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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10 20:18
얼마전 유게에 컴퓨터,인터넷 없던 시절 논문 쓰는 라떼는 얘기 나오는데 과거시험은 옆에 도서관없이 실시간으로 논문 쓰는 거더군요 크크
출제범위 제한도 없어서 요즘으로 치면 행정학,법학,정치외교학,철학,윤리학에 다 걸치고
25/02/10 20:58
(수정됨) 뭐 과거에서 답안을 낸다는건 머리속에 본인이 넣어둔 레퍼런스를 가지고 논술을 할 수 있다는거라...이런 능력이 있으면 사실 어디에라도 쓸 수 있죠...
일단 경전은 기본에 역사도 알아야하는데 그걸 당시 국제관계에서 필수인 한문으로 서술할 수 있어야 도전이라도 할 수 있는지라...
25/02/10 21:44
글을 보면 "~는 후한때 풍습이고 ~는 언제고 고문의 누구누구가 이런 말을 했다더라~" 하는 얘기가 많은데 결국 이건 어떤 상황에 대해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 뽑아내서 가공하는 기술이니까... 무척 도움이 되겠죠.
25/02/10 22:41
국가 운영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저런 시험을 본 조선은 500년을 갔습니다. 역사가 500년이 되는 나라는 극히 드물죠.
25/02/11 03:11
그건 사실 내부 사정이나 외부 환경등도 같이 봐야하는거고 매일 조선이 오래갔다고 말하면서 무척 드문 것처럼 말하지만 유럽에서 500년 역사 가진 국가는 매우 흔했습니다.
+ 25/02/11 08:32
카페가문만 해도 동아시아랑 똑같이 부계로만 따져도 800년이 넘습니다. 러시아 류리크나 합스부르크 호엔촐레른 비텔스바흐같은 유명가문들 제외해도 신성로마제국내에서만 500년 넘은 통치가문은 너무 흔할 정도라서요..
25/02/11 00:34
- 당연히 과거제도는 조선이란 국가운영에 큰 도움에서 더 나아가 필수불가결 합니다.
- 과거제도가 아니라 해당 문제가 국가운영에 도움이 되겠냐는 물음이셨다면.. 당연히 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조금만 검색해 보시면 다른 분야의 문제들도 많이 나옵니다.
25/02/11 01:23
사실은 '관료'를 뽑는 시험이라기 보다는 '정치인'을 뽑는 시험입니다.
메뉴얼에 따라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아닌 진짜 상황에 따라서 니가 어떻게 해결할거냐를 묻는 질문들이 많습니다. 저건 진짜 특이한 케이스고 대부분이 지금으로 치면 '중국의 제조업이 한국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그 해결책은 무었인가?' 이런 느낌입니다.
25/02/10 22:01
고금의 역사를 한숨만 내쉬어도 그 한숨과 엮어낼 수 있는 썰을 풀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냥 썰이 아니라 우주 만물의 질서와 인간의 철학적 물음까지 유교적 세계관 속에 녹여 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금의 모든 문장은 출처와 배경까지 숙지한 채로 역사와 철학을 논하고 단순한 나열이 아닌 문장력을 발휘해서 명문으로 엮는 글솜씨까지 갖춰야 할 겁니다. 역사,철학,종교,심리학,작문 등... 통합적인 능력.
한마디로 문과 끝판왕.
25/02/10 22:42
Ai 이야기가 나와서 재미삼아 클로드에게 책문에 대한 답변을 지어보라고 했습니다. 프롬프트를 몇개 던지지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군요. 본문에 비해 맛은 좀 떨어집니다만
[삼가 아뢰옵니다. 세상의 변화는 역성(易性)으로 움직이니, 해가 지면 반드시 돌아오고 밤이 오면 반드시 밝음이 따르는 것은 천지의 순환법칙이옵니다. 이는 단순한 자연의 이치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변화를 꿰뚫는 근본 원리이기도 하옵니다. 섣달 그믐밤의 의례는 오래된 민속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상징이옵니다. 폭죽소리로 귀신을 쫓고 산초를 바치는 풍습은 마치 낡은 제도를 물리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자 하는 개혁의 의지와 같나이다. 『예기(禮記)』에 "천지를 공경하고 귀신을 섬기는" 정신은 곧 사회를 정화하고 새로운 기운을 맞이하는 정치적 실천의 근본임을 보여줍니다. 왕안석(王安石)이 여관에서 주사위를 두며 해가 저물고 새해가 옴을 읊은 시는, 개인의 흥망성쇠를 넘어 국가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나이다. 그의 신법(新法)은 마치 섣달 그믐밤의 대나(大儺) 의식처럼, 묵은 해의 낡은 기운을 물리치고 새로운 기운을 맞이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옵니다. 『중용(中庸)』에 이르길, "변화를 알고 변화를 통달하는 자는 거의 신명(神明)에 가깝다"고 하였으니, 이는 곧 자연의 순환과 사회의 변화가 같은 근본 원리에서 비롯됨을 말하고 있나이다. 해가 지고 돌아오듯, 낡은 제도 또한 새로운 제도로 대체되고 갱신되어야 하는 것이옵니다. 소식(蘇軾)이 도소주(屠蘇酒)를 늦게 마시며 세월의 무상함을 노래한 것처럼, 국가 또한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변화해야 합니다. 어린아이가 새해를 순수하게 기뻐하듯, 백성을 향한 순수한 통치의 의지로 끊임없이 개혁해야 하는 것이옵니다. 결국 섣달 그믐밤의 의례는 자연의 순환, 인간의 감정, 그리고 국가의 변화를 아우르는 거대한 상징이옵니다. 묵은해의 기운을 씻어내고 새로운 기운을 맞이하는 이 의식은, 개인과 국가가 끊임없이 쇄신하고 개혁해야 함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훈이옵니다. 삼가 이렇게 아뢰옵니다.]
25/02/10 23:51
감탄이 절로나옵니다.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네요.
지금 시대에 계셨으면 웹소 0티어 작가셨으려나요? 하루 하루를 더 소중히 살아야겠어요.
25/02/11 02:55
검색을 해보니 저런 시험 주제가 당대에도 이례적이라서 응시생들이 당황했을거라고 하네요. 이전 시험에서 정책을 주제로 시험을 냈다가 왕을 돌려까는 응시생이 나와서 합격을 취소하니마니 분란이 있었던터라, 광해군도 니들 맛좀 봐라..의 마음으로 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25/02/11 06:06
근데 솔직히 당대 지식인이긴하나 명문글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21세라 그런지 당돌함에 치루쳐져 있어 세월에 대한 소회를 그저 늙은이들의 한탄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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