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붉은 황제」라 불리는 전설의 레이서, 미하엘 슈마허가 참가한 이 경기는 축복이 아닌 슬픔 속에서 막을 내렸다.
「저주받은 주말」「이몰라의 비극」이라 불리는 이 경기에서 「음속의 귀공자」라 불리던 역대 최고의 F1 드라이버 중 한명인 아일톤 세나가 대사고를 일으키며 절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날인 1994년 5월 1일
이탈리아에서 약 10,000Km 떨어진 일본의 홋카이도
한 마리의 서러브레드가 떨어지는 구슬비 속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이 말은 훗날 역사에 남을 천재로서 일본 경마계에 그 이름을 떨치게 된다.
그 이름은 사일런스 스즈카
최고의 파트너와 만나 최고의 라이벌들과 싸운 「최강의 도주마」는 비운의 영웅과 마치 교체하듯이 이 땅에 내려왔다.
캐릭터의 디자인 포인트는 연녹색+노랑색의 마주복색 컬러링, 밤색 털을 반영한 헤어컬러. 흰색 재갈끈을 반영한 헤어밴드.
그리고 거기에 더해 두 손의 장갑과 왼쪽 신발은 까맣고 오른 신발만 하얀데,
실제로도 오른발만 하얗던 녀석이기 때문이다.
부여 가능한 속성은 도망자, 미인박명, 이론상 최강, 신의 능력에 인간의 몸(호돈신?)
캐릭터 디자인은 꽤 수수해 보이지만 그 정체는 일본 경마사에 길이 남을 희대의 개성파인데, 별명이 '음속의 귀공자', '희대의 도망자' 같은
수식어가 붙는거 보면 뭔가 감이 올려나?
동영상 하나 보면 이해가 갈 거 같아서 준비했다. 98년 5월 30일에 치러진 킨코상(황금 범고래상) 경주의 사일런스 스즈카다.
경주마의 각질중에서도 희귀한 도주, 그것도 다른 도주마와는 차원이 다르게 초반부터 미친듯이 차이를 벌려나가는 대도주마가 그의 정체다. 그 스피드의 평은 마일(1600m)의 속도로 중거리를 달리는 괴물. 저렇게 초반에 내달리고도 후반에 힘이 딸려서 처지기는 커녕 오히려 한발 더 나가는 무시무시한 짓거리를 98년 내내 하던 말이다.
단승인기 1.3배라는 높은 지지율로 시작된 스즈카의 데뷔전은 2착과 무려 7 마신이리는 차이로 압승으로 끝나고
모두의 주목속에서 스즈카의 데뷔는 화려하게 시작되었다.
참고로 7 마신차로 진 말의 이름은 펄스피드. 훗날 흰백합S를 제패하고 중상에서도 3번의 2착을 하는 실력파 말이였다.
하지만 이후 열린 야요이상에서 스즈카는 시합 시작 전 게이트를 빠져나가는 트러블을 일으키고
레이스가 시작되고도 스타트가 크게 늦어져 결국 8착으로 패배한다.
이후의 경기에서는 2번의 승리
한신 4살이하 500만이하 1착
프린시펄S 1착을 달성한다.
이때 사일런스 스즈카는 「스타트가 성공해도 선두에 서지 않는」작전을 시험한다.
이는 사일런스 스즈카가 갖는 스피드를 제어하는 방법과 그 어려움에 의한 시행착오로, 다행히 승리를 하긴 했지만
이전의 압도적인 차와는 달리 이때 2착과의 차이는 겨우 목 하나정도의 접전이였다.
도주냐, 선행이냐
복잡한 마음을 안은채 사일런스 스즈카는 더비로 향한다.
하지만 그녀가 더비로 향한 1997년,
사츠키상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서니 브라이언이 「도주」전략으로 우승을 거머쥐고,
사일런스 스즈카는 9착의 대패를 당한다.
도망가야 하는가 참아야 하는가
더비에서 성공적으로 도주를 성공시킨 2관마 서니 브라이언의 등 뒤에서
불안정한 레이스를 하던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또다시 같은 질문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천재 사일런스 스즈카는 연패의 방황을 시작한다.
고베 신문배 2착 패배
천황상 가을 6착 패배
그리고 마일CS
타이키셔틀, 마이넬맥스, 쿄에이매치, 스피드월드, 토요레인보우 등 유명한 말들이 출전한 경기에서
선두를 달리던 쿄에이매치를 따라 두번째로 달려나가던 스즈카였지만
결국 마지막에 타이키셔틀이 도망가는 쿄에이매치를 잡아내며 쾌승
사일런스 스즈카는 15착이라는 대패를 당한다.
주법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방황하던 사일런스 스즈카가 마생 최고의 파트너, 타케 유타카 기수와 만난 것은 이때였다.
두 천재의 만남은 재능의 개화로 이어졌다.
그들의 첫 레이스인 홍콩컵은 5착이라는 아쉬운 결과로 끝났지만
남은 것은 분명히 있었다.
