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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5/15 22:15:05
Name 부산저그
Subject [유머] 복수혈전 2권 4장 서문비연의 음모

                *                *                *

냉혈객은 서문비연의 편지를 움켜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어!"
냉혈객은 신전의 입구로 달려 갔다. 조인웅은 그를 급히 뒤따랐다.
임택은 그들을 뒤따르는 와중에도 머리를 굴렸다.
'궁금해 죽겠구먼. 도데체 편지에 뭐라고 섰기에 저렇게 몸을 부들부들 떠는 거야? 에라, 모르겠다. 내가 상관할게 뭐야? 이제 황금신전 안에 무림인들만 처리하면 나도 남의 눈치 보지 않고 고수로 행세할 수 있다.'
임택은 황금신전에서 한 몫 단단히 잡을 생각으로 열심히 그 두 사람을 뒤 따랐다.
냉혈객이 황금신전으로 들어 가려 하자 편지를 전해준 부관이 급히 그를 막으며 말했다.
"위 주인님 편지를 읽지 못했습니까?"
냉혈객은 부관의 말에 상관하지 않고 거칠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소봉의 격투술 중 공격권이 부관에게 쏘아졌다.
부관은 그 자리에서 몸을 피하지 않고 두 손을 교차로 움직이며 낭랑하게 소리쳤다.
"교룡회선장!"
부관은 냉혈객의 공격권을 막아냈다. 그는 약간 흔들리는 듯 했으나 침착하게 다시 말했다.
"위 주인님,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냉혈객은 서문비연과 혼례식을 올린 사이였다. 그래서 부관이 그를 주인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강호에 고수는 구름처럼 많습니다. 사막에서 아무리 각고의 노력으로 수련하고 기연으로 무공을 익혔다 한들 고수 앞에서는 소용없습니다. 이곳은 서문 주인님에게 맡기시고.."
냉혈객의 눈동자는 흠칫 했다. 부관의 무공이 놀라웠다. 물론 그가 부관을 죽이지 않기 위해서 공력의 절반만 사용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가 이토록 쉽게 자신의 공격을 막아 낼 줄 몰랐다.
냉혈객은 다시 눈을 움찔하더니 이번에는 자신의 등에 매인 거대한 도를 내리쳤다.
부관이 그것을 보고 소리쳤다.
"소용없습니다. 위주인님!"
부관은 품속에서 두 개의 곤봉을 끄집어 내더니 냉혈객의 도를 막았다. 그의 수법이 놀랄만치 재빨랐다.
냉혈객은 한 발 뒤로 물러서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비켜라. 아직은 너를 죽이고 싶지 않다."
부관은 곤봉을 들고서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한시도 냉혈객의 눈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신주제일검이라 불리던 부친께서도 이 안에 들어간 구대문파 장문인들에게 죽음을 당했습니다. 위주인님은 아버님보다 강하십니까?"
냉혈객은 부관의 말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의 말은 사실이다. 위천강은 수십년 동안 무림의 일인자 자리를 지키면서 강호를 지배했다. 그런 그도 구대문파 장문들의 합공에 패배하며 죽고 말았다.
부관은 냉혈객이 동요의 눈 빛을 보이자 다시 말했다.
"위주인님. 군자의 복수는 십년이 걸려도 늦지 않습니다. 우선 실력을 닦으신 후에 복수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냉혈객은 무언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조금 거친 목소리였다. 그리고 강한 의지가 들어 있었다.
"난 반드시 비연을 만나야겠다. 그녀가 죽기 전에 묻고 싶은 말이 있다. 내 손이 무정타 탓하지 마라."
그는 거대한 패도를 버리고 손을 뻣어 임택의 장검을 뽑아 들었다. 자신의 검은 월아를 공격하다 부러졌다. 패도가 검으로 바뀌자 냉혈객의 손에서는 무시무시할 정도의 속도로 검이 격출되었다.
슈이익!
