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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6 16:49
이미 저희집은 제사 차례 안지냅니다.
큰아버지두분, 작은아버지 다 돌아가시고 우리 아버지 한분 남았는데 명절에 친척형들 아무도 인사 안오니.. 뭐
24/02/06 16:50
애초에 우리나라 제사 문화가 근본이 있었던 적이 없어서...
종갓집에서 해왔다는 제사도 까놓고 보면 예식 간소화하라는 주자가례를 대놓고 부정하는거라 의미 없습니다. 성리학 근본주의로 가면 갈수록 제사는 최소한으로 줄이는게 맞는데, 조선조 이래로 제사는 허례허식으로 이것저것 덕지덕지 살집만 불었죠. 대한민국 건국 이래로 등장한 조율이시니 좌포우혜니 이런 건 그 절정이었고요.
24/02/06 17:11
선생님, 저는 이번 설 연휴에 저희 아버지를 설득할 예정입니다.
말씀하신 내용을 조금 더 숙독해볼 수 있는 사이트나 웹문서가 있을까요?
24/02/06 17:22
일단 주자가례에는 제사에 뭘 놔야 한다는 진설법을 소개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이건 걍 표준모델을 설정한거고, 제사는 기본적으로 가가례, 그러니까 각자 집마다 알아서 판단해서 해야 하는 예식이라고 못박아놓고 있습니다. 또한 주자가례를 집필할 때 주자가 갖고 있던 기본 아이디어는 당대의 화려하고 복잡하기 짝이 없는 의례를 당대 기준으로 최대한 간소화하고자 함이었고요. 그러니 주자를 스승으로 삼아 주자가례의 정신을 따라간다면 제사를 보다 간소화했어야 맞죠. 뭘 늘리는게 아니라.
게다가 오늘날의 조율이시, 좌포우혜 따위의 이른바 표준 진설법은 가정의례준칙 같은 곳에서 본격적으로 출현한 내용이고, 그때 그시절에는 그 음식들이 귀하고,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이었기 때문에 올리자 이 정도였지, 이게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유학적인 근거는 그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가문별 진설법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것도 가문의 시조가 될만한 사람의 음식 호불호가 영향을 많이 끼친거지, 어떠한 경전에서 근거를 마련해서 만든건 아니고요. 정리하자면, 제사는 지내더라도 가가례가 원칙이니까 뭘 어떻게 지내든 그건 알아서 할 일이고, 굳이 닥치고 지켜야할, 엄밀한 근거를 갖춘 제사 예식은 마땅히 없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위에서 적은 내용은 제가 성리학 공부할 기회가 있어서 공부하다가 든 생각입니다. 물론, 제사 관련해서 사상적 배경을 다룬 글은 인터넷에 많고요.
24/02/06 17:41
유게지만 진심 많은 도움이 되는 댓글입니다
감사드리고 추가자료 찾아서 시청각자료화하여 설 명절 아버님+친인척 어르신 설득에 활용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4/02/06 16:55
한다해도 자기 부모님 등 정도만 기일에 기억하는 느낌으로 하는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세대가 밀어올려지면 50년안에 역사적인 무언가로만 남을 듯.
24/02/06 16:57
어렸을때는 전통이고 친척들 간만에 보니까 좋았는데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대체 이걸 왜하나 싶습니다. 오로지 부모님 고집때매 하는건데 부모님도 사실 형제들 시선이나 죄책감 같은 것 때매 어쩔 수 없이 하는 느낌이 큽니다. 이제는 없어져야 할 문화 같습니다.
24/02/06 16:57
그냥 허례허식 다 버리고 본래 목적으로 돌아가서 돌아가신 분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정도로 바꼈으면 하고
저도 그렇게 갈겁니다. 사진 정도 올리고 생전에 좋아하시던 음식 올리고 절 드리고 음식 나눠먹으면서 돌아가신분에 대한 이야기 나누고..
24/02/06 20:43
현실은 그것 조차 사라질까봐 걱정이네요.
간소화된 풍습으로 남으면 좋겠지만, 설이나 추석 때 차례 안 지내고 해외여행 가는 분위기로 본다면 과연 얼마나 유지될지...
