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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8/02 01:32:11
Name whynot
Subject [유머] 내가 와우를 떠난 이유
카즈섭 뱅마도사님 글이라고 하는데 2년 조금 넘은 글이라 확실한 건 아닙니다.

...........................................................................................

가시덤불 골짜기에 갔었어요 .


가시덤불 골짜기에는
오우거와 잔질 부족, 렙터와 호랑이, 퓨마들이
참 사이좋게 싱그러운 풀밭위를 어슬렁 거렸고
채팅창에는 여전히 고렙 얼라에게 학살당하는
중랩 호드들의 절규에 가까운 욕지거리가 들려왔어요 .


어둠이 깊은 시간이였어요 .
무법항에서 그룸골로 가는 와이번을 타다 말고
문득, 마우스를 잡아 당겨  별이 초롱총롱 빛나는 밤하늘을 보았을 때
자꾸만 떠오르는 기억들과 얼굴 탓에
갑자기 모니터가 흐려 보였어요 .


이것이 현실이였다면 아마도 피를 보았을 거에요 .
잔질 부족의 깨름칙한 괴성을 들으며
퀘스트를 위하여 잔질 부족을 잡아 죽이던 시절
내 온몸으로 분노를 느끼게 하였던 당시의 지옥같던 사건이 생각나면서
잊혀지지가 않는 어느 여자 언데드의 기억이 날 감싸 안았어요 .


그녀를 처음 본것은 언더시티 바퀴벌레 상인 앞이었어요 .
바퀴벌레를 사려고 상인에게 말을 걸고 있는 저를 보고


" 어머, 그거 정말 키우실 거에요? 에그머니나, 너무 징그러운데 ^^ "


이렇게 제게 말을 건낸 그녀와 우연히 파티를 하게 되었지요 .  
이제와 돌이켜보면 그녀만큼 상냥하고 따뜻한 유저는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
파티원들을 격려하며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언데드 마법사였지요 .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능력이 그녀에게는 있었고
어쩌다 쓸만한 아이템이라도 나오면
그것이 필요한 사람이 있나 없나를 먼저 물어본 후에
자기에게 필요한 아이템이라는 것을 말한 후에 주사위를 굴리는
참 인정많고 따뜻한 언데드였어요 .


그녀와 파티를 하고 나면 대부분의 호드는 그녀를 기억하게 되었어요 .
언제나 밝고 또 유머스럽기도 하면서
같이 있는 사람의 기분과 게임의 재미까지도 고려하였기에
게임의 여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사람이였지요.


접속을 하면 우린 서로 귓속말로 인사를 하며 근황을 묻고
그러면서 혼자 하기엔 다소 벅찬 정예 퀘스트가 있으면
다시 만나 같이 해결해 나가면서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캐릭터를 키워 나갔었지요 .
그러다가 정이 들었고, 언젠가 그녀는 내게 거래창을 띄웠어요 .


또 물빵을 주려나보다, 싶었지만 그건 제 착각이었죠 .
거래창에 들어온 것은 ' 빨간 리본이 달린 상자 ' 였어요 .
설레는 맘으로 상자를 열어보니 놀랍게도 빨간 뱀이 튀어나왔어요 .
예전에, 제가 곧 학교 졸업을 할거란 이야길 했었는데
그 날짜를 기억하고 있던 그녀는
때에 맞춰 오그리마 뱀장수한테 뱀을 산 후 포장지에 넣어 보낸거였어요 .
그렇게 그녀는 너무나 섬세하고 친절한 언데드였어요 .


언제던가 그녀는 가시덤불 퀘스트를 마치고 난 후에
황야의 땅으로 갈 것이란 말을 하였지요 .
그녀는 와우를 처음 접해 보았기에
가본적이 없는 지역으로 새로운 모험을 떠난 다는 생각에
조금은 들떠 있는것 같았어요 .


나 또한 황야의 땅으로 가야할 시점이라 우리는 같이 말을 타고 갔답니다 .
그리고 그곳에서 전 이제껏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되었지요 .
첫번째 퀘스트는 카르가스 앞에 있는 바위 정령을 잡는 것이었어요 .
그녀와 나는 같이 퀘스트를 수락하고 근처에서 바위 정령을 때려 잡고 있었어요 .


그러던중 갑자기 보이지 않았던 얼라이언스가 나타나서
그녀와 나를 쳐죽이고는 다시 사라졌어요 .
얼라이언스 도적이 은신으로 우리들 근처로 왔다가 우리를 죽이고는
다시 은신을 한 것이였지요 .


