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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4/18 20:46:40
Name 누구겠소
Subject [유머] 개연성을 무시한 짧은 글짓기
드디어 김밥은 커다랗고 노란 칼을 들어서 그 정신나간 교장 선생님의 목을 내리쳤다.
한순간 시큼한 검기가 번쩍였다.
시뻘건 피가 분수처럼 솟고 1.5M이상 뿜어져 올라간 그것들은 땅에 흩뿌려져 케찹맛이 되었다.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는 대가로 시급 2000원을 받으며 기어다니던 임노동 지렁이들은 '아, 오므라이스 맛이다!'라고 외치며
한결 신이나서 땅을 뒤섞었다.

하지만 비참하게도 그 30년 뒤에 그 지렁이들은 모두 뇌에 구멍이 숭숭 뚫려서 죽고 만다.
교장선생님은 한국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차설, 17년전 아줌마의 복수를 끝낸 김밥은  아힝흥헹 휘적휘적하면서도 '아, 허무하다'를 되뇌이며 김밥천국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술에 취한 미친개를 만나고 말았다.
너무나 강력한 보스급 필드 몬스터(field monster)인지라 제 아무리 17년산 김밥(maid in 김밥천국)일지라도
교장과 싸워 모든 힘을 쏟아부은 후에 그런 괴물과 상대한다는것은 역부족이었다.

단 한번이라도 물리면 옆구리가 뻥 터져서 흰 피가 땅을 적시고 예의 그 지렁이들이 이번엔 "화이트소스구나!"라고 외치게 될 그런 상황을
김밥은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천국으로 돌아갈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a^2 + b^2 = c^2의 공식을 기억하며 최단거리인 빗변으로 달아난다고 해도 미친개를 피할 수는 없었다.
오직 믿을것은 자신의 운 - 미친개는 비선형적 운동을 한다는 점 - 을 믿어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김밥은 17년전 자신을
말아주신 주인 아주머니를 떠올렸다.


과거 미스-전세계 1등을 할 만큼 뺴어난 미모를 자랑하던 미중년의 골다공증과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아줌마는 자신의 온몸을
따뜻한 그 손으로 빚어내 주셨다.
기실 아줌마는 김밥을 사랑해서 그런 창조적 일을 한 것은 아니고 판매가 1000원중 20%의 이윤을 남기는 김밥천국의 주력상품 김밥을 말려고 했던 것 뿐이었다.
그 김밥은 아줌마의 1만번째 김밥이었고 아줌마의 혼을 담은 김밥 마는 솜씨덕분인지 김밥엔 정말로 혼이 들어가고 말았다.

'어... 엄마!'
세상에 나와서 처음으로 김밥이 아줌마에게 이렇게 말했을때, 아줌마는 깜짝 놀라 외칠수밖에없었다.
"꺄아아가아아흐아아악! 김밥이 말을해! 아이구 징그러워라미나어마니어너애!"

김밥은 아주 비참했지만 그래도 아줌마를 미워할 수는 없었다.
그 때 가게 안에는 인근의 J모 고등학교의 대머리가 훌렁 까진 교장선생님이 싸고 저렴한 음식을 즐기러 와 있었고 아줌마는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그' 김밥을 아저씨에게 서비스로 주었다.
"아 이런 젠장 아줌마? 김밥을 썰어서 줘야지!"
차마 자신이 낳은 김밥을 칼로 썰 그런 잔인함이 아줌마는 부족했기 때문에, 핑계를 댈 수 밖에 없었다.
"그냥 드시져 어차피 공짜로 주는거아녀!"
교장은 의외로 쉽게 수긍했다.

김밥은 더욱 비참해졌지만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리라 - 여기며 차디찬 젓가락에 집혀 담배 냄새나는 중년아자씨의 입에 짓이겨질 준비를 하였다.

그러나 막상 차디찬 젓가락이 검고 윤기나는 외투에 닿자 소스라치게 놀란 김밥은 "으아아아악 살려주세요!" 라고 외치고 말았다.
교장은 너무나도 깜짝 놀라고 또 놀란게 부끄럽고 분하기도 하고 김밥이 혐오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결국 아줌마에게 데이트신청을 하고 말았다.

"너무 아름다우십니다. 저랑 데이트나 한번 하시죠. 그러면 이딴 김밥마는 천국따위는 다 집어치우고 저와 42평짜리 아파트에서 오붓하고 화려한 나날을 보내실겁니다. 제가 스타크래프트도 가르쳐드리죠, 하하"

"어머 좋아요."
젊어서 과부로 계속 늙어오던 아줌마에게 이건 너무 희소식이고 또 교장은 비록 중년에 대머리는 벗겨졌을지언정 외모가 장동건 브래드피트 뺨쳤다.

순식간에 불꽃관계로 발전한 두사람은 불꽃같은 사랑이 다 그렇듯 결국 결혼 2년차만에 파국으로 치닫게 되었고 신구선생님의 "4주후에 오시오"라는 일갈을 듣고 말았으며 아줌마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한강에 빠져 죽으려 했으나 때는 1월 중순, 너무나 추운 바닷물이 예상됐으므로 결국 김밥써는칼로 손목을 긋고 죽고 말았다.


그리하여 김밥은 분노에 몸을 맡기고 덩기덕쿵더더더덕쿵기덕쿵더러러러 장구장단과 함께 펌프와 '태고의달인'(오락실에 가면 있는 북치는 게임)의 1인자가 되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김밥으로써 질풍노도의 시기는 다 지나가고, 온몸에 곰팡이가 돋아나는 김밥나이 30살. 드디어 복수를 하기로 마음먹은지 이틀만에 'TV는 사랑을싣고'에 제보한 끝에 교장을 수소문한다음 '스타벅스에서 커피나 한잔' -> 칼로 찔러 죽인다 수순을 밟아 복수를 끝마쳤다.


근데 지금 저 거대한 (술마시면) 미친개에 물려죽게 생겼으니....

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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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ThanAir
09/04/18 20:51
수정 아이콘
각 문장간의 개연성을 완벽하게 제거하지는 못했군요...흐흐
WizardMo진종
09/04/18 20:56
수정 아이콘
몇개는 알겠는데 도저히 종잡을수가 없네요;;; 그렇다고 댓글에서 추론이 들어가면 이글 삭게로 갈텐데,,, 아시는 분 쪽지좀 굽신;;
세스코파벌레
09/04/18 20:56
수정 아이콘
아 이거 뭐죠. 크크크
Gun_PPang'-')
09/04/18 21:11
수정 아이콘
아 내머리에서 혼란이 오고있어..
엠겜중창단
09/04/18 21:14
수정 아이콘
재..재미있다??
하얀그림자
09/04/18 21:27
수정 아이콘
이거...만화로 도전해보고 싶군요...
로트리버
09/04/18 23:43
수정 아이콘
왜... 재미있는거죠?
설탕가루인형
09/04/19 00:07
수정 아이콘
차....차콜류?
09/04/19 16:47
수정 아이콘
이상의 글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충격과 혼란이... 왜..왠진 몰라도 원츄입니다. ㅡ.ㅡ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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