그러자 부관은 곤봉으로 날카로운 속도의 검을 막을 수 없었다. 거대한 패도의 힘에 맞서기 위해서는 둔탁하지만 힘이 실리기 쉬운 곤봉으로 상대했지만 쾌속무비한 냉혈객의 검을 상대하기에는 자신의 곤봉이 너무나 둔했다.
그는 주저없이 곤봉을 버리고 품에서 작은 단검 두개를 끄집어 냈다. 그것으로 냉혈객의 검을 막았다.
땅! 땅! 땅!
순식간에 검 부딪히는 소리가 세번 들렸다. 냉혈객의 검과 부관의 검은 임택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움직였다. 조인웅만이 대강 그 움직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찰나에 십여초의 공방이 이루어졌다. 공격하는 냉혈객의 검초는 날카로왔다. 하지만 수비하는 부관의 단검도 재빨랐다.
냉혈객은 점점 조급한 마음에 진기를 끌어 올리면서 날카롭게 외쳤다.
"천지양단!"
파팟!
허공에 피보라가 퍼져올랐다.
부관의 왼팔이 잘리어져 나갔다. 그 곳에서 붉은 피가 샘 솟듯 흘러 나왔다. 부관은 왼팔이 잘리자 신속히 그 곳을 싸매고 지혈했다. 냉혈객은 그런 그를 상관하지 않고 그대로 석문으로 접근했다.
부관이 다시 급하게 소리쳤다.
"위 주인님, 정히 들어가시겟다면 한마디만 듣고서 들어 가십시오."
냉혈객은 자신의 왼팔이 잘려도 조금도 원망하지 않고 자신의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부관의 충성심에 감명 받았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자 부관은 한 손으로 품에 편지를 다시 한 장 끄집어 냈다.
"이 편지는 위 주인님이 반드시 석굴 안으로 들어 오실 것을 예상하신 서문주인님께서 남기신 편지입니다. 이 안은 매우 위험합니다. 정히 들어가시려거든 이 편지를 읽고 들어 가십시오."
냉혈객은 거칠게 그 편지를 빼앗아 다시 급하게 읽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편지지를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불신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있다.
냉혈객이 낮게 말했다.
"나를 위해서 구대문파를 멸문시킨다고? 정히 들어오고 싶다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


                *                *                *

구대문파 장문인들은 모두 입을 따악 벌린 채 할 말을 잃었다. 그들 눈 앞에 펼쳐진 광경 때문이다.
십 여장 넓이의 거대한 석실 안에는 천장에 박힌 야명주가 밝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게 뭐냐?"
구대문파 고수들은 낮은 신음소리를 토했다.
석실 안에는 온통 사람의 해골과 녹슨 장검만이 지천으로 흩어져 있었다.
구대문파 장문인들은 체면 불구하고 그 곳에 흩어진 상자들을 열면서 이곳 저곳 살펴보았다. 그들 눈에는 단 한권의 비급도 발견되지 않았다.
점장파의 수령이 거칠게 내뱉었다.
"서문낭자! 어떻게 된 일이오? 이곳에는 아무 것도 없지 않소?"
서문비연이 차갑게 말했다.
"그걸 왜 제게 묻지요?"
군웅들은 할 말을 잃었다. 서분비연은 자신들보다 일주일이나 늦게 사막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곳까지 줄곤 동행했다.
그러자 구대문파 장문인들은 석실 안에 펼쳐진 풍경을 보면서 서서히 몸을 움직였다. 아홉명의 무림고수들은 벽에 등을 기댄 채 나머지 장문인들을 바라보았다.
형산의 장문인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정하시오. 이곳에 보물이 없다고 해서 우리들끼리 의심한다면 그건 더욱 큰일이오."
형산 장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곤륜파의 장문인이 거칠게 내뱉었다.
"어제 저녁 형산파의 장문인은 어디를 다녀왔소이까? 내가 일기로 이경에서 삼경 사이에 돌연 사라졌다고 들었소."
곤륜파의 장문인의 말에 형산의 장문인은 움찔했다.
