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C의 흑역사로는 80년대의 그룹 B를 들 수 있다. 물런 모든 면에서는 좋은 점도 있었으나 FIA의 관리 부실과 메이커의 치열한 경쟁이 비극을 불렸다. 70년대에서 80년대 초까지 WRC는 Group 4/Group 2/Group 1의 세 가지 클래스가 있었고, 이중 최고봉이었던 Group 4는 연산 400대만 가능하면 호몰로게이션 취득이 가능했다. 특히 당시 우승을 휩슬던 란치아의 스트라토스는 이전의 랠리카와는 전혀다른 모습에 엔진은 6기통 페라리제 엔진을 사용하여 랠리계를 독점하였으며 이에 FIA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메이커는 개조 규정을 더 풀어주기를 원했다. FIA 역시 더 많은 메이커의 참전과 더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경기를 위해 82년 Group B를 신설한다.[17] 이 Group B는 연산 200대만 되면 호몰로게이션 취득이 가능했고, 차량 개조에 거의 제한을 두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러다 보니 공차중량 1톤 미만의 차체에 500마력[18]을 넘나드는 엔진출력을 가진 괴물들[19]이 레이스에 투입되었는데, 타막(포장된 도로)보다 접지력이 훨씬 떨어지는 그레블(자갈로 된 도로)에서도 제로백 3초 미만의 무시무시한 성능을 보였지만 동시에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컨트롤을 요구하는 그야말로 미친 차량들의 시대가 열려버렸다. 4회 WRC 월드챔프 J.칸쿠넨은 Group B를 간단하게 한마디로 정리했다. "So Much Power.".그래도 감이 안 잡힌다면 쉽게 말해 구불구불하고 접지력이 떨어지고 길폭이 좁은 곳에 람보르기니급 레이스카를 갖고오고 슈마허를 뛰어넘는 컨트롤을 요구하는, 그야말로 인간임을 포기한 그룹이었다.
82년 WRC 최초의 풀타임 4WD 머신 아우디 콰트로가 투입된 것을 필두로 83년 아우디 콰트로와 란치아 037이 본격적으로 Group B에서 혈투를 시작했다. 84년에는 여기에 푸조 205 T16이 가세, 85년 푸조가 매뉴팩처러즈 챔피언을 거머쥔다. 아우디는 콰트로의 축간거리를 줄여 타막에서의 강렬한 언더스티어를 개선한 스포르트 콰트로를 준비했고[20] 더이상 후륜구동으로는 승부가 어려운 란치아는 86년 시즌부터 037을 대체할 새 모델을 제작하는데 그것이 Group B의 운명을 갈라버린 전설의 차량 란치아 델타 S4이다.
란치아 델타 S4는 란치아 최초의 풀타임 4WD 랠리카이자 980kg의 공차중량에 터보차져와 슈퍼차져를 동시에 장착하여 터보랙을 보완하였으며 최고출력 480마력을 뽑아내나 리미터를 해제하면 1000마력까지 가능한 Group B다운 차량이었다. 오죽하면 숲속의 f1머신이라고 불리었을 정도이니 아우디는 여기에 맞서 스포르트 콰트로에 에어로파츠를 손본 스포르트 콰트로 S1을 86년 시즌에 투입했고 푸조 205 T16과 포드 RS200, MG 메트로 6R4, 르노 5터보, 시트로엥 Bx가 운명의 86년 시즌을 시작했다.
첫 사고는 포드 RS200이 일으켰다. 그때 갤러리들은 안전의식이 전혀 없어서, 뒤가 미친듯이 흔들리는 차들을 손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근접해서 구경했다. 차가 오면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주요 길목을 사람들이 가득 매우고 있다가 차가오면 좌우로 벌어져서 차가 겨우 지나갈 틈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레이서들 또한 사람 사이를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고 질주했다.(즉 코너를 제외하고 엑셀을 밟은채 브레이크 조작은 하나도 없었다는 거다)독일의 전설적인 드라이버인 발터 뢸의 신들린 주행을 찍은 온보드 캠이 유명하다. 그 당시 레이서들의 심리적 부담이 어느 정도였는지 상상도 안 간다. #한 번 보자.
문제는 3전 포르투갈 랠리에서 컨트롤을 상실한 포드 RS200이 이렇게 코스에 바짝 붙은 관중을 덮쳐 3명이 사망하고 약 30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일단 이때까지는 그대로 시즌이 진행되었으나 운명의 5전 프랑스 Tour de Corse[21]. 병에 걸려 정신이 오락가락하던 드라이버 헨리 토이보넨이 랠리에서 1승이라도 더 얻기 위해 프랑스 랠리를 그대로 강행하다가 그의 란치아 델타 S4가 코스를 이탈하며 절벽으로 추락해 폭발,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 모두가 소사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사고가 일어난 현장에는 #자동차의 불타버린 섀시와 롤케이지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이렇게 인간의 능력을 초월해버린 Group B는 결국 이 두 건의 사고로 말미암아 86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폐지, 87년 시즌부터 호몰로게이션 취득 기준을 5천대로 올리고 각종 안전규정과 개조 제한규정을 둔 Group A가 신설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
그래도 인터넷 여기저기엔 Group B를 그리워 하는 양덕들이 즐비하다. 이들은 '도로 안까지 들어온 구경꾼이 멍청이들'이라는 이론을 고수하며, 출력이 Group B에 비하면 심영이 되어버린 현재의 WRC를 못마땅해 한다. 대부분 Group B 사고는 자동차가 컨트롤을 잃거나 운전자의 과실이였지만 알 게 뭐야 이들은 현재의 WRC를 Group B에 비하면 애들 장난이라 비하하지만 실제로는 기술의 발전과 드라이버 기량의 상향 평준화로 같은 구간 기록을 비교해보면 현재 WRC 경주차가 Group B 시절의 기록보다 훨씬 빠르다. 출력은 떨어졌지만 전체적인 경기 페이스와 코너링 스피드는 비교할수 없이 올라갔다. 최근 랠리카와 비교하자면 트랜스미션부터 다르며 당시는 5단 H패턴이었으나 WRC카는 시퀀셜 자동화 수동 변속기다. 또 최대 토크는 WRC카가 더욱 높으며 전자제어 디퍼런셜은 그룹 B의 원시적 디퍼런셜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브레이크도 8피스톤 디스크 브레이크라서 감속 성능이 뛰어나다. 그룹B가 우월한 점이 있다면 최대출력 밖에 없으니 코너링이 많은 코스에는 현세대 WRC 차량이 훨씬 우월하다. 출력도 사실 엔진 리미터 해제하면 똑같아진다.
여담이지만 Group B의 관뚜껑에 못질을 해버린 란치아 델타 S4는 총 20대만 만들어젔으며 현재는 10대 정도 남아있다고 추정된다. 불쌍한 건 란치아가 이 차를 흑역사와 같이 대한다는 것이다 Group A의 규정에 맞추어 성능을 다운시킨 란치아 델타 HF 인티그랄레를 만들어 87년 Group A부터 WRC에 출전시켰는데, 란치아 델타 HF 인티그랄레는 87년부터 내리 6년동안 WRC를 제패하며 델타 S4와 다른 의미에서 전설이 된다. 이 차는 웬만한 모터쇼에서는 늘 란치아 부스에 전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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