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Date 2025/02/10 19:57:21
Name VictoryFood
출처 더쿠
Subject [기타] 광해군 과거시험 ‘섣달 그믐밤이 되면 서글퍼지는 이유에 대해 논하라’ 답안
<책문>

가면 반드시 돌아오니 해이고, 밝으면 반드시 어두워지니 밤이로다. 그런데 섣달 그믐밤에 꼭 밤을 지새는 까닭은 무엇인가? 또한 소반에 산초를 담아 약주와 안주와 함께 웃어른께 올리고 꽃을 바치는 풍습과 폭죽을 터뜨려 귀신을 쫓아내는 풍습은 섣달 그믐밤에 밤샘하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침향나무를 산처럼 얽어서 쌓고 거기에 불을 붙이는 화산(火山) 풍습은 언제부터 생긴 것인가? 섣달그믐 전날 밤에 하던 액막이 행사인 대나(大儺)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함양의 여관에서 주사위 놀이를 한 사람은 누구인가? 여관에서 쓸쓸히 깜박이는 등불을 켜놓고 잠을 못 이룬 사람은 왜 그랬는가? 왕안석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을 시로 탄식했다. 소식(蘇軾)은 도소주(屠蘇酒)를 나이순에 따라 젊은이보다 나중에 마시게 된 슬픔을 노래했다. 이것들에 대해 상세히 말해 보라.
어렸을 때는 새해가 오는 것을 다투어 기뻐하지만 점차 나이를 먹으면 모두 서글픈 마음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세월이 흘러감을 탄식하는 데 대한 그대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이명한의 답안>

"밝음은 어디로 사라지고 어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잠깐 사이에 세월은 흐르고 그 가운데 늙어 가는구나!” 한 것은 바로 위응물(韋應物)의 말입니다. 뜬구름 같은 인생이 어찌 이리도 쉽게 늙는단 말입니까? 하루가 지나가도 사람이 늙는데, 한 해가 지나갈 때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네 마리 말이 끌듯 빨리 지나가는 세월을 한탄하고 우산(牛山)에 지는 해를 원망한 것도 유래가 오래 되었습니다.

부싯돌의 불처럼 짧은 인생 집사 선생의 질문을 받고 보니, 제 마음에 서글픈 생각이 떠오릅니다. 한 해가 막 끝나는 날을 섣달 그믐날이라 하고, 그 그믐날이 막 저물어 갈 때를 그믐날 저녁이라고 합니다. 네 계절이 번갈아 갈리고 세월이 오고 가니, 우리네 인생도 끝이 있어 늙으면 젊음이 다시 오지 않습니다. 역사의 기록도 믿을 수 없고, 인생은 부싯돌의 불처럼 짧습니다. 100년 후의 세월에는 내가 살아 있을 수 없으니 손가락을 꼽으며 지금의 이 세월을 안타까워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밤이 새도록 자지 않는 것은 잠이 오지 않아서가 아니고,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것은 흥에 겨워서가 아닙니다. 묵은해의 남은 빛이 아쉬워서 아침까지 앉아 있는 것이고, 날이 밝아 오면 더 늙는 것이 슬퍼서 술에 취해 근심을 잊으려는 것입니다. 풍악 소리, 노랫소리 귀에 그득 울리게 하고, 패를 나누어 노름을 하면서 정신과 의식을 몰두하는 것은 억지로 즐기려는 것일 뿐입니다.

은하가 기울려고 하면 북두칠성의 자루를 보고, 촛불이 가물거리면 동창이 밝아 오는가 살펴보면서 아직 닭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기뻐하고, 물시계가 날 밝는 것을 알릴까 두려워하는 것은, 이 밤이 새지 않기를 바라고 묵은해를 붙잡아 두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10년의 세월이 어느 날인들 아깝지 않겠습니까마는, 유독 섣달 그믐날에 슬픔을 느낍니다. 그것은 하루 사이에 묵은해와 새해가 바뀌니, 사람들이 날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 해로 따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날이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사실 그해가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이고, 그해가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늙음을 안타까워하는 것입니다.