24/02/06 16:59
차례, 제사 음식이라는게 사실 30년 전만 해도 말 그대로 명절 때나 먹는 존맛탱 음식이었지만.. 요즘은 그냥 그저 그런 음식이죠 크크
명절에 친척들끼리 식당에 모여서 같이 밥 먹는 정도만 해도 문화를 잘 지킨 편이라 생각합니다 크크
24/02/06 17:04
그러고보니 조선왕들의 이름에 들어가는 한자를 일반인들은 이름에 쓸 수가 없어서
왕들은 일반인들을 위해 일부러 어려운 한자를 골라 이름지었다고하는데 이것도 은근 내려오는듯하네요. 제 이름에도 나름 잘 안쓰는 한자가 들어있는데 어려운한자를 이름에 넣는것도 현대인의 벤츠 같은 허세인듯.. 크크
24/02/06 17:06
그래서 주자를 포함, 당대의 유종들이 그 특권질이 허례허식이니 제발 좀 줄이라고 한결같이 주장했습니다만, 그 말 제대로 들어먹은 인간들은 역사상 몇 없었죠.
24/02/06 17:45
유언 : 내 제삿상에는 상하이버거랑 후렌치후라이 라지를 놓아달라
1대 : 상하이버거랑 후렌치후라이 라지 2대 : 콜라가 빠져서 쓰나. 상하이버거, 후렌치후라이 라지, 콜라 3대 : 그래도 좀 이름있는데꺼를 써야지, KFC 상하이버거, 맥도날드 후렌치후라이 라지, 코카콜라 4대 : 버거 단품은 좀 그렇다. 세트로 놓자. KFC 상하이버거 세트, 맥도날드 후렌치후라이 라지, 코카콜라... 5대 : 후렌치후라이가 맞아? 아닌거 같은데.. 피자 좋아했다는 문헌이 있어!!. KFC 상하이버거 세트, 파파존스 피자, 코카콜라 이렇게 대를 지날수록 뭔가 복잡해짐
24/02/06 17:14
기일이나 명절에 제사 안 지내는 사례들 주변에 보면 종교가 있어서 종교적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일반적으로는 대안으로 다른 무언가를 하거나 그런 경우는 막상 잘 없더라고요.
24/02/06 17:21
제사 안 지내기로 했다가 뭔 일 생기면 다시 지내기로 하고 사찰 등에 외주? 같이 천도회, 법회 형식으로 넘기는 경우도 많죠.
명절, 기일 1년 패키지로 받던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은...
24/02/06 17:25
가까운 가족들 모여서 밥 한끼 하는 정도면 충분하죠. 허례허식 다 걷어내고 나면 결국 남은 가족이 고인을 추억하는 날이니까요.
24/02/06 17:34
근 20년 사이에 너무 많은게 바꼇어요 크크 그전엔 명절 3연휴 내려가면 3일 꽉채워서 았었고, 때되면 제사지내고 다 했는데
이젠 당일 오전에 모여서 점심먹고 해산...
24/02/06 17:50
애초에 한국의 전통문화가 거의 다 없어지고 있는데 그중 제일 번거롭고 하기 싫어하는 제사가 그대로 남아있을리가 없죠
24/02/06 17:58
제사라고 음식하는거 자체가 문제입니다.
그 제사음식해봐야 요즘은 먹지도 않는 음식들인데 그냥 평소에 먹던거가지고 가족끼리 고인추모하는거로 남았으면 이러지 않았을거에요.
24/02/06 18:07
제사의 형식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네요
저게 유교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는것도 아니고 유교에 우리나라 토착 샤머니즘을 비벼서 만들어낸 혼종이라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말 자체가 우습죠
24/02/06 20:39
저희 집도 제사 안지냅니다 이젠. (10년 전쯤까진 했음) 친가도 종교 때문에 다 안하고 외가는 하긴 하는데 되게 간소하게 하고 이마저도 대가 바뀌면 안할듯.대신 성묘는 아직 합니다. 저도 아버지 무덤은 신경써서 봅니다.
그리고 전 제사 음식 맛 없어요. 어릴적부터 맛 없다고 싫어했음. 요즘 어린애들도 싫어하던데 치킨이나 사서 먹죠 뭐
24/02/06 22:54
저희는 꽤 열심히 하고 있긴 한데
잘 모르겠습니다..아버님 세대 돌아가시면 과연 그 형식 그대로 할런지 솔직히 저는 조부모님하고 부모님 제사는 하고 싶긴 하고…. 근데 뭐 이대로 가면 저부터 자식이 없어서 제삿밥 못 얻어먹게 생겼으니 크크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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