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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22/02/05 22:04:09 |
Name |
너 |
출처 |
네이트판 |
Link #2 |
http://pann.nate.com/talk/338497464 |
Subject |
[텍스트] 아내가 집안을 바꿔놨다.txt |
결혼 4년차. 애기는 작년 2월에 태어나서 2살.
아들만 둘 있는 집의 장남입니다.
그냥 편하게 쓸게요.
1.
엄마는 아내를 세번째 보던 날 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넌 걔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 후 장모님 만나러 갈거란 소리에
그날로 나를 끌고 백화점에 가서 옷부터 사입히셨다.
아내는 아래 위로 누가봐도 새것 티가 나는 수트 한벌을
한여름에 뽑아 입은 나를 보고 웃겨서 뒤집어졌다.
2.
엄마는 내가 아내와 결혼한 뒤 웃음이 늘었다.
신기할만큼 엄마랑 아내는 죽이 잘 맞는다.
주로 날 놀리며 즐거워한다.
엄마는 자꾸 내 과거 흑역사를 아내한테 대방출 한다.
그렇다고... 초등학교 때 축구하다가 바지가 터져서
엄마가 학교에 바지들고 쫓아온 얘기까지 해줄건 없었는데.
별로 재밌지도 않은 얘기를 아내랑 엄마는
나까지 웃을 수 밖에 없게 참 재밌게 한다.
3.
아버지도 해맑게 웃을 줄 아신다.
아버지는... 무뚝뚝한 분이라고 평생 생각했는데
아내가 아버지깨 '노잼'이란 말을 최근 알려드린 뒤로
나를 노잼이라고 부르면서 세상 즐거워하신다.-_-
아내한테 맨날
니가 하는 얘긴 다 재밌는데 저놈(나)는 말을 못한다고
너같은 놈을 요즘 애들은 노잼이라고 부른대.
라며 좋아하신다.
근데 글 쓰다보니 난 노잼이 맞다. ㅠㅠ
4.
올해 설에 아버지께 인생 일대의 칭찬을 받았다.
넌, 살면서 죽을때까지
니 아내랑 결혼한거만큼 잘한 일은 평생 없을것...
이라며 내 아들 해냈다고 덧붙이셨다.
아내가 옆에서
저도 어머님 아버님 같은 시부모님 만난게
평생 제일 잘한 일일꺼에요~
라고 했다. 난 순발력에 감탄했거
당연히 아버지랑 엄마가 둘다 너무 좋아하셨는데...
엄마가
.... 넌 진짜 천지신명께 감사해야돼.
니 주제에 어떻게 저런 아내를...
이라고 나한테 말했다.
솔직히... 음 틀린 말 아니다. 인정.
5.
거족 모임 자리에서
지방에 가 있어 자주 못보던 동생이 나에게 소근거렸다.
.... 우리 아빠 저렇게 잘 웃는 사람이야?
응... 아부지말로는 니 형수는 '대유잼'이라
뭘 말해도 웃음이 나오신대...^^;;;;
아버지 사전에 대 유잼이란 말이 추가되었다.
나보다 요즘 말을 더 많이 아신다.
6.
작년에 회식자리에 끌려갔다가
전혀 못마시는 술을 마시고....
지하철에서 잠드는 바람에 차고지까지
끌려갔던 적이 있었다.
새벽까지 연락이 없자 아내는 걱정이
되어서 집에 그 사실을 알렸고.......
난...... 그 이후에 아버지한테 욕을 한바가지 먹은건 물론
엄마는 그 이후로
너같은 아들새낄 둔 적이 없다며
나를 '사위님'이라고 부르면서
자기 딸(아내)를 괴롭히는 나쁜 놈이라고
볼때마다 등짝에 손자국을 남기셨다.
덕분에 아내는 나를 매우 빨리 용서했다.
7.
그 외에...
손자가 태어난 뒤로
아버지는 바닥을 손자랑 같이 기어다니신다-_-;;;
엄마는 좋은 친구가 생겼다.
차로 20분 거리에 사시는 장모님이 운전을 할 줄 아셔서..
둘이 영화도 보러 다니시고
아내랑 셋이서 네일도 받고 하신다.
가끔 장모님 댁에 가서 주무시고 오시는데
(장인어른은 안계시고 혼자 사신다)
그건 아버지가 좀 싫어하시는거 같다..
혼자 심심하신듯.
어떻게 끝내야 할 지 모르겠다.
근데 아무튼....
아내는 옳고 나는 결혼을 잘 한거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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