늙어 가는 세월이 안타까워 물음에 따라 조목별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소반에 산초를 담아 약주와 안주와 함께 웃어른께 올리고 꽃을 바쳐 봄소식을 알리고, 폭죽을 터뜨리고 환성을 질러 온갖 귀신의 소굴을 뒤집는 것은 진한(秦漢)의 풍습에서 나온 것도 있고 형초(荊楚) 지방의 풍속에서 나온 것도 있습니다. 모두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재앙을 떨어 버리고 복을 기원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굳이 오늘 다 말씀드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침향나무로 산을 만들고 불꽃을 수 길이나 타오르게 하는 것은 수나라에서 전해지니 천박한 풍습이나, 이 또한 말하자면 길어집니다. 환관들의 아들을 뽑아 검은 옷을 입혀 행렬을 짓게 해서, 역귀와 잡신을 몰아내는 의례는 후한 때부터 생긴 일이니, 굳이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 함양의 여관에서 해가 바뀌려고 할 때 촛불을 밝히고 주사위 놀이를 한 사람은 두보(杜甫)입니다. 여관에서 깜박이는 등을 밝히고 멀리 떨어진 고향을 그리며, 거울로 허옇게 센 머리를 들여다보며 안타까워한 사람은 바로 고적(高適)입니다.

온 세상에 재주와 이름을 떨쳤건만 어느덧 늙어 버렸고, 서울에서 벼슬살이하다가 저무는 해에 감회가 깊어진 것입니다. 젊었을 때 품었던 꿈은 아직 다 이루지 못했건만 힘겹게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니, 늙음이 안타깝고 흐르는 세월이 안타까워 잠들지 못했던 것입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왕안석의 시이고, 도소주(屠蘇酒)를 나이순에 따라 나중에 마시게 되었다는 것은 소식의 시입니다. 사물은 다하면 새로 시작되고, 사람은 옛사람이 사라지면 새로운 사람이 태어나니, 새것에 대한 감회가 있었던 것입니다. 도소주를 마실 때는 반드시 어린 사람이 먼저 마시니, 나중에 마시는 사람일수록 늙은 사람입니다. 인생은 구렁텅이에 빠진 뱀과 같고, 백년 세월도 훌쩍 지나갑니다.

지난날을 돌이키면 괴로움만 남는데 살아갈 날은 얼마 남지 않았으니, 글로 표현하자니 모두 안타까운 호소일 뿐입니다.
늙은이나 젊은이나 마음은 다 같고,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날은 다 똑같은 날입니다. 어릴 때는 폭죽을 터뜨리며 악귀를 쫓는 설날이 가장 좋은 명절이어서, 섣달 그믐날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들어 의지와 기력이 떨어지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세월을 묶어 둘 수도 붙잡아 둘 수도 없습니다. 날은 저물고 길은 멀건만 수레를 풀어 쉴 곳은 없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열에 여덟아홉은 됩니다.

몸은 성한데 운이 다한 사람도 있고, 재주는 많은데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객지에서 벼슬하는 사람은 쉽게 원망이 생기고, 뜻있는 선비는 유감이 많습니다. 맑은 가을날에 떨어지는 나뭇잎도 두려운데, 섣달 그믐밤을 지새우는 감회는 당연히 배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세월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이지, 세월이 사람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지는 않습니다.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세월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 또한 부질없는 생각일 뿐입니다.

