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7일 한 마리의 명마가 숨을 거두었다.
그 말은 항상 승리하는 말도 아니였고 현역시절에는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라이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말에게는 「일본 총대장」이라는 거창한 별명이 있었다.
[일본 총대장] 스페셜 위크 되시겠다.
디자인 포인트는 흰색과 보라색의 톱니무늬 마주복색, 이마부터 콧등까지 선명한 흰 반점은 블리치로 재현.
실제 말의 모습.
일본 경마의 여명기를 이끌던 명마들의 핏줄에 대한 열기가 시들어가던 1990년대
일본 경마계는 수입산 말에게 열광하고 있었다.
유럽에서 고가의 말을 사와 일본에서 달리게 하고 종마도 수입산 말들이 유력 종마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었다.
일본 고유 종마계통에게 있어서 인내의 시기가 계속됐다.
이때 약간 먼저 (1970년대) 들어온 외국산 말로는 마루젠스키가 있다.
마루젠스키는 현역 당시 기수였던 나카노와타리가
"일본 더비에 나가게 해달라. 가장 바깥에서 출발해도 좋다. 다른 말의 방해는 일절 하지 않겠다. 상금도 필요없다. 단지 이 말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다"
라는 말을 남긴걸로도 유명했다.
그 정도로 그때 당시 일본 혈통과 외국혈통의 차이는 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는 확실히 「일본 혈통 종마 냉대 시기」였다.
그런 배경속에서 스페셜위크가 태어난것은 1995년
마루젠스키의 딸인 캠페인걸의 아래에서 태어난 스페셜위크는 태어나면서 어머니인 캠페인걸을 잃었다.
명마의 혈통마로서 마지막 생명을 쥐어짜내 태어난 최후의 한마리가 바로 스페셜위크였던 것이다.
태어난지 5일만에 어미가 죽으면서 서러브레드가 아닌 반에이 경주용 농경마의 젖을 먹으면서 자랐다고.
근데 유모역할을 맡은 말 성질도 더러워서 전반적으로 혼자 겉도는 유년기를 보낸 덕분에 사람 손을 많이 탔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런거 하는 말한테서 밥 빌어먹고 컸단 소린데, 나같아도 겉돌듯 하다. 까딱 잘못하면 밟혀죽겠네.
당시 일본경마계는 외국 혈통이 지배하던 시대
글래스원더, 엘콘도르파사, 아그네스월드, 마이넬러브, 아메리칸보스 등등
스페셜위크의 동기들은 외국혈통들이 대부분이였던데다가 그 모두가 일본 국내외로 뚜렷한 실적을 남긴 명마들이었다.
하지만 스페셜위크의 동기들은 일본 더비에는 나갈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외국산 말이었기 때문에.
다만 더비에 나갈 수 있는 말중에서도 주목을 받는 말이 있긴 했는데
미국에서 G1 레이스를 7승이나 한 세계적 명마, 굿바이 헤일로의 자식, 킹헤일로와
행방불명된 아비 밑에서 태어나 볼품없는 몸으로도 훈련을 거듭해 훗날 클래식 이관을 달성하는 세이운 스카이가 그것이었다.
킹헤일로, 세이운스카이, 스페셜위크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사츠키상 상위 3마리에 이름을 올리게 되고
결국 열리게된 더비에서는 스페셜위크가 1번인기로 우승을 차지하는데, 그 거리차는 실로 5 마신
압도적인 차이로 라이벌들을 때려눕힌 스페셜위크는 당당히 더비마의 타이틀을 차지하게 된다.
참고로 타케 유타카는 지금은 통산 5회로 더비 최다 우승 기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다른 GI은 다 이기는데 더비는 못 이기는 기수라는 이미지 또한 붙어 있었다.
88년부터 무려 9번을 도전했는데, 그때마다 줄줄이 미역국을 먹고 있었다.
별 내색은 안했지만 내심 '참견 말라고!'하는 심리였다고.
VIDEO
그런 마당에 98년에 스페셜 위크를 타고 드디어 첫 더비 우승.
그 냉정 침착한 양반이 얼마나 흥분했는지 손에서 채찍은 사라져 있고, 후에 '화면으로 보니까 부끄럽다'고 할 정도로 과격한 승리 포즈를 선보였다.
지금도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고 회고하고 있으니 남들이 약하니 강하니 해도 타케 유타카에게 스페셜 위크는 꽤 사랑스러운 말일 것..
하지만 여전히 스페셜위크에겐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클래식 3관 중 가장 큰 더비를 먹었으나 나머지 2개는 세이운 스카이에게 뺏기고, 반대로 세이운 스카이는 2관은 달성했으나 가장 큰 더비를 뺏겨서 서로가 찝찝한 클래식이 끝이난다.
