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5/01/07 03:09:45
Name sylent
Subject MSL 관전일기 - 테란민국 쿠데타
MSL 관전일기 - 당신은골프왕배 MSL 패자조 4강 2라운드(2005년 1월 6일)


테란민국 쿠데타

‘황제’ 임요환 선수의 화려한 명성과 ‘천재’ 이윤열 선수 그리고 ‘괴물’ 최연성 선수의 참을 수 없는 물량에 가려 영원한 야당the opposition 으로 남을 것 같았던 ‘퍼펙트 테란’ 서지훈 선수가 최연성 선수를 다시 한 번 잡아내며 테란민국의 정권 교체를 선언했다. 경기 극초반의 더블 커맨드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건설되는 몰래 멀티로 대표되는 최연성 선수의 ‘물량의 법칙’을 충분히 학습한 서지훈 선수는 물량 지향적 자존심을 잠시 접고, 정확한 타이밍의 견제와 공격으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무엇이 되었든 사람이 만든 전략과 전술 이라면 모두 생존주기가 있다. 수명이 있으므로 끊임없이 개선하고 발전시키지 못하면 내리막길에 접어든다. 그리고 지금,  MSL을 세 번이나 제패한 최연성 선수가 그 길로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


1경기 <루나>/<레이드어썰트>/<아리조나> : 최연성(T) vs 서지훈(T)

서지훈 선수의 빠른 앞마당 멀티를 저지하는데 실패한 최연성 선수가 동시에 두 개의 멀티를 욕심낼 것이라는 사실은, 경기를 관람하던 팬들도 그리고 경기를 준비해온 서지훈 선수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예전의 서지훈 선수라면 먼저 활성화 된 자원을 토대로 가능한 많은 병력을 쏟아내 최연성 선수의 앞마당으로 올인 했을 것이다. 그리고 최연성 선수의 기적 같은 방어에 모든 병력을 잃고 역러시에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하지만 ‘준비된 서지훈’은 <루나>에서도 <아리조나>에서도 지난 패배의 전철을 밟지 않았다.

<루나>에서 펼쳐진 첫 경기, 자원을 집중하여 최연성 선수의 진출로를 봉쇄한 서지훈 선수는 세 번째 멀티를 소수의 탱크 드랍으로 날려버리며 최연성 선수를 자극했다. 최연성 선수는 이에 즉각 반응, 자원의 금단현상을 견디지 못하고 다수의 SCV를 동원하여 서지훈 선수의 조이기 라인을 뚫으려 했지만 병력이 공멸, 진출에 실패했다. <루나>의 진출로는 두 갈래. 서로의 병력이 교차하여 공격을 시도했지만, 최연성 선수의 앞마당을 장악함과 동시에 1시 멀티를 다시 쓸어버린 서지훈 선수가 최연성 선수의 탱크를 모두 잡아내며 상황을 정리했다.

<아리조나>의 세 번째 경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연성 선수의 눈에 띄는 벌처 견제가 페이크임을 인지한 서지훈 선수는 상대의 빠른 앞마당 멀티를 예상, 지체 없이 병력을 전진 시켜 최연성 선수의 진출로를 차단했다. 지상으로의 진출이 봉쇄된 최연성 선수의 선택은 두 가지, 드랍십 운용과 섬 멀티를 통한 자원 수급이었다. 섬 멀티를 통한 유혹으로 서지훈 선수의 드랍십 운용을 유도하고, 더 많은 드랍십으로 방어하며 자원을 폭발시킬 생각이었지만, 서지훈 선수는 최연성 선수의 눈짓에 아랑곳 하지 않고 병력을 집중하여 상대의 본진으로 직행시킴으로서 깔끔히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단호한 결의’마저 갖춘 서지훈 선수에게 ‘퍼펙트 테란’이란 닉네임은 전혀 과분하지 않다.

물론, <레이드어썰트>에서는 사냥감을 포착한 괴물의 집요함에 모든 팬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괴물은 여전히 괴물일 뿐인가.


2경기 <레이드어썰트>/<아리조나> : 김정민(T) vs 조용호(Z)

‘목동’ 조용호 선수와 ‘오버플로우’ 박태민 선수의 공통점은? 앞마당 멀티에 가스가 있다면 전투력이 급상승 한다는 것이다. ‘정석’ 김정민 선수와 ‘불꽃’ 변길섭 선수의 차이점은? 김정민 선수는 프로토스에게 강하고 저그에게 약한 반면, 변길섭 선수는 저그에게 강하고 프로토스에게 약하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이 자기증식하고 이종교배 하여 낳은 결과는? 조용호 선수의 2:0 압승.

두 개의 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저그를 상대로 긴 호흡의 경기를 펼치지 않기 위해서 김정민 선수가 택한 첫 번째 방법은 <레이드어썰트>에서의 전진 팩토리였고, 두 번째 방법은 <아리조나>에서 보여준 전진 배럭에 이은 레이스 운용이었다. 하지만 이미 두 개의 가스를 채취하는 조용호 선수는 아드레날린에 취해 폭주하고 있었다.

