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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2/08 21:14:37
Name 살인자들의섬
File #1 download_(2).jpeg (277.8 KB), Download : 61
출처 FMKOREA
Subject [기타] 1박2일 연출했던 유호진 피디가 말하는 연애.jpg (수정됨)


글 잘쓰넹네요


연애를 시작하면 한 여자의 취향과 지식, 그리고 많은 것이 함께 온다.

그녀가 좋아하는 식당과 먹어본 적 없는 이국적인 요리. 처음듣는 유럽의 어느 여가수나 선댄스의 영화.

그런걸 나는 알게된다. 그녀는 달리기 거리를 재 주는 새로 나온 앱이나 히키코모리 고교생에 관한 만화책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녀는 화분을 기를지도 모르고, 간단한 요리를 뚝딱 만들어 먹는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많은 나라를 여행해 보았거나 혹은 그녀의 아버지 때문에 의외로 송어를 낚는 법을 알고 있을수도 있다.

대학때 롯데리아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까닭에 프렌치후라이를 어떻게 튀기는지 알고 있을수도 있다,



그녀는 가족이 있다. 그녀의 직장에, 학교에는 내가 모르는 동료와 친구들이 있다.

나라면 만날 수 없었을, 혹은 애초 서로 관심이 없었을 사람들. 나는 그들의 근황과 인상, 이상한 점을 건너서 전해듣거나, 이따금은 어색하나마 유쾌한 식사자리에서 만나게 되기도 한다. 나는 또 다른 종류의 사람들을 엿보게 된다.



그녀는 아픈 데가 있을수도 있다.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을수도 있다.
특정한 부분에 콤플렉스가 있을수도 있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부모님과 갈등을 겪고 있을수도 있다. 그건 내가 잘 모르는 형태의 고통이다.
그러나 그건 분명 심각한 방식으로 사람을 위협한다.

그녀의 믿음 속에서 삶이란 그냥 잠시 지속되었다가 사라지는 반딧불의 빛 같은 것일 수도, 혹은 신의 시험이자 선물일 수도 있다.

혹은 그런 고민을 할 여유가 없는것이 삶 자체라고, 그녀는 피로에 지쳐 있을 수도 있다.



요컨대 한 여자는 한 남자에게 세상의 새로운 절반을 가져온다. 한 사람의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편협하기 때문에 세상의 아주 일부분 밖에는 볼수 없다.

인간은 두 가지 종교적 신념을 동시에 믿거나, 일곱 가지 장르의 음악에 동시에 매혹될 수 없는 것이다.


친구와 동료도 세상의 다른 조각들을 건네주지만, 연인과 배우자가 가져오는건 온전한 세계의 반쪽. 에 가깝다. 그건 너무 커다랗고 완결되어 있어서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녀가 가져오는 세상 때문에 나는 조금 더 다양하고 조금 덜 편협한 인간이 된다.

실연은 그래서 그 세상 하나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연인이 사라진 마음의 풍경은 그래서 을씨년스럽지만 그래도 그 밀물이 남기고 거대한 빈공간에는 조개껍질 같은 흔적들이 남는다.

나는 혼자 그 식당을 다시 찾아가보기도 하고, 선댄스의 감독이 마침내 헐리웃에서 장편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기도 한다. 그런 것을 이따금 발견하고 주워 들여다보는 것은 다분히 실없지만, 아름다운 짓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그러한 실연이 없는 관계-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면 그 모든 절반의 세계는 점차 단단히 나의 세계로 스며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건 굉장히 이상하고 기묘한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 세계의 리스트에는 그녀가 가져온 좋은것과 문제점 모두가 포함된다. 그건 혜택과 책임으로 복잡하게 얽힌 대차대조표라서 어차피 득실을 따지기가 어렵다.


세월이 감에 따라 그녀가 최초에 나에게 가져왔던 섬세한 풍경들의 윤곽, 디테일한 소품들은 생활이라는 것에 차차 -혹독히- 침식되겠지만, 그 기본적인 구성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들은 여전히 나와 몹시 다르고, 다양해서- 이따금 경이로울 것이다.

