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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12/18 00:0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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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유머] [펌] 피씨방 알바하며 겪은 일.. |
대학을 휴학하고 공부대신 게임을 해보자는 맘으로
피시방에 알바로 들어 갔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어엿한 대학생으로 다시 공부를 하고 있지만
피시방 알바를 할때만 해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때 있었던.. 가슴 찡한.. 이야기를 하나 들려 드리겠습니다.
2001년 여름
지은지 얼마 안된 피시방이라 냉방은 잘되어
피시방에 들어서면 불쾌지수는 없었으나
알바일을 보다 보면 상당히 짜증나는 일이 많습니다.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토요일 오후
그날도 제가 한눈판 사이 돈을 안내고 나가는 학생 두명을 잡아
돈을 받아 내고 투덜대며 카운터에 다시 앉았습니다.
그런데
문이 스르륵(자동문 입니다.) 열리며 언제 씻었는지 때가 꼬질꼬질한
꼬마아이 하나와 대충 걸처 입고 팔에 깁스를 한 체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넣은 아저씨 한분이 들어 왔습니다.
그들 몸에선 짜증날 정도의 냄새가 심하게 났고
전 그들을 쫒아 내려 했습니다.
" 아! 아저씨 여기가 어딘줄 알고 꼬맹이 대리고 들어 오셨어요! "
" ...... "
" 좀 나가 주세요? 네? 여기 돈 드릴테니 나가 달라구요 "
" ...... "
아저씨는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그 아저씨의 아들로 보이는 꼬마 아이가 저에게 말했습니다.
" 저기 아저씨.. 여기서 게임좀 할려고 왔어요... "
저는 코를 움켜잡고 말했습니다.
" 아 거지들한테 줄 자리는 없다니까! 돈은 있냐? 앙?? "
그 꼬마는 얼굴을 떨군채 손을 펴 저에게 보여 줬습니다.
그것은..
오십원짜리 몇개와 십원짜리 몇개가 섞인 '1000원' 이였습니다.
전 포기 했단 식으로 자리를 내어 주었고..
그들을 유심히 지켜 보았습니다.
" 아빠! 내가 사달라던 컴퓨터가 이거야! 좋지? "
" ...... "
" 그럼 난 께임 할테니까 아빤 저기서 쉬어 "
" ...... "
그 아저씨는 조용히 카운터 옆 소파에 앉아서 자신의 아들을
측은스런 눈빛으로 쳐다 보았습니다.
" 저기.. 어저씨? 마실거 하나 드릴까요? "
애들이 좀 빠져 나간터라 전 그아저씨에게 말을 건냈습니다.
" ...... "
역시 말이 없으셨습니다.
들어 올때 제가 너무 했나 봅니다.
전 사과하는 의미로 음료수 하나를 뽑아 드렸습니다.
그러나 그 아저씨는 강력하게 거부하며 고개와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아저씨는 벙어리였습니다..
말을 못하는 사람이죠..
이제야 그것을 안 저는 아까의 일이 점점 미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 아저씨.. 이거 그냥 드리는거니 드세요.. "
그 아저씨는... 음료수를 받아..
조용히 자기 아들옆에 놓고 오셨습니다..
아저씨는 피곤한듯 보였고.. 전 제가 자는 방에서 주무시라고 했습니다.
이내 아저씨는 잠이 드셨고.. 전 카운터로 돌아와 그 아들을 보았습니다.
저희 피시방은 스타와 디아, 리니지 밖에 되지 않는 터라
그 애가 리니지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 저기.. 꼬마야? "
" 네? "
" 너희집엔 컴퓨터도 없다면서 어떻게 리니지를 알지? "
" 매일 300원씩 주고 친구집에서 20분씩 하거든요 헤헤.. "
" 어.. 그러냐.. 서버랑 아이디좀 말해줄래? "
전 그 애의 서버와 제가 하는 서버가 같다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그 꼬마는 레벨 8의 요정이었기에..
기본적인 아이템과 아데나, 그리고 조심해야 할 점 등을 말해 주는데..
" 저 이거 필요 없어요 "
" 왜? "
" 이제 리니지 못해요.. 아빠가 종이 줍던 일을 이제 못해서 돈 못받어요"
그렇습니다..
그 애는 매일 종이를 팔아 돈을 버는 아버지에게 하루 300원씩을 받아
친구집에서 게임을 했다는 것입니다.
사장님과 친분이 있었던 전 부탁부탁 하여 구석진 자리에 그 애를
매일 리니지를 할수 있게.. 그렇게 도와 주었습니다.
그 애는 기뻐 어쩔줄 몰라했고 그 애의 아버지는 아직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오후 7시가 다 되어..
