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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9/13 00:30:26
Name 가가멜
Subject [기타] [기타] 5대기의 추억
아래에 탄약고 실탄 글을 보고 추억 돋아 적어보네요.



94년 여름 의정부

꽃 소위 하나가 피고름(26사)에 배치받았습니다.

뭐... RT 소위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간부축구 때 헛발질해 경기중에 X가리 박기도 하고...

철없이 옆에 이등병 두고 병장, 상병들에게 심부름 시키다 바보되기도 했습니다.
(그 다음주 유격 훈련때 소대 전체 텐트 지주핀이 제 군장에서 나오기도 하더군요.)

각설하고...

부임후 한 2개월 지난 무더운 여름날 저는 첫 5대기(5분대기조) 소대의 임무를 받았습니다.

뭐 다들 아시듯이 여름 5대기 힘들죠... 전투화, 전투복 쉽게 못 벗고... 일직사령 잘못 만나면 심심하면 비상훈련이고...ㅠㅠ

그래도 잘 넘어가고 있던 어느날... 저녁 식사 후... 언제나 그렇듯이... 5대기 비상이 걸렸고

부여된 상황은 부대 뒷편 언덕에 있던 "교회에 적 침투조 출현 즉시 5대기 출동" 이었죠.

우리 소대가 나름 A급 소대라 몇번의 비상훈련을 잘 넘겨 왔고... 그날도 문제 없이 지나 갈 줄 알았습니다.

후다닥 준비해서 5분내에 집결 완료 하고

위병소에 있는 5대기 실탄 수령해 대기하고 있던 60트럭에 탑승했습니다.
-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5.56MM탄 큰거 한박스, 60탄 한박스, 40MM유탄 한박스 였던 걸로 대충 기억되네요.

늘 하던데로 작전지역(그래 봤자 부대 뒤 언덕 위 교회)에 투입전에 60트럭은 연병장을 돌았습니다.

그런데... 그 때... 60트럭의 운전석과 뒤에 화물칸사이에서 화염이 치솟았습니다.
- 선임하사 선탑, 소대장 및 소대원은 화물칸입니다. 그리고 60트럭의 연료통이 거기 쯤 있었던 걸로 기억 합니다.

눈앞이 깜깜... 모두가 우왕좌왕...어떻게 해야하지...?

그래도 소대장이라고... 철없는 꽃소위가 소리 질렀죠..."모두 뛰어내려!!!!"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끼니 모두가 배트맨, 슈퍼맨, 울트라맨이 되더군요. 순식간에 전원(?)이 트럭 밖으로 몸을 던지더라구요.

그리고 한숨 돌리고 주변을 돌아 보고 있는데... 트럭위에서 발악하는 악다구니 소리가 들렸습니다.

"야이 60사수 X새끼야 총기 안챙기지...!!!"

.....!!!!!!!!!!!!!!

그렇습니다. 개인화기는 각자 챙겨 뛰어 내렸는데... 공용화기인 M60은 그냥 트럭위에 있었고...

우리의 짱짱맨 화기분대 분대장이 두자루 M60을 손에 들고 마지막으로 차량에서 뛰어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제 머리속을 스치는 한가지...

탄박스는...?????????

"""화재 + 탄박스 = 폭발 = 주변에 우리 소대원 + 바로 옆 본부중대 막사 '잣됨'"""

그리고 무의식 중에 소리 질렀습니다. "탄박스...! 탄박스...!"

근데... 문제는 대책이 보이지 안는 다는 거였죠...

불길은 높아지고, 모두 하차한 상태에서 트럭 주변에 멍히 바라보고 있는 상태...

연료통이 먼저 터지느냐... 탄박스가 먼저 터지느냐...

두둥...

일단 모두 최대한 멀리 떨어지라고 지시 할려는 찰라...

차량 화물칸으로 뛰어 오르는 몇명을 볼 수 있었습니다.

