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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20 16:44:36
Name HesBlUe
Subject [기타] [기타] 어머니..
내 나이 11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내 아래론 여동생이 하나 있다. 전업주부였던 엄마는 그때부터 생계를 책임지셔 야 했다. 못먹고, 못입었던 것은 아니였지만 여유롭진 않 았다. 대학졸업 후 입사 2년만에 결혼을 하였다. 처음부터 시어머니가 좋았다. 시어머님도 처음부터 날 아주 마음에 들어하셨 다.

10년 전 결혼, 만1년만에 친정엄마가 암선고를 받으셨다.

난 엄마 건강도 걱정이였지만, 수술비와 입원비 걱정부터 해야했다. 남편에게 얘기했다. 남편은 걱정말라고 내일 돈 을 융통해 볼 터이니 오늘은 푹 자라고 얘기해주 었다.

다음 날, 친정엄마 입원을 시키려 친정에 갔지만, 엄마도 선뜻 나서질 못하셨다.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몇 개 있으니 4일 후에 입원하자...하셨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났 다.

그 때 시어머님께서 전화가 왔다. "지은아. 너 울어? 울지말고 ..... 내일 3시간만 시간 내 다오" 다음 날, 시어머님과의 약속 장소에 나갔다. 시어머님이 무작정 한의원으로 날 데려가셨다. 미리 전화 예약 하셨는지 원장님께서 말씀하셨 다.

"간병하셔야 한다고요.." 맥 짚어보시고 몸에 좋 은 약을 한 재 지어주셨다. 백화점에 데려가셨 다. 솔직히 속으론 좀 답답했다. 죄송한 마음이 였던 것 같다. 트레이닝 복과 간편복 4벌을 사주셨다. 선식도 사주셨다.

함께 집으로 왔다. 어머니께서 그제서야 말씀하 시기 시작했다. "환자보다 간병하는 사람이 더 힘들어. 병원에만 있다고 아무렇게나 먹지 말고, 아무렇게나 입고 있지 말고.."

말씀하시며 봉투를 내미셨다.

"엄마 병원비 보태써라~. 네가 시집온 지 얼마나 됐다고 돈이 있겠어... 그리고, 이건 죽을 때까지 너랑 나랑 비밀로하자. 네 남편이 병원비 구해오면 그것도 보태써... 내 아들이지만, 남자들 유치하고 애같은 구석이 있어서 부부싸움 할 때 꼭 친정으로 돈들 어간 거 한 번씩은 얘기하게 되있어. 그니까 우 리 둘만 알자."

마다했지만 끝끝내 내 손에 꼭 쥐어주셨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시어머님께 기대어 엉 엉 울고 있었다.

2천만원이였다...... 친정엄마는 그 도움으로 수술하시고 치료 받으 셨지만, 이듬 해 봄.. 엄마는 돌아가셨다. 병원에서 오늘이 고비라고 하였다. 눈물이 났다. 남편에게 전화했고, 갑자기 시어머님 생각이 났 다. 나도 모르게 울면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시어머님은 한 걸음에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 고 남편보다 더 빨리 병원에 도착하셨다. 엄마는 의식이 없으셨다. 엄마 귀에 대고 말씀드 렸다.

"엄마... 우리 어머니 오셨어요... 엄마.. 작년에 엄마 수술비 어머님이 해주셨어.. 엄마 얼굴 하 루라도 더 볼 수 있으라고..." 엄마는 미동도 없으셨다. 당연한 결과였다.

시어머님께서 지갑에서 주섬주섬 무얼 꺼내서 엄마 손에 쥐어주셨다. 우리의 결혼 사진이였다.

"사부인... 저예요.. 지은이 걱정말고. 사돈처녀 정은이도 걱정말아요. 지은이는 이미 제 딸이고요.... 사돈처녀도 내가 혼수 잘해서 시집 보내줄께요.. 걱정 마시고 편 히 가세요..."

