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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8/21 23:40:35
Name 쎌라비
File #1 무즙사건1.jpg (88.4 KB), Download : 30
File #2 무즙사건2.jpg (159.7 KB), Download : 18
출처 http://mlbpark.donga.com/mlbpark/b.php?&b=bullpen&id=642012
Subject [기타] 엿먹어라의 유래와 무즙사건




1964 년 12월 7일, 중학교 입시 문제의 복수 정답 문제가 벌어졌다. 이 사건은 당시 큰 사회 문제가 되었으며 중학교 입시 제도 폐지 논의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은 지금도 여전한 "명문" 타령과 치맛바람으로 대표되는 교육 과열 문제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조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건이다.

1960년대까지 중학교도 입학 시험을 치러야 진학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기성 세대들은 중학교를 서열화하고, 소위 명문 중학교와 그렇지 않은 중학교를 구분했다. 그리고 10살 전후 아이들에게 명문 중학교를 진학하도록 치열한 경쟁을 강요했다. 지금으로 치면 과학고나 외국어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초등학생 시절부터 사교육을 시키는 꼴이다. 경기중학교 같은 명문 중학교에 진학하면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같은 윗선의 명문 학교를 갈 수 있고, 그럼으로써 학연에 따른 인맥을 만들어 부와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때문이었다.

입시지옥이라 불리던 당시 교육제도의 첫번째 1관문인 중학입시는 전기, 후기로 나눠 학교 별로 필기시험과 체력장을 치렀는데 학부모들의 열기는 물론 사회적 관심도가 지금의 대학입시와 견주어 결코 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일단 원하는 중학교에 합격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동계 고등학교로 자동진학/진급이 되어 대입까지 6년의 여유가 생기고 출신고교는 훈장이나 주홍글씨가 되어 일생을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당시 학부모들이 최고로 선망했던 경기중학교 같은 경우, 1965학년도 합격 기준이 160점 만점에 154.6점이었다. 단 1점 차이로 합격/불합격이 달라질 수 있는 사건이 1964년 12월 7일에 벌어졌던 것이다. 오전 11시 3교시 '자연' 시험 시간이었다. 문제는 모두 30개였고, 문제가 된 문제는 18번이었다. 문제는 다음과 같았다.



18번) 다음은 엿을 만드는 순서를 차례대로 적어놓은 것이다.
1. 찹쌀 1kg 가량을 물에 담갔다가
2. 이것을 쪄서 밥을 만든다
3. 이 밥에 물 3l와 엿기름 160g을 넣고 잘 섞은 다음에 60도의 온도로 5-6시간 둔다.
4. 이것을 엉성한 삼베주머니로 짠다.
5. 짜낸 국물을 조린다.
위 3과 같은 일에서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은 무엇인가?



정답은 1번 효소인 다이어스테이스(Diastase: 디아스타제)였다. 그런데 문제는 4가지 정답 중 2번에 "무즙"이라고 있었고, 무즙을 정답으로 선택한 학생들이 문제가 되었다. 시험 다음날인 8일 각 신문들은 "(5개 과목) 총 156개 문제(160점, 체능 포함하면 총 164점) 중 출제와 정답이 잘못된 것이 여러 개 있다"고 지적했다. 18번 문제도 그 중 하나였다. 보기로 제시한 '2. 무우즙(무즙)'도 정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초등학교 교과서에 "침과 무즙에도 디아스타제가 들어 있다"는 내용에 근거한 것이었다.

언론을 통해 18번 문제에 대해 이의가 제기되고, 한 문제 때문에 명문 중학교에 떨어지게 된 학부모들이 18번도 정답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출제위원들은 18번에 대해서 디아스타제만 정답으로 인정한다고 12월 8일에 발표했다. 하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12월 9일, 출제위원들은 해당 문제를 아예 무효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1번 디아스타제를 쓴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반발했다. 출제위원들은 다시 입장을 번복하여 1번만 정답으로 하겠다고 했다. 1번측이나 2번 측 그들이 생각하기에 "아이의 장래가 걸린 명문 중학교 합격"을 위해 학부모들은 사활을 걸었다. 18번 문제 논란과 상관없는 점수를 획득한 학부모들의 생각은 달랐겠지만.

