을 가져가는 빌드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강민선수는 그것을 예상하고 프로브수와 두 번째 파일런 타이밍을 조정하면서 원질럿원드래군으로 찌르고 테란보다 먼저 앞마당을 가져가는 방향으로 생각한 듯 합니다. 아쉽게도 강민선수의 빌드는 제대로 보지 못했네요.

가장 처음 눈에 들어왔던건, 프로브와 에씨비의 술래잡기였습니다. 배럭을 건설하고 있는 에씨비를 잡아내기 위한 강민선수의 프로브와, 그 프로브를 잡아내기 위한 이윤열선수의 에씨비가 배럭을 도는 모습부터 긴장감이 넘쳤습니다. 시계방향으로 돌다가, 또 반시계방향으로 돌고, 방향을 바꾸는 척 하면서 다시 그대로 돌고.. 결국 배럭이 정상적으로 완성되고, 강민선수의 프로브가 잡혔으나, 그사이 이미 강민선수의 질럿 한 기가 이윤열선수의 스타팅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에씨비를 끌고 나와서 다시 컨트롤싸움을 펼치는 사이, 완성된 팩토리에서 벌쳐가 나왔지만, 강민선수의 드래군도 싸움에 가담했습니다. 여기서 이윤열선수의 센스. 질럿과 드래군, 그리고 자신의 에씨비 때문에 버벅되던 벌쳐를 팩토리를 띄워서 살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이 마린과 에씨비에 체력이 깎인 원질럿원드래군을 몰아내고, 탱크와 마린, 그리고 대여섯기의 에씨비로 언덕을 지키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양선수의 본격적인 심리전이 시작되죠.

이윤열선수는 이상황에서 사실 강민선수의 드래군이 추가되기 전에 언덕밑으로 잽싸게 내려와서 2기의 드래군을 싸먹고 위로 압박하며 바로 커맨드를 지어버리는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토스의 신대나무류를 상대하는 추세상, 강민선수의 후속타로 다크등이 올 것을 두려워한 듯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강민선수는 옵저버도 생산하지 않고 바로 앞마당을 가져갑니다.

#3 강민
신대나무류를 상대하는 토스에게는 몇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적당한양의 드래군수, 사정거리 업그레이드, 옵저버, 그리고 테란보다 늦지 않은 앞마당입니다. 이것들을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구현한것이 바로 아케이넘토스님의 서프림토스죠. 하지만 이 경기에서 강민선수는 초반압박을 통해서, 옵저버를 늦췄음에도 안전하게 앞마당을 가져가는데 성공합니다. 잘하면 끝낼수도 있었던 경기의 승부가 미뤄졌지만, 그렇다해도 상당히 유리한 상황까지 도달한것입니다. 이제 강민선수는 적절한 타이밍에 게이트를 늘리며 발업질럿을 확보하고 앞으로 이어질듯한 이윤열의 미칠듯한 게릴라를 별다른 피해없이 막기만 한다면 듀얼토너먼트 2라운드 진출이 거의 확보되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4 이윤열
이 상황에서 이윤열선수의 선택권은 몇가지 없었습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상대의 후속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역으로 찌르며 앞마당을 가져가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었습니다. 두가지정도 선택이 가능했는데, 하나는 엔지니어링 베이를 올리고 늦게나마 멀티를 따라가며 벌쳐or드랍쉽으로 견제하며 물량을 모으는 지극히 평범한 방법이 있었고, 둘째는 앞마당은 한참 늦추며 쓰리팩을 올려 발업질럿이 확보되기 직전 타이밍을 노려 상대를 끝내는 방법이었습니다. 전자는 장기전에 강한 이윤열의 성향상 안정적이지만, 이미 약간 기울어 버린 상황에서 물흐르듯 강민에게 패배할 가능성이 농후했고, 후자는 흡사 과거 이윤열등장전 임요환선수의 성향과 비슷한 대응이었으며, 타이밍을 잘 못 잡거나, 싸움을 어설프게 할 경우 거기서 깔끔하게 지지를 칠수도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5 마무리
이윤열선수가 택한 방법은 두 번째였습니다. 어디에도 커맨드센터는 보이지 않았고, 팩토리는 3개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그 의도를 전혀 강민선수에게 들키지 않았습니다. 그 증거로 강민선수는 상대의 속업벌쳐에 대응하기 위해 드래군을 자신의 본진근처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앞마당 먹은 토스가 그렇듯이 앞마당이 활성화되고 조금 후 게이트를 늘리기 시작했고, 슬슬 발업질럿이 확보되려 하고 있었습니다. 토스가 가장 위험한 타이밍이지만, 이미 꽤 손해를 보고 타이밍이 늦어진 테란으로서는 어쩔 수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윤열은 커맨드도 짓지 않고, 마인업도 하지 않았으며, 시즈모드와 벌쳐속업도 상대 본진 근처에 당도할 쯤으로 미루고, 그 대가로 강민의 목에 비수를 찌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타이밍 - 발업질럿이 확보되기 직전 - 에 가장 적절한 병력을 모으는데 성공했으며, 불리했던 경기를 깔끔하게 뒤집으며 GG를 받아냅니다.

