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학기간 중 할 일 없이 그렇게 빈둥거릴 바엔 알바라도 해라'
라며 구두칼을 드시는 엄마때문에.
절범이는
'가게에 나와서 일이나 해라.'
라는 아버지의 말씀 때문에
3M네 집에서 아침부터 모여 PS2를 즐기고 있었다.
"캬캬캬 역시 역시 파워는 폴이야."
"닥쳐. 내 에디의 현란한 발솜씨를 보여주마."
"미니 저년은 에디 골라서 버튼 네개 아무렇게나 연타나 하는 주제에."
"니들 나의 싱하형을 잊고 있었구나."
"미친년 싱하형이래. 이름도 몰라. 라우야 이년아
우리들...
다른 애들처럼 모이면 카트나 그런 앙증맞은 게임 안한다-_-
무조건 철권이다
"받아라 얍! 얍!"
"야야 잠만 나 파워 한번만 쏴보자."
철권 캐릭터 폴을 선택한 절범이는 파워한번 쏴보고 싶어 다섯판째 안달이다.
그도 그럴것이 나의 에디가 현란한 발기술을 구사하여
폴을 정신못차리게 하기 때문이다
캬캬
"아무렇게나 누르지 좀 말라고 이년아!!"
"얘가 뭘 모르네. 에디는 말야. 오히려 조작하려고 하면 더 안돼.
나 처럼 아무렇게나 연타를 해야 온갖 기술이 나오는 법이라구."
"야 니들 좀 조용히 게임해라. 시끄러서 만화책을 못 보겠네."
차례를 기다리며 옆에서 뒹굴며 만화책을 보던 3M은
만화책들을 주섬주섬 챙겨 거실 쇼파로 나갔다
"난 쇼파에서 만화책 보고 있을테니까 니들이나 겜 해라."
"엉"
"그래."
"나 없다고 뭐 뽀려가지 말고."
"알았어 이년아 의심은."
절범이는 그 뒤로 나에게 10판이나 깨졌다.
"아 씨 나 안해 짜증나."
"왜"
"얍삽이 쓰잖아 이년아."
"내가 뭘!!"
그때였다.
삐릭.
문자소리였다.
"음 내껀가?"
"아니 저기 3M 전화같은데?"
"누구한테 왔는지 볼까?"
"그래 ㅋ"
나는 3M의 폰에서 문자를 확인했다.
야3M!나진숙인데
너오늘오후에시간
있냐?현지가일있
어서
소개팅못나간
데ㅠㅠ너시간되면
니가대신가라ㅜㅜ
...
헉!
3M에게
소개팅 자리가?!?!
우리는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마주보고 오른주먹을 올렸다.
그리곤.
가위 바위 보!
아쉽게도 절범이가 이겼고.
절범이는 굳은얼굴로 내 손에서 전화기를 뺏어들고 묵묵히 문자를 써내려갔다.
어쩌지나도약속있
어서못나가는데ㅠ
대신절범이가간데
나대신절범이가갈
거야ㅋ
말없이 전화기를 응시하는 절범이.
삐릭.
진숙이에게 답장이 왔다.
그래그럼잘됐네ㅎ
내가이따가절범이
한테연락할게그럼
안뇽ㅋ
문자를 확인한 절범이는 침착한 얼굴로 재빠르게 수신문자함에서
진숙이의 문자를 삭제해나갔다.
독한년.
완전범죄를 노리다니. ;;
나는 허탈하지만 절범이에게 축하한다는 눈인사를 했고.
절범이는 지갑에서 천원짜리 지폐;;를 꺼내 나에게 던져주며
"입단속 잘해."
라며 황급히 3M의 집을 빠져나갔다.
"왜? 벌써가?"
라는 아무것도 모르는 3M을 뒤로 하고...
불쌍한 3M ㅜㅜ
그보다 더 불쌍한 나 ㅜㅜ
가위바위보에서 지면 너무 억울하다 ㅠㅠ
게다가 날 뭘로보고 천원짜리 한장으로 매수를...!
아싸 이따가 집에 가면서 포카칩 사먹어야징 히히^^*
그렇게 하여 절범이의 20살 첫
소개팅은 그렇게 이뤄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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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띠리링.
절범님이 로그인했습니다.
[mini] 가위바위보가 웬수지ㅠㅠ님의 말:
어때?
[mini] 가위바위보가 웬수지ㅠㅠ님의 말:
잘됐냐?
[mini] 가위바위보가 웬수지ㅠㅠ님의 말:
말해봐 이년아 궁금해 디져.
절범님의 말:
?
[mini] 가위바위보가 웬수지ㅠㅠ님의 말:
대학생이었어?
절범님의 말:
ㅇㅇ
[mini] 가위바위보가 웬수지ㅠㅠ님의 말:
오올~~
[mini] 가위바위보가 웬수지ㅠㅠ님의 말:
잘생겨써?
절범님의 말:
연예인 닮았드라.
[mini] 가위바위보가 웬수지ㅠㅠ님의 말:
오올~~~~~~~ 부럽다ㅜㅜ 나뿐뇬 ㅠㅠ
[mini] 가위바위보가 웬수지ㅠㅠ님의 말:
누구 닮았는데?
절범님의 말:
육봉달.
절범님은
[오프라인]이므로 응답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
절범이;; 얼마나 속상했으면;;
절범이 불쌍해서 어카니
나는 그 시각이후로 엠에센 닉네임을 바꾸게됐다.
[mini] 바위가 날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