그녀는 죽었다 해도 화도 낼 줄 모르는것 같았어요 .
그녀는 내게 말했어요 . 아마 초디ㅇ인 것 같다고
아마 아직 방학이 안 끝나서 이러는 것 같다고
개학하면 좀 괜찮아 질거라고 . . .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고 다른 말을 하지 못했어요 .
사실 나도 가끔 이유없이 저렙 죽이곤 했으니까요 .
무덤이 가까워서 우리는 금방 부활을 할 수 있었지요 .
그러나 부활을 함과 동시에 조금 전 우리를 죽였던
얼라이언스의 고렙 도적이 은신해 있다가 다시 우리를 죽였지요 .


그녀는 내게 물었어요 , 저 초디ㅇ이 왜 자꾸 자길 죽이는 거냐고 .
전쟁서버라 이런 일이 빈번하다고 말을 하였으나
그녀는 쉽게 납득하지 못했어요 .


자기와 이렇게 렙차이가 심하게 나는데 죽이는 이유와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그 어떠한 적대적인 행위를 한적이 없는데도
그렇게 렙이 높은 사람이 저렙들을, 그것도 사냥중에 죽이는 것을
그녀는 납득을 못하였지만, 그녀 특유의 명랑함으로
금방 잊으려 하는것 같았지요 .
심지어 그 도적에게 물빵을 주려고 거래창을 띄우려다 죽기도 했어요 .


다음날 접속을 하자 그녀는 카르가스 와이번 조련사 앞에서
그저 멀뚱히 서 있기만 하는 것이였어요 .
퀘스트 하지 않고 왜 서있냐고 묻자
그녀는 도저히 퀘스트를 수행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했어요 .


왜냐고 묻자, 퀘스트 아이템인
냉기오일과 청동무늬팔 보호구는 너무 비싸고
하급치유물약은 경매장에서 팔지 않는다고 했어요 .
연금술을 하던 전, 즉석에서 냉기오일과 치유물약을 만들어 줬어요 .
그걸 받은 그녀는, 폴짝폴짝 뛰며 해맑게 웃었어요 .


채팅창에는 여기저기 냉기오일 어떻게 구하냐는 외침이 들려왔어요 .
나는 그녀에게 울다만에가서  보스인 아케다스를 잡자고 했어요.
그곳에는 그래도 얼라이언스가 적을 것이란 그런 희망을 갖고 말이지요 .


그녀와 저를 포함한 다섯명 풀파티로
그렇게 우리가 지름길을 통해 입구에서 몹을 잡고 있을때
동굴 저편에서 우릴 계속 죽였던 얼라이언스 만렙 도적이
우리 쪽으로 달려 오는 것이 보였어요 .


그리고는 우리를 죽이고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우리들의 시체 위에서 팔딱팔딱 뛰면서 꼬꼬댁 거렸어요 .
꼬꼬댁 소리가 비좁은 동굴 여기저기 메아리치게 되었어요 .


황야의 땅에 있는 무덤은 울다만 동굴과 정반대편에 있었어요 .
열심히 달려와 보니 그 만렙 도적은 우리의 시체주위를 빙빙 돌면서
떠날줄을 모르고 있었어요.


카즈고로스 서버에서 그러한 상황을 비단 우리만 당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녀는 그러한 모습이 그전에 그녀가 생각했던 정의로운 전쟁과
상대 진영에도 물빵을 나눠줄 수 있고 붕대질도 해줄 수 있다는 적십자사 같은 생각은
단지 기대일 뿐이였다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지요 .


그녀는 내게 참으로 뜻밖의 말을 했어요 . 그냥 부활해서 싸우자고 .
그리고 그녀는 부활을 하였고 부활을 함과 동시에 또다시 바닥에 눕게 되었지요 .
그녀는 무덤가에서 잠시 생각을 하는것 같더니만 내게 말하였어요 .
그냥 퀘템인 냉기오일이나 대량 생산해서
경매장에 비싼 가격으로 한 번 팔아봐야겠다고 . . .


그러나 그러한 그녀의 생각은 또다시 어긋나게 되었어요 .
무슨 이벤트 행사같이 얼라이언스가 오그리마로 쳐들어온 것이지요 .
오그리마에서 전문기술로 연금술을 가르쳐 주려고
골목길로 그녀와 향하던 중
뜻밖에도 우릴 계속 죽여오던 얼라 만렙 도적에게 다시 죽임을 당했어요 .


그녀는 부활을 하였어요 . 나 또한 부활을 하여 멀뚱히 서있을 뿐이였지요 .
그녀는 내게 물었어요 . 원래 도적이 이런 것이냐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도적의 뒷치기냐고 .
나는 그녀에게 이제 이런 상황에 익숙해 질것이란 말을 했어요 .


다음날 다시 접속을 했고
그녀가 접속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어디 있느냐고 귓속말을 보냈어요 .
그러자 그녀는 은빛소나무 숲에 있다고 했어요 .
연금술을 하려면 약초를 캐야하는데, 그곳에 약초가 참 많다고 했어요 .