한 사람이 오는건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오는 것,이라는 말을 웬 광고판에서 본 적이 있다.


왜 아침에 그 문구가 생각났을까. 아무튼 사람을, 연인을 곁에 두기로 하는 것은 그래서, 무척이나 거대한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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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익조
19/02/08 21:21
수정 아이콘
1박 2일 유호진 피디때가 그립네요. 그때가 재밌었는데
호랑이기운
19/02/08 21:21
수정 아이콘
작가 글빨은 확실히 다르네요
이유진
19/02/08 21:25
수정 아이콘
저에게 잠시 머물러 있던 사람이 생각이 나게하는 글이네요.
19/02/08 21:30
수정 아이콘
음악 방송을 하고싶어했던 1박2일 신입 막내 pd..
작별의온도
19/02/08 21:43
수정 아이콘
뭔가 울컥하네요
Janzisuka
19/02/08 21:49
수정 아이콘
하루키 생각이 갑자기 나는..
그리움 그 뒤
19/02/09 13:04
수정 아이콘
하루키를 생각하면 왠지 혼자서 스파게티를 해먹고 수영장에 다녀와서 버번콕을 마셔야 할 것 같아요.
보로미어
19/02/08 22:00
수정 아이콘
너무 좋은 글이네요
냉면과열무
19/02/08 22:02
수정 아이콘
우와 이것이 공중파 탑예능 연출피디의 사유인 것인가...
좋은 글이네요!
궁디대빵큰오리
19/02/08 22:03
수정 아이콘
공감가네요
기사조련가
19/02/08 22:04
수정 아이콘
플레이어라는 작품으로 고무림에서 1등먹은 분이죠
야부리 나토
19/02/08 22:05
수정 아이콘
크아.. 미쳤다..
Ryan_0410
19/02/08 22:16
수정 아이콘
와..
김솔로_35년산
19/02/08 22:21
수정 아이콘
끄덕끄덕..
자도자도잠온다
19/02/08 22:21
수정 아이콘
이거 텍스트로 따로 나온 곳은 없나요??
카톡으로 울 횐님덜한테 보냈는디
글자가 제대로 안나오네요. 이미지 파일로 하니...
네이버로는 같은 내용 안나오는디 ㅜㅜ
배두나
19/02/08 22:32
수정 아이콘
연애를 시작하면 한 여자의 취향과 지식, 그리고 많은 것이 함께 온다.

그녀가 좋아하는 식당과 먹어본 적 없는 이국적인 요리.
처음듣는 유럽의 어느 여가수나 선댄스의 영화.
그런걸 나는 알게된다.

그녀는 달리기 거리를 재 주는 새로 나온 앱이나
히키코모리 고교생에 관한 만화책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녀는 화분을 기를지도 모르고,
간단한 요리를 뚝딱 만들어 먹는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많은 나라를 여행해 보았거나 혹은 그녀의 아버지 때문에
의외로 송어를 낚는 법을 알고 있을수도 있다.

대학 때 롯데리아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까닭에
프렌치후라이를 어떻게 튀기는지 알고 있을수도 있다.

그녀는 가족이 있다.
그녀의 직장에, 학교에는 내가 모르는 동료와 친구들이 있다.
나라면 만날 수 없었을, 혹은 애초 서로 관심이 없었을 사람들.
나는 그들의 근황과 인상, 이상한 점을 건너서 전해듣거나,
이따금은 어색하나마 유쾌한 식사자리에서 만나게 되기도 한다.

나는 또 다른 종류의 사람들을 엿보게 된다.

그녀는 아픈 데가 있을수도 있다.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을수도 있다.
특정한 부분에 콤플렉스가 있을수도 있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부모님과 갈등을 겪고 있을수도 있다.
그건 내가 잘 모르는 형태의 고통이다.
그러나 그건 분명히 심각한 방식으로 사람을 위협한다.

그녀의 믿음 속에서 삶이란
그냥 잠시 지속되었다가 사라지는 반딧불의 빛 같은 것일 수도.
혹은 신의 시험이자 선물일 수도 있다.
혹은 그런 고민을 할 여유가 없는것이 삶 자체라고,
그녀는 피로에 지쳐 있을 수도 있다.


