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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8/13 18:16:07
Name tannenbaum
출처 녹아버린 빙수처럼 녹아버린 내마음.
Subject [텍스트] 짭실타 - 운수 좋은 날.
구름없이 파란 폼이 소나기 한방울 없을 듯 하더니 내리쬐는 태양이 아침부터 불볕이다. 이날이야말로 동내 안에서 커피 장사 하는 송 사장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카운터(라기도 테이블에 앉은거지만)에 카드를 던지고 주문을 받은 것을 비롯으로 행여나 이 더위에 손님이 많을까 하고 가게 유리창을 바닥바닥 닦으며 앞 버스 정류장에 내리는 사람 하나하나에 눈결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모임에 나가는 듯한 아주머니가 들어와 아이스아메리카노 여덟잔을 주문했다.

이만원 카드전표를 정말 제 손에 쥠에, 제 말마따나 원두에 컵에 홀더, 캐리어 들어간 생각은 아니하고, 거저나 얻은 듯이 고마왔다. 아침부터 졸부나 된 듯이 기뻤다. 제 나이 뻘 아주머니에게 몇 번을 허리를 굽히며'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깍듯이 제우쳤다.

첫번에 여덟잔, 두번에 네잔 - 아침 댓바람에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엇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여름 내 오전에는 겨우 한 두잔 팔거나 공치는게 전부였던 송사장은 이만원짜리 카드전표, 또는 만원짜리 한장이 팔랑하고 손바닥에 떨어질 제 거의 눈물이 흘릴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삼만원이라는 돈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잘 알았다. 답답한 가슴에 던힐 한 값으로 달랠 수 있거니와 그보다도 점심에 냉면 한그릇 배달시켜 먹을 수 있음이다.

그 제 쿨럭거리며 한 늙은 사내가 들어왔다. 다방 커피를 먹다시피 할듯한 행색의 사람이었으나 구태여 이런 프랜차이즈도 먹으려면 못 먹을 바도 아니로되 한명이라도 친절을 보내면 재미를 붙여서 자꾸 온다는 송사장의 신조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  

그 사내는 바로 사람들 데리고 와 먹겠노라 망고빙수 세개를 주문했다. 그리곤 바로 한길로 들어갔다. 송사장은 잠깐 주저하였다. 선불인 가게인 와중에 계산도 없이 말만 믿고 만들기 싫었음일까? 처음 주문, 둘째 주문으로 그만 만족하였음일까? 아니다, 켤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꼬리를 맞물고 덤비는 이 행운 앞에 조금 겁이 났음이다. 그리고 그 늙은 사내의 말이 마음에 켕기었다.
'금방 사람들 데리고 올테니 망고빙수 세개 만들어 주쇼.망고 많이 주쇼.'

그때에 송 사장은 대수롭지 않은 듯이 '아따. 금방 온당께. 이라고 의심을 해싸믄 으짜고 장사를 한당가'하고 부러 알이 큰 망고만 골라 빙수 세개를 만들었다. 테이블에 다 만든 망고빙수를 세팅해 놓을 사이도 없이 쫄보는 있는대로 목을 내밀어 언제 오려나 밖을 두리번했다. '바로 올것이여. 무담시 걱정을 한당가. 손님을 왕 맨치로 대접해야제. 그것이 장사치 아닌가' 중얼거리며 의자 다리를 찼다. 송 사장 발만 아팠다.

의자 다리를 차고 기다려도 오지 않자 송사장은 가게 밖으로 나가 그야말로 희번득한 눈깔로 한길을 살피었다.
'워메, 왜 안온당가. 무담시 그래싸요'

테이블로 돌아가 녹아내리는 빙수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차말로 안올랑갑네', ' 허천나게 먹을 거 맹키로 그라드만 왜 안온당가' 이미 다 녹아버린 망고빙수들을 바라보며 송 사장은 목이 메어왔다.

'빙수를 만들어 놨는데 왜 오지를 않는거시여. 머땀시 안 오는거시여... 괴상하게..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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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13 18:19
수정 아이콘
자영업자의 안쓰러움이 느껴지네요.......
진짜 사람 상대로 장사 하는게 정말 힘든거 같아요.
16/08/13 18:20
수정 아이콘
아..만들어달라고 해놓고 노쇼라니ㅠㅠ위추 드립니다ㅠㅠ
16/08/13 18:24
수정 아이콘
와 진짜 저런사람이 있군요..진짜 못됐따
이진아
16/08/13 18:30
수정 아이콘
한길로 들어갔다는게 주문민 하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는 말인가요?
허허 못된사람
녹용젤리
16/08/13 19:40
수정 아이콘
장사하다보면 몇번 당하게 되는 상황이죠. 진심 빡치는....
예약확인 전화까지 했으나 예약시간엔 빵꾸내는 인간, 헐레벌덕 들어와선 곧 올테니 몇인분만 차려주시요 하고 오지않는 손놈
확실한게 아닌이상 이제 그런 주문은 그냥 자리에 컵과 물수건만 던져둡니다.
16/08/13 19:45
수정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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