그런데 그녀의 말투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
어딘지 지친듯한 뭔가 포기한듯한, 자포자기한 듯한 그 말투 . . .
나는 은빛소나무 숲으로 갔어요 .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보았어요 .


XXXX 이라는 휴먼 도적이였어요 .
뒤에서 그녀를 기절을 시키고는 은신을 하고
기절이 풀릴때쯤 다시 기절을 시키고는 다시 은신을 하는
그러한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어요 .


나를 발견한 그녀는 이런 말을 했어요 .
차라리 보이는 대로 그냥 죽이는 것이 자비라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고 . . .
호드 저렙 지역인 은빛소나무 숲까지 와서 이럴 줄은 몰랐다고  .


그 고렙 도적은 저렙인 언데드에게 그러한 짓을 하고 있었고
결국에는 지겨웠는지 그녀를 죽이고는 어디론가로 사라졌지요 .


부활한 후에 다시 은엽수와 마법초를 캐는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힘이 없어 보였어요 .
나 또한 이러한 상황까지 경험을 한 그녀에게 뭐라 할말이 없어서
무덤에 망연히 서있을 그녀를 생각하며 마음만 착찹했었지요 .
물빵을 달라고 할 수도 없었고
포탈 열어서 오그리마 간 후 은행 지붕에서 주사위나 하자고 할 수도 없었어요 .


그토록 따뜻하고 상냥한 언데드 여자가
한낱 뒷치기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 해야 할까 .
카즈고로스에서 맺은 인연을 다 뿌리치고
그녀와 같이 일반섭으로 옮긴 후 연금술의 대가가 돼서
같이 냉기오일을 팔며 살아도 좋을 거란 생각이 퍼뜩 들었어요 .
마음을 결정하고, 그녀에게 말하려는 찰나,
뱀뿌리를 캐다 말고 그녀는 갑자기 내게 말했어요 .


" 이런 쉬펄, 아는 형 캐릭으로 들어와서 얼라 저렙 마을 확 쓸어버릴까요 ? "


순간 눈을 의심했어요 .
그녀가 생전 안하던 ' 쉬펄 ' 이란 욕보다는
'  형 ' 이란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
침착하려고 애쓰며 전 그녀에게 물었어요 .


" 아는 형은 . . . . . . 만렙인가보죠 ? "

" 호호, 그럼요, 저 군대있을 때 친동생처럼 아껴주던 형이죠 ! "


순간, 모니터가 노래지면서 현기증이 찾아왔어요 .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녀, 아니 그녀석이 뭐라하는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


" 뱅마님은 군대 갔다오셨어요 ? 몇 살이세요 ? "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제 나이를 힘겹게 말했어요 .
그는 내게 말했어요 . 앞으로 형이라 부르라고 .
언제 기회되면 삼겹살에 소주도 한 잔 하자고 . . .

더 이상 그 형이 저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아요 .
그 형이 제게 줬던 수많은 물빵과, 빨간 리본이 달린 상자가 생각났어요 .
전쟁섭을 떠나 아무도 모르는 서버에서 냉기오일을 팔려고 했던
스스로의 바보스러움에 비명을 지르다가  급기야 전 기절을 해버렸고
새벽에 정신차려 눈을 떴을 땐 이 겨울의 마지막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


모든 호드 여자 캐릭이 그렇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
그러나 . . .


그 소수의 여자 호드 숫자는 인구 비율로 보았을때
호드의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희귀한 것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쩔수가 없지요 .


그 형과 소주 한 잔을 해야되는 위험이 있는 한
전 이제 다시는 와우에 접속하지 않을 거에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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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02 01:46
수정 아이콘
EE!
아우 너무 슬프네요 ㅠ_ㅠ
잇힝~!
07/08/02 02:38
수정 아이콘
마지막이 반전이네요^^;;; 그전까지는 2년동안봐오면서 숱하게 들어본 레파토리인지라 그냥보고있었는데말이죠 하하
07/08/02 02:53
수정 아이콘
은빛소나무 숲은 호드 지역이라 얼라 선공이 안됩니다만.......................
07/08/02 08:27
수정 아이콘
혹시 '아는 얘기네~' 하시면서 중간에 내린 분이 계시다면 다시 정독하실 것을 권장합니다.

원작과는 비교 불가능한 수준으로 너무 슬픈 이야기군요 ㅠ.ㅠ

EE!! Plug in baby!
이그니우스
07/08/02 10:06
수정 아이콘
여자 언데드라고 하고 대상을 여자라고 지칭할 때부터 '남자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다보니-_-;;

참 슬프긴 하네요;;
두꺼비
07/08/02 10:13
수정 아이콘
용개쨩 방송 보고싶다.ㅠㅠ
마술사
07/08/02 10:32
수정 아이콘
-_-;;; 반전
운치있는풍경
07/08/03 18:55
수정 아이콘
.......하지만 반전이 묻힐정도로 내용 전반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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