유감없는 인생을 꿈꾸며 두보가 눈 깜짝할 사이에 늙어 버린 것을 문장으로 읊은 것은 그 감회가 오로지 늙음에 있었던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따뜻한 봄날 혼자 즐기면서 비파 소리를 유달리 좋아했다던 고적의 감회가 어찌 한 해가 저무는 것에만 있었겠습니까? 왕안석은 학문을 왜곡하고 권력을 휘두르면서 나라를 어지럽히고 수많은 백성들을 그르쳤는데, 그의 감회가 무엇이었는지 저로서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어렸을 때 기둥에 글을 쓸 만큼 재주가 한 시대를 떨쳤고, 뜻이 천고의 세월도 다 채우지 못할 만큼 컸지만, 남쪽으로 귀양 갔다가 돌아오니 흰머리였다는 미산(眉山)의 학사(學事) 소식(蘇軾)이 느낀 감회는 상상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옛사람들이 섣달 그믐밤을 지새우며 느꼈던 감회를 헤아려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감회는 이런 것들과 다릅니다. 우임금이 짧은 시간이라도 아꼈던 것은 무슨 생각에서 그랬던 것입니까? 주공이 밤을 지새우고 날을 맞이했던 것은 무슨 생각에서 그랬던 것입니까? 저는 덕을 닦지도 못하고 학문을 통달하지도 못한 것이 늘 유감스러우니, 아마도 죽기 전까지는 하루도 유감스럽지 않은 날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해가 저무는 감회는 특히 유감 중에서도 유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근거로 스스로 마음에 경계합니다. “세월은 이처럼 빨리 지나가고, 나에게 머물러 있지 않는다. 죽을 때가 되어서도 남들에게 칭송받을 일을 하지 못함을 성인은 싫어했다. 살아서는 볼만한 것이 없고 죽어서는 전해지는 것이 없다면, 초목이 시드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무지한 후진을 가르쳐 인도하고, 터득한 학문을 힘써 실천하며, 등불을 밝혀 밤늦도록 꼿꼿이 앉아, 마음을 한곳에 모으기를 일평생 하자. 그렇게 하면 깊이 사색하고 반복해서 학습하게 되어 장차 늙는 것도 모른 채 때가 되면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일 것이니, 마음에 무슨 유감이 있겠는가?” 앞에서 거론한 몇 사람의 안타까운 감정은 논할 바가 아닙니다.

집사 선생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삼가 대답합니다.

--------------

당시 이명한의 나이는 만 21세였고 2등이었다네요.
이명한은 아버지 이정구, 아들 이일상과 함께 조선 최초 3대 대제학을 지냈다고 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시나브로
25/02/10 20:02
수정 아이콘
이정구 교관님 생각이..
피를마시는새
25/02/10 20:03
수정 아이콘
더럽게 잘쓰네요..
lemonair
25/02/10 20:05
수정 아이콘
1등은 대체 뭐라고 썼길래..
25/02/10 21:38
수정 아이콘
아마 저런느낌 + 오행 관련 내용도 들어있을 것 같습니다.
25/02/10 20:09
수정 아이콘
서글프군요
신성로마제국
25/02/10 20:18
수정 아이콘
얼마전 유게에 컴퓨터,인터넷 없던 시절 논문 쓰는 라떼는 얘기 나오는데 과거시험은 옆에 도서관없이 실시간으로 논문 쓰는 거더군요 크크
출제범위 제한도 없어서 요즘으로 치면 행정학,법학,정치외교학,철학,윤리학에 다 걸치고
장마의이름
25/02/10 22:33
수정 아이콘
진짜 이렇게 생각하면 후덜덜하네요..
25/02/10 20:22
수정 아이콘
서로 직접 문답하진 않았지만 나라가 위기에 처하였음을 은유로써 말하고있는듯 싶네요.
wish buRn
25/02/10 20:54
수정 아이콘
국가운영에는 큰 도움이 될까요?
닉네임을바꾸다
25/02/10 20:58
수정 아이콘
(수정됨) 뭐 과거에서 답안을 낸다는건 머리속에 본인이 넣어둔 레퍼런스를 가지고 논술을 할 수 있다는거라...이런 능력이 있으면 사실 어디에라도 쓸 수 있죠...
일단 경전은 기본에 역사도 알아야하는데 그걸 당시 국제관계에서 필수인 한문으로 서술할 수 있어야 도전이라도 할 수 있는지라...
25/02/10 21:19
수정 아이콘
여러가지를 보는 거죠. 당연히 저런 문제만 나오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현재 공무원 시험보다 더 현실적이었을 수 있습니다.
특별수사대
25/02/10 21:44
수정 아이콘
글을 보면 "~는 후한때 풍습이고 ~는 언제고 고문의 누구누구가 이런 말을 했다더라~" 하는 얘기가 많은데 결국 이건 어떤 상황에 대해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 뽑아내서 가공하는 기술이니까... 무척 도움이 되겠죠.
자가타이칸
25/02/10 22:41
수정 아이콘
국가 운영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저런 시험을 본 조선은 500년을 갔습니다. 역사가 500년이 되는 나라는 극히 드물죠.
어느한나라
25/02/11 03:11
수정 아이콘
그건 사실 내부 사정이나 외부 환경등도 같이 봐야하는거고 매일 조선이 오래갔다고 말하면서 무척 드문 것처럼 말하지만 유럽에서 500년 역사 가진 국가는 매우 흔했습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25/02/11 08:22
수정 아이콘
어 걍 민족이나 지역 어족 단위의 국가 말씀하시는거죠? 한 핏줄의 왕조가 500년 간 케이스가 궁금…
어느한나라
25/02/11 08:32
수정 아이콘
카페가문만 해도 동아시아랑 똑같이 부계로만 따져도 800년이 넘습니다. 러시아 류리크나 합스부르크 호엔촐레른 비텔스바흐같은 유명가문들 제외해도 신성로마제국내에서만 500년 넘은 통치가문은 너무 흔할 정도라서요..
율리우스 카이사르
25/02/11 13:50
수정 아이콘
아..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다만 조선 정도 되는 규모(유럽 한가운데 떨어뜨리면 그래도 넓이/인구가 꽤 될텐디..).. 를 500년 지속통치한 가문이 그렇게 흔할까요? 흠..
4Atropos
25/02/11 00:34
수정 아이콘
- 당연히 과거제도는 조선이란 국가운영에 큰 도움에서 더 나아가 필수불가결 합니다.
- 과거제도가 아니라 해당 문제가 국가운영에 도움이 되겠냐는 물음이셨다면.. 당연히 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조금만 검색해 보시면 다른 분야의 문제들도 많이 나옵니다.
펠릭스
25/02/11 01:23
수정 아이콘
사실은 '관료'를 뽑는 시험이라기 보다는 '정치인'을 뽑는 시험입니다.

