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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23 11:40
그저께 시골에서 밭매러 갔었습니다. 갈때 시골집 개를 끌고 가서 나무에 묶어 뒀는데
세상에나 풀을 뜯어먹더군요. 정확히는 '바랭이'라는 시골에서 흔하디 흔한 외떡잎식물 잡초인데 바랭이만 골라서 잘근잘근 씹어 먹었어요. 성질이 엄청 급한놈이라 무조건 뛰어야 되는 놈인데 풀뜯어먹는거 보니 얼마나 웃기던지 크크 고양이는 풀뜯어먹는거 자주 봤는데 개는 첨본거라 신기했었네요.
14/07/23 12:15
오늘 점심도 양배추다.
며칠 째 양배추가 식사로 나왔는지 이제 세던 것도 잊어버렸다. 주인놈은 재작년에 시골로 귀농해 양배추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도시의 번잡함, 소음, 그리고 아무도 자신의 진짜 능력을 알아주지 않고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껴 사직서를 사장의 눈 앞에 던지고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는 대학에서 배운 자신의 지식과 명석한 두뇌로 시골로 귀농하여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여유로운 삶을 즐기겠다는 거창한 꿈을 안고 나와 함께 내려왔던 것이다. , 그러나 이제 막 시골로 귀농해 짓는 농사가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있는가? 1,2년차의 농사는 농사에 익숙하지 않은 주인놈 덕택에 흉작으로 양배추를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나는 상심한 주인 옆에서 올해는 다른 것 아무것도 신경쓰지 말고 농사에만 집중해서 최선을 다 해보자고 주인놈을 격려했다. 주인놈은 내 이야기를 듣고 주먹을 불끈 쥐고 다짐하며, 올해는 반드시 양배추 농사를 성공시키겠다고 했었다. 나는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혹시나 양배추를 갉아먹는 야생동물이 있지 않는지 언제나 순찰을 다녔고 양배추 밭을 어지럽히는 새들을 쫓아냈다. 그리고 드디어 3년차에 우리는 양배추 농사를 2번의 실패 후 훌륭하게 성공해 수확을 하게 되었다. 주인과 나는 너무나 기뻐 수확한 양배추를 끌어안거 펑펑 울었다. 그러나 양배추가 팔리질 않았다. 기본적으로 유통망이 없는 상태에서 대책없이 귀농해 농사에만 집중했으니 거래처가 있을 턱이 없었다. 양배추는 하루가 다르게 상해가고 있었다. 주인놈은 빚독촉에 시달려 우리는 끼니조차 해결 할 수 없었다. 그 이후로 주인과 나는 배가 고플 때마다 양배추를 먹기 시작했다. 굶주린 배를 움켜주고 매일같이 양배추만 먹고 있었다. . 얼마나 양배추를 먹었는지 이제 셀 수 조차 없다. 양배추를 보는 것 만으로도 구토감이 올라왔다. 혀 끝에서 양배추 즙이 나오는 것 같았고 눈과 발톱이 녹색으로 물들어갔다. . 도대체 주인놈은 뭐하는 놈인가. 어떻게 판매경로조차 없이 농사지을 생각을 한 걸까? 도대체 회사는 어떻게 들어간거지? 회사에서 욕쳐먹고 안짤린 게 다행인 놈이 어디서 건방지게 사장앞에 사직서를 던져? 이놈은 정신이 나가도 단단히 나간 놈이었다. 이런놈을 믿고 내가 살았다니... 양배추를 먹는 날이 하루하루 늘어 날수록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주인놈이 웃으며 양배추를 가지고 들어왔다. 표정이 너무나 밝았다. 이 밥값 못 하는 정신빠진 주인놈이 드디어 양배추 팔 곳을 알아온 것일까? 웃는 얼굴로 노란 바구니에 양배추를 담아온 주인이 양배추를 꺼내에 식탁 위에 올렸다. 그리곤 말했다. "내가 기른 양배추 품종이 별로였나봐. 이 품종 이게 앞으로 유행할 품종이래. 내년에는 이걸로 농사를 지어야겠어. 맛 한번 봐봐 ^^" 나는 머릿속에 이성의 끊이 끊어지는 기분이 들면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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