<레이드어썰트>에서, 다수의 뮤탈리스크로 김정민 선수의 전선을 제거하는데 성공한 조용호 선수는 김정민 선수의 본진을 뮤탈리스크와 러커로, 앞마당 멀티를 저글링으로 유린하며 상대를 공황panic 상태로 몰고 갔다. 김정민 선수는 침착한 방어를 통해 차근차근 수습해 갔지만, 경기 시간을 연장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빠른 배럭 플레이가 실패한 <아리조나>에서는, 예측 불가의 멀티와 레이스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일반적인 ‘테란 vs 저그’전의 양상을 피해가려 했지만,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그래서 지루하기도 한 ‘조용호식 운영’에 말려들어 결국 다수의 히드라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무엇보다 김정민 선수에게 시급한 것은 섬세한 바이오닉 컨트롤이다. 마린-메딕 조합을 운용하면서 베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과 히드라를 상대로 시즈 탱크를 바이오닉 병력 앞에 전진 배치시키는 어이없는 컨트롤은 김정민 선수 스스로를 그만그만한 스케일의 선수로 포박하고 있다. 모든 것은 쉬워지기 전에는 어렵다. 프로토스를 상대하는 김정민 선수의 자신감이 대 저그전으로 전염될 수 있다면, 모든 것은 쉬워 질 것이다. 뼈를 깎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 sylent, e-sports 저널리즘.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가츠처럼★
05/01/07 05:03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최연성 선수 4연패 할 것만 같았는데, 서지훈 선수의 msl 첫 우승을 기대해봐도.... 흠 개인적인 생각은 이번 msl 결승은 저그대 테란이 나올것 같군요..
너구리⌒⌒..
05/01/07 07:34
수정 아이콘
허허~;;테클은 아닙니다만..^^최연성선수 플토전 약한게 아닌데 ..;;
아케미
05/01/07 08:50
수정 아이콘
자기증식하고 이종교배하여…;; 잘 읽었습니다.
어제 서지훈 선수의 승리가 정말 기뻤습니다. 이번 MSL, 조용히 GO 내전을 바라 봅니다만 그러면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겠죠? ^^;
눈시울
05/01/07 09:07
수정 아이콘
너구리님 / 변길섭 선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
이동희
05/01/07 09:14
수정 아이콘
임요환선수의 장점을 얘기할때 보통 얘기하는것이 컨트롤과 전략이라고들 말씀하시는데, 제가 보기엔 임요환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은 프로게이머로서의 '근성' 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력은 충분한 서지훈 선수에게 '근성'이 생긴다면 최연성이라고 못이기겠습니까.
리드비나
05/01/07 10:50
수정 아이콘
최연성 선수가 MSL에서 떨어지는거 참 어색하더군요 서지훈 선수
테테전에서 대 이윤열선수전 빼곤 정말 강한모습 보여주시는것 같네요
05/01/07 11:19
수정 아이콘
머슴이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전성기가 있었으면 한동안의 침체기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박서,리치,나다가 그랬고 지금의 날라가 그런것 처럼 말이죠.