메뉴얼에 따라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아닌 진짜 상황에 따라서 니가 어떻게 해결할거냐를 묻는 질문들이 많습니다.

저건 진짜 특이한 케이스고 대부분이 지금으로 치면 '중국의 제조업이 한국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그 해결책은 무었인가?' 이런 느낌입니다.
如是我聞
25/02/10 21:03
수정 아이콘
누가 과거를 단순암기라고 떠들었어?
너T야?
25/02/10 21:07
수정 아이콘
대단하긴 하네요.
한화우승조국통일
25/02/10 21:08
수정 아이콘
경쟁률 기본 3천 대 1의 세계에서 저기까지 갔으니 엄청난 수준의 엘리트죠
우상향
25/02/10 22:01
수정 아이콘
고금의 역사를 한숨만 내쉬어도 그 한숨과 엮어낼 수 있는 썰을 풀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냥 썰이 아니라 우주 만물의 질서와 인간의 철학적 물음까지 유교적 세계관 속에 녹여 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금의 모든 문장은 출처와 배경까지 숙지한 채로 역사와 철학을 논하고 단순한 나열이 아닌 문장력을 발휘해서 명문으로 엮는 글솜씨까지 갖춰야 할 겁니다. 역사,철학,종교,심리학,작문 등... 통합적인 능력.
한마디로 문과 끝판왕.
모링가
25/02/10 22:18
수정 아이콘
요즘같이 ai 딸깍에 검색이 되는 시대가 아니니까 암기는 기본 덕목... 사실 아직도 암기는 기본 덕목이지만;
25/02/10 22:39
수정 아이콘
이런 글 볼때마다 감탄하게 됩니다 크크
파프리카
25/02/10 22:42
수정 아이콘
Ai 이야기가 나와서 재미삼아 클로드에게 책문에 대한 답변을 지어보라고 했습니다. 프롬프트를 몇개 던지지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군요. 본문에 비해 맛은 좀 떨어집니다만

[삼가 아뢰옵니다.