학부모들은 직접 무즙으로 엿을 만들어 교육감을 찾아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자연과목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벌여 사회문제로 비화되었다. 결국 낙방한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1965년 2월 25일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이 논란으로 교육 당국은 12월 11일에 발표하기로 되어 있던 합격자 발표를 12월 12일로 연기했다. 12일 발표 결과, 경기중학교의 커트라인은 154.6점이었다. 학부형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당국에선 "디아스타제"만을 정답으로 인정하고 합격자를 발표한 것이다. 한 두 문제 차이로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되어서 무우즙을 정답으로 쓴 학생들은 당시 최고명문이었던 경기중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다. 무우즙을 쓰고 불합격한 학부모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1965년 2월 25일, 이 학부모들은 행정 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했다. 경기중학교 지원자 30명,  서울중학교 지원자 4명, 경복중학교 지원자 3명, 경기여자중학교 1명 등 모두 38명이었다. 자료에 따라서는 경기중학교 지원자를 31명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3월 30일, 서울고등법원은 무우즙도 정답으로 인정하고 소송을 제기한 학생 모두를 입학시키라는 판결을 내렸다. 교육당국은 추가 입학을 반대했지만, 결국 이 학생들은 5월 12일에 등교할 수 있었다.




5월 12일 등교 후에도 무우즙 파동은 계속 이어졌다. 이 소동을 틈타 청와대 비서관 등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자녀를 불법으로 뒷문 입학시켰던 것이다. 모두 15명의 학생들이 뒷문 입학을 했다는 사실이 발각되면서 청와대 비서관 2명, 문교부 차관 및 보통교육국장, 서울시교육감, 학무국장 등이 줄줄이 해임되었다. 권력형 비리 사건까지 연이어 발생한 것이다.

청와대 비서관 등 공무원 해임으로 무우즙 사건 자체는 7개월만에 마무리 되었지만, 당시 국가고시였던 중학교 입시는 이 소동으로 이듬해인 67년부터 학교별 단독입시제로 바뀌었다가 뒤이어 터진 '입시문제 누설소동('65)' '초등학교 학구위반사건 ('66)' '창칼파동('68)'으로 인해 결국 1968년 정부의 중학교 무시험 진학제를 도입방침에 따라 추첨제로 바뀌었다. 가장 많은 학생이 입학했던 경기중학교는 1971년 폐교되었다. 이어서 고교 평준화 정책에 따라 1974년 고등학교 입시 제도도 폐지되고 추첨제로 바뀌게 된다.

1974년부터 현재와 같은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체계가 마련되었으나, 여전히 이른바 "명문 학교"라는 것에 대한 학부모란 사람들의 과욕은 여전하다. 이에 발맞춰 이명박 정권은 지금은 명문 중학교라는 개념 자체는 희박해졌지만, 국제중같은 사교육 열풍을 불러올 수 밖에 없는 체제를 도입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미 특목고 진학을 위해 10살 전후때부터 사교육을 시키고 있는 판에 국제중학교가 설립되면 40년 전으로 다시 되돌아 갈 수 밖에 없다. 기성 세대들은 40년전이나 지금이나 "다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누구를 위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인지 그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  정권은 거꾸로 가지만, 부모들의 자녀 교육은 40년 전과 사실상 달라진 것이 없다.

참고로, "엿 먹어라"라는 말을 욕으로 쓰게 된 것이 이때부터라는 설도 있지만, "엿 먹어라"는 그 이전부터 욕으로 사용했던 말이라 이 사건과 직접 관계는 없다. 엿 먹어’는 남사당패 사이에서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은어였다는 것이 국어학계의 정설이며, ‘먹다’라는 말도 ‘성교’를 뜻하는 은어로 현재까지 널리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설이 나돌만큼 1964년 중학교 입시의 "엿 문제"는 엿 같은 문제로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이 컸던 것이다.

사실은 별로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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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후추
16/08/21 23:53
수정 아이콘
마지막이 핵심이군요
BlazePsyki
16/08/22 00:18
수정 아이콘
마지막에 완성되는 유우머
쪼아저씨
16/08/22 09:25
수정 아이콘
크크크. 끝까지 읽은 나는 뭔가...
그래도 잼있게 읽어서 용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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