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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1/27 03:05:19
Name 성아연
출처 부흥카페
Link #2 https://cafe.naver.com/booheong/199630
Subject [유머] [퍼옴]이인임이 헛으로 권신이 된 게 아닌 이유 (수정됨)
이듬해(1364년) 원나라가 덕흥군(德興君)을 본국의 왕으로 들이려 하자 이인임을 서북면(西北面) 도순문사(都巡問使) 겸 평양윤(平壤尹)으로 임명해 군량과 병력을 조달하게 하였다. 덕흥군이 요동에 주둔하고 정찰 기병들이 여러 차례 압록강에 이르자 온 나라가 두려워 떨었다. 국가에서는 변방의 장수들이 혹 변란을 일으킬까 염려하여 모든 작전에 대한 지시를 멀리 중앙정부로부터 받아 시행하게 했다. 이 때문에 장수들은 불안감을 느껴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적을 제압할 기회를 잃을 때가 많았다. 또 병사들은 여름에 출병하여 겨울이 되도록 교대하지 못한데다 군량도 끊어지는 바람에 동사하거나 굶어죽고, 장리(將吏)와 관속(官屬) 및 그들의 말이 어느 정도 힘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경무장한 병사들이 강을 건너 자주 요심(遼瀋)지역을 습격해 그 곳 주민들을 잡아다가 관청에서 주는 상을 타먹었기 때문에 미처 싸워보기도 전에 절로 전력이 피폐해버렸다.

왕이 도원수(都元帥) 경복흥(慶復興)을 시켜 서북지역을 수비하게 한 후 안우경(安遇慶) 등 여러 장수로 하여금 강을 건너 공격하게 하자 이인임은 도원수부(都元帥府) 진무(鎭撫) 하을지(河乙沚)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아군이 기한에 시달려 밤낮으로 돌아갈 생각만 하고 있으니 어찌 반란을 일으킬 마음이 없겠는가? 다만 군율이 두려워서 감히 어쩌지 못할 뿐이다. 최근에 도순찰사 이구수(李龜壽)가 봉주(鳳州 : 지금의 황해북도 봉산군)에 이르자 군졸이 모반하다가 처형당했으니 이것이 바로 그 증거다. 강을 건너 공격하는 일이야말로 정말로 두려운 일인데 도원수는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 필시 결단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내가 딴 일을 구실로 원수에게 요청해 그대를 개경으로 보내 왕에게 상황을 보고하려 하니 그대는 일을 잘 처리하라.”​

그리고 이구수의 군졸들이 모반할 때 나왔던 글을 하을지에게 주어 보내면서,​

“그대가 가면 주상께서 필시 불러 볼 것이니 이 글만 바치고 다른 말을 하지 말라. 그러면 주상께서 깨닫고 반드시 회군하라고 분부하실 것이다.”

하고 당부했다. 하을지가 밤낮으로 말을 달려 서울로 가서 왕을 알현하자 왕이 글을 보고 과연 크게 놀라며 첩지를 작성할 겨를도 없이 구두(口頭)로 경복흥에게 강을 건너지 말게 하였다. 하을지가 돌아오니 이인임은,​

“군사가 도강(渡江)하려 하는 판에 원수가 왕의 첩지가 없다는 이유로 도강 철회를 결정하지 못하면 어찌할 것인가? 내가 잠시 먼저 만나서 이해관계를 극력 말한 연후에 그대가 들어오는 것이 좋겠다.”

라고 하였다. 그리고 경복흥을 만나서 태연히,​

“공이 과거 상주목사로 부임했을 때의 민심과 물러날 때의 민심이 어떠했소?”

라고 물었다. 경복흥이, “물러날 때의 민심이 처음과 같지 않았소.”라고 대답하자 이인임이 이렇게 설득했다.​

“지금의 상황이 그때와 꼭 흡사하오. 주상은 오래 재임했고 덕흥군(德興君)은 막 즉위했소. 어리석은 백성은 다만 편안하고 배부른 것을 낙으로 삼지, 무엇이 악하고 올바른지 어찌 알겠소? 하물며 우리 군사는 야전에 임한 지 오래되어 돌아갈 생각만 하고 있는데 갑자기 도강하게 되면 어떤 변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소. 군사를 거두어 군영으로 돌아가서 압록강을 굳게 지키면서 적의 도강을 막는 것이 상책일 거요.”