그때 거짓말처럼 친정엄마가 의식 없는 채로 눈 물을 흘리셨다. 엄마는 듣고 계신 거였다. 가족들이 다 왔고 엄마는 2시간을 넘기지 못하 신 채 그대로 눈을 감으셨다.

망연자실 눈물만 흘리고 있는 날 붙잡고 시어머 니께서 함께 울어주셨다. 시어머님은 가시라는 데도 3일 내내 빈소를 함 께 지켜주셨다. 우린 친척도 없다. 사는게 벅차 서 엄마도 따로 연락 주고받는 친구도 없었다. 하지만 엄마의 빈소는 시어머님 덕분에 3일 내 내 시끄러웠다.

"빈소가 썰렁하면 가시는 길이 외로워..........."

친정 엄마가 돌아가시고 시어머님는 내 동생까 지 잘 챙겨주셨다. 가족끼리 외식하거나, 여행 갈 땐 꼭~ 내 동생을 챙겨주셨다. 내 동생이 결혼을 한다고 했다. 동생과 시어머님은 고맙게도 정말 나 이상으로 잘 지내주었다.. 시어머님이 또 다시 나에게 봉투를 내미신다. "어머님. 남편이랑 따로 정은이 결혼 자금 마련 해놨어요. 마음만 감사히 받을께요"

도망치듯 돈을 받지 않고 나왔다. 버스정류장에 다달았을 때 문자가 왔다. 내 통장으로 3천만원 이 입금되었다. 그 길로 다시 시어머님께 달려갔다. 어머니께 너무 죄송해서 울면서 짜증도 부렸다. 안받겠다고. 시어머님께서 함께 우시면서 말씀 하셨다.

"지은아... 너 기억안나? 친정 엄마 돌아가실 때 내가 약속 드렸잖아. 혼수해서 시집 잘 보내주겠다고... 나 이거 안하 면 나중에 네 엄마를 무슨 낯으로 뵙겠어" 시어머님은 친정엄마에게 혼자 하신 약속을 지 켜주셨다. 난 그 날도 또 엉엉 울었다.

시어머님께서 말씀하신다.

"순둥이 착해 빠져가지고 어디에 쓸꼬.... 젤 불 쌍한 사람이 도움을 주지도, 받을 줄도 모르는 사 람이야... 그리고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하고 울 고싶을 땐 목놓아 울어버려"

제부될 사람이 우리 시어머님께 따로 인사드리 고 싶다해서 자리를 마련했다. 시부모님, 우리부 부, 동생네. 그 때 시어머님이 시아버님께 사인을 보내셨다. 그 때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다. "초면에 이런 얘기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사돈처 녀 혼주자리에 우리가 앉았음 좋겠는데... "

혼주자리엔 사실 우리 부부가 앉으려 했었다.

"다 알고 결혼하는 것이지만, 그 쪽도 모든 사람 들에게 다 친정 부모님 안 계시다고 말씀 안드렸 을 텐데... 다른 사람들 보는 눈도 있고...." 그랬다. 난 거기까진 생각을 못했던 부분이였다.

내 동생네 부부는 너무도 감사하다며 흔쾌히 받 아들였다. 그리고 내 동생은 우리 시아버지 손을 잡고 신부 입장을 하였다. 내 동생 부부는 우리 부부 이상으로 우리 시댁에 잘 해주었다.

오늘은 우리 시어머님의 49제 였다. 가족들과 동생네 부부와 함께 다녀왔다. 오는길에 동생도 나도 많이 울었다. 오늘 10년 전 어머니와 했던 비밀 약속을 남편에 게 털어 놓았다. 그 때, 병원비 어머니께서 해주셨다고... 남편과 난 부등켜 안고 시어머님 그리움에 엉엉 울어버렸다.........

난 지금 아들이 둘이다. 난 지금도 내 생활비를 쪼개서 따로 적금을 들고 있다. 내 시어머님께서 나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나도 나중에 내 며느리들에게 돌려주고싶다.