띠바... 열라 멋진 우리 분대장들어었습니다. 정말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2~3명이 차량으로 뛰어 올랐고,

탄박스 들이 밖으로 던져지기 시작했습니다.

.....

.....

'다행이다.',
'역시 분다장들이다... 술사줘야지...',
'난 아직 한참 멀었구나.ㅠ.ㅠ'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그리고... 보았습니다.

트럭 위에서 던져지는 (다른 탄박스들에 비하면 초라해 보이는) 자그마한 박스하나.

그렇습니다. 40mm유탄 박스였습니다.
(여초 pgr에서는 잘 모르실 수 있지만 정말 '귀엽고, 이쁘고, 스다듬어주고싶고, 깨물어주고 싶게' 생긴 놈들이 수십발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교육때 들은 그분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40밀 유탄은 1미터 높이에서만 떨어져도 터진다!"

정말 찰라가 이렇게 길 수도 있구나... 갖은 생각이 머리 속에 지나갔고...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소대원들에게 '모두 업드려!"는 고사하고 아무런 경고도 못하고, 멍히 지켜 보기만 한것 같습니다.)

그리고 .............."꽝".............!


......

그건 아니었구요. 트럭 아래에서 캡틴 아메리카 병장 한명이 유탄박스를 가볍게 받아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살았다..........!

ㅠ.ㅠ

혼자 정신히 혼미해져 있는데... 본부 중대에서 중대원들이 물통들고 뛰어 오고... 대충 상황은 정리되는 분위기 였습니다.


나름 죽다 살아났다는 생각에 오늘 상황에 대해 스스로 반성도 해보고...

점호때는 전체 모아놓고 잔소리도 좀 하고... 분대장들과 따로 회포도 풀어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 나름 죽다 살았다 싶은 경험이었습니다.


그 다음 기억은 정확히 나지 않는데,

연대에서 지원나왔던 60운전병은 정비 불량으로 영창갔던거 갔고, 화재사건은 유야무야했던거 같습니다.

그리고 한달 후 26사가 기보로 바뀌며, 알보였던 저는 꽃소위 부임 3개월만에 1사단으로 전출되었고...

그날의 경험덕 인지, 3개월 경험의 덕인지

1사단 가서 소대원들하고 사석에선 형 동생 하면서 전역할때까지...자~~~알 살았습니다.

...........................

그리고...말년에 마지막 혹한기 갔다가 전령, 분대장들과 술먹고 인사위원회 회부되어 징계먹은것도... 지금 생각하면...추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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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13 00:36
수정 아이콘
유탄도 박스 안에 있으면 잘 안터집니다.
GOP에서 유탄박스에 태권도띠 묶어서 메고 가다가, 끈이 풀리는 바람에 박스를 계단에 10미터 이상 굴렸는데, 아무 이상 없었습니다.