사일런스 스즈카의 대도주 전설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오픈경주 발렌타인S를 4 마신 차이로 승리
나카야마 기념
오구라대상전
킨코상에서도 마찬가지로 적들에게 그림자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압도적인 스피드로 승리
그리고 이어진 타카라즈카 기념
메지로브라이언, 메지로도벨, 실크 저스티스, 스테이골드 그리고 에어그루브라는 명마들과의 대결
스즈카는 이 경기에서도 승리를 하며 첫 G1 타이틀을 따내게 된다
이때의 경기력은 실로 압도적으로
시작부터 선두에 서더니 첫코너에서는 2~3마신, 세번째 코너에서는 약 10마신 정도의 차이를 내며 단 한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채 대도주를 성공시킨다.
이제 코바로서 G1 제패를 한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남은 적은 차세대의 강호 뿐이었다.
(*古馬 코바는 4살 이상의 말을 뜻함)
「최강의 세대」라 불리던 98년 클래식 세대에는 두 마리의 재능 넘치는 외국산 말이 있었다.
당시 외국산말의 클래식 참전이 허용되지 않아 더비에서는 뛰어보지 못한채 날뛰던 두필의 명마
4전 전승마 그래스 원더
5전 전승마 엘콘도르파사
어린 시절부터 큰 패배를 겪어왔던 사일런스 스즈카와는 정반대로 영광의 길을 걷는 외국산 말 두필
이들의「삼강 대결」은 마이니치 왕관에서 이루어졌다.
두필의 전승마 VS 타케&스즈카 콤비의 대결
그 열기는 G2 경기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천황상(秋)를 위한 마지막 준비단계로 출전한 마이니치 왕관이었는데, 여태껏 만났던 중 가장 강력한 적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둘다 그때까지 무패를 기록하고 있던 외국산 말. 원래는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아서 천황상으로 직행할까도 했는데 당시엔 외국산 말이 천황상에 나올수 없었기 때문에 '못이길거 같아서 도망가냐'는 조소를 듣기 싫어 출전을 강행했다고.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그림자도 못밟게 앱-도적으로 쳐발랐지.
엘콘도르파사는 2.5 마신 차이로 2착
도중에 사일런스 스즈카에게 승부를 건 그래스 원더는 5착이라는 원통의 패배를 경험하게 된다
차세대의 강호들도 모두 꺾으며 명실상부 「현역 최강」은 사일런스 스즈카라는게 경마팬들의 공통 인식이었다.
발렌타인S
나카야마 기념
오구라대상전
킨교상
타카라즈카기념
마이니치왕관
이상의 6경기를 모두 신기록 갱신 우승을 차지한 사일런스 스즈카
그녀는 확실히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이차원의 도망자」였다
타카라즈카 기념에서는 타케 기수가 선약이 있어서 스즈카를 타고있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누구나가 이어지는 연승가도중의 1승일 뿐이다 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11월 1일에 열리는 천황상(2000m)을 앞두고 모든 전문가가 입을 모아 우승 가능성 1위로 사일런스 스즈카를 꼽는건 당연했다.
마이니치에서 싸운 두 마리는 나올 수 없고, 작년 우승마 에어 그루브는 엘리자베스 여왕배로 직행,
중거리에서 첫 1000미터를 56초대로 뛸 수 있는 말을 누가 꺾냐는 의견이 절대 다수.
천황상에서 당대 최강이라는 칭호를 인정받고 해외로 원정을 나간다는 계획이 무르익었고, 이제 나가서 우승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열린 천황상에서 1번 게이트를 받은 사일런스 스즈카는 평소대로 발빠르게 도주를 시작,
후속 마군과의 거리를 그 이전에도 본 적없는 수준으로 벌려놓기 시작했다.
첫 1000m 주파 기록이 57.4초. 2위와의 거리차가 10마신, 그 뒤의 후속 마군과 또 5마신.
당황한 중계 카메라는 최대한 줌아웃해서 원경을 잡아야 했고, 이대로라면 역사에 남을 압승이 당연시되는 상황이었는데...
3코너를 지나 4코너를 돌던 순간 왼 앞다리의 분쇄골절.
이 말의 넘치는 능력을 몸이 감당하지 못해 부서지는 순간, 캐스터는 "침묵의 일요일입니다!"(말 이름의 사일런스에서 따온 대사)를 외치며 절규했고, 사일런스 스즈카는 당일 안락사되고만다...
언젠가의 F1 레이서 처럼,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스스로의 핏줄도 이 땅에 남겨두지 않은채 단지 압도적인 차이로 앞을 달려나가는 선명한 인상만을 남긴채 불세출의 도주자는 이 세상을 떠났다.
기수였던 타케 유타카는 그날밤 그 전에도 이후에도 본적 없을정도로 만취했었다는 후문.
역대 최고로 손꼽히는 딥 임팩트x타케 유타카 조합에 대항해 또 한명의 타케가 있어 그들을 이기려고 한다면 무슨 말을 타겠는가?라는 질문에 주저없이 타케가 사일런스 스즈카라고 꼽을만큼 관계자와 팬들 모두에게 임팩트가 강했던 말이고, 천황상에서 고장나지 않았으면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떡밥은 일본 경마팬들이 두고두고 안주삼는 IF 놀이.
사일런스 스즈카: 화려한 대도주로 6번의 경기를 연속으로 신기록 우승, 유일한 G1 타이틀인 타카라즈카에서는 단 한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