세상의 변화는 역성(易性)으로 움직이니, 해가 지면 반드시 돌아오고 밤이 오면 반드시 밝음이 따르는 것은 천지의 순환법칙이옵니다. 이는 단순한 자연의 이치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변화를 꿰뚫는 근본 원리이기도 하옵니다.

섣달 그믐밤의 의례는 오래된 민속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상징이옵니다. 폭죽소리로 귀신을 쫓고 산초를 바치는 풍습은 마치 낡은 제도를 물리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자 하는 개혁의 의지와 같나이다. 『예기(禮記)』에 "천지를 공경하고 귀신을 섬기는" 정신은 곧 사회를 정화하고 새로운 기운을 맞이하는 정치적 실천의 근본임을 보여줍니다.

왕안석(王安石)이 여관에서 주사위를 두며 해가 저물고 새해가 옴을 읊은 시는, 개인의 흥망성쇠를 넘어 국가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나이다. 그의 신법(新法)은 마치 섣달 그믐밤의 대나(大儺) 의식처럼, 묵은 해의 낡은 기운을 물리치고 새로운 기운을 맞이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옵니다.

『중용(中庸)』에 이르길, "변화를 알고 변화를 통달하는 자는 거의 신명(神明)에 가깝다"고 하였으니, 이는 곧 자연의 순환과 사회의 변화가 같은 근본 원리에서 비롯됨을 말하고 있나이다. 해가 지고 돌아오듯, 낡은 제도 또한 새로운 제도로 대체되고 갱신되어야 하는 것이옵니다.

소식(蘇軾)이 도소주(屠蘇酒)를 늦게 마시며 세월의 무상함을 노래한 것처럼, 국가 또한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변화해야 합니다. 어린아이가 새해를 순수하게 기뻐하듯, 백성을 향한 순수한 통치의 의지로 끊임없이 개혁해야 하는 것이옵니다.

결국 섣달 그믐밤의 의례는 자연의 순환, 인간의 감정, 그리고 국가의 변화를 아우르는 거대한 상징이옵니다. 묵은해의 기운을 씻어내고 새로운 기운을 맞이하는 이 의식은, 개인과 국가가 끊임없이 쇄신하고 개혁해야 함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훈이옵니다.

