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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21/11/25 14:35:50 |
Name |
너 |
출처 |
https://m.dcinside.com/board/genrenovel/4018736 |
Subject |
[텍스트] 머리위에 학벌이 보이게 되는 소설.txt |
'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미 허드슨 교수 "어떠한 물리적 이론으로도 설명 불가능..."'
' 잇따른 혼란에 정부 "원인규명 및 사태파악 중" 일관된 대답만 이어져... '
' 갑작스러운 대치동 학원가 및 수능 등록생 폭발적 증가... 올해 수능 응시 희망생 600만 명 돌파할 듯 '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엔 한 가지 변화가 발생하였다.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에 글자가 나타났다.
[ 서울대학교 전기전보공학부 19학번 ]
[ 중앙대학교 철학과 15학번 석사과정 수료완료 ]
[ 동통대학교 배달종사자양성학과 20학번 ]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인지, 애초에 물질인지 아닌지도 규명되지 않은 글자가 사람들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글자에는 그 사람의 학벌이 그대로 쓰여 있다. 학번까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 영국 등 전세계에서 각 나라의 언어에 맞춰 글자가 생겼다.
전세계를 뒤덮은 건 글자만이 아니었다.
학력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생긴 암묵적인 갈등부터 글자의 존재에 대한 종교계의 대립, 수많은 음모론과 종말설이 세계를 뒤덮었다.
글자가 나타난 지 2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각지에선 혼란과 대립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단 이부분은 잠시 제쳐두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글자가 나타난 뒤로, 2주동안 난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집 밖을 나가지 못할 뿐더러 그 누구도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 총각~ 세상이 말썽이여도 월세는 내야지! 대체 방 안에서 꿈쩍도 안하고 뭐하는 거야? "
"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지금은 밖에 나가기 곤란합니다. "
" 이번주 금요일까지 안나오면 그땐 나 혼자서는 안 올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 "
주인집 아주머니가 언성을 높였다.
대꾸할 기운이 없었다. 한참동안 반응이 없자 결국 아주머니가 포기하고 돌아갔다.
' 밤에 야반도주를 할까? 아냐, 서울 한복판에 사람 하나 마주치고 않고 달아나는 건 불가능이야. '
홧김에 손에 붙들고 있던 무전기를 바닥에 내던졌다.
' 대체 본부에선 왜 연락이 안오는 거야! '
지지난 주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 없이 연락이 되던 본부와의 연락이 한순간에 모두 끊겼다.
격양된 감정을 누르기 위해 마른 세수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거울을 보니 내 머리에도 역시 내 학벌이 적혀 있었다.
내가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글자 때문이다.
학벌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아니, 난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을 조기졸업한 수재다.
내 글자만 혼자 다른 내용이 쓰여 있는가? 그것도 아니다. 내 학벌이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적혀 있다.
그렇다면 내가 왜 밖을 나가지 못하냐고?
[ 김일성대학교 15학번 남파공작요원부 ]
그냥 x됐다.
내가 간첩이라고 홍보를 해주고 있다, 남파공작요원부라는 비밀 학부를 나온것까지.
아니, 여기서 마음이 약해져선 안 된다.
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 이것도 수령님의 시련이라면 받들겠습네다. 나 리재혁, 불필코 극복할 것입네다. 이깟 글씨 몇 자 같은 시련 고향에선 암것도 아니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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