#6 오랜만에 굉장히 재밌게 본 경기였습니다. 필사적으로 덤벼들던 마재윤선수를 겨우 막아내고 올라온 강민선수로서는 정말로 아쉽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기가 스타리그도 아니고 듀얼 1라운드에서 벌어졌다는게 놀랍군요. 이상으로 허접스러운 경기분석을 마칩니다. 읽어주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홍차소녀
05/08/27 18:40
수정 아이콘
한 순간의 역전. 정말 한 순간이었죠. 강민 선수로서는 정말 아까운 경기였을 것 같네요. 멋진 경기 해 준 두 선수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분석글 잘 읽었습니다~
아케미
05/08/27 18:49
수정 아이콘
대단한 경기였죠. 그렇죠…… 강민에게 격려를, 이윤열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녹차토토
05/08/27 19:50
수정 아이콘
시즈모드 한번도 안하는 센스!
복숭아
05/08/27 20:29
수정 아이콘
녹차토토님 말씀에 한표! 이윤열선수 본진아래로 병력 내려올때까지 시즈모드를 안했죠. 마치 '이렇게 불리한 상황에서도 나는 벌쳐업그레이드를 해서 너에게 피해를 줄거다.'라고 말하는 듯. 그래서 강민선수 드라군을 전진배치할수 없었던거라고 봅니다. 깔끔한 심리전.
발걸음
05/08/27 21:13
수정 아이콘
역시 광달록.....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죠!
05/08/27 23:28
수정 아이콘
아...광달록이여..!!
05/08/28 01:23
수정 아이콘
전 강민선수가 옵저버 타이밍이 조금 아쉬었습니다. 강민선수가 아마도 드랍쉽 벌쳐 견제를 예상 하고 있던거 같았습니다만, 보기 좋게 이윤열 선수가 대응했다는,,, 보고나서 역시 천재라는 말밖에 않나오더군요
Peppermint
05/08/29 16:06
수정 아이콘
진짜 천재는 천재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경기였습니다.
아쉽지만 이윤열 선수 꼭 스타리그 복귀하시길 바라고 강민 선수는 MSL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시길..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4666 어제의 OSL준결승 리뷰, 그리고 이윤열의 구위 회복. [54] Frank Lampard8836 05/10/29 8836
4629 SkyLife배 여성부 스타리그 예선 후기 [9] 물빛노을5282 05/10/27 5282
4609 가을의 끝자락에서 다시 한번 황제의 6번째 원정은 시작되고 : 경기분석 [2005 So1 스타리그 4강 1주차 임요환 VS 박지호 4R] [13] Nerion5094 05/10/22 5094
4606 [스타리그 관전일기] 프로토스에겐 너무 특별한 <815> [26] sylent4888 05/10/22 4888
4582 SO1 StarLeague 2005 [ 4강 GroupA / 상대전적 및 맵별전적 분석 ] [23] MaSTeR[MCM]4078 05/10/15 4078
4484 [스타리그 관전일기] 종족의 위기 [26] sylent7353 05/09/18 7353
4434 KTF 매직 N's : SK T1 개막전 철저 분석.(스포일러 가득) [19] 4thrace6276 05/09/03 6276
4415 WCG 2005 프로게이머 스타크래프트 시드결정전 2차예선 2주차 경기결과 [4] Dizzy5768 05/08/30 5768
4405 [경기분석]이윤열vs강민.. 심리전의 진수 [8] FreeComet4513 05/08/27 4513
4400 Review) So1 스타리그 16강 4주차 - SK_Telecom 절반의 귀환 [18] 아이엠포유6293 05/08/26 6293
4270 Review) Sky Proleague 2005 1Round Final [20] 아이엠포유5664 05/07/30 5664
4246 7월 26일 화요일 워3리그 프리뷰. [5] The Siria1107 05/07/25 1107
4119 7월 1일 금요일 워3리그 프리뷰. [7] The Siria1209 05/06/30 1209
4100 6월 27일 월요일 워3리그 프리뷰. [5] The Siria1507 05/06/26 1507
4063 6월 20일 월요일 워3리그 프리뷰. [4] The Siria1194 05/06/19 1194
4048 6월 17일 금요일 워3리그 프리뷰. [1] The Siria1125 05/06/16 1125
4046 우주(Uzoo.com) MSL 패자준4강 - "최고수준의 메카닉테란" [14] 호수청년6052 05/06/16 6052
4028 6월 13일 월요일 워3리그 프리뷰. [3] The Siria1143 05/06/12 1143
4008 6월 10일 금요일 워3리그 프리뷰. [7] The Siria989 05/06/09 989
4004 6월 9일 목요일 워3리그 프리뷰. [3] The Siria1179 05/06/08 1179
3992 6월 6일 월요일 워3리그 프리뷰. [4] The Siria1105 05/06/05 1105
3981 6월 4일 토요일 워3리그 프리뷰. [3] The Siria1089 05/06/03 1089
3975 Uzoo배 StarLeague Losers match BoxeR vs fOru [9] Lunatic Love3926 05/06/03 392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