물론 운이 좋아서 안터졌을수도 있겠지만요...
인규Roy문
14/09/13 00:40
수정 아이콘
5대기 비상!!! 하고 소리지르면서 문을 박차고 뛰어나갈 때의 쾌감이 떠오르네요.
제일 무난하게 맡는 소총수가 아니라 상병 3호봉정도에 m60 부사수를 맡았는데
그때 기억이 좀 나네요. 분해 조립할 줄 모르는데 갑자기 당직사령이 시킬때..식은땀 삐질삐질..
전 소대장이었는데 순간 섭섭하더군요. 3분정도 걸려서 분해하면서 혼자서 공부했었죠. 다음번엔 연습 잘해오겠다며
잘 마무리하고 복귀했던 기억이랑 점호끝나고 샤워한다음 누워서 라면 물끓이다가 비상걸렸던 일, m60 부수기재 들고 복도에서 뛰어나가다가
코너돌때 그대로 미끄러져서 옆으로 쓰러졌던 기억들이 차례대로 떠오르네요. 즐거웠던 2주..
14/09/13 00:53
수정 아이콘
그놈의 5분대기
5분대기는 5분안에 출동 준비를 완료하고 "출발"하는 것이지 5분안에 기지 내 상황지역에 "도착"하는 것이 아님에도 (장갑차로 기지 전지역 5분내로 못갑니다. 심지어 신호 지키면서 안가면 얼차려주면서...)매번 잘 모르는 간부들이 정문지역에서 "이게 뭔가?" "타격대 호출벨입니다" "5분안에 오나 확인해보지" 하고 누르면 우발을 외치면서 탄꺼내고 30분대기 호출하고 부분대장은 정문 전화해서 실제 상황인지 확인하고 그 동안 분대장은 애들 조끼 확인하면서 탄피 분배하고 조종수는 장갑차 시동걸고 죽자사자 가서 확인하면 하는 말이 "5분 지났는데? 훈련 상황이라고 대충하는거아닌가?" 그 때마다 간부는 나가서 5분대기 관련해서 설명을 다시하고 그 때 동안 분대장은 전개배치한 애들 다시 불러모으고 간부도 빡치고 선후임도 빡치고... 부대 돌아와서 봉인지 다시 쓰고 간부 인가 받아서 재봉인 작업하고 장갑차 오일체크 및 상태 체크 다시하고 디질나게 무거운 탄약통 다시 넣고 나눠준 탄 확인 다시하고 그 시간동안 헌병 내 긴급공지 뜬거 처리안했다고 행정반 상사님 전화와서 분대장 일단 깨고 보시고..
14/09/13 10:27
수정 아이콘
혹시 공군 장갑차소대 나오셨나요? 글 읽다보니 이건 나의 군생활 -_-;;

저도 봉인지 가는게 별 거 아닌데도 조금만 떨어져도 갈굼을 많이 받아서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12시 근무가 탄 박스까지 갈아서 봉인지 15개 썼었던거 같은데 가물가물하네요..

군 생활 내내 5분대기 했다고 해도 친구들 사이에서는 공군이라 군대 이야기도 못 했더랬죠 허허 덕분에 군복 환복은 누구보다 빨리 할 수 있습니다.
아라리
14/09/13 01:53
수정 아이콘
운전병이라 오대기 운전병이 불쌍하단 생각이 먼저...ㅠ
VinnyDaddy
14/09/13 01:55
수정 아이콘
본부 상황병 입장에서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00년이었습니다. 포병여단 본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옆에 관측대대 본부포대와 1, 2포대가 같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5대기는 관측대대에서 맡아서 했었죠. 그런데 관측대대가 유격을 가면 별수없이 본부에서 서야 했습니다. 가능한한 인원을 추려서 5대기를 대충 꾸리고 걍 별일없이 지나가기를 바라는거였죠. 참모부 병사들이니 빡세게도 안시키고..

암튼. 그 5대기에 속하게 된 병장 한명이 후임병인 작전처 상병 한명을 심하게 갈궜습니다.

그날 밤. 웬일로 여단본부 5대기 점검이 걸린 겁니다. 당연히 아수라장이었죠. "어떤 X끼가 전투화 벗고 자래!" "탄박스 챙기라고!" 덕분에 전 포대원들이 깨어버렸고 암튼 그런 소동 속에 당연히 5분은 넘겼으며 재수없이 5대기 소대장이었던 통신처 중위를 비롯한 5대기원들은 개고생하고 욕까지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인사처 상황판을 적고 내려오다가 그 작전처 고참을 만나 같이 내려오는데 그 고참이 씩 웃으며 왈.
"원래 어제 5대기 점검 ***대대랑 ***대대만 있었거든?"
"그런데말입니다?"
"근데 내가 어제 상황판 쓰면서 그 뒤에 여단본부 라고 같이 적었다 크크"
"?! 들키는거 아닙니까?"
"지금 올라가서 여단본부 글자 지우고 내려오는 길이다 크크"

존경합니다 박정훈 병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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