그러자 곤륜의 장문인은 더욱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지난 일주일 간 발굴 작업을 하던 중 형산파만이 수상한 행동을 많이 했소이다."
형산파 장문인은 곤륜파의 장문을 바라보며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나를 의심하는 것이오? 내가 그 동안 당신들 곤륜파가 나를 감시하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참아 왔건만... 건방지게도 감히 나에게 시비를 걸다니..."
석실 안은 서서히 긴장감이 높아 졌다.
구대문파 장문인이 서로를 의심할 때 소림의 장문 대지대사가 가볍게 불호를 외면서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지금 우리들끼리 다툴 때가 아닙니다. 우선 이 황금신전을 벗어난 후..."
대지대사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갑자기 기관이 움직이는 소리와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 왔다.
"아아악!"
콰콰콰쾅!
장문인들은 일제히 서문비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아니면 누가 기관을 조작할 수 있단 말인가? 밖에는 아직도 서문비연의 수하들이 많이 남아 있다.
현 무림의 최강자인 무당의 태극도장이 서문비연에게 서서히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
"서문낭자? 설마 낭자가 우리를 함정에 빠트렸소이까?"
성질 급한 곤륜의 장문인이 말했다.
"강남대협이 이곳에 오지 않은 이유가 있었군!"
구대문파 장문인들은 서서히 움직여 서문비연을 포위했다. 그들은 수량이 깊었으나 그녀의 가공할 음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서문비연은 자신을 포위하는 장문인들을 바라보며 냉소를 띠며 말했다.
"호호. 원래 모임치고 좋은 생각을 가지고 모이는 모임이 있던가요? 나의 수하들이 이미 기관을 작동시켰어요."
구대문파 장문들의 얼굴은 일제히 잿빛으로 변했다. 설마하던 일이 현실로 다가 왔다. 방금 전에 들린 비명소리는 자신들의 부하와 제자들의 비명이다.
화산이 장문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잔인하군. 그 동안 고문 밑에 무언가 적던 것..."
그의 얼굴은 평정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분노의 기운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서문비연은 그들의 분노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세 좋게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맞아요! 부하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암호를 적은 것이죠. 당신들의 멍청한 부하들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으니... 호호호."
장문인들은 그 동안은 소봉의 격투술에 정신이 팔려 서문비연의 행동에 대해 의심을 가지지 않았다. 의심을 가졌다 해도 비급을 갖으려는 욕망에 다른 장문인들을 견제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소봉의 비급이 이곳에 없자, 그 동안에 서문비연의 행동들이 완연히 이해가 되었다.
서문비연은 자신을 포위하는 장문인들을 바라보며 다시 소리내어 웃었다.
"호호호. 이미 늦었어요. 당신들의 부하들이 아무리 무공이 강하다고 해도 수천근의 바위가 내려오면 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당하겠어요? 이제 이곳에 살아 남은 구대문파 사람들은 당신들 뿐이에요."
수십년 동안 수련한 구대문파의 장문인들 조차도 서문비연의 행동에 참지 못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개방의 장문인인 취걸개가 소리쳤다.
"이년이? 후회하지 마라. 강남무림의 쥐새(끼) 한마리도 남겨두지 않겠다. 이곳에 온 부하들은 나의 수천 부하들 중 일부일 뿐이다."
서분비연은 다시 웃으며 말했다.
"물론 당신들의 부하들은 많이 남아 있어요. 하지만 정예는 모두 이곳에 오지 않았나요? 그 동안 강북무림에서 강남무림을 얼마나 우습게 여겼어요? 호호. 이제 꼴 좋게 되었군요."
개방의 장문인이 참지 못하고 두 손을 휘둘렀다.
"천지합일공! 제 팔장!"
개방 장문의 쌍장이 서문비연을 향할 때, 갑자기 무당의 태극도장이 두 사람 사이로 뛰어 들었다.
"멈추시오!"
태극도장은 개방장문의 천지합일공의 기운을 받아 그 기운을 청강석 바닥으로 향하게 내리 눌렀다.
