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 사단장님 이야기 2
이 이야기는 아직도 현역에 계시는 모 장군님에 대한 이야기라서 약간 조심스럽지만, 아무튼 쏘 쿨한 장군 중 甲이라 올립니다.
병영생활 및 복지에 대단히 신경을 써주지만, 군율과 작전적 사고방식에 어긋나면 모조리 칼을 치는 한 사단장님이 계셨지요. 그분의 쏘-쿨한 일대기를 몇가지로 나누어 말해보고자 합니다.
1. 가족과 함께하는 연말연시
그분이 11월에 착임하신 후, 다들 열심히 보고서를 쓰고 새로운 분이 어떤 분일지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보고를 최소화시킨 그분 덕택에 모든 부서들이 다시 일상적인 야근(?)으로 돌아가, 사단은 불야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관장교가 사단장실로 불려가 사단장 1호 명령을 받아, 전 부대에 발송했습니다.
"전 부대는 연말결산을 1주차 목요일까지 모두 종료할 수 있도록 한다"
11월 말, 1주일안에 모든 연말결산을 마치라는 명령에 모두 분주해졌습니다. 불야성은 더욱 길어졌고, 모든 연대는 신임 사단장님이 초반부터 빡세게 돌리려나 보다, 라고 생각하며 목요일까지 모두 연말결산을 마쳤습니다. 창고들도 봉인되고 부대는 그야말로 깨끗해졌지요. 아마 연말결산이 끝나면 무작위로 부대를 돌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오전, 1호 명령 보충이 떨어졌습니다.
"전 간부는 12월 한 달 동안 가족과 함께하는 연말연시를 보낼 것. 야근은 금지하며 전 간부는 17시 30분에 정상적으로 퇴근하라"
연대를 포함한 모든 부대의 반응은 하나였습니다.
"??????????????"
어쨌든 대부분의 간부들은 그 명령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고, 불야성은 줄어들었지만(사단 지시사항이 적어져서) 야근은 정상적으로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그 기간은 월급을 동결한 대신 야근 수당은 14시간에서 50시간까지 연장해준 특례기간이라 연장근로 수당도 중요했으니까요.
그리고 2주차 목요일, 각 부대에 헌병들이 들이닥쳤습니다(...).
헌병들은 위병일지를 모두 수거해서, 감히 사단장 명령을 어기고 야근을 한 괘씸(!)한 죄인들을 색출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악질적인 하루 2시간이상 야근을 한 무리들은 모두 헌병대로 소환당했지요. 연대 및 대대장들은 모두 사단장님에게 소환되어,
"1호 명령조차 지키지 않는!"
갈!을 당한 뒤 모두 복귀하시어 선구적 병영생활을 위한 강제퇴근을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우리 사단만 그러고 있으니 군단과 군사령부에서도 난리가 났지요. 일을 시켜야되는데 이놈들 모두 퇴근(!)하고 없으니까요. 그런 군단과 군사령부의 태클에 대해 사단장님은 쏘-쿨하게 군단과 군사령부 작전 화상회의에 직접 등장했습니다.
"사단장 1호명령에 따른 사항이니, 시킬 일이 있으면 나한테 보내시오"
당연히 사단장에게 직접 지시를 내릴 군단과 군사령부 참모는 없었고(...) 연말은 평화롭게 지나갔습니다.
모든 간부는 칼퇴근을 하고 그래도 부대는 잘만 돌아갔습니다. 오히려 주간에 빡세게 일을 다 끝내는 습관들이 들었지요.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2. 간단명료한 신상필벌
그분의 첫 방문은 보충대였습니다.
보충대에 방문을 하시어 부대관리 상태와 현재 작전 준비사항에 대해 열심히 보충중대장에게 묻고, 보충중대가 전시에 해야될 임무에 대한 강의를 하신 후, 보충중대 강당에 들어서셨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 안에서 병장이 자고 있었습니다(...)
일과시간 중에 업무가 분명 지시되어있는 병장이 강당 한구석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본 사단장님의 눈에는 불이 튀겼다고 합니다(보충중대장의 증언).
