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한잔 하자. 망할.......

- 뭣 땜에 또 그렇게 열받은 건데?

- 하아. 너도 알다시피 내가 스물일곱에 9급 공무원 합격했지 않냐.

- 그랬지. 근데?

- 그때 나랑 같이 합격한 동기 중에 아저씨가 있거든? 스무 살엔가 결혼해서 순 날백수로 살다가 뒤늦게 공무원 공부하겠다고 장수생이 된 케이스인데, 서른둘이 되어서야 겨우 합격한 거야.

- 그럼 대체 몇 년이나 공부만 한 거냐? 집안에 민폐가 장난 아니었겠네.

- 그러게. 게다가 이 아저씨가 좀 고문관 기질이 있어. 중간에 사고 쳐서 잘렸다가 복직하고 뭐 그러다 보니 승진이 엄청 늦은 거야. 공무원 합격하고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8급이었으니까 좀 그렇지 않냐. 아무리 승진적체니 뭐니 해도 말이야.

- 좀 많이 늦긴 했네.

- 사람이 좀 얼빠졌거든. 게다가 심지어는 또 사고를 쳐서 또 잘렸어. 마흔 셋에. 그런데도 또 어찌어찌해서 복직했다?

- 말도 안 돼. 두 번이나 잘렸는데 복직했다고? 그게 말이 되냐?

- 그런 소문이 돌더라고. 아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 한자리 하고 있다는 거야. 장관이라던가 뭐라던가. 그래서 설마 했는데......

- 했는데?

- 이 아저씨 이번에 승진했더라.

- 뭐? 너 아직 못했잖아.

- 그러니까 내가 열받지. 게다가 몇급인지 알아?

- 몇 급인데? 8급 하고 있었으니 7급 된 거 아냐?

- 아니. 3급 달았어.

- 뭐? 그게 말이 돼?

- 그러니까 내 말이. 야, 마흔둘까지 겨우 8급 공무원 하던 인간이 마흔일곱에 3급 달았다고. 이 나라 진짜 더럽지 않냐? 아무리 빽이 있다고 해도 이게 말이 되냐고.

- 야. 진짜 너무 심했다.

- 그러니까 일할 맛이 안 나는 거야. 우리 상사도 지금 엄청 열 받아 있더라고. 우리 상사가 그 인간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데, 전공도 많이 세워서 승진도 나름 빨랐거든? 근데 오 년 전에 우리 상사 얼굴도 못 쳐다보던 찌질이가 이제 같은 급수네 하면서 개기니까 얼마나 빡치겠냐.

- 진짜 그렇겠다야. 자, 한 잔 해라.

- 그래. 하아. 우리 균이 형 열 받아서 어떡하냐, 진짜.

- 균이 형? 아, 너희 상사.

- 응. 원균.

- 그럼 그 빽 썼다는 찌질이 이름은 뭔데?

- 이순신이라 하더라고.



219225번 글 보고 끼적거려 봤습니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