내 휴대폰 단축번호 1번은 아직도 우리 시어머 님이다. 항상 나에게 한없는 사랑 베풀어 주신 우리 어머 님이다.

어머님.... 우리 어머님... 너무 감사합니다. 어머니 가르침 덕분에 제가 바로 설 수 있었어 요.

힘들 시간 잘 이겨낼 수 있었고요.. 어머님... 넘 사랑합니다..그립습니다... 제가 꼭 어머니께 받은 은혜, 많은 사람들게 베풀 고 사랑하고 나누며 살겠습니다.... 너무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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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라고 알려졌는데 실화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감동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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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urespace
14/03/20 16:47
수정 아이콘
와 정말 존경스러운 어르신이네요
오독오독
14/03/20 16:48
수정 아이콘
이게 왜 유머죠? ㅠㅠ 유머 보러 왔다가 눈물 찔끔...
14/03/20 16:49
수정 아이콘
아 왜 피시방에서 옆에 친구있는데 눈물 그렁그렁해지게 하세요 아우 진짜 감사합니다
언뜻 유재석
14/03/20 16:49
수정 아이콘
아..울었네요..
14/03/20 16:51
수정 아이콘
아..이 시간에...이러시면 반칙입니다.
14/03/20 16:51
수정 아이콘
(저도 아까 점심시간에 밥먹다가 봐서 겨우 참았습니다 ㅠㅜ)
사악군
14/03/20 16:53
수정 아이콘
감동적이네요..

이런 얘기는 누굴 헐뜯는 것도 아니고 좋은 사람의 이야기인데 소설이면 또 어떻습니까. 소설이라도 기분좋게 낚여줄랍니다.
(그런데 저도 유게에 있어서 무슨 반전이 나오려나 하고 생각하면서 읽은 건 함정..)
오독오독
14/03/20 16:53
수정 아이콘
x2
절름발이이리
14/03/20 16:54
수정 아이콘
아 슬프네요.
예전에 봤던 이야기도 기억나서 찾아 링크합니다.
http://blog.daum.net/minjpm/1286
14/03/20 17:09
수정 아이콘
이글도 눈물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ㅠㅜ
세츠나
14/03/20 17:20
수정 아이콘
아 이건 정말 눈물나네요...
14/03/20 22:20
수정 아이콘
30넘은 사내놈이 글보다 부끄럽게 눈물을글썽이게 만드네요
14/03/20 16:56
수정 아이콘
저도 목적이 돈이 아니라 저런 인연이 닿으면은 정말 행복할것 같습니다.
14/03/20 16:58
수정 아이콘
소설도 이정도면 엄청 훌륭하네요.. 근데 살아보면 참 사람이 극과 극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스펙트럼이 있는데, 서로가 하기에 따라서 바뀌는거 같아요. 고부관계나 부부관계도.
opxdwwnoaqewu
14/03/20 17:02
수정 아이콘
제목 : 숨겨둔 통장을 남편에게 걸렸을때
허니띠
14/03/20 17:08
수정 아이콘
울다가 웃다가..
14/03/20 17:29
수정 아이콘
눈물흘리다..갑자기 큭..했네요..
역시 유머의 완성은 댓글이죠
바스테트
14/03/20 17:07
수정 아이콘
ㅠㅠ
asdqwe123
14/03/20 17:15
수정 아이콘
아.. ㅠㅠ 부럽네요. ㅠㅠ
히히멘붕이삼
14/03/20 17:32
수정 아이콘
결혼 관련해서는 이런 좋은 글들만 올라왔으면 좋겠어요ㅠㅠ
14/03/20 18:45
수정 아이콘
ㅠㅠ 눈물이 그렁그렁 목이 메이네요...
14/03/21 00:31
수정 아이콘
좋네요.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감사합니다.
쏠이형
14/03/21 13:18
수정 아이콘
아.. 방심하고 읽다가 회사에서 눈물이 날뻔했습니다;;
반도 못읽었는데;; 이따 집에 가서 읽어봐야겠네요
쓰고 보니 오늘 당직;;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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