잠시 깨어나 현실을 모르고 어버버하는 병장을 앞에 둔 사단장님은,
"여기서 무얼하는겐가" -사단장
"죄송합니다" - 병장(쥐구멍 목소리)
"직속상관이 물어보는데 경례도 안-하-낫!"
"xx! 죄송합니다"
"관등성명도 안대게 되어있나!"
"xx! 병장 xxx! 죄송합니다!"
"머리는 이게 뭐야! 보충중대장!"
"xx! 대위 xxx! 관리하겠습니다!
"주임원사! 헌병대장 불러서 이런 불한당은 당장 영창으로 보내!"
"옛! 사단장님!"
단 3분도 안되어 말년병장은 삭발되어 영창으로 보내졌습니다.
그날 오후 모든 부대에 비상이 걸려 두발정리를 실시하고 제식교육을 재빨리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아침 7시 30분, 사단장님께서 전격적으로 사단 의무대에 나타나셨습니다.
당시, 제 계원이 입실해있다 본 현장은 이랬습니다.
"xx! 근무중 이상 무!"
"어, 고생들한다. 군대에서 아픈건 훈장과 같은거야.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다는 이야기지"
하시며 한사람 한사람 병명을 보고 위문을 하셨답니다.
다들 감동해있는데, 갑자기 제 계원을 향해 사단장님께서 물어보셨답니다.
"그래, 여기 의무대원들 중에 환자들에게 가장 신경을 써주는 대원이 누구냐?"
"예! 일병 xxx! 의무대원 중에 상병 xxx가 늦은 밤까지 성심성의껏 돌봐줍니다!"
"오, 그래? 다른 사람들은 누가 제일 괜찮다고 생각하나?"
"상병 xxx가 정말 좋습니다"(등등)
당시 의무대원인 상병 xxx는 천주교 군종병으로 사람이 좋기로 유명했지요. 환자인 후임병들에게 청소나 그런걸 시키는 의무대에서, 그 병사만큼은 자기가 병동 청소를 하고 다니며 환자들을 살피는 모범병사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사단장님의 표정에는 푸짐한 미소가 떠올랐답니다.
"의무대장, 그 상병을 데려오게."
"예!"
잠시 후 상병이 나타났답니다.
자기가 뭔가 잘못한게 있나 걱정하는 듯 하면서 바로 앞에서 사단장을 보게된 부담감이 어마어마해 보이는 자세였다고 계원은 회상했습니다. 바로 전 날의 그 참사가 전파되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래, xxx상병 자네가 의무대에서 정말 모범적인 용사라면서?"
"아닙니다! 할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주 훌륭한 병사야, 인사참모!"
"예! 사단장님."
"이 용사를 지금 당장 4박 5일 휴가를 출발시켜, 모범병사는 즉시 표창을 해야하는 법이야."
"예!"
인사참모는 부리나케 의무대 행정실로 달렸고, 벙찐얼굴로 병사들이 보는 가운데 사단장님은 그 병사의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앞으로도 항상 노력하고 바르게 행동하게."
"xx!감사합니다!"
오오, 다들 박수를 치는 가운데, 그 병사는 그자리에서 허둥지둥 군장을 싸고 행정실에 맡긴 뒤 사단장님 차를 타고(...) 그대로 터미널로 이동하여 휴가를 출발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전 부대 병사들의 행동방식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단장님의 명확한 지침이 그 두 번의 신상필벌로 확인되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리고 곧 터지는 폭탄이....
예전에 스테비아님의 군대 글을 보며 참 낄낄댔는데, 칼스루헤님 블로그에 다시 들렀다가 이분 군대 이야기가 생각나서 살짝 펌합니다. 이 사단장님의 다른 전설같은 이야기는 링크에.
이 쿨한 사단장님 이야기도 재밌지만 글 쓰신 칼스루헤님이 군대 부조리 잡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가 정말 감명깊고도 씁슬합니다.
http://karlsruhe.egloos.com/312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