*클래식은 3세말만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마생 단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이제 외국산 말과도 붙어야 하는 스페셜위크에게 새로 생긴 라이벌은 엘콘도르파사와 글래스원더
하지만 외국산 말의 벽은 높았던 것일까
재팬컵에서 엘콘도르파사에게 3 마신차, 3착으로 완패.
그렇게 클래식의 찝찝함과 재팬컵의 벽을 느낀 98년이 마무리된다.
99년 복귀전엔 O.페리를 태우고 아메리카 자키 클럽 상을 승리한후 타케 유타카와 다시 호흡을 맞추며 장거리 전선에 도전.
한신 대상전과 천황상(봄)에서 작년 천황상 우승마였던 메지로 브라이트를 두번다 깨뜨리고 승리한다.
이때 기수였던 타케 유타카는 작년에 부상으로 안락사 당한 사일런스 스즈카가 등을 밀어줬다고 인터뷰하기도.
재팬컵 이후로 일본 국내엔 적수가 없다고 판단된 엘 콘도르 파사는 프랑스로 원정갔겠다.
킹 헤일로는 이미 적수가 아니고, 클래식에서 끝까지 숨통을 조여오던 세이운 스카이는 맛탱이 가버렸으니,
일본마의 우수함을 증명하기 위해 은퇴하기 전에 개선문상 도전 플랜을 세우고 예행연습으로 다카라즈카 기념에 출전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외국산 말이 튀어나온다.
바로 그래스 원더.
그래스 원더가 3살때 아리마 기념에서 4살 이상 베테랑말들 두들겨 패고 1등했다 해도, 아직 한번도 마주처본적이 없으니 할만하다고 생각한 스페셜 위크.
이것은 경마 팬들도 같은 생각이었고, 팬 투표에서 1위로 선출, 그래스 원더는 2위였다.
이렇게 해서 성사된 스페셜 위크 VS 그래스 원더.
게이트가 열리며 시작된 다카라즈카 기념.
스페셜 위크는 4~5번째 , 그래스 원더는 스페셜 위크를 마크하는 듯한 느낌으로 진행.
3코너에서 최종코너에 걸쳐 스페셜 위크는 스퍼트를 올리고 그래스 원더도 따라 붙어.
결국 그래스 원더를 뿌리치나 싶었으나
결승선 앞 200M 부근에서 따라잡히고 최후에는 3 마신(7.5M) 차이의 스페셜 위크의 완벽한 패배.
그래스 원더에게 깨진 스페셜 위크는 프랑스 원정 취소를 하게된다.
이때부터 10kg쪄있던 스페셜위크는 갑자기 체중이 더 불어나면서 무려 20kg가 찐채로 씹돼지위크는 교토대상전에서 7착으로 패배한다.
천황상(가을)을 앞둔 경기에서도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이후 "더비때만큼 몸무게를 줄이면 다시 잘 달리게 될지도 모른다"라고 판단한 운영측의 결정으로
필사의 다이어트를 시도, 성공해낸 스페셜위크는
타마모크로스의 뒤를 이어 사상 두번째 천황상 (봄, 가을) 연패 라는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그리고 스페셜위크의 쾌속진격이 이어지던 와중 개최된 재팬컵
모두가 「일본말은 부족하다」라는 평가를 하며 외국말 6마리에게 열광하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주목을 받은것은 몬 쥬
개선문컵에서 그 엘콘도르파사에게 승리를 거둔 그 최강의 말이었다.
일본에서도 사일런트 스즈카에게 1패한 것을 제외하면 패배를 몰랐던 엘콘도르파사에게 반 마신차로 승리했던 그 말에 비하면
일본말들의 승률은 전혀 없어보였다.
사일런트 스즈카는 부상때문에 출전할 수 없다
에어그루브는 은퇴했다
세이운 스카이도, 킹 헤일로도 없다.
믿을 것은 오직 스페셜위크뿐인 상황에서 그런 그에게「일본 총대장」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응원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과연 스페셜위크가, 일본 말이 이길 수 있을것인가.
그 엘콘도르파사도 넘지 못한 세계의 벽을 일본의 말이 넘을 수 있을것인가.
결과적으로 상위 입선한 4마리의 말 중 3마리가 외국산 말이라는 결과가 됐다.
하지만 1착은 몬쥬가 아닌
일본말, 스페셜 위크였다.
오히려 레이스중 스페셜위크를 마크했던 몬쥬는 직선에서 스페셜위크의 순발력에 따라가지 못하며 4착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외국산 말인 라이벌들에게는 쓰디쓴 패배만을 맛보고
모두가 기대하지 않았던 레이스에서 최강말이라 불리던 외국산 말 몬쥬에게 승리를 거둔 스페셜위크
그렇게 스페셜위크는 「일본 총대장」이 되었다.
실제로 2000년에 했던 인기투표에서는 오구리캡을 꺾고 2위를 기록하기도.
그리고 스페셜위크의 분투에 힘입어서일까, 이 시기 이후로 일본 국산 말이나 일본 종마계열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