요컨대 한 여자는 한 남자에게 세상의 새로운 절반을 가져온다.
한 사람의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편협하기 때문에 세상의 아주 일부분 밖에는 볼 수 없다.
인간은 두 가지 종교적 신념을 동시에 믿거나,
일곱 가지 장르의 음악에 동시에 매혹될 수 없는 것이다.

친구와 동료도 세상의 다른 조각들을 건네주지만,
연인과 배우자가 가져오는건 온전한 세계의 반쪽.에 가깝다.

그건 너무 커다랗고 완결되어 있어서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녀가 가져오는 세상 때문에 나는 조금 더 다양하고 조금 덜 편협한 인간이 된다.

실연은 그래서 그 세상 하나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연인이 사라진 마음의 풍경은 그래서 을씨년스럽지만
그래도 그 밀물을 남기고 거대한 빈공간에는 조개껍질 같은 흔적들이 남는다.

나는 혼자 그 식당을 다시 찾아가보기도 하고,
선댄스의 감독이 마침내 헐리웃에서 장편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기도 한다.
그런 것을 이따금 발견하고 주워 들여다보는 것은 다분히 실없지만, 아름다운 짓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그러한 실연이 없는 관계-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면
그 모든 절반의 세계는 점차 단단히 나의 세계로 스며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건 굉장히 이상하고 기묘한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 세계의 리스트에는 그녀가 가져온 좋은것과 문제점 모두가 포함된다.
그건 혜택과 책임으로 복잡하게 얽힌 대차대조표라서 어자피 득실을 따지기가 어렵다.
세월이 감에 따라
그녀가 최초에 나에게 가져왔던 섬세한 풍경들의 윤곽,
디테일한 소품들은 생활이라는 것에 차차 -혹독히- 침식되겠지만,
그 기본적인 구성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들은 여전히 나와 몹시 다르고, 다양해서- 이따금 경이로울 것이다.

한 사람이 오는건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오는 것,이라는 말을 웬 광고판에서 본 적이 있다.
왜 아침에 그 문구가 생각났을까.
아무튼 사람을, 연인을 곁에 두기로 하는 것은 그래서, 무척이나 거대한 결심이다.

글 갈쓰넹네요
배두나
19/02/08 22:33
수정 아이콘
헐.. 다 쓰고나니 본문에...
심심해서 옮겨쓰고 있었는데 (..........)
자도자도잠온다
19/02/08 23:0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살인자들의섬
19/02/08 22:33
수정 아이콘
텍스트로 추가햇어요
자도자도잠온다
19/02/08 23:0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bluedawn
19/02/08 22:33
수정 아이콘
그리고 아무말도...
검검검
19/02/08 22:39
수정 아이콘
이분이썼던 소설도볼만했었죠 아직글 잘쓰시네요
기억의파편
19/02/08 23:14
수정 아이콘
우연찮게 윤종신의 `1월부터 6월까지`를 듣고있는중에 이 글을 읽으니..
더 가슴에 와 닿는듯 하네요.
우울한구름
19/02/08 23:27
수정 아이콘
한 사람이 오는 건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온다는 얘기는 광고 문구가 먼저가 아니라 시가 먼저였던 걸로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9/02/09 00:44
수정 아이콘
네 커플 OUT 이구요
캐터필러
19/02/09 01:49
수정 아이콘
절반의 세상이 오는것은 맞는데
나의 세상 중에 절반은 포기해야..
절반 이상 포기해야할수도...
율리우스 카이사르
19/02/09 02:52
수정 아이콘
음 저는 95%정도 포기한거 같습니다. 애기 2명까지 생기다보니....
19/02/09 06:59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 후배인데 참 배울점이 많은 친구이네요.
결혼 14년차인 나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다니.ㅡㅡ
이웃집개발자
19/02/09 08:45
수정 아이콘
사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시는 분 같네요 멋있어요
손연재
19/02/10 22:08
수정 아이콘
연인에 관하여 본 글 중 가장 와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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