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Date 2023/05/13 22:51:54
Name 졸업
File #1 Screenshot_20230513_225026_Samsung_Internet.jpg (53.9 KB), Download : 94
출처 https://www.dogdrip.net/424280624
Subject [텍스트] [슬픔]어제 와이프 기일이었다.


어제 와이프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됐다.
아직도 어색한

장인어른과 술 한 잔을 했다.
공기마저 조용했다.

 

와이프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슬픔보다는 놀랐던 기억이 더 크다.
억울했다.

 

솔직히 인간극장처럼

구구절절 사연이 있거나

그러지 않았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이제 못 보는구나.
나는 또 혼자구나.

 

 

와이프 옷 같은 건 정리했는데
물건은 치우지 못했다.
화장품과 향수 깨진 휴대폰.

그냥 긴 외출을 떠난 거 같다.

 

 

오늘부터 나혼자만의 휴가다.

 

새벽부터 장모님이 김치를 가져다주시면서
면도 좀 하라고 하신다.

그냥 웃었다.

 

쉬는 날은 하루 종일
넷플릭스를 돌려봐도 볼 게 없다.

 

장모님 열무김치를 먹으면
와이프랑 비빔면 먹던게 생각난다.

 

비빔면은 두 개는 많고 한 개는 적다.
둘이서 세 개를 끓였는데, 생각해 보면
와이프는 한 젓가락 먹고 다 내가 먹는다.

고민 끝에 두 개를 끓였다.
남았다.

침대를 바꿨다.
둘만 있던 방을 꽉 채우는
패밀리 침대는 사치라고 항상 생각했다.

 

4년 결혼생활 동안 아이는 안 생겼고,
와이프가 참 힘들어했다.
인터넷에 임신 관련 글들을 보면
실수로도 잘만 생기던데, 우린 그게
너무 어려웠다.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집 청소하러 오신다고 하셨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으신다.

 

점심은 와이프랑 엄마가 좋아했던

초밥집으로 예약해야겠다.

 

초밥집 이름이 잘 기억안난다.


이제 내 나이가 서른일곱인데

혼자 못하는게 늘어가는거 같다.

 

어렵다.



출처: https://www.dogdrip.net/424280624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무한도전의삶
23/05/13 23:02
수정 아이콘
아... ㅠㅠ
20060828
23/05/13 23:05
수정 아이콘
무덤덤한 문체가 오히려 더 슬프군요
코우사카 호노카
23/05/13 23:25
수정 아이콘
ㅠㅠㅠㅠ
23/05/14 00:11
수정 아이콘
먹먹하네요...
Grateful Days~
23/05/14 03:10
수정 아이콘
이거 쿨타임 찼군요. 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487678 [텍스트] MBTI별 뜨밤 능력 [34] 인민 프로듀서9694 23/09/30 9694
487675 [텍스트] MBTI별 생수 성향 [17] 삭제됨8799 23/09/30 8799
487531 [텍스트] 사기당하기 VS 도박해서 잃기 [27] Pikachu8979 23/09/27 8979
486986 [텍스트] 후배 밥 사준 썰 .txt [38] 졸업13925 23/09/18 13925
486879 [텍스트] 다시 세상에 나갈 용기 [3] 인민 프로듀서7727 23/09/16 7727
486812 [텍스트] 가족에게 절대 안보여주는 영상.txt [4] 졸업8499 23/09/15 8499
486462 [텍스트] "XX 씨, 여기까지 합시다. 이만 나가주세요." [20] 졸업11704 23/09/09 11704
485418 [텍스트] 40대에 노가다로 직종 변경한 후기.txt [23] 졸업15520 23/08/22 15520
485417 [텍스트] 직장 레전드 썰.txt [40] 졸업12901 23/08/22 12901
484936 [텍스트] 서울 부자 보고서 [21] 아수날11324 23/08/14 11324
484911 [텍스트] 진지해서 무서움류 갑.txt [53] KanQui#112570 23/08/13 12570
484571 [텍스트] 인싸와 아싸의 화법 차이 [60] KanQui#110080 23/08/09 10080
484196 [텍스트] 어느 대체역사소설 주인공의 인성수준 [22] 에셔8295 23/08/03 8295
484081 [텍스트] 우리집 진짜 시트콤이네 [7] 졸업7183 23/08/02 7183
483905 [텍스트] 중국집에서 일하는데 나 배달전화받을때 말귀 못알아듣는다 고 사장이 조금 답답해하거든 [6] 졸업11661 23/07/31 11661
483574 [텍스트] "지구온난화를 일부러 일으킨다고요? 제정신인가요" [29] 졸업12128 23/07/25 12128
483346 [텍스트] "언니, 비속어가 뭐야" [9] KanQui#17759 23/07/21 7759
483331 [텍스트] 점심때문에 싸움난 회사 [49] 삭제됨11453 23/07/21 11453
483177 [텍스트] 항우의 학살이 얼마나 큰 실책인가 [26] TAEYEON11736 23/07/18 11736
483092 [텍스트] 16살 차이나는 시누이 [13] KanQui#110577 23/07/17 10577
483089 [텍스트] 집안 어르신 돌아가셨을 때 집안 수준.myongmoon [43] KanQui#110135 23/07/17 10135
482770 [텍스트] 어제 우리 딸이 친구를 집에 데려왔다.txt [20] 졸업10494 23/07/12 10494
482700 [텍스트] 6년차 감리 시점에서 보는 현재 건설업의 문제점 [24] 졸업11824 23/07/10 1182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