펑!
굉음과 함께 청강석이 산산히 부서지면서 가루가 날리었다. 청강석을 부수는 개방장문의 무공도 놀라왔다. 하지만 그 기운을 가볍게 돌리는 태극도장의 무공이 더욱 놀라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서문비연이 중얼거렸다.
'아, 그이가 이곳으로 정말로 온다면 절대 살아 남지 못한다. 제발 이 황금신전을 파괴해서 아무도 살아 남지 못하게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녀가 알고 있는 그이는 반드시 이곳에 올 것이다.
무당의 태극도장은 개방장문을 바라보며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체통을 지키시오! 개방방주! 비록 거지지만 일파의 방주이지 않소?"
개방의 방주는 태극도장의 말에 더욱 기분이 상했다. 아무리 거지지만 맞대놓고 거지라고 말하자 기분이 좋을리 없었다. 개방방주의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다.
태극도장은 조금도 꺼리김없이 다시 말했다.
"무림인들이란 어차피 칼날 위에 춤추는 인생, 언제 죽더라도 자신의 무공이 모자람과 어리석음을 탓해야지, 이 무슨 일파의 수령답지 못한 행동이요?"
태극도장은 고개를 들어 장문인들을 차례 차례 바라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무거웠다.
"더구나 우리들은 힘을 모아 외적의 침입을 막아야할 몸들이 아니오? 함부로 경거 망동하지 마시오. 서문비연을 죽인다면 우리들이 이곳을 탈출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오."
서문비연은 태극도장이 말하는 것을 들도서 품에서 단검을 끄집어냈다. 자신이 자결함으로써 이들의 탈출을 막으려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본 태극도장이 오른손을 흔들었다.
"멈추어라! 서문낭자. 네가 죽어도 우리는 이곳을 벗어 날 수 있다."
태극도장의 오른손이 번뜩이자 서문비연의 단검은 엄청난 흡입력을 받아 그의 손으로 빨려갔다.
단검을 '척'하고 받아든 태극도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조작하던 행동 하나 하나가 나의 뇌리에 남아 있다. 네가 없어도 이곳을 벗어나는 것은 손쉬운 일이다."
태극도장의 말에 장문인들은 일제히 얼굴 가득히 밝은 빛을 띠었다. 무당장문이 있으므로 그들은 서문비연이 죽거나 협조를 거부하더라도 이곳을 벗어 날 수 있다.
태극도장은 다시 서문비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서문낭자, 오늘 이 일은 강남대협이 알고 있는 일인가? 만일 그렇다면 강남무림맹은..."
그는 말꼬리를 흐렸다.
하지만 서문비연은 태극도장이 하려는 말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대전쟁이다. 강남무림과 강북무림과의 대전쟁인 것이다.
화산의 장문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도대체 강남대협은... 강남무림맹이라 해봐야 구대문파 중 하나의 문파보다 못한 세력을 가지고 감히..."
화산의 장문인은 말을 멈추었다. 무당의 태극도장이 말을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태극도장이 다시 서문비연을 보고 말했다.
"강남대협은 항상 대의를 생각하는 분인데 어떻게 해서 이번에 우리들을 몰살시키려고 했지?"
서문비연은 자신이 자결하려고 해도 태극도장의 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담담히 입을 열었다.
"장문인들이 믿지 못하겠지만 이 일은 나의 뜻이에요. 아버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구대문파의 장문인들의 얼굴에는 불신의 기운이 감돌았다.
천하를 혼란에 빠트릴 이런 큰일을 어떻게 서문비연 혼자서 결정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태극도장은 그녀의 말을 믿는 것 같았다. 태극도장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럴 줄 알았소. 강남대협의 인품으로 보아 그가 이런 짓에 관여하지 않을 줄 알고 있소. 그러면 서문낭자는 왜 이런 엄청난 짓을 벌였단 말이오?"
그녀는 장문인들을 한명 한명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모른단 말이에요? 당신들이 지은 죄를!"
