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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8/20 12:25:12
Name blackroc
출처 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31107581
Subject [기타] 등산가라면 내가 현재 어떤 위치에 있든 산에 오른다

이사람은 펠리체 베누치라는 양반으로 이탈리아인 아빠와 오스트리아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서

이탈리아 트리에스테로 이주한 뒤로 로마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했다



만능 스포츠맨으로 율리안 알프스산맥과 남알프스산맥등을 등반하고 수영도 엄청 잘했다고 한다



그러나 재수가 없게도 무솔리니 시절의 이탈리아 남성이기 때문에 이탈리아 군이 점령한 아디스아바바에 공무원으로 발령이 났다가

이탈리아군 점령지가 영국군에 의해 탈환되어 케냐 난여키에 있는 354포로수용소에 수감되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갇혀만 있는 수용소 생활이 스포츠맨에게 여간 심심했겠는가?





케냐의 지루한 우기가 끝나는 어느날 아침. 비구름이 맑게 개이자 펠리체는 하늘을 뚫을 기세로 우뚝선 위풍당당한 케냐산에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5199미터의 위풍당당한 산. 킬리만자로 다음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정상은 항상 빙하로 뒤덮여있는 곳



마침 포로수용소에서 죽을 만큼 무료하게 지내던 산덕후에게 이런 크고 아름다운산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였겠는가

분명 매일 일어나서 뚫어져라 산을 쳐다보고 밥먹고 또보고 철망에 붙어서 또 보고 그랬겠지



케냐산을 너무너무 올라보고 싶었던 펠리체는 한가지 계획을 세운다



"탈출해서 살짝 오르고 다시 돌아오면 괜찮겠지?^^"



펠리체씨는 같은 포로수용소에 있던 지오반니 발레또 박사와 빈센조 바르소띠를 꼬셔서 케냐산을 등반할 계획을 세운다

아무리 심심해도 5,199미터나 되는 산을 오르려고 탈출계획을 세우자는데 동조하다니 두사람도 만만찮은 ♥♥♥ 같다.



그들이 가장먼저 한 것은 산의 지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무슨재주로?



끼니로 주던 콘비프깡통의 라벨을 뜯어내서 몰래몰래 포로수용소에서 보이는 케냐산 남부사면을 스케치했다.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등산로를 연구 했다는 것이다!!



그런식으로 그들의 정신나간 등산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가방을 만들고, 수용소 철조망을 잘라내어 자동차 흙받이에 감아 아이젠을 만들고 수리소에서 망치를 훔쳐다 얼음도끼를 만들고

하여간 줍거나 훔칠수 있는것 빼곤 다 자기들 손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준비기간만 8개월이었다.



심지어는 탈출을 위해 수용소 정문 열쇠까지 훔쳤다.





그렇게 43년 1월 24일. 거사준비가 완료되어 드디어 탈출을 감행하는데



대낮에 탈출했다!!



탈출과정이 아주 골때리는데 등산을 계획한 펠리체를 포함 세명은 수용소의 죄수복을 입고

나머지 포로 몇명이 영국 군복을 입고 영국군인 척(아니 대체 영국군복은 어디서 훔쳤대?) 해서

포로수용소에 있는 채소밭에 죄수들을 데려가는 척 하고 뻔뻔하게 정문을 통과해 탈출한 것이다



이 정신나간 트리오는 채소밭에서 해가질때까지 기다리다가 묻어두었던 장비를 챙겨 머나먼 등산을 떠났다.

영국군인인척 했던 친구들은 어떻게 되었냐고?

데려다주고 바로 정문을 통해 다시 돌아왔다,

안들키고 크크크



어쨌든 대체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파인애플 브랜디까지 든 배낭을 매고 세 친구들은 케냐산을 향해 떠났다



수용소가 있던 난여키에서 케냐산까지 얼마나 머냐면

이정도 된다





개척된 길을 따라 Naro Moru를 찍고 빙 돌아가면 대충 60km정도 나오는데 이친구들이 어떤 경로로 산에 접근했는지는 모르지만

빽빽한 대나무숲을 헤치고 접근했다니가 저 초록으로 빽빽한 정글을 뚫고 간 것 같다.. 종종 코끼리가 나타나 숨어야했다고.



산의 계곡에 가까이 도착했을때, 지오반니 박사의 건강이 악화되어 멀리 등반하지 못하게 되자 펠리체는 고민끝에 케냐산에서 세번째로 높은 레나나봉을 오르기로 결정한다.