삼가 이렇게 아뢰옵니다.]
25/02/10 23:08
수정 아이콘
본문과 비교하면 감정선을 터치하는
뭔가뭔가가 없군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조참치
25/02/11 12:51
수정 아이콘
그럴듯하지만 질문의 핵심에서는 좀 비껴나가 있거나 대답하지 않은 지점이 있네요. 결국 질문에서는 '서글픔'이 핵심인데 국가의 문제를 거기에 맞춘 건 좋지만, 그러한 감정과 AI가 주장하는 바를 서로 연결시켜야 좋은 답안이 될 듯합니다.
물론 AI에게 이 지점을 지적해 주면 바로 더 그럴듯한 답변을 만들어내겠지만요.
퀀텀리프
25/02/10 22:45
수정 아이콘
21세..
사이먼도미닉
25/02/10 22:59
수정 아이콘
그 시절에는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고 있는 청춘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25/02/10 23:51
수정 아이콘
감탄이 절로나옵니다.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네요.
지금 시대에 계셨으면 웹소 0티어 작가셨으려나요?
하루 하루를 더 소중히 살아야겠어요.
에이펙스
25/02/11 00:00
수정 아이콘
우리는 퇴화하고 있다..ㅠㅜ
25/02/11 01:04
수정 아이콘
광해군 8년은 생원, 진사 모두 '임기지(任器之)'가 장원이었네요.
'이이첨'의 오른팔이었다고 하니 권력은 제대로 누린 듯.
랜슬롯
25/02/11 01:27
수정 아이콘
정말 심금을 울리는 글솜씨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파라슈
25/02/11 02:55
수정 아이콘
검색을 해보니 저런 시험 주제가 당대에도 이례적이라서 응시생들이 당황했을거라고 하네요. 이전 시험에서 정책을 주제로 시험을 냈다가 왕을 돌려까는 응시생이 나와서 합격을 취소하니마니 분란이 있었던터라, 광해군도 니들 맛좀 봐라..의 마음으로 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갤럭시S25
25/02/11 06:06
수정 아이콘
근데 솔직히 당대 지식인이긴하나 명문글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21세라 그런지 당돌함에 치루쳐져 있어 세월에 대한 소회를 그저 늙은이들의 한탄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보이네요.
마르틴 에덴
25/02/11 07:08
수정 아이콘
역시 광해군은 F가 맞네요.
25/02/11 09:10
수정 아이콘
로아계층)그믐 소울이터가 만월보다 약해서..?
스카야
25/02/11 10:57
수정 아이콘
공부할 책도 기본서 뿐일텐데
어떻게 저런 글이..
사조참치
25/02/11 12:54
수정 아이콘
말이 기본서들이지 그 기본서들의 분량이 상상을 초월하죠... 그 자체의 분량은 짧더라도 거기 얽힌 이야기들을 다 섭렵하고 암기해야 제대로 이해했다고 하니;
25/02/11 13:07
수정 아이콘
저 답을 문단 글자수 계산해가며 라임 살려서 한문으로 작성해야 한다는게...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511832 [기타] 영양균형이 안맞는 급식을 퇴출시킨 신대륙의 기상 [26] Lord Be Goja5295 25/02/11 5295
511831 [서브컬쳐] 원작과 달라진듯한 백설공주 실사화 설정들 [49] VictoryFood3458 25/02/11 3458
511829 [LOL] 주관적으로 평가한 LCK 트래시토크 1위 [11] 시무룩2664 25/02/11 2664
511828 [LOL]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 선정 LCK 역대 결승전 쓰래쉬토크 1위 [12] EnergyFlow2971 25/02/11 2971
511827 [방송] 쓸데없는 논란이 생길 것 같은 하이틴 정치 드라마.jpg [46] 캬라5824 25/02/11 5824
511826 [기타] 황가놈 못된놈!! 인텔 힘을 내줘! [7] Lord Be Goja2650 25/02/11 2650
511825 [LOL] T1 Smash선수가 키운다는 고양이 [3] 참치등살간장절임2903 25/02/11 2903
511824 [기타] 결빙 우려되는 도로에 눈송이 표시가 뜬다 [26] 유머4795 25/02/11 4795
511823 [기타] 똥쌀때 휴지 평균 7.8칸 이용한다. [42] 유머4488 25/02/11 4488
511822 [게임] 던파 고난이도 보스 퍼클 유저보상 [12] EnergyFlow2617 25/02/11 2617
511821 [기타] 2023년도에 지구를 지나쳐갔던 소행성들 [5] a-ha3113 25/02/11 3113
511820 [유머] 해병 오도봉고를 가동중인 대한민국 해병대. [15] 캬라3990 25/02/11 3990
511819 [게임] 킹덤컴2의 제작비 [26] EnergyFlow3195 25/02/11 3195
511818 [게임] 스파6 대회 결승 근황 [3] STEAM1951 25/02/11 1951
511817 [기타] 정상화 당하고 있는 지포스 가격 [69] Lord Be Goja6771 25/02/11 6771
511816 [유머] 인도네시아 국호를 정말 잘지은 이유 [26] TQQQ5904 25/02/11 5904
511815 [유머] 대치동 초등 의대 학원 입학시험 문제들 몇개 [49] 독서상품권5570 25/02/11 5570
511814 [기타] 사이버 뜨개질로 득도하세요 [7] Lord Be Goja3285 25/02/11 3285
511813 [기타] 단골손님 장례식장 가도 되나요? [19] INTJ5817 25/02/11 5817
511812 [유머] 소방차가 주차된 차 때문에 못가자 사람들이 차를 뒤집어 버림 [31] VictoryFood10623 25/02/11 10623
511811 [유머] 생방송 중 해킹당함 [10] Myoi Mina 8273 25/02/11 8273
511810 [유머] 결혼 빨리 하는 사람 특 [11] 퍼블레인10127 25/02/10 10127
511809 [유머] 이달의 삼전 사원 [20] 길갈11327 25/02/10 1132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