서문비연의 말에 태극도장은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모르겠소. 서문낭자. 불초는 한평생 정도를 걸어 왔고 하늘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소이다."
이때였다.
콰르르릉....
굉음과 함께 석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거칠게 석실 안으로 들어 섰다. 사내는 거대한 도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구대문파의 장문인들은 일제히 그 사내를 바라보았다.
나이는 이십대 초반이고 훤칠한 키에 준수한 용모였다.
태극도장이 그를 보고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내뱉었다.
"위천강?"
그는 냉혈객 위진후다. 태극도장은 위진후의 아버지인 위천강과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다. 그렇기에 위진후를 보고 젊을 때의 위천강을 떠올린 것이다.
냉혈객 위진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구대문파의 장문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 대부분이 위진후가 어렸을때부터 아주 친하게 따랐던 사람들이다.
냉혈객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러 숙부님들, 오랜만이외다. 여러분의 조카 위진후는 이미 삼년전에 죽었고, 지금 있는 이몸은 냉혈객이라 하오."
장문인들은 모두 냉혈객 위진후를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강북천도맹의 장로로 있을 때, 위진후를 귀여워 해주며 그에게 무공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들 모두 갑자기 나타난 위진후를 보면서 가슴이 쓰려오는 것을 느꼈다.
서문비연은 냉혈객을 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나의 말을 듣지 않았지요? 당신은 삼년이 지났는데도 급한 성격은 여전하군요."
냉혈객은 서문비연을 외면하면서 냉랭히 말했다.
"미안하오. 낭자. 나는 냉혈객이라 하오."
냉혈객은 다시 자신의 패도를 청강석 위에 내리쳤다.
"하아!"
퍽!
단단하기가 강철보다 단단하다던 청강석에 냉혈객의 패도가 거의 절반 정도 꼽혔다.
냉혈객은 다시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옛날부터 부모의 원수는 불구대천의 원수라고 했소이다. 여러 장문인들, 오늘 불초 냉혈객이 한수 가르침을 받고자 하오. 죽더라도 원망하지 않겠소!"
냉혈객의 눈에는 주체할 수 없는 살기가 뻗어 나왔다. 그의 눈은 번들거리는 맹수의 눈빛이다.
구대문파의 장문인들은 모두 강호를 호령하는 신분이다. 그리고 그들의 무공은 강호에서 가장 뛰어 났다. 결코 그들은 냉혈객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위천강의 죽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너무나 강했다. 더구나 그는 무림을 통일했다. 무림을 통일한 그를 황제가 두려워하여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
냉혈객 위진후를 알아본 장문들의 뇌리에는 착찹한 마음이 흘렀다. 그들 가슴 속에는 항상 위천강을 배반한 안타까움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들 구인은 냉혈객의 눈빛을 피하고 말았다.
서문비연이 몸을 움직여 냉혈객을 막으면서 말했다.
"태극도장님, 당신이 아무리 나의 행동을 모두 보았다고 해도 이곳을 탈출하기 쉽지 않을 거에요. 제가 당신들을 무사히 밖으로 나가게 해 줄테니, 오늘은 겨루지 않고 훗날 시간을 잡아 결투하는 것이 어떠세요?"
태극도장은 천도맹의 위천강과 수십년 사귄 친구였다. 그러나 황제의 명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위천강을 배신하고 말았다. 그래서 항상 그 일이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냉혈객 위진후를 외면하면서 말했다.
"좋소. 날은 새털처럼 많은데 반드시 오늘 싸우란 법은 없지."
서문비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때 서문비연의 뒤에서 거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비키시오. 서문낭자. 당신이 관여할 일이 아니오."
냉혈객이 서문비연을 거칠게 밀치면서 다시 소리 쳤다.
"자! 어느 분부터 손을 쓰겠습니까? 본인은 오늘 이 자리에서 맞아 죽어도 원망하지 않겠소이다."
서문비연이 다시 냉혈객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 그러자 냉혈객이 서문비연을 잡아 던졌다. 서문비연의 몸이 석실 구석으로 날아가자 냉혈객이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대지참!"