​이 말을 들은 경복흥이 두려워하며,​

“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어찌하겠소? 또 하을지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지만 나라에서 필시 처분이 있을 거요.”

라고 말했다. 잠시 후에 하을지가 들어와 왕명을 전달하니 경복흥이 기뻐하며 즉시 장수들을 군영으로 귀환하게 했다.


<고려사> 간신열전, 이인임 中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672324&cid=62131&categoryId=62163  에서 번역문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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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록을 통해 보면 알 수 있듯, 이인임은 탁월한 정치감각-다시 말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하며, 이를 바탕으로 유연하게 그 상황을 변화시킬 줄 아는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부분들을 아래에 정리해보자.


① 공민왕이 군대에 도강을 명령하자, 이인임은 병사들이 도저히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정확히 파악함.

-> 이는 경복흥이 '의심이 많아' 그 어떤 판단도 내리지 못하고 있었던 반면에, 이인임은 냉철한 상황 분석력과 판단력을 지니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현장 지휘관에게 결코 없어서는 안될 자질이다.


② 군권을 쥐고 있는 경복흥이 우유부단하고 의심이 많아, 결단을 내리지 못하리란 것을 암.

-> 경복흥이 평소 어떤 인물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사람을 보는 눈이나 인간에 대한 관찰력 자체가 탁월함이 드러난다.


③ 이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공민왕에게 바로 '상황이 이렇습니다~' 라고 보고하지 않게 함.

-> 만약 그랬다면 공민왕은 이인임이 싸우기 싫어 일부러 철군을 요구하거나 무슨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거의 의심병 환자 수준이라 할만한 공민왕의 성격을 감안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대신 이인임은 하을지에게 '이구수의 군졸들이 모반할 때 나왔던 글' 을 공민왕에게 바로 올리라고 이야기한다. 위의 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구수 군졸들의 모반은 이인임이 당시 상황을 '전투 불가' 라고 정확히 판단하게 만든 사건이다. 즉, 그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를 바로 왕에게 들어바침으로써 왕으로 하여금 철군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깨닫게 한 것이다.


④ 공민왕이 구두로 지령을 전달하자, 하을지에게 바로 밀명을 전하지 않게 함.

-> 만약 하을지가 바로 밀명을 전했다면 상황은 어떻게 되었을까? 안우, 이방실, 정세운 등 뛰어난 명장들이 공민왕의 간계로 목숨을 잃었던 것이 고작 2년 전이었다. 물증도 없이 구두로만 전한 명을 따른다면, 경복흥도 그 장수들의 절차를 밟게 될 수 있다. 이인임은 공민왕이 이미 신뢰를 잃은 리더라는 사실, 그리고 경복흥이 이런 상황 속에서 구두로 전한 명을 받들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간파했다. 따라서 그는 밀명을 바로 전하는 것 대신 사전 작업을 선택한 것이다.


⑤ 이인임이 직접 들어가 이해관계를 설명하고 나서, 하을지에게 밀명을 전하게 함.

-> 이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인임의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밀명을 듣고난 뒤 그에 대한 의심이 생긴 상황에서 누군가가 이해관계를 들어 그 명을 따라야 한다고 부추기는 상황, 혹은 이해관계상 철군의 필요성을 깨닫게 한 후에 밀명을 전하는 상황. 선후 관계만 뒤바뀐 것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것이 전혀 다르다. 전자는 이미 의심이 마음에 생겼기에 그 어떤 말을 들어도 설득이 불가능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충분히 이해관계를 납득한 후에' 밀명을 받게 되는 상황이니 자연스레 의심 없이 그 명을 시행하게 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이인임은 한마디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할 줄 아는 냉철한 감각의 소유자였다. 그는 인간의 심리를 깊이 헤아리고, 이를 바탕으로 당면한 난국을 유연하게 수습할 줄 아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만약 이때 이인임이 없었다면 당시 상황은 어떻게 되었을까? 경복흥은 아마 어찌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다 진격 명령을 내렸을 것이고, 고려군은 스스로 자중지란을 일으키며 궤멸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의 후대 행적과는 별도로, 이 부분은 분명히 이인임의 공적이다. 그가 이로부터 10년 뒤 우왕을 옹립하고 고려의 최고 권력을 장악했던 것은 결코 우연히 아니었던 것이다.

