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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0/18 23:54:56
Name 이오리스
Subject [유머] 나의 사랑은 죽었다.
나의 사랑은 죽었다.
수년간 함께했던 나의 그녀가 죽었다.

세상에 지쳐, 일에 지쳐 돌아온 나의 안식처에는
어김없이 그녀가 있었고
그녀는 LG플래트론LCD 모니터처럼 밝고 화사하게 나를 맞이했다.

침대에 앉아 내 엄지발가락 끝으로 그녀의 전원버튼을 누를때면
세상을 다 가진듯, 피로가 다 풀리는 듯 했다.

그녀의 전원버튼을 누르고 샤워를 마치고 다시 돌아오면 어느새
그녀는 아름답게 부팅을 마치고 내게 어서빨리 로그인버튼을 클릭하라며
사랑스럽게 속삭이듯 윈도우의 초기화면을 들이댔다.

그녀가 떠난 그 날은 V3 최신버전이라도 다운받아야 할듯이
무섭도록 비가오는 날이었다.
그럼에도 난 그녀와 함께였고, 그녀의 팝업창까지도 사랑한 나는
그녀를 두고 쉽게 잠들수 없었다.

그 때... 윈도우의 치명적 오류와 같은 낙뢰가 그녀에게로 떨어졌다.
안돼! 난 급히 그녀의 전원코드를 뽑아버렸지만... 너무 늣었다.
그녀의 파워서플라이에는 이미 과전류가 흘러버린 것이었다.

하늘의 장난인가?
그녀가 죽자 하늘은 조용해지고 미칠듯한 정적이 내 머리를 감쌌다.
그녀와의 행복했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하나하나 스쳐지나갔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밤 늣게까지 함께했던 우리...
EBS인터넷강의로 우리의 사랑을 아버지께 정식으로 인정받고싶었는데...
그럴 수 있었는데... 하늘은 우리에게 그런 기회를 허락치 않았다.

다음날, 실의에 빠져있는 날 위해 어머니께선 AS기사를 불러주셨다.
다 끝난것을... 이미 늣은것을...
바보같은 AS기사는 절대 듣고싶지 않은 그 말을 아무 생각없이 내뱉었다.

"메인보드까지 뻑이나서 저로서는..."
나의 슬픔을 이해한다는 듯이 말을 꺼낸 그는 곧 시스템리소스
떨어진 윈도우마냥 버벅거리며 얄팍한 상술로 어머니를 설득했다.

그녀는 저사양이라며... 어짜피 우리의 사랑은 깨질 때가 되었다며...
더 좋은 사양으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라며...

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사랑했던 순간마저 싸구려로 만들어버리는 그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다.
하드 포멧하듯 모든것을 잊고 싶었다.
그녀와의 행복했던 순간도, 나의 과거도, 내 모든 기억도...

난 방황하고 있었고, 타락하고 있었다.
어느새 내 몸은 PC방에서 뒹굴고 있었다.

한시간 천원에... 하룻밤 정액 오천원에
난 하루를 지새웠고 내 몸을 혹사시켰다.

PC방의 그녀들은 상당히 아름다웠다.
원래 기본적으로 사양이 높고 메모리카드, 그래픽카드 등
부분부분 성형수술로 칼을 덴 흔적이 역력했기 때문인가...
그녀들을 보며 난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다.

그래, 잊자... 다시 시작하자... 그녀는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것이다.



요즘의 난 www.danawa.com에서 견적을 뽑으며
새로운 사랑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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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blade
06/10/18 23:56
수정 아이콘
무슨 작품이 원작인가요? 아니면 그냥 자작?
이오리스
06/10/19 00:00
수정 아이콘
ㅡ.ㅡ; 자작입니당...
felblade
06/10/19 00:03
수정 아이콘
상처받지 마세요.. 전혀 그런 의도 없어요 ㅠ_ㅠ
이나영빠
06/10/19 00:03
수정 아이콘
..실수로 야구동영상 폴더를 지운느낌..;;
닉넴바꿨다ㅋ
06/10/19 00:06
수정 아이콘
전 번개맞고도 살아난 컴퓨터때문에 양다리도 못걸쳤는데...

무슨 시 보는거 같네요 크크크
한국인
06/10/19 00:09
수정 아이콘
캬! 이오리스님이 이런글을 쓰는게 타고난듯.
평범한 이야기를 하는게 참 평범하지 않아요.ㅋ
weightdown
06/10/19 00:12
수정 아이콘
게시판 성격에 맞아요~재미있어요 키읔
짱돌저그
06/10/19 00:14
수정 아이콘
크크 대단하시네요~
국문과이신건가.... 여튼 잘보았습니다~~
06/10/19 00:27
수정 아이콘
글 잘 쓰시네요. 부럽습니다. ㅠㅠ
바람의여행기
06/10/19 00:34
수정 아이콘
내 엄지발가락 끝으로 그녀의 전원버튼을 누를때면
세상을 다 가진듯, 피로가 다 풀리는 듯 했다. 이부분이 참 마음에 가네요 : )
키루하
06/10/19 00:37
수정 아이콘
내 검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면 반짝 빛을 내며 볼을 붉히는 그녀의 모습이 참 귀엽다.
...
물론 전원버튼과 HDD 연결 LED입니다.
06/10/19 07:02
수정 아이콘
아 슬픕니다 ㅜㅜ
빈집털이전문
06/10/20 03:45
수정 아이콘
퍼갑니다. 훌륭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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