대지의 기운을 받아 들인 냉혈객이 그 기운을 되돌려 장문인들을 공격했다. 십여장의 석실은 서문비연이 떨어진 구석을 제외하고 곳곳에서 엄청난 압력을 받았다. 냉혈객은 자신의 부친을 죽인 원수들이 눈 앞에 있었기에 자신의 모든 공력을 발휘했다.
쿠쿠쿠쿵!
엄청난 대지의 압력이 장문인들을 휘감았다. 몇몇 내공이 약한 장문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음'하고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무당, 소림, 개방의 장문인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태극도장이 고개를 끄떡이며 한마디 했다.
"많이 늘었군, 네 나이 때의 아버지보다 오히려 낫군. 위천강이 지하에서나마 기뻐 하겠군."
장문인들은 내상은 입지 않았다 하더라도 충격은 컸다.
그러나 태극도장은 조금의 충격도 없는 듯 가볍게 말하는 것이다. 그 광경을 본 서문비연의 얼굴에는 어두운 기색이 드리워졌다.
'도저히 이길 수 없다. 왜 헛되이 죽으려 하지? 살아 남아야 복수를 해도 할 것이 아닌가?'
서문비연은 고개를 숙여 청강석 바닥에 손을 대었다. 무언가 찾는 듯한 행동이다.
냉혈객은 태극도장의 입에서 '위천강'이란 말이 다시 나오자 두 눈 가득히 살기를 띠면서 소리쳤다.
"그 더러운 입으로 함부로 아버님의 함자를 입에 올리지 마시오. 아버님은 신으로 당신들을 대했는데 당신들은 의를 배반했소이다."
그는 거대한 패도를 집어 들고 태극도장을 향해 달려 갔다. 태극도장은 그런 냉혈객을 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진후!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것은 장하다. 허나 먼저 진실을 알아야 한다. 네 아버지는 역모를 꾀한 사람이다. "
태극도장은 위천강이 중원무림을 통일한 것이 역모를 꾀하기 위함이라고 믿고 있는 듯 했다.
냉혈객이 거칠게 소리쳤다.
"천하가 아버님을 모함한다 한들 난 인정할 수 없소. 나의 원한은 바다보다 깊고 하늘 보다 높소. 아버님이 하시는 일은 그것이 역모라 할지라도 반드시 정당한 일일 것이오."
냉혈객의 패도는 폭풍처럼 태극도장에게 밀어 닥쳤다.
태극도장은 냉혈객의 거친 패도를 피하면서 나직이 다시 말했다.
"위천후! 옛말에 사람은 '원한으로 그 원한을 이길 수 없으니 원한이 있을시에는 자신을 단련시켜주는 좋은 인연으로 돌려쓰도록 하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을 가슴에 새겨라. 그리고 너의 복수는 가망이 없다. 하늘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였다.
갑자기 굉음이 들려 왔다.
콰쾅!
불꽃이 번쩍이고 갑자기 물보라가 넘쳐흘렀다.
서문비연이 지하수맥을 터트린 것이다. 서문비연은 그 물살을 타고 냉혈객에게 접근하면서 말했다.
"내 손을 잡아요."
냉혈객은 갑자기 솟아나는 물보라에 몸을 유지하려고 애쓰면서 소리쳤다.
"나를 막지 마라.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다."
냉혈객이 다시 서문비연을 뿌리치려 하자 서문비연의 손이 기이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황금나수!"
서문비연의 손이 번뜩이며 냉혈객의 혈도를 집었다.
냉혈객은 물 속에서 움직이는 서문비연의 손을 보지 못해서 그대로 혈도를 점혈 당했다. 그는 서문비연에게 끌려 갔다.
"비켜요!"
서문비연은 냉혈객을 안은 채 물살을 타고 입구로 향했다. 바닥에서 솟아 오른 물줄기가 입구로 향하고 있었다.
