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영: 당신, 바봅니까?

은호: 여, 여보세요?

기영: 생각이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애시당초 그런 물건을 받으면 안되는 거죠.
        받는 즉시 팽개쳤어야죠. 그 정도 생각도 못합니까?
       그 여자가 어떤 생각으로 당신에게 이혼서류를 줬는지가 뭐가 중요합니까?
       그 여자가 어떤 생각을 했던지간에 그건 당신이 갖고 있을 물건이 아니잖아요.
       머리는 뒀다 뭐에 씁니까? 모자쓰는데 씁니까? 지금 당장 그 물건 돌려주세요.
       도대체 자기 인생을 남의 손으로 결정하라고 하는 그 여자나
       그런다고 덥썩 받고 있는 당신이나 이해가 안갑니다.
       도대체 남의 물건 끌어안고 며칠이나 끙끙 앓은 겁니까?
       왜들 그렇게 생각이 없는 건지. 지금 당장 돌려주세요. 만약!

영미(진행자): 광고 듣겠습니다.

기영: 이 캐릭터 괜찮지 않습니까? 인터넷을 보니까 요즘 내 상담이 너무 밋밋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한번 해봤는데...







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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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호: 저는 원주사는 K라고 하는데요. 좋아하는 남자가 있거든요.
        오래 전부터 좋아했는데 최근에야 그 사람 없이는 안되겠구나 알게 됐어요.
        근데 그 사람은 이미 결혼한 사람이에요.
       목사님 어떡하죠? 내가 어떡해야 할까요?

영미: 어... 지금 가정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는 말인데요.

기영: K양 본인 마음은 확실한 겁니까? 정말 그 남자 아니면 안되는 겁니까?

은호: 어떨 땐 그럭저럭 살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또 어떨 땐 이대로는 못 견디겠다 싶기도 하구요.
       그냥 눈물이 나올 때도 있고, 멍해질 때도 있고 그래요.
       그 사람을 더이상 만날 수 없다라고 생각하면서부터는 사는 게 지루해졌어요.

기영: 상대방 마음은 어떻습니까?

은호: 그 사람은 나랑 다시 시작하고 싶어해요.

기영: 힘든 문제군요. K양, 하느님은 속이지 말라 하셨습니다.

은호: 역시 안되겠죠.

기영: 남을 속여서도 안되지만 또한 자기 자신을 속여서는 안됩니다.

은호: 네?

기영: 마음이 가는대로 하십시요.

은호: 그게... 무슨...

기영: K양 그 사람 아니면 안되겠다고 마음이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사람 역시 K양 아니면 안되겠다고 말했다면서요.

영미: 저기... 목사님.

기영: 마음이 하자는대로 하십시요.

은호: 그렇게 할 수는 없어요. 그 사람 부인은 어떻게요?
        내가 축가까지 불러줬는데. 둘이 행복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기영: 진심이었습니까?

은호: 네.

기영: 지금의 진심은 무엇입니까?

은호: 죄를 지을 순 없어요.

기영: 죄를 짓기 때문에 인간입니다.
       K양, 행복해지고 싶죠?
      행복하기가 쉬운 줄 아십니까?
      망설이고 주저하고 눈치 보고
     그렇게 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노력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는 겁니다.




        은호야...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
        니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상도 행복해진다.
        하느님한테는 내가 같이 용서를 빌어주마.
        행복해져라 은호야.















+







기억이란 제멋대로다. 지난날의 보잘 것 없는 일상까지도
기억이란 필터를 거치고 나면 흐뭇해진다.







세상일이 맘대로 안되서 술마셨다! 왜? 안돼?
당신 혼자 술 먹고 난리친 적 없어? 내가 널 왜 불렀나 몰라.
니가 여기 왜 왔는데! 니가 싸움질 하러 왔어? 앞으로 두고두고
생색낼텐데, 내가 미쳤지. 미쳤어!!!






내가 진짜 미쳐! 열러라 좀! 이정도 했으면 불쌍해서라도 봐주겠다 내가 불쌍하지도 않냐?
하나님도 그래. 나한테서 다 가져갔으면 이런거 하나쯤음 해 줘도 되잖아!
엄마도 데려가고 동이도 데려가고, 다 가져갔잖아? 나한테 남은 게 뭐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이제와서 나보고 어떡하라고? 이미 늦었는데...

은호야 행복해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