서지훈 선수도 '근성'이라면 뒤지지 않을 선수라고 알고 있습니다. 슬램덩크의 서태웅이 연상될 만큼 승부욕이 강한 선수라고 알고 있거든요.
05/01/07 11:34
수정 아이콘
서지훈선수 = 영원한 야당the opposition 꽤 적절한 비유인 것 같습니다. 역시 sylent님 최고~
05/01/07 12:54
수정 아이콘
그동안 테란의 최강자, 프로게임계의 최강자 자리를 차지해온 IS계열(임요환-이윤열-최연성)과 IS계열에 대한 라이벌로 2강체제를 구축한 GO계열(김정민-최인규-서지훈) 간의 싸움을 여당vs야당의 싸움으로 보는것도 참 재밌군요.
IS계열의 차기주자는 고인규-이병민 선수, GO계열의 차기주자는 전상욱-차재욱 선수 인듯.
05/01/07 12:58
수정 아이콘
서지훈선수..어제 바로 대 최연성전에서의 (테테전) 해법을 보여준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그동안 선수들은 최연성선수가 3번째기지가 빠른것에 초조하여 무리하게 앞마당 돌파만 하려다 역러쉬에 패배했는데 서지훈선수는 그러지않았습니다 ^^ 최연성선수도 이윤열선수처럼 스타일을 다양화하고 '뭘 할지 모르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무라까미
05/01/07 13:24
수정 아이콘
어제 꼭 봤어야 하는데...직장인과 애아빠라는 위치가 저를 가만히 나두지 않네요. 최인규 선수때문에 지오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서지훈선수의
독특한 분위기때문에 그를 너무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근래 서지훈선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여서 너무 아쉬웠는데 최연성선수를 이겼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최연성선수에게는 안좋은 일이지만, 세상의 이치가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는 법이니 어쩔 수 없겠죠.
서지훈 이 기세를 몰아 조용호 선수를 이기고 패자전 결승에 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이기는 하지만 최종결승에서 박태민선수와 집안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기를 바랍니다.
그나저나, sylent님의 필력은 정말 대단하시네요.
무라까미
05/01/07 13:25
수정 아이콘
급하게 쓰다보니 서지훈 → 서지훈선수로 정정합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제가 흥분한 것 같습니다.
짤짤이
05/01/07 13:51
수정 아이콘
이번승부는 그저 '승패병가지상사'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많이 졌죠. 최연성선수 진짜 밑바닥까지 떨어질것같아 아쉽습니다.
05/01/07 14:19
수정 아이콘
당연히 찾아오는 침체기가 이제야 찾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3년 중반 이후부터 2004년 말까지... 여름에 잠깐 비틀거렸던걸 빼고 무한 질주를 계속해왔으니.. 이제 조금 쉬셔도 좋을겁니다..
비록 연달아 패배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쓰리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더욱 강해질거라는 믿음으로 굳건히 응원하렵니다. 기왕 이렇게 된거 온겜넷도 떨어지고 프로리그, 팀리그에 전념하면서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oov 힘내세요~!
lovehannah
05/01/07 16:53
수정 아이콘
기록은 깨지려고 있는 법.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하고, 쉬면서 재충전하기 바랍니다.
프로리그에 힘 한번 제대로 쓰면서 말이죠...
카이레스
05/01/07 20:08
수정 아이콘
서지훈 선수 다시 한 번 높이 날아오르세요!
05/01/08 07:10
수정 아이콘
이동희님 정말 공감합니다...
저도 서지훈 선수의 경우 '근성'이 조금 부족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경기 내적인 플레이에서라기보다...경기를 대하는.. 경기외적인 측면에서요...그러니까 '승부근성'이 되겠네요...실력은 있어도 그걸 극대화 시킬수 있는게 승부근성이 될수 있겠죠....그러한 면까지 완벽히 갖추게 되면 서지훈 선수 정말 더 무서운 선수가 될거 같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541 2월 7일 월요일 워3리그 프리뷰 [3] The Siria1778 05/02/06 1778
3540 ♣ 2월 7일 월요일 오늘의 게임리그 일정 [29] 아이엠포유5857 05/02/06 5857
3537 ♣ 2월 6일 일요일 오늘의 게임리그 일정 [61] 아이엠포유7461 05/02/05 7461
3530 2월 5일 토요일 워3리그 프리뷰 [5] The Siria1026 05/02/04 1026
3526 ♣ 2월 4일 금요일 오늘의 게임리그 일정 [21] 아이엠포유6052 05/02/03 6052
3503 프리미어+MSL+OSL 후기 - 세 야수의 혈투 [8] 세이시로4323 05/01/29 4323
3491 1월 26일 수요일 워3리그 프리뷰 [4] The Siria1276 05/01/25 1276
3488 ♣ 1월 25일 화요일 오늘의 게임리그 일정 [36] 아이엠포유6753 05/01/24 6753
3476 ♣ 1월 22일 토요일 오늘의 게임리그 일정 [33] 아이엠포유5636 05/01/21 5636
3473 ♣ 1월 21일 금요일 오늘의 게임리그 일정 [48] 아이엠포유8109 05/01/20 8109
3470 ♣ 1월 20일 목요일 오늘의 게임리그 일정 [35] 아이엠포유6226 05/01/19 6226
3464 1월 19일 수요일 워3리그 프리뷰 [5] The Siria1094 05/01/18 1094
3459 ♣ 1월 18일 화요일 오늘의 게임리그 일정 [18] 아이엠포유5543 05/01/17 5543
3453 1월 17일 월요일 워3리그 프리뷰 [7] The Siria1980 05/01/16 1980
3418 [경기분석] 침착한 대응이 승리의 요인이다 - 폭풍저그의 반격 [16] 글곰4068 05/01/08 4068
3416 OSL 관전일기 - 박서 메이 크라이 [31] sylent6075 05/01/08 6075
3413 MSL 관전일기 - 테란민국 쿠데타 [17] sylent7011 05/01/07 7011
3412 ♣ 1월 7일 금요일 오늘의 게임리그 일정 [66] 아이엠포유7845 05/01/06 7845
3409 OPL 관전일기 - '8배럭‘이 사는 법, [17] sylent6038 05/01/06 6038
3393 ♣ 1월 3일 월요일 오늘의 게임리그 일정 [15] 아이엠포유6569 05/01/02 6569
3388 OSL 관전일기 - '징크스‘는 못말려. [25] sylent5699 05/01/01 5699
3376 [후기] 2004.12.31, Premier 리그 챔피언쉽, 박태민 vs 홍진호. [4] 반전3147 04/12/31 3147
3375 MSL 관전일기 - 新저그 블루스 [21] sylent3781 04/12/31 378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