갑자기 터진 수맥 때문에 벽에 기댄 태산의 장문인이 입구에서 서문비연을 향해 두 손을 휘둘렀다.
그때였다.
"위진후를 보내줘라!"
폭포수처럼 솟아오르는 물길 속에서도 굳걷히 제 자리를 지키는 태극도장이 태산장문인을 향해 일장을 내질렀다.
쏴아아아!
일시에 물줄기가 갈라지면서 태산 장문인을 향해 일장이 나아갔다.
그 틈을 타서 서문비연은 석문을 벗어 날 수 있었다. 석문의 모서리가 냉혈객이 흘러가는 방향에 있었다.
"위험해요!"
서문비연은 소리치면서 냉혈객의 팔을 잡았다. 그녀의 몸은 석문의 모서리에 부딪혔다.
콰콰콰......
엄청난 급류가 통로를 따라 밀려 왔다. 사면이 청강석으로 이루어진 지하통로에는 서문비연이 잡을 만한 물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삼십여장 떠내려 온 것 같았다.
서문비연은 자신의 검을 청강석 모서리에 내리 찍어 그것에 의지한 채 냉혈객을 껴안았다.
서문비연은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 중얼거렸다.
"왜 나를 바라 보지 않는 거죠?"
냉혈객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말했다.
"위진후는 이미 죽었어. 나는 냉혈객일 뿐이다."
콰콰콰....
지하수맥에서는 엄청난 양의 물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물은 점점 서문비연의 목까지 찼다.
냉혈객이 가볍게 소리쳤다.
"핫!"
냉혈객은 서문비연이 막은 혈도를 풀고서 자신의 팔을 뻗어 미끄러운 청강석에 손바닥을 갖다 댔다.
서분비연이 그런 냉혈객을 보고 말했다.
"위진후는 죽었는데 어떻게 파황금나수를 해제 할 줄 아는 거죠? 당신이 위진후가 아니면 왜 복수를 하려고 하는 거죠?"
그녀는 냉혈객과의 첫 날 밤 가문의 절기인 파황금나수를 가르쳐 주었다. 냉혈객이 그때 혈도를 푸는 법을 배운 것이다.
냉혈객은 아무 말 없이 손바닥을 천장에 붙인 채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지금 어디로 가는거에요? 보고도 몰라요? 당신의 지금 실력으로는 단 한 문파의 장문인도 상대할 수 없어요."
서문비연은 다시 자신의 왼팔을 휘둘렀다. 그녀의 파황금나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냉혈객도 그녀의 공격을 알고서 왼손바닥을 천장에 붙힌 채 오른손으로 서문비연을 상대했다.
콰콰콰콰......
엄청난 물살 속에서 냉혈객 위진후와 서문비연은 한손으로 겨루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사용하는 무공은 모두 파황금나수였다.



                *                *                *

두 사람이 사용하는 무공은 모두 파황금나수였다.
서문비연의 손이 냉혈객의 목울대를 겨누고 있었다.
"호호, 다시 제가 이겼군요."
위진후는 당연하다는 듯이 두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당신은 이미 십여년간 이 무공을 수련했는데 어떻게 방금 전에 배운 내가 이길 수 있단 말이오?"


>>>>>>>>>이 부분에서 제가 의도 했던 부분이 편집진의 무식으로 인해 잘못 나뉘어지고 삭제 되었습니다. 지금 손본다면 옛날 처음 그대로는 아닐것이기에 아쉽지만 손보기로 했습니다. <<<<<<<<<<<<<<<<
조금 기다려 주십시요. 곧... ... 커밍쑨....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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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2Universe
06/05/15 23:27
수정 아이콘
화이팅이십니다!!!!
안티테란
06/05/16 02:21
수정 아이콘
이거 조회수가;
06/05/16 03:39
수정 아이콘
수고하십니다. 나름 괜찮은것 같은데 이곳 커뮤너티 특성상 조회수가 안습이군요. - -ㅋ 무협커뮤너티에 올리시면 더 호응이 크실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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