​예전에 임용한 박사님은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 두 가지로 '통찰력' 과 '사명감' 을 꼽은 바 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이인임은 확실히 통찰력이 있는 리더였다. 그랬기에 그는 수많은 이들의 목숨이 날아가는 정치적 혼란기에도 숙청되지 않았고, 끝내는 기회를 잡아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사명감이 결여된 리더였다. 병들어가는 나라를 맡아 국정을 쇄신하거나 새로운 개혁의 의지를 보여주기는 커녕, 부패와 현상 유지에만 집착해 끝내는 고려를 완전히 망조에 접어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 망조에 접어든 왕조가 무너져내린 터전 위에 새로운 세상을 건설한 것은 이성계를 필두로 한 신진 사대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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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나라시
20/11/27 03:32
수정 아이콘
이런 글 너무 좋아요 잘봤습니다
술라 펠릭스
20/11/27 03:53
수정 아이콘
당연한 말이지만 난세에 이름을 날리는 인물중에서 무능한 인물은 없지요. 무능하면 이미 관뚜껑과 도킹을 했을테니.
Chasingthegoals
20/11/27 04:07
수정 아이콘
이제 이인임 하면 박영규가 생각나는....
판을흔들어라
20/11/27 07:05
수정 아이콘
이인임도 대단하고 후대에 기록으로 이 상황을 꿰뚫어보는 역사학자들도 대단하고
하얀마녀
20/11/27 07:22
수정 아이콘
저희 집안 분이신데.... 이분 조카는 또 조선 개국공신이기도 하고..... 집안이 분산투자의 원칙을 잘 지켰던.....
20/11/27 07:31
수정 아이콘
같은 집안 분을 여기서....
돌아가신 작은할아버지께서 생전에 정도전 드라마에 나오는 이인임 보시고, 그 할아버지가 그렇게까지 나쁜 분은 아니셨다면서 시무룩해하시던 게 생각나네요.
댄디팬
20/11/27 07:33
수정 아이콘
정도전에서 그래도 제일 멋있게 나오지 않았나요 크크
최영 앞에 두고 저울로 설득하는거도 그렇고...박영규씨도 자부심갖고 하셨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네요.
Chasingthegoals
20/11/27 08:12
수정 아이콘
네. 저도 마냥 빌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합리적이고 나름 명분이 있던 사람이었죠. 특히 저울 장면 나왔을 때 다들 반박불가급 팩폭이었다는 반응이 많았으니까요.
하얀마녀
20/11/27 08:24
수정 아이콘
앗...반갑습니다.....흔치않은 성씨인데....
20/11/27 09:37
수정 아이콘
아 혹시 경....? 저는 이가입니다. 이인임쪽 ㅠㅠ
하얀마녀
20/11/27 09:43
수정 아이콘
아뇨 저도 이가.... 성주 이씨 정도면 메이저인가요? 제가 살면서 저 말고 본 적이 없어서.... 방금 나무위키를 보니 경상도 쪽에는 많이들 계시다고 하는군요... 제가 전남 충청 서울에서만 살아서 본관이 같은 분들을 잘 못 봤나봅니다...
20/11/27 09:53
수정 아이콘
성주 이씨가 이씨 중 3위입니다. 물론 1위(전주) 및 2위(경주)와 압도적으로 차이나는 3위이긴 합니다만...
세인트
20/11/27 07:32
수정 아이콘
이건 유게가 아니라 자게 아 아니 추게로 가야 할 퀄리티의 글입니다!
껀후이
20/11/27 10:25
수정 아이콘
내용으로 보아 자게로 가야할 글 같네요
추천하고 싶어요......ㅜㅜ
게임할 시간에 공부했으면
20/11/27 12:2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저도 추천합니다.
20/11/27 17:48
수정 아이콘
크크 이런 글은 추게로 가야한다고 신고버튼 눌렀습니다
가만히 손을 잡으
20/11/28 20:14
수정 아이콘
능력이 없으면 권신이 못되지요. 권력투쟁에서 어느 정도 살아남는 역사적 인물들은 사실 정말 노련한 수완가들이라...
저 처세능력은 현대 직장생활에서도 가장 중요한 자질입니다.
같은 보고서라도 때와 분위기에 따라 결재가 날수도 안날수도 있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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