그 애는 자리를 뜰 준비를 했고.. 아버지는 언제 일어 나셨는지
그 애와 나갈 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 또 와라! 형이 너 많이 시켜 줄께! 돈 없어도 와! 알았지? "
아직도 저렇게 사는 사람이 있구나..
참 불쌍한 사람들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하루가 지나 갔습니다.
" 형 저 왔어요 "
그 애는 아버지와 함께 매일 매일 찾아 왔습니다.
" 어 그래.. 저기 앉아라.. "
몇일간 그 애와 함께 게임을 하며 친해 졌고
그 애는 꿈이 호렙 요정이 되어 보는것이라고 했습니다.
전 그 꿈을 이루어 주고자 몇일간 노가다를 하여
조금 높은 수준의 아이템을 맞춰 주었고..
그 애는 기뻐 어쩔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그 애는 성장을 해 갔고
결국 35의 의젓한 요정이 그 애의 마음에 기쁨을 주고 있던 찰나..
한 일주일 동안 그 애의 얼굴을 볼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뒤..
매일 따라 오던 아버지는 없고..
예전보다 더욱 더러워 진.. 정말 잠도 못자고 숨어 지낸 애 처럼..
앙상한 몰골을 한 꼬마애..
" 게임좀.. 하고 갈께요.. "
라며.. 자신의 자리로 가서는 게임을 시작 했습니다.
갑자기 그 애는 정말 서럽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우는 애를 대리고 나가서 달래며..
자초지종을 물어 보았습니다..
.....
일주일전.. 그러니까 그 애의 모습이 안보이기 바로 전날..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 가셨다고 합니다..
피시방에서 나오던 길에..
어느 낮선 검정 차에 치여.. 그렇게 하늘 나라로 가셨답니다..
슬펐는지.. 그 애는 뛰쳐 나갔고..
그날 뒤로 그 애를 볼수 없었습니다.
아.. 한번.. 제가 휴학 기간이 끝나고...
알바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던 때..
자동문 바깥 쪽에서 전에 못보던 예쁜 옷과..
깨끗하게 단장된 그 꼬마애..
바로 예전의 그 애였습니다.
몰라보게 바뀐 그 애..
얼굴과 옷은 몰라보게 깨끗했지만..
슬픈 얼굴은 그대로였습니다.
" 형.. 오랫만이에요! "
" 어.. 정말 오랫만이네.. 어떻게 된 거니? "
" 저.. 새아빠 생겼어요.. 말도 할수 있고.. 똑똑하고.. 돈도 많고... "
마지막 날 까지.. 그 애는 제 앞에서 슬픈 눈물을 보였습니다.
휴학을 끝내고 학교로 복귀하여..
리니지를 잠시 접었다가
그 애와 함께 했던 서버로 전 복귀를 했습니다.
예전에 알고 지내던 형들 누나들이 많이 반겨 주셨습니다.
[------] 형?
[------] 누구?
[------] 저 모르겠어요?
[------] 누구지? 민규냐? 승현이? 아 사기꾼? 너한테 줄 아템 없어 꺼져
[------] 저.. 예전에 형이 준 그 8일도 아직 가지고 있어요^^
[------] 헉.. 그럼 혹시 너...
[------] ^^ 이제 기억 나시겠어요? 매일 껨하러 갔던 그 꼬마애^^
그 애와 해어진지 정확히 1년 뒤의 일이였습니다.
시간대도 비슷하였고.. 우연의 일치인가..
지금 그 애는 데쓰 요정에 서버에서 이름난 갑부라고 합니다.
그 애의 아이디와 서버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아.. 그 애의 나이를 물어 보는거 였는데..
아마 지금쯤 중학교에 입학하고.. 학생이 되어 있겠네요..
그저 뿌듯할 뿐입니다.
지존급 아이템을 다 소유한 애가..
칼 만은 1년전의 그 8일도 란 것이..
왠지 맘 한켠으로 고마운 맘도 없지 않아 있군요..
꼬마애 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 철규야.. 형 기억 나지?
이제 형 알바 아니다.. 곧 돈 모아서 피시방 차릴 꺼야..
아직 너희 아버지 장례식 안 치뤘지?
형이 돈 언능 모아서 너희 아버지 장례식 크게 치르자..
난 너 친 동생 못지 않게 생각 하는거 너도 알지? -
-어딘가에 입양되 원하던 리니지를 마음껏 즐기고 있을 그 꼬마애와
불편한 몸으로 그 애를 키우느라 고생하셨던 그 애 아버지의
명복을 빌며.. 이 글을 바칩니다. -
Ps.. 데쓰 요정이 된 그 꼬마애.. 아직도 아버지 예기만 하면
말을 잇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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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눈에서 땀이 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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