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불침선 무사시마루의 비극이라 불리는 사건이 일본에서 있었습니다.

저는 어려서 잘 모르지만 돌아가신 고조할아버님께서는 그 시절에는 예약녹화라는 기능을 이용하여 비디오로 TV 방송을 녹화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당연히 방송시간을 엄수하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기능이었죠.

그리고 그날은 NHK에서 카드캡터 체리(일본명 카드캡터 사쿠라) 마지막회를 하는 날이었고, 많은 이들이 예약녹화기능을 사용하거나, 비디오 테입을 VCR에 꽂아두고 방영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라, 몇몇 위성방송을 시청하거나 유선방송사에서 NHK를 채널배정 해둔 곳들은 이 꿀잼애니의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었죠.

그러나 NHK 위성 아니메 만화극장 바로 직전에 방송했던 스모 경기에서, 이른바 불침선으로 불리던 요코즈나 무사시마루의 경기가 길어지는 바람에 6시 2분부터 시작해야 했던 위성 아니메 만화극장이 2분 뒤로 늦춰지는 사고가 벌어지고 맙니다. 집에서 수동으로 녹화준비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야 조금 기다렸다 녹화를 시작하면 될 일이었지만 문제는 예약을 해둔 사람들이었죠.

28분에 끝났어야 할 애니메이션이 2분 늦게 끝나게 되면서, 정확히 28분으로 녹화 종료를 걸어두었던 사람들은 앞에는 요코즈나의 드잡이질을, 뒤에는 마지막화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녹화가 끊기는 대참사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조상님 오덕들은 이 사건을 무사시마루의 비극이라 부르게 되었고, 폭풍같은 항의를 마주한 NHK는 이후 편성 조정을 하여 이러한 사고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링크해둔 동영상이 당시 녹화본을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