맞다. 환자에게 최고봉인 바티안봉은 무리다 5,199m나 되니깐. 근데 레나나 봉의 높이는 4,985m^^



그런데 레나나로 가는 길은 이전에 케냐산을 올랐던 탐험가들이 한번도 가본적 없는 개척되기 않은 길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어두운 밤에 그들이 손으로 직접 만든 투박한 장비만을 가지고 케냐산의 눈덮인(하필이면 1월이었으니) 협곡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다리를 휘감는 진흙과 푹푹빠져드는 눈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기세로 등반을 계속 이어나갔지만 가혹한 환경은 결국 몸이 아팠던 지오반니 박사를 뒤쳐지게 만들었다.



지오반니 박사가 더이상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가 없게 되었다. 지오반니 박사는 진흙이 얼어붙은 바지속에 손을 넣어서 천 한조각을 꺼내들었다.

지오반니 박사를 따라 펠리체와 빈센조역시 바지춤에 숨겨두었던 천조각을 꺼냈다. 지오반니 박사는 그들이 건네준 천과 자신의 천을 모아 바느질을 시작했고

완성된 것은 이탈리아 국기였다. 이탈리아 국기를 조각내서 이날을 위해 옷속에 숨겨두고 있었던 것이다.








확실히 세조각으로 찢어서 보관하면 그냥 수건처럼 보이긴 하겠네





지오반니 박사가 건네준 깃발을 들고, 그들은 마침네 레나나봉의 정상에 발을 디뎠다. 그렇게 레나나봉에 이탈리아 국기가 펄럭이게 된 것이다.

낮선 외국의 산 정상에서 전쟁포로가 국기를 꽂으며 생각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파시즘에 의해 변호사로 의사로 평범한 삶을 보내던 그들이 애국과 구국의 이름으로 끌려나와 서로 죽고 죽이는 사막의 전쟁터로 내던져졌다가 목숨만 부지해서 포로수용소에 갖혀있었던 그들이 자기를 아프리카 땅에 버려둔 고국의 국기를 보며 든 생각이 무엇이었을까





아마 피자가 먹고 싶었을 것 같다





2월 10일, 그들은 그들을 보고 기절초풍하는 영국군 354 수용소로 다시 돌아왔다. 소장은 없던 길을 개척해서 레나나봉을 정복하고 돌아온 그들의 공을 치하하고자 상으로 독방 28일형을 선물해주었다^^

수용소 소장은 그래도 그들의 스포츠 정신을 인정해서 7일로 감형해주었다고 한다.



본국으로 돌아온 펠리체는 자신의 판타스틱 등반기를 47년 책으로 출판했다.

52년도에 영문판이 출간되었고



(크크 케냐산에 소풍금지 크크영국 포로수용소장의 마음을 반영한 제목인듯)

워낙 특이한 에피소드라 여러개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음은 물론이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영국의 등반가들이 그들이 레나나 봉에 남겨두고 간 편지가 담긴 병과 이탈리아 국기를 회수해왔고

펠리체는 이걸 이탈리아 토리노의 델라 몬테그나 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런 글엔 결말에 감동적인 문장을 하나 넣어주는게 관례인 것 같으나

워낙 정신나간 사건인데다 이걸 알고 자료조사해서 번역한게 고작 1시간전이라 뭘 써야할지 모르겠으니

첨부하는 링크를 따라가셔서 감동하시길



https://en.wikipedia.org/wiki/No_Picnic_on_Mount_Kenya

https://bushsnobinafrica.wordpress.com/felice-benuz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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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31107581

대충 아는 사실이었는데 긴 글로 읽는 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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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할까나
16/08/20 12:30
수정 아이콘
정말 저런 정신 나간 열정이 부럽습니다 크크크크.. 어디서 듣긴 했는데 이렇게 자세한 글을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다혜헤헿
16/08/20 12:33
수정 아이콘
등산가 정신 대단하네요 크크크
화잇밀크러버
16/08/20 12:39
수정 아이콘
산이 그 곳에 있는데 이유 따윈 필요없겠죠. 크크.
후추후추
16/08/20 12:41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책 제목 정말 유쾌하네요 크크크
아이스레몬티
16/08/20 12:42
수정 아이콘
마속과 좋은 라이벌이 되겠군요
페르디난트 4세
16/08/20 12:43
수정 아이콘
글 재밌게 잘쓰시네요! 유게에 있긴 아까운 글인거 같아요
16/08/20 12:45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크크 대단한 사람들이네요. 크크크
개평3냥
16/08/20 12:45
수정 아이콘
인간의 종특이죠
16/08/20 12:51
수정 아이콘
우와어 정말 할 말을 잃었습니다
LastCarnival
16/08/20 17:34
수정 아이콘
이건 자게로 크크크
방패연
16/08